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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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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이라…몇 번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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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을 오른쪽 위로 굴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
    ​
    “벌써 몸이 다 치료되다니…따로 실험이라도 받았었나요?”
    “으음,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신세라.”
    ​
    ​
    당하긴 했다. 개그 세계에서. 하지만 이 몸에 빙의 된 이후에는 딱히 이렇다 할 실험을 당한 적 없었다.
    ​
    ​
    문제는 내가 빙의가 되기 전 몸 주인이 실험당한 적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거기까진 알 수 없어서 뒷목을 문지르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
    ​
    “상처는 벌써 다 나았네요. 흐음, 그럼 가볍게 상처를 내보죠.”
    ​
    ​
    그녀는 실험용 탁자 옆에 놓인 트롤리 위에서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아끌어 손바닥을 가볍게 베었다. 따끔했다.
    ​
    ​
    “아픈가요?”
    “조금 따끔?”
    “…통증을 무디게 느끼는 건가?”
    ​
    ​
    미아는 작게 중얼거리며 피가 흐르는 상처를 더욱 헤집었다. 그러자 오히려 흘러내리는 피가 줄어들었다. 
    ​
    ​
    “…??”
    ​
    ​
    미아는 이 세상의 모든 상식을 뒤집어 버리는 장면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피가 서서히 멎어 상처의 단면이 드러났다.
    ​
    ​
    “이,이게 무슨..”
    ​
    ​
    미아는 흥분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녀의 몸이 가까워지면서 내 무릎 위에 따뜻하고 포근하고…말랑하고..하여튼 좋은 것이 올려졌다.
    ​
    ​
    ‘흐아악..’
    ​
    ​
    퇴마 당하는 악령처럼 흐물흐물 몸이 녹아내리려 했다. 
    ​
    ​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
    ​
    그녀는 다급하게 내 손을 놓아주곤 칼을 트롤리에 던졌다. 그리고는 과격하게 내 셔츠를 잡아 촥 벌렸다. 단추가 튕겨 나가 허공을 가르고 바닥에 떨어졌다.
    ​
    ​
    “꺄아악!”
    ​
    ​
    나는 여자 탈의실에 들어온 남자를 보고 비명을 내지르는 여고생처럼 가슴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
    ​
    “가만히 있어요!”
    ​
    ​
    그녀가 호통을 치며 가볍게 마법을 사용하자 실험대에 동그란 구멍이 생기더니 새카만 촉수가 튀어나와 나를 제압했다. 
    ​
    ​
    쿵!
    ​
    ​
    상체가 뒤로 넘어가 실험대 위에 눕혀졌다. 실험대 위에 묶인 나는 가녀린 소녀처럼 몸을 떨었다. 눈이 돌아간 미아는 새로운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
    ​
    나이프는 순식간에 내 배를 갈랐다. 피가 잠시 뿜어져 나오다가 이내 멎어버렸다.
    ​
    ​
    “세상에…”
    ​
    ​
    그녀는 경악한 얼굴로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
    ​
    ‘그,그렇게 적나라하게 보면…난 장가 못가.’
    ​
    ​
    흑흑 거리며 눈물을 보이자 미아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가볍게 헛기침했다. 
    ​
    ​
    “너무 흥분했네요.”
    ​
    ​
    미아는 갈라진 내 배를 잘 꿰매주었다. 다음날이 되자 배는 깔끔하게 아물었지만 흉이 남았다.
    ​
    ​
    상처가 아문 후 제때 실을 빼내야 했는데, 상처가 너무 빠르게 아물어버려서 흔적이 남은 것이다.
    ​
    ​
    ‘이후에도 몇 번 실험을 한 탓에 흉터가 몇개 남긴 했지만. 뭐, 상관없나.’
    ​
    ​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옷이 잡아당겨지는 감각에 다시 제스를 바라보았다.
    ​
    ​
    제스는 어느새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눈가에 습기가 가득했다.
    ​
    ​
    “그, 뭐…그다지 아프진 않았어.”
    ​
    ​
    내가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
    ​
    “봐봐. 엄청 건강해 보이잖아! 오딜과 달리 미아님은 엄청 착해서 그렇게 아픈 실험은 절대 하지 않으시거든! 뭣보다 그, 실험은 정 – 말 간혹가다 하고 대부분은 잡일만 해.”
    ​
    ​
    하지만 제스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사이 불룩해진 볼 위에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
    “헉…!”
    ​
    ​
    제스의 눈물에 화들짝 놀라, 아이를 번쩍 안아 들어 무릎에 앉혔다. 그리고는 팔을 마구 휘저으며 팔뚝 자랑을 했다. 
    ​
    ​
    “봐봐, 정말 건강하다니까? 막 이렇게 주먹도 휘두룰 수 있고…!”
    ​
    ​
    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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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장되게 몸을 움직이다 보니 소매가 밀려 올라갔다. 그 탓에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뱀이 휘감은 듯한 긴 흉터가 드러났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붉은기가 살짝 남아있었다.
    ​
    ​
    “흐이잉..!”
    “…!”
    “흐아아앙!”
    “이이잉!”
    ​
    ​
    제스는 결국 눈물을 보이며 내 품에 폭 안겨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스 나이대의 아이들이 도미노처럼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
    나는 빠르게 소매를 내려 흉터를 가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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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미안 징그러웠지? 놀라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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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아는가? 개그 세계에서 ‘악’으로 결정되는 건 주로 ‘여자를 울린 자’였다. 특히 ‘예쁜 여자’와 ‘어린아이’를 울리면 감방행을 면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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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호들갑을 떠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란 말이다!
    ​
    ​
    “얘들아, 괜찮아. 뚝.”
    “울지마..”
    ​
    ​
    울지 않는 아이들이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로 달래고자 노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겨우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
    ​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내 품에 폭 안겨있는 제스를 토닥여주었다. 제스는 코 막힌 숨을 내뱉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썩이던 어깨도 안정을 찾았다.
    ​
    ​
    드디어 진정한 건가 싶어 제스를 떼어놓으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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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듬더듬, 제스가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간지러운 감각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
    ​
    “제스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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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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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휙, 제스가 내 상체를 위로 쑥 올리더니 그 안에 얼굴을 쏙 집어넣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
    ​
    ‘동물들이 좁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처럼 제스도 그런 건가…?’
    ​
    ​
    그런 생각은 다시 떨리기 시작한 제스의 몸 때문에 사라졌다.
    ​
    ​
    “흐으윽…!”
    “..! 제스, 왜 그래…!”
    ​
    ​
    나는 다급하게 제스를 내 상의 안쪽에서 꺼냈다. 제스는 어느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나는 소매로 제스의 얼굴을 닦아주고는 제스를 다시 품에 안았다.
    ​
    ​
    “쮜,님 아파…흐끗,아파아..”
   “아냐,아냐. 나 안 아파. 뚝,뚝하자.”
    ​
    ​
    내가 어화둥둥 달래줘도 제스는 쉽사리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제스가 정말 서럽게 울자 아이들도 당황한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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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노아 어쩌지? 제스가 계속 울어.”
    “..”
    ​
    ​
    입술이 희게 질릴 정도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던 노아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럽게 우는 제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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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계속 울기만 하면 이 녀석이 곤란해하잖아. 넌 그러고 싶은 거야?”
    “아니,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
    “흐으으..”
    ​
    ​
    세상에 노아에몽!
    ​
    ​
    노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스가 눈물을 그치며 훌쩍거렸다. 나는 새삼 ‘육아 천재’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노아를 바라보았다. 내 존경심이 느껴지니?
    ​
    ​
    “ 리안도 식사를 마저 해야하니까 . 그만 떨어져.”
    ​
    ​
    노아는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좀 더 다정하게 얘기해 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려는 순간, 제스가 꾸물거리며 내 품에서 벗어났다.
    ​
    ​
    ‘풉..’
    ​
    ​
    찐빵처럼 부어오른 눈과 볼이 너무 귀여워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 마른침을 삼켜 겨우 웃음을 참았다.
    ​
    ​
    “흡,흐으…쭈인님 내가 콕..지켜주께에..”
    “응, 그래 고마워.”
    ​
    ​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옷을 꼭 부여잡은 채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게 귀여워 오구오구하는 톤으로 대답했다. 제스는 꽉 잡고 있던 내 옷을 놓고 내 다리 위에서 내려갔다. 
    ​
    ​
    토도독.
    ​
    ​
    제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걸 바라본 후, 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
    “고마워 네 덕분에 잘 넘어갔네. 나중에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들어줄 테니까.”
    “…뭐든지?”
    “그렇다고 들어줄 수 없는 건 안 되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선 안에서 라면 얼마든지!”
    “그래? 그럼…밥 먹고 나 좀 따라와.”
    “…?”
    ​
    ​
    뭐지? 나한테 뭘 시키려는 거지? 
    ​
    ​
    불안감이 슬금슬금 밀려왔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하며 남은 식사를 처리했다.
    ​
    ​
    그 날따라 아이들이 나서서 설거지와 정리를 한다고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빠르게 식당을 벗어났다.
    ​
    ​
    텁.
    ​
    ​
    “가자.”
   “어? 바로?”
    ​
    ​
    식당을 나서기 무섭게 노아가 내 팔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갔다. 네로는 혼자 둬도 괜찮나 싶어 뒤를 돌아보자, 자기 나이 또래 아이들과 식당 정리를 하고 있는 네로의 모습이 보였다.
    ​
    ​
    그 모습이 꽤 평화로워 보여 흐뭇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
    ​
    ‘다행이다. 잘 적응하고 있구나.’
    ​
    ​
    시선 끝에 네로의 모습이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노아쪽을 바라보았다. 노아는 내 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
    노아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같이 걸어가자 순식간에 복도를 지나쳐 숙소에 도착했다. 각각 4명씩 들어가 쉴 수 있는 방이 좌르륵 자리 잡고 있었다.
    ​
    ​
    노아가 나를 끌고 들어간 건, 노아와 나, 네로가 함께 쓰는 방이었다. 아이들 수가 홀수다 보니 셋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
    ​
    달칵,쾅!
    ​
    ​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노아는 거친 손길로 문을 닫아버렸다.
    ​
    ​
    쿵!
    ​
    ​
    동시에 내 몸이 뒤로 밀려 문에 부딪혔다. 노아는 눈을 매섭게 빛내며 내 옷자락을 잡았다.
    ​
    ​
    “저,저기 노아?”
    ​
    ​
    노아는 내 말을 가볍게 씹고는 내 상의를 확 위로 젖혔다.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호옥시 예상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노아는 여자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다음화 보기

‘실험이라…몇 번 했었지.’

나는 눈을 오른쪽 위로 굴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벌써 몸이 다 치료되다니…따로 실험이라도 받았었나요?”

“으음,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신세라.”

당하긴 했다. 개그 세계에서. 하지만 이 몸에 빙의 된 이후에는 딱히 이렇다 할 실험을 당한 적 없었다.

문제는 내가 빙의가 되기 전 몸 주인이 실험당한 적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거기까진 알 수 없어서 뒷목을 문지르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처는 벌써 다 나았네요. 흐음, 그럼 가볍게 상처를 내보죠.”

그녀는 실험용 탁자 옆에 놓인 트롤리 위에서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아끌어 손바닥을 가볍게 베었다. 따끔했다.

“아픈가요?”

“조금 따끔?”

“…통증을 무디게 느끼는 건가?”

미아는 작게 중얼거리며 피가 흐르는 상처를 더욱 헤집었다. 그러자 오히려 흘러내리는 피가 줄어들었다.

“…??”

미아는 이 세상의 모든 상식을 뒤집어 버리는 장면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피가 서서히 멎어 상처의 단면이 드러났다.

“이,이게 무슨..”

미아는 흥분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녀의 몸이 가까워지면서 내 무릎 위에 따뜻하고 포근하고…말랑하고..하여튼 좋은 것이 올려졌다.

‘흐아악..’

퇴마 당하는 악령처럼 흐물흐물 몸이 녹아내리려 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그녀는 다급하게 내 손을 놓아주곤 칼을 트롤리에 던졌다. 그리고는 과격하게 내 셔츠를 잡아 촥 벌렸다. 단추가 튕겨 나가 허공을 가르고 바닥에 떨어졌다.

“꺄아악!”

나는 여자 탈의실에 들어온 남자를 보고 비명을 내지르는 여고생처럼 가슴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다.

“가만히 있어요!”

그녀가 호통을 치며 가볍게 마법을 사용하자 실험대에 동그란 구멍이 생기더니 새카만 촉수가 튀어나와 나를 제압했다.

쿵!

상체가 뒤로 넘어가 실험대 위에 눕혀졌다. 실험대 위에 묶인 나는 가녀린 소녀처럼 몸을 떨었다. 눈이 돌아간 미아는 새로운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나이프는 순식간에 내 배를 갈랐다. 피가 잠시 뿜어져 나오다가 이내 멎어버렸다.

“세상에…”

그녀는 경악한 얼굴로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그렇게 적나라하게 보면…난 장가 못가.’

흑흑 거리며 눈물을 보이자 미아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가볍게 헛기침했다.

“너무 흥분했네요.”

미아는 갈라진 내 배를 잘 꿰매주었다. 다음날이 되자 배는 깔끔하게 아물었지만 흉이 남았다.

상처가 아문 후 제때 실을 빼내야 했는데, 상처가 너무 빠르게 아물어버려서 흔적이 남은 것이다.

‘이후에도 몇 번 실험을 한 탓에 흉터가 몇개 남긴 했지만. 뭐, 상관없나.’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옷이 잡아당겨지는 감각에 다시 제스를 바라보았다.

제스는 어느새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눈가에 습기가 가득했다.

“그, 뭐…그다지 아프진 않았어.”

내가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에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봐봐. 엄청 건강해 보이잖아! 오딜과 달리 미아님은 엄청 착해서 그렇게 아픈 실험은 절대 하지 않으시거든! 뭣보다 그, 실험은 정 – 말 간혹가다 하고 대부분은 잡일만 해.”

하지만 제스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사이 불룩해진 볼 위에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헉…!”

제스의 눈물에 화들짝 놀라, 아이를 번쩍 안아 들어 무릎에 앉혔다. 그리고는 팔을 마구 휘저으며 팔뚝 자랑을 했다.

“봐봐, 정말 건강하다니까? 막 이렇게 주먹도 휘두룰 수 있고…!”

스륵.

과장되게 몸을 움직이다 보니 소매가 밀려 올라갔다. 그 탓에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뱀이 휘감은 듯한 긴 흉터가 드러났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붉은기가 살짝 남아있었다.

“흐이잉..!”

“…!”

“흐아아앙!”

“이이잉!”

제스는 결국 눈물을 보이며 내 품에 폭 안겨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스 나이대의 아이들이 도미노처럼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소매를 내려 흉터를 가리며 말했다.

“미,미안 징그러웠지? 놀라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

그거 아는가? 개그 세계에서 ‘악’으로 결정되는 건 주로 ‘여자를 울린 자’였다. 특히 ‘예쁜 여자’와 ‘어린아이’를 울리면 감방행을 면치 못한다.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호들갑을 떠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란 말이다!

“얘들아, 괜찮아. 뚝.”

“울지마..”

울지 않는 아이들이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로 달래고자 노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겨우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내 품에 폭 안겨있는 제스를 토닥여주었다. 제스는 코 막힌 숨을 내뱉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썩이던 어깨도 안정을 찾았다.

드디어 진정한 건가 싶어 제스를 떼어놓으려던 그때.

더듬더듬, 제스가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간지러운 감각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제스 그만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휙, 제스가 내 상체를 위로 쑥 올리더니 그 안에 얼굴을 쏙 집어넣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동물들이 좁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처럼 제스도 그런 건가…?’

그런 생각은 다시 떨리기 시작한 제스의 몸 때문에 사라졌다.

“흐으윽…!”

“..! 제스, 왜 그래…!”

나는 다급하게 제스를 내 상의 안쪽에서 꺼냈다. 제스는 어느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나는 소매로 제스의 얼굴을 닦아주고는 제스를 다시 품에 안았다.

“쮜,님 아파…흐끗,아파아..”

“아냐,아냐. 나 안 아파. 뚝,뚝하자.”

내가 어화둥둥 달래줘도 제스는 쉽사리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제스가 정말 서럽게 울자 아이들도 당황한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노,노아 어쩌지? 제스가 계속 울어.”

“..”

입술이 희게 질릴 정도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던 노아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럽게 우는 제스에게 말했다.

“그렇게 계속 울기만 하면 이 녀석이 곤란해하잖아. 넌 그러고 싶은 거야?”

“아니,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

“흐으으..”

세상에 노아에몽!

노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스가 눈물을 그치며 훌쩍거렸다. 나는 새삼 ‘육아 천재’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노아를 바라보았다. 내 존경심이 느껴지니?

“ 리안도 식사를 마저 해야하니까 . 그만 떨어져.”

노아는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좀 더 다정하게 얘기해 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려는 순간, 제스가 꾸물거리며 내 품에서 벗어났다.

‘풉..’

찐빵처럼 부어오른 눈과 볼이 너무 귀여워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 마른침을 삼켜 겨우 웃음을 참았다.

“흡,흐으…쭈인님 내가 콕..지켜주께에..”

“응, 그래 고마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옷을 꼭 부여잡은 채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게 귀여워 오구오구하는 톤으로 대답했다. 제스는 꽉 잡고 있던 내 옷을 놓고 내 다리 위에서 내려갔다.

토도독.

제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걸 바라본 후, 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네 덕분에 잘 넘어갔네. 나중에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들어줄 테니까.”

“…뭐든지?”

“그렇다고 들어줄 수 없는 건 안 되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선 안에서 라면 얼마든지!”

“그래? 그럼…밥 먹고 나 좀 따라와.”

“…?”

뭐지? 나한테 뭘 시키려는 거지?

불안감이 슬금슬금 밀려왔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하며 남은 식사를 처리했다.

그 날따라 아이들이 나서서 설거지와 정리를 한다고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빠르게 식당을 벗어났다.

텁.

“가자.”

“어? 바로?”

식당을 나서기 무섭게 노아가 내 팔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갔다. 네로는 혼자 둬도 괜찮나 싶어 뒤를 돌아보자, 자기 나이 또래 아이들과 식당 정리를 하고 있는 네로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꽤 평화로워 보여 흐뭇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다행이다. 잘 적응하고 있구나.’

시선 끝에 네로의 모습이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노아쪽을 바라보았다. 노아는 내 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노아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같이 걸어가자 순식간에 복도를 지나쳐 숙소에 도착했다. 각각 4명씩 들어가 쉴 수 있는 방이 좌르륵 자리 잡고 있었다.

노아가 나를 끌고 들어간 건, 노아와 나, 네로가 함께 쓰는 방이었다. 아이들 수가 홀수다 보니 셋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달칵,쾅!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노아는 거친 손길로 문을 닫아버렸다.

쿵!

동시에 내 몸이 뒤로 밀려 문에 부딪혔다. 노아는 눈을 매섭게 빛내며 내 옷자락을 잡았다.

“저,저기 노아?”

노아는 내 말을 가볍게 씹고는 내 상의를 확 위로 젖혔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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