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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산서 유씨세가.

         

       산서 지역에선 제법 명망 있는 가문이지만 중원 전체를 놓고 보면 손가락, 발가락을 다 합친 수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애매한 가문.

         

       유화연은 그런 가문의 장녀로 태어났다.

         

       날 때부터 완성된 이목구비를 지니고 태어난 그녀는 온갖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때는 자신이 공주님인 줄 알았다. 실제로 유씨 가문은 산서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무림 세가였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교만해질 무렵, 그녀는 진짜와 마주했다.

         

       아버지, 오라버니와 함께 유람을 떠난 항주에서 만난 권세 높은 가문의 안주인을 말이다.

         

       뱃놀이를 위해 호화로운 배 한 척을 빌려 나서려 할 때 그녀는 느지막이 등장했다.

         

       -미안하지만, 배를 양보해줄 수 있나요?

         

       그녀의 말 한마디에 산서 지역에서는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 없던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며 곧장 배를 양보했다.

         

       자신이, 유씨세가가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행동, 몸짓 하나하나에 고아함이 깃들어 있는 그녀처럼 되고 싶다고.

         

       그녀의 교만은 그곳에서 끝을 고했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났다.

         

       타고난 미모만으론 부족하다 여겼다. 그래서 지식을 기르고, 무공을 익혔다. 재능이 있고, 그를 뛰어넘는 욕망이 있어 나날이 성취를 이루었다.

         

       허나, 인생이 어디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법이던가.

         

       난데없이 약혼자가 생겼다.

         

       상대는 유화연의 아버지이자 유씨세가의 가주인 유강호가 무림을 유람하던 시절 인연을 맺게 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져온 섬서백가 가주의 차남.

         

       서로 자식을 낳게 되면 인연을 맺어주자던 오래전 약속에 정해진 약혼자는 해맑게 웃는 미소가 매력적인 소년이었다.

         

       섬서백가.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와 종남파에 밀리긴 해도 저력 있는 가문이다.

         

       유씨세가와 마찬가지로 오대세가에 들지는 못하지만 다섯 손가락을 열 손가락으로 늘리면 그 안에 능히 들어갈 가문.

         

       자신의 욕망보다는 부족하지만 두 가문의 가주들이 선택한 결정을 아무런 이유 없이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생각을 바꾸었다.

         

       눈앞의 소년을 성장시켜 백가의 가주로 만든다. 그 이후, 섬서백가와 유씨세가가 힘을 합친다면 능히 오대세가와 견줄 수 있는 성세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소년이 청년이 되고, 소녀가 어여쁜 숙녀가 되는 시간동안 함께 했다.

         

       계획은 실패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청년은 그 외모만큼의 무공 수위를 이룩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조급해졌다.

         

       이대로 백우진과 혼인을 하게 되면, 자신의 삶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까.

         

       상상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자꾸만 불길하고, 불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기에.

         

       웃는 얼굴의 안은 썩어갈 무렵, 그가 찾아왔다.

         

       오대세가의 으뜸, 천추제일검가(千秋第一劍家) 남궁세가의 적통.

         

       그는 숨김없이 제 마음을 드러내며 부딪쳐왔다.

         

       지쳐있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꽁꽁 숨기고 있던 속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공자께서는 저를…, 모두가 우러러볼 수 있는 자리에 데려다 줄 수 있나요?”

         

       이어지는 남궁수의 대답은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남궁세가 가주의 안주인이면 만족하겠나?”

         

       그때 그녀는 결심했다.

         

       백우진과는 여기까지라고.

         

       오랜 시간동안 맺어온 인연을 정리하기 위해 천천히 거리를 두려 할 때, 다시 한 번 이변이 찾아왔다.

         

       ‘어떻게….’

         

       백우진이 변했다.

         

       본인을 그토록 괴롭혔던 구왕수를 단 일수에 제압하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남궁수와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기세를 흘려대는 남궁수 앞에서도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흔들리는 건 남궁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찢어졌고, 백우진의 곁에는 언제나 그랬듯 신예화가 붙어있었다.

         

       복잡한 시선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남궁수가 그녀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밤, 잠시 만나지.”

         

       귓가에 전해지는 은밀한 음성.

         

       유화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수업이 끝난 뒤, 달마저 기울어진 늦은 밤에 그녀는 기숙사를 나섰다.

         

       학관 구석에 자리 잡은 정자에는 남궁수가 달빛 아래에 홀로 서서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가.”

         

       교태어린 음성에 남궁수가 등을 돌렸다.

         

       달빛에 드러난 그의 얼굴은 세상 심각해 보였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녀가 걱정어린 투로 묻자, 남궁수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놀라지 말고 들어, 연 매.”

       “무슨….”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전해졌다.

         

       “백우진…, 그놈이 우리의 사이를 알고 있다.”

         

       일순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유화연이 비틀거리자 남궁수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잔잔했던 호수에 파문이 일듯, 평온한 그녀의 숨소리가 급격히 거칠어졌다.

         

       “거, 거짓말이죠?”

         

       날 놀래키려고 장난치는 거죠?

         

       그러나 남궁수는 그녀의 마음을 배반하듯,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이 직접 내게 얘기했다.”

         

       그는 실전 비무학 시간에 백우진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도 백우진이 버젓이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날름 채가려는 행동은 말이 되냐고 말했다고 한 부분에서는 귓가에 천둥이 내리치는 듯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오히려 이 순간이 기회라고 본다.”

       “무슨… 뜻인가요?”

       “백우진과 파혼해라, 연 매.”

         

       아까 전의 대화에서 원하는 게 뭐냐는 자신의 질문에 백우진은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지만, 남궁수는 이를 믿지 않았다.

         

       ‘뜸을 들이는 걸 테지.’

         

       밥맛을 살리기 위해 뜸을 들이듯, 더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해 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원하는 건 뭐든 내가 들어주겠다. 그러니, 넌 나를 믿어라.”

         

       남궁세가의 적통이기에 할 수 있는 대담하고도 듬직한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슴 속 불안감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아니, 애초에 지금 느끼는 것이 불안감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지금, 그녀는 단 하나만큼은 확신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지난 주말, 잠시 마주쳤던 백우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단 한 번도 연 매라고 부르지 않던 그의 모습에서 느낀 의아함이 이제야 해소됐다.

         

       그때의 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까.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년이라고 욕하고 있으려나, 아니면 저주를 퍼붓고 있으려나.

         

       머릿속 해맑게 웃고 있던 그가 원독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마구 저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제가 직접 얘기를 나눠볼게요.”

         

       돌이킬 수 없다. 아니, 없어졌다.

         

       늦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입으로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게 맞는 거겠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그럴게요.”

         

       남궁수의 따스한 말에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은 유화연은 억지로 미소를 피어 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아침부터 거나하게 한 잔 걸친 뒤 기숙사를 나선 백우진이 향한 곳은 본관 1층 중앙 복도에 위치한 의뢰소였다.

         

       “앞으로 두 번이라….”

         

       의뢰소는 한산했다. 부지런한 이들은 대부분 학기 중간 즈음에, 조금 빠듯한 이들도 지금쯤이면 대부분 필수 점수를 채운 뒤였다.

         

       이곳에 남은 이들은 게으름뱅이거나, 생계를 위해 임무 완수시 떨어지는 보상금을 노리는 이들이거나 그도 아니면 학관이 따분하여 밖으로 나돌고 싶거나 셋 중 하나였다.

         

       “어디 보자.”

         

       의뢰소를 찾는 생도가 적은 만큼, 의뢰 또한 그 수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하나 같이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어렵지는 않지만 복잡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꽝 수준의 임무들 사이에 그나마 괜찮은 녀석이 손에 잡혔다.

         

       [상단 호위]

         

       난이도: 중

         

       배점: 3점

         

       제한 인원: 2인

         

       내용: 한중에서 사천 면양까지 향하는 상단의 호위.

        상단 이동 경로 중 태평산에서 마인을 보았다는 제보가 있어 난이도를 상향 조정함.

         

       보상: 하루 은자 한 냥

         

       한중은 학관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신법을 이용하면 서너 시간 안에 당도할 수 있다. 그리고 한중에서부터 면양까지의 거리는 대략 나흘에서 닷새.

         

       “그나마 이게 제일 나은데….”

         

       문제가 있다면 인원 제한이 2인이라는 점이다.

         

       “누구랑 가지?”

         

       신예화의 제안을 거절했던 과거의 자신이 죽도록 미워지기 시작했다.

         

       “으음.”

         

       고민어린 시선으로 의뢰소 주변을 한 번 슥 훑어보자 똥줄이 타고 있는 얼굴들이 제법 보였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그들 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녀석을 골라야겠지.

         

       “어디 보자.”

         

       말이 많지 않아 보이고, 오지랖 떨지 않고,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로 임무에만 집중할 사람.

         

       백우진 기준으로 괜찮아 보이는 녀석이 딱 한 명 눈에 들어왔다.

         

       길게 자란 머리, 앞머리에 감춰진 초조한 눈동자, 무엇보다 음침한 분위기.

         

       “저런 애가 딱이지.”

         

       소심하고 음침한 게 남이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절대 먼저 말 걸기는 힘들어 보이는 타입이다.

         

       백우진은 게시판을 서성이는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콕 찌르며 말했다.

         

       “이봐, 친구.”

       “히잇…! 누, 누구세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돌아서는 모습.

         

       생각한 그대로의 모습에 백우진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완벽해.”

         

       길게 자라난 앞머리 사이로 언뜻 비치는 눈동자가 이쪽을 이상한 놈 보듯 하고 있다.

         

       백우진은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딱 보니 너도 괜찮은 임무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맞지?”

         

       마주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던 그녀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그나마 괜찮은 의뢰가 있는데.”

         

       백우진은 손에 쥔 임무 쪽지를 펄럭이며 물었다.

         

       “괜찮다면 나랑 같이 가지 않겠어?”

       “시, 싫어요….”

       “어라…?”

         

       거절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투병 생황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몸이 많이 나아진 눈작 인사 올립니다.

    증상은 대부분 호전이 됐는데, 한 번 아프고 나면 바닥까지 떨어지는 이 컨디션이 아직까지 완벽하지가 못하네요,,,!

    다들 코로나 절대 안 걸리도록 조심하십시오!

    회자정리 파트가 원래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 이를 수정하느라 연재에 애를 좀 먹고 있네요.

    그래도 아마 내일 연재면 회자정리 파트는 끝이 나고, 새로운 파트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이따금씩 댓글로 전(前)이 될 약혼녀와 소꿉친구가 히로인이냐, 아니냐에 대해 여쭤보시는 분이 계십니다만,,,

    이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면 스포나 다름없는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보다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정말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벌써 조회수며 추천도 각각 9000에 900을 돌파했고, 선작도 무려 450…! 을 넘었습니다.

    기대해주시는 만큼, 보다 더 양질의 글을 뽑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감사드리는 김에 선작, 댓글, 추천 부탁드립니다,,,ㅎㅎ!

    오늘 밤도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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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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