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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쿵쿵쿵!

         

       “…”

         

       -쿵쿵쿵!

         

       “…아, 뭔데…”

       

       무언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객실 안을 가득 메웠다. 처음엔 빗소리인 줄 알았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규칙적으로 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제야 사재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벌컥!

         

       잠금쇠를 풀고 창문을 열었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 들어와 노곤한 정신을 일깨웠다.

         

         

       -까악!

         

       “…뭐야, 너였냐.”

         

       곧 사재혁은 창문틀에 앉아 있는 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까마귀는 창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즉시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정수리에 흰 털이 나 있는 이 까마귀는 사재혁에게도 익숙한 존재였다. 그의 요람 동기생이자 옛 전우인 목진우의 까마귀였으니까.

         

       목진우는 현재 정보총국의 마사다 지부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보안 회선을 통해 연락을 보냈다는 건, 자신에게 무언가 부탁할 일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단순히 안부를 물으려 했다면 호텔에 깔린 전화선을 썼을 테니.

         

         

       “너, 물…에이, 아니다. 그거나 줘 봐.”

         

       까마귀는 바닥에 깔린 카펫 위에서 신나게 물기를 털어대고 있었다. 이를 본 사재혁이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체념하고는 까마귀에게 손을 내밀었다.

         

         

       -까악!

         

       사재혁의 손짓을 본 까마귀가 다리에 묶여있던 종이 다발을 부리로 집어 건넸다.

         

       종이를 받은 사재혁이 창가의 흔들의자로 가서 앉았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사재혁은 다발의 끈을 풀고 손바닥을 그 위에 올렸다. 묵직한 흑색의 입자가 그의 손을 통해 종이로 흘러 들어가자 아무것도 없던 흰 백지에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자. 또 무슨 귀찮은 일을 시키려고 그러는지.”

         

       편지에는 간단한 수도의 근황과 함께 최근 벌어진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마사다 광역권 동북부에 있는 한 소규모 거주지가 얼마 전 마족의 습격을 받았으며, 주민들은 한 명의 소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망했다는 것,

         

       이는 지난번 토벌에서 포위망을 빠져나간 마족 잔당이 벌인 일로 추정되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현재 정보총국은 수도의 일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어 사람을 뺄 여력이 없으니, 이쪽의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만 그 소년의 신변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 목진우의 용건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윽.”

         

       역시나 귀찮은 부탁에 눈살을 찌푸리려던 찰나였다. 사재혁이 별안간 왼쪽 가슴께를 손으로 붙잡았다.

         

       곧 혈관이 불에 타는 듯한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해묵은 상처는 13년의 세월 동안 끈질기게 그를 괴롭혀댔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정도가 유난히 심했다.

         

       사재혁은 익숙한 듯 품에서 약담배를 찾아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를 빨아들이니 한층 통증이 가시고 정신이 안정되는 게 느껴졌다. 사재혁은 다시 흔들의자에 몸을 파묻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사실 근래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딱히 그의 부대가 이번에 남하한 마족의 섬멸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사재혁과 그의 부대는 이미 세자릿수가 넘는 마족을 참살한 전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뿔이 여러 개 달린 고위급 마족의 숫자도 수십 이상이었다.

         

       그런 전공을 가진 부대가 토벌군으로 투입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지원요청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진해서 나섰을 것이다.

         

       그의 심기를 어지럽힌 건 다른 쪽의 일이었다.

         

       워낙에 큰일이었기에, 이번에는 토벌의 보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하지만 사재혁은 수도에 방문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

         

       장엄한 게이트 안으로 발을 들일 때면 언제나 옛 기억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거기에 더해 탐욕스러운 권세가들의 썩은 내를 맡는 것 또한 여간 고역이 아니었고.

         

       그들의 권력 다툼은 십여 년 전 자신이 떠날 때보다도 더욱 격해져 있었다.

         

       자신의 가문은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였지만 이들은 여전히 먹잇감을 탐하는 아귀처럼 싸워댔다.

         

       심지어 최근에는 무력 충돌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었고, 이는 목진우가 정보총국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날마다 패를 갈라 싸워대니 나라 꼴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몇십 년간 힘들여 개척한 변방은 갈수록 폐허로 변해갔다. 마수와 범죄자들은 곳곳에서 제 세상인 듯 활개를 쳤다.

         

       이번 토벌에서도 분명 물 샐 틈 없게 포위망을 완성했을 터지만, 각 파벌이 공을 다투느라 공조가 느슨해지는 틈을 타 구멍이 생겨 버렸다.

         

       지금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년은 그런 한심한 혼란의 피해자인 것이다.

         

         

       “…받을까.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한데.”

         

       사재혁의 생각으로는, 이 의뢰는 목진우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핑계였다.

         

       그는 사재혁이 수도와 고위 마법사 가문들을 환멸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번 일은 66부대의 권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기에 나중에 무언가 트집잡힐 위험도 없다.

         

       어차피 휴식을 마친 뒤에 원래 임무지인 동부로 돌아가려고 했으니, 그전에 잠깐 들리는 셈 치면 되겠지.

         

       사재혁은 곧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종이를 뒤집어 가(可)라는 글자를 새긴 뒤 다시 봉인해 까마귀의 부리에 물려주었다.

         

         

       -까악!

         

       종이 다발을 전달받은 까마귀는 즉시 비 내리는 창문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벌컥!

         

       “진짜! 갑자기 비가 내리는 게 어딨는데!”

         

       “시끄러워…누가 보면 지만 비 맞은 줄 알겠네…”

       

       “그래도 오늘 살 건 다 샀잖아. 이 정도면 다행이지…”

         

       까마귀가 사라짐과 거의 동시에 객실의 문이 열렸다. 곧 세 명의 여성이 객실로 몰려들었다. 저마다 떠들어대는 소리가 사재혁의 정신을 다시 혼미하게 만들었다.

         

       악취를 피해 호텔 스위트룸에 틀어박힌 그와 달리, 그의 단원들은 쇼핑이다 뭐다 하며 그간의 한을 풀며 신나게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너넨 질리지도 않냐? 대체 옷을 몇 벌이나 산 거야?”

       

       사재혁이 핀잔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려있던 겉옷을 집어 들었다.

         

       막 쇼핑백들을 내려놓던 단발머리의 여성, 윤채원이 사재혁을 보며 말을 걸었다.

         

         

       “재혁. 나가려고? 밖에 지금 비 오는데.”

         

       “알아. 그리고 단장이라고 불러.”

         

       퉁명스러운 사재혁의 말에 세 명은 그대로 우뚝-굳어버렸다. 사재혁이 자신을 단장이라고 칭할 때는 다시 일할 시간이 돌아왔다는 뜻이었다.

         

         

       “…농담이지? 우리 딱 사흘 쉬었는데…”

         

       긴 생머리의 여성, 류세화가 한탄했다.

         

         

       “…나 아직 쇼핑 다 안 끝났는데…내일 일정까지 다 잡아놨는데…”

         

       포니테일의 여성, 예진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나 무표정을 유지하던 그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다음에 또 들리는 걸로 하자고.”

         

       “…아냐, 됐어. 이 정도면 많이 쉬었지. 그런데 보고는?”

         

       드물게 저자세인 사재혁의 태도를 본 윤채원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진우가 알아서 해줄 거야. 우리는 동북부로 간다. 채원, 방입자복 좀 찾아와 줘. 지금이면 수리가 끝났을 거야. 세화는 가서 짐 챙기고. 진아, 너는 차량 대기 시키고.”

         

       “알겠어.”

         

       “…알겠어.”

       

       사재혁의 지시를 들은 채원과 세화가 곧장 객실을 빠져나갔다. 거울 뒤 사재혁의 시야로 둘과 달리 우물쭈물하는 예진의 모습이 보였다.

         

         

       “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사재혁의 재촉을 들은 예진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오빠…아니, 단장. 사실 아까 고모랑 고모부를 마주쳐서…”

         

       예진의 말을 들은 사재혁의 손놀림이 우뚝-멈춰 섰다. 잠시의 침묵 후 사재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랑 어머니? 별일이네.”

         

       “…응. 그리고…단장의 안부도 물으셨어. 혹시 이번에는…”

         

       “진아. 그보다 늦겠다. 이제는 가서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응.”

         

       사재혁은 더 듣고 싶지 않은 듯 예진의 말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사재혁의 뜻을 확인한 예진이 체념하고는 채원과 세화의 뒤를 따라 객실을 나섰다.

         

         

       “후우…”

         

       홀로 남은 사재혁은 그제야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는 그가 호텔 객실에서 나서고 싶지 않던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사재혁이 몸을 돌려 옷매무새를 최종적으로 가다듬었다. 거울 속에는 키 크고 사나운 인상의, 어딘가 지쳐 보이는 눈빛의 남성이 서 있었다.

         

       그 목에 걸린 은제 로켓이 가볍게 흔들리며 짤그랑 소리를 냈다.

         

         

       ***

         

         

       “끄악…! 아파…아프다고!!”

         

       “아가리 닥쳐. 세화. 이 새끼 구속해서 끌고 가. 채원. 그놈은?”

         

       사재혁이 생포한 흑마법사를 군홧발로 잘근잘근 밟아댔다. 윤채원은 바닥에 나뒹군 흑마법사의 신체를 잠시 확인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체반응 없어. 팔이 잘려서 마기가 역류한 거 같은데. 흑마법사들은 역류가 더 심하게 일어나니까…”

         

       “쯧. 알겠어. 이쪽은 나랑 진이가 마무리할 테니, 넌 가서 세화가 심문하는 거 좀 도와.”

         

       “옙~”

         

       사재혁의 명령을 들은 채원이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흑마법사가 지르는 비명이 먼발치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단순 경호라고 했던 거 같은데.’

         

       목진우가 하는 부탁이 그럼 그렇지, 사재혁이 속으로 한탄했다.

         

       의뢰를 받자마자 출발했기에 목적지에는 상당히 빠르게 도착했지만, 뜻밖에도 소년은 이미 병원에서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다행히 도시의 게이트에서 소년의 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지나치게 안절부절못하던 의사를 내버려 둔 뒤 곧장 뒤를 밟았다.

         

       하지만 소년을 따라잡았을 때는 이미 구석에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전투를 개시했고, 성공적으로 제압까지 마친 게 지금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한숨 돌린 사재혁의 시선이 그제야 소년에게 향했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 그리고 왼쪽 눈가 아래쪽으로 길게 그어진 흉터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소년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에도 그저 멍하니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눈동자는 한 줌의 빛도 없이 공허한 색을 띠었다.

         

         

       “얘. 괜찮니? 어디 다친 곳은…”

         

       -타악!

         

       예진이 소년을 살펴보려던 찰나였다. 예진의 손을 소년이 쳐내며 가볍게 몸을 뒤로 젖혔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진아. 우선은 주변을 좀 밝히는 게 낫겠다.”

       

       “아, 그렇겠네.”

         

       사재혁의 말을 들은 예진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어둠 속에서는 그 누구라도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방금까지 목숨의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이었으니.

         

       예진이 손을 들어 올리고 마법을 사용하려는 손짓을 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주변이 밝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목의 입자배열기를 조작하던 예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네. 마법의 시전이 안 돼. PA는 멀쩡한 거 같은데…아까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됐어. 일단 내가 할게. 있다가 다시 정비해 봐.”

         

       사재혁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예진을 대신해 손을 올렸다. 그리고 PA에 저장된 빛무리 마법의 패턴을 그려냈다.

         

         

       “…?”

         

       그러나 사재혁의 PA도 반응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혹시나싶어 손으로 직접 마법식을 구성해 봤지만 이번에도 마법은 시전 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반복해 봐도 묵묵무답이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단 애초에 입자가 전혀 모이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벌써 노화가 시작됐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사재혁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어떤 직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십수 년의 세월 동안 전장에서 살아남은 군인의 감이었다.

         

       사재혁은 다시 소년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여전히 공허한 눈빛으로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재혁의 직감은 계속해서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

         

       잠시 고민한 사재혁이 품속에서 입자 필터기를 꺼내 들었다. 편광처리 된 감응석을 통해 대기 중의 입자 농도를 파악하게 해주는 안경 형태의 도구였다.

         

         

       “이게…뭔…?”

         

       필터기를 쓰고 주변을 둘러본 사재혁의 얼굴에는 드물게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베셀 입자는 그 농도가 낮을지언정 대기의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러니 입자를 필터링한 감응석이 보여주는 주변의 풍경은 작고 반짝거리는 빛의 알갱이들로 가득 차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사재혁의 주변은 차갑고 무거운 밤의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을 뿐이었다. 활성화된 입자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재혁이 다시 손을 펼쳐봤지만 여전히 마법은 시전되지 않았다.

         

         

       “…”

         

       잠시 고민하던 사재혁은 한 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주변에서는 대기 중의 입자뿐만 아니라 내재화된 입자 역시 비활성화되는 게 아닐까.

         

       그러니 PA를 사용하든 직접 식을 작성하든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사재혁의 시선이 다시 소년에게로 향했다.

         

       소년을 둘러싼 반원형의 경계 너머에서는 여전히 허공의 입자 알갱이들이 반짝거렸다. 소년의 미세한 움직임을 따라 공간의 경계가 이동하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사재혁은 이 공간이 소년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단장, 뭐 해?”

       

       사재혁은 예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경계의 바깥으로 나섰다. 그리고 다시 빛무리 마법의 식을 작성했다.

         

       예상처럼 이번에는 문제없이 마법이 발동되었다. 사재혁의 손바닥 위에 둥둥 떠 있는 빛의 공이 생겨나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어…! 됐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기계 오류였나…”

         

       예진이 빛의 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재혁은 빛무리 마법을 유지한 채로 다시 경계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경계에 빛의 공이 맞닿는 순간, 공은 순식간에 잘게 부서져 그대로 대기로 흩어져버렸다.

         

       정황을 봤을 때, 주변의 입자를 비활성화시키는 이 현상이 소년에게서 기인했다는 건 거의 확실하다.

         

       만약 소년이 자신의 의지대로 이 현상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는 마법사의 천적이나 다를 바 없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는 그저 무력한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니까.

         

       비단 마법사뿐만 아니라, 마족과 마물을 포함하여 입자에 감응한 모든 생명체는 소년의 앞에서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

         

       사재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일찍이 이와 비슷한 종류의 능력을 지닌 자들과 조우한 적이 있었다.

         

       마법도 뭣도 아닌 불가해의 영역, 곧 권능을 품고 있는 존재는 그가 알기로는 단 하나뿐이었다.

         

       마녀.

         

       그의 삶을 진창에 빠뜨려버린 13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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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cting the Villainess of the Academy

Correcting the Villainess of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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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reunited with the girl who left me when I lost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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