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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아르테가 들어갈 동아리의 정보를 알아냈어.”

       

       

       점심시간이 끝나기 직전, 시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아멜리아가 다급히 시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딘데?”

       

       “아르테는, 네가 들어가는 동아리에 들어갈 셈이야.”

       

       “뭐?”

       

       “이유는 모르겠어. 다만, 그녀는 너에게 상당히 관심을 표하고 있어. 네가 말했던 대로.”

       

       

       시우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전생에 나라라도 팔았던 걸까?

       

       

       “그러니까 물을게. ···어디로 들어가고 싶어?”

       

       “글쎄. 무난하게 검술 동아리라던가?”

       

       “검술이라. 그것도 괜···.”

       

       

       ···이상하다.

       

       마치 세계가 한번 뒤틀리는 듯한 감각.

       

       시우는 무언가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무언가가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게 착각이었을 수도.

       

       분명히 공격받지 않았음에도, 직감이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우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아니, 검술보다 탐험 동아리는 어떨까?”

       

       “···탐험?”

       

       “응. 그녀의 목적은 아카데미에 숨겨진 비밀의 방. ···그러니, 아카데미 내부를 쏘다닐 수 있는 탐험 동아리가 제격일 거야.”

       

       “그거 괜찮네. 그러면 거기로 하자.”

       

       “좋아. 그렇다면 아르테에게 이야기하자.”

       

       

       떨떠름하지만 어쩔 수 없나.

       

       그녀를 감시하려면 같은 동아리에 들어있는 게 좋겠지.

       

       

       “아르테는···. 찾을 필요는 없겠지. 금방 기다리면 나타날 거야.”

       

       “확신하는구나.”

       

       “너도 방금 겪었잖아. 그녀는 우리가 어디 있는지 보고 있는 것 같아. 적어도 감시는 하고 있다고 봐도 괜찮겠지.”

       

       “으음…”

       

       “혼자 만날 때는 너무 긴장했지만, 이제 괜찮아. 익숙해졌어.”

       

       

       아멜리아의 추측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도 대화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불쑥 나타났으니까.

       

       그녀의 말대로 잠깐 기다리고 있자, 아니나 다를까.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나타났다.

       

       

       “어라, 여러분.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시나요?”

       

       “아, 별거 아니야. 무슨 동아리에 들어갈까 생각 중이었거든.”

       

       “흐음···. 시우 군은 어느 동아리로?”

       

       “나랑 같아. 탐험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했어.”

       

       

       아르테의 입꼬리가 곡선을 그리며 휘었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거 잘됐네요. 저도 그곳에 들어갈까 싶었거든요. 셋이서 함께네요!”

       

       

       아멜리아는 그녀가 내가 들어갈 동아리에 같이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저건 거짓말이다.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니 말하는 것뿐이야.

       

       뭔가 그녀에게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교사들은 증거가 없으면 우리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세상이 뒤집힐만한 아티팩트가 유출되겠지.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사람들을 지키는 영웅이 되고자 아카데미에 들어왔으니까.

       

       탐험이라는 명목하에 아카데미를 돌아다니기 쉬운 이 동아리가 제격이다.

       

       그녀 몰래 비밀의 방을 찾아야 하니까.

       

       그녀가 나를 감시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나마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아멜리아가 있어 다행이었다.

       

       혼자였다면 부담감에 정신을 놓아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럼, 동아리 입부 신청하러 가실까요!”

       

       “좋아, 가자.”

       

       

       

       ***

       

       

       

       “입부 희망자 세 명?!”

       

       

       선배로 추정되는 여학생이 잔뜩 흥분했다.

       

       입부 희망자가 세 명이라는 게 그렇게 기쁜가?

       

       

       “선배, 다른 부원분들은?”

       

       “어, 그게···.”

       

       

       그녀가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좋아, 대충 알겠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이 없더라도 저희는 동아리에 가입할 테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

       

       “후후, 비밀이에요.”

       

       “굉장해! 굉장해! 알려줘!”

       

       [역시 너무 고전적일까요?]

       

       

       별거 아니다.

       

       폐부하기 직전의 사람 없는 동아리.

       

       그곳에 입부하는 주인공과 친구들.

       

       주인공의 활약으로 승승장구해서 순식간에 저점에서 고점으로 뛰어버리는 동아리의 위상.

       

       어디에서나 볼 법한 클리셰잖아.

       

       그런데 그걸 소설 보고 알았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고.

       

       적당히 신비주의인 척 넘어갔더니 동아리 부장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뭔가 기쁘네. 이래서 반응 좋은 사람들이 인기 있는 걸까?

       

       

       “아, 아 참. ···저기, 미안하지만 우리 동아리에는 사소한 전통이 있어!”

       

       “전통이요?”

       

       “으응. 입부할 때, 종이를 동아리방에 숨겨놓고 찾는 건데···. 그냥 재미로 하면 괜찮아.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재미있겠네요. 할게요. 여러분들은?”

       

       

       시우와 아멜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 있는 모양이네.

       

       아마 이것도 작가님이 심심해서 넣은 장치가 아닐까?

       

       일단 탐험 동아리니까. 숨겨진 물건을 찾는 것도 능력이다, 뭐 그런 거겠지.

       

       주인공이 순식간에 숨겨둔 물건을 찾고, 갱장해애애앳! 하면서 칭찬 한 번 받고.

       

       자연스럽게 능력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런 거 아냐?

       

       그래서 덥석 붙잡았다.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아하니 굳이 하지는 않아도 되는 모양이지만, 전개를 위해서라면 이쯤은 할 수 있지.

       

       

       [헤, 보물찾기! 재밌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야.

       

       

       “아, 잠깐 눈 좀 감아줄래? 종이를 숨겨야 하니까.”

       

       [···? 독자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어처구니가 없어 표정이 찌그러진 걸 본 걸까.

       

       작가님이 의문을 표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구나.

       

       작가님에게 소설 내 장치 같은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끝났다. 자, 이제 찾으면 돼!”

       

       

       시우와 아멜리아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의기양양하게 웃는 부장. 쉽게 찾지 못할 거라는 자신이 있어 보였다.

       

       

       “히, 이건 꽤 찾기 힘들걸!”

       

       “으으음, 변한 게 없어 보이는데···.”

       

       

       시우와 아멜리아가 이리저리 동아리방 내부를 둘러보다, 생각보다 찾기 힘들 것을 직감하고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여기 왜 이렇게 넓어?

       

       

       “동아리방이 좀 넓네요?”

       

       “···예전에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음, 클리셰적인 설정. 맘에 들어요.]

       

       

       하라는 전개 생각은 안 하고, 설정이나 짜고 있었다니.

       

       얄밉다.

       

       

       “···못 찾겠는데. 시우, 너는?”

       

       “미안. 나도 무리야.”

       

       [직감은 아직 물리적인 위협만 눈치챌 수 있으니까요! 못 찾는 것도 당연해요!]

       

       

       뭐 하는 거야.

       

       이럴 때는 당연히 주인공을 띄워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못 찾는구나···.”

       

       

       잔뜩 들떠있던 부장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자기가 숨겨둔 물건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실망한 모양이었다.

       

       ···아, 진짜. 보기 힘드네.

       

       어쩔 수 없지.

       

       

       “흠, 다들 수행이 부족하신 거 아닌가요?”

       

       “···어?”

       

       “자아,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참 쉽죠?”

       

       “우와아! 굉장해! 굉장해! 어떻게 한 거야?!”

       

       “후후, 비밀이에요.”

       

       

       반장갑의 실을 조금 풀어내 부장이 숨겨둔 종이를 순식간에 꺼내 들었다.

       

       도대체 왜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동상의 콧수염 아래에 하나.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 하나.

       

       마지막으로, 부장의 신발 뒤꿈치에 삐져나오게 설치해둔 종이 하나.

       

       총 세 개다.

       

       어디, 뭐라고 적혀있나 볼까.

       

       

       “···탐험 동아리의 입부를 환영합니다?”

       

       “헤헤, 신고식 같은 거야. 우리 동아리는 신입생이 들어올 때 항상 보물찾기를 했거든.”

       

       

       헤에.

       

       

       탐험 동아리의 설정은 어떤 식일까, 생각했는데. 이런 식이구나.

       

       

       [그런 설정이구나···.]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짜놓지 않는 건 적당한 설정으로 짜이니까요. 가만히 놔두면 그 설정으로 굳어버리겠죠. ···뭐, 이것도 괜찮나.]

       

       “어때, 재밌었지?”

       

       “네, 재밌었네요.”

       

       

       잔뜩 흥분해서 즐거워하는 부장을 뒤로하고, 시우와 아멜리아에게 다가갔다.

       

       

       “···? 여러분, 왜 표정이 그렇게 어두우시죠?”

       

       “어떻게 찾은 거야?”

       

       “네?”

       

       “그렇게 자그마한 종이를,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아, 그거 말씀이신가요?”

       

       

       으음, 그렇게 어려운 트릭은 아닌데.

       

       아주 쉽고도 간단하지만, 나 말고는 할 수 없는 트릭이지.

       

       

       “비밀이에요. 후후.”

       

       

       그렇다고 말해주기는 싫었다.

       

       아니, 그렇잖아.

       

       실눈이라 눈 감은 것처럼 보여서, 부장이 숨기는 걸 다 보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저기서 저렇게 흥분하고 있는데, 이런 게 트릭이라고 어떻게 말해.

       

       울어버릴걸?

       

       

       

       ***

       

       

       

       “저걸 저렇게 쉽게 찾는다니···.”

       

       “아무래도 도촬 카메라 작전은 취소해야겠네.”

       

       “뭐?!”

       

       

       시우는 기겁했다.

       

       ···뭐? 도촬 카메라?

       

       

       “뭘 그렇게 놀라? 어쩔 수 없잖아. 증거를 찾으려면.”

       

       “하, 하지만 그건 범죄···.”

       

       “뭘, 괜찮아. 안 들키면 되잖아? 그리고, 위험할 때 그런 거 가리면 안 돼.”

       

       “···.”

       

       “걱정하지 마. 취소라고 했잖아. 저렇게 잘 찾는데, 설치하면 금방 들킬걸?”

       

       

       틀린 말은 아니다.

       

       아멜리아의 말대로 아르테가 위험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그래도 도촬이라니.

       

       그녀는 진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모양이다.

       

       

       “어떻게 해야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납치? 아니야, 주변에 친한 사람이 있을 리가. 도청? 으으음···.”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위험한 사람은 아르테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녀 말고도 위험한 사람이 내 옆에 한 명 더 있는 모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보이스피싱 당할 뻔 햇슴미다… 독자님들도 조심하세요.

    아, 그리고 표지 관련해서 그림작가님께 여쭤봤는데요.

    주말에 시작하는건지, 아니면 주말에 러프를 주신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주말즈음에 러프는 할거같은데 확신은 못하겠네요 <<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되겠네요! 15화 찍기 전에는 오지 않을까? 하고, 행복회로를 돌려보고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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