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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무서운 사람을 피해 숨는 내용의 숨바꼭질이었다.

       

       무서운 사람의 역할은 나였는데, 공정성을 위해 귀와 코는 쓰지 않기로 했다.

       

       “이제 찾는다. 찾으면 마구 때릴··· 때리는 척 할거야.”

       

       나는 속으로 오 초를 더 센 뒤, 연못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정말 간단하게 새벽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음···”

       

       잘 접혀있는 네모난 상자였다.

       상자의 날개가 접혀있어 속이 보이진 않았지만, 안쪽에 새벽이가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검정색 꼬리가 상자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탓이었다.

       

       ‘꼬리를 신경 못 썼나 보네.’

       

       없던 신체 부위가 갑자기 생긴 거니까.

       적응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테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벽이를 향해 다가갔다.

       

       “새벽이가 어디 있으려나.”

       

       내 목소리에 살랑거리던 새벽이의 꼬리가 뚝 멈춰 섰다.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놀란 새벽의 꼬리가 주뼛 솟아올랐다.

       

       “으음.”

       

       언제나 무뚝뚝한 새벽이가 꼬리만큼은 솔직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다.

       

       “···여긴 없나 보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벽이 옆을 지나쳐갔다.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 건지, 쭈뼛 솟아올랐던 새벽이의 꼬리가 다시금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새벽이가 귀여웠다.

       그녀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이제 그만 잡기로 했다.

       

       “새벽이 찾았다.”

       

       덥썩-

       상자 밖으로 튀어나온 새벽의 꼬리를 붙잡았다.

       내 꼬리와 완벽하게 똑같은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어라.”

       

       접힌 상자가 열리고 새벽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목소리와 표정은 무뚝뚝했으나, 꼬리는 놀람을 표하고 있었다.

       

       “상자에 숨은 거 어떻게 알았어?”

       

       “여기 상자 밖으로 꼬리가 나왔거든.”

       

       “꼬리가?”

       

       “응. 꼬리가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렵지 않아?”

       

       꼬리가 없는 사람들은 이 어려움을 잘 모르겠지.

       나와 같은 불편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응. 꼬리가 쉬우면서도 어려워.”

       

       새벽의 귀와 꼬리가 축 가라앉았다.

       일찍 들켜서 실망한것 같았다.

       

       새벽이에겐 미안했지만, 규칙은 규칙이니까.

       술래잡기의 룰대로 그녀를 억압하기로 했다.

       

       “···근데 진짜로 때리는척 해?”

       

       “응. 원래 그렇게 하는 놀이니까.”

       

       원래라니.

       이 세계는 숨바꼭질은 그렇게 하는 건가?

       아직 이 세계의 상식이 부족한지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마나가 있는 세계니까.’

       

       조금 폭력적이어도 다치지는 않겠지.

       나는 애써 납득한 뒤 새벽이를 향해 주먹을 들어 보였다.

       

       “이리 와라. 마구 꿀밤을 때려주겠다. 머리채도 잡아당길 테다.”

       

       “으앙.”

       

       새벽이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는 척을 했다.

       누군가 우리의 곁으로 다가온 게 그때였다.

       

       “겨울아, 뭐하는 중이야···?”

       

       옆을 돌아보자, 정유나가 당황스럽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희 숨바꼭질 하고 있어요.”

       

       “숨바꼭질···?”

       

       “네.”

       

       “숨바꼭질 하는데 왜···”

       

       왜라니.

       뭔가 잘못하기라도 한 건가?

       새벽이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숨바꼭질이 왜요?”

       

       “너무 무섭게 하는 거 같아서.”

       

       “···숨바꼭질 원래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원래 그런 거야···?”

       

       정유나가 의문을 표한다.

       아무래도 숨바꼭질에 대해 잘 모르는듯 싶었다.

       

       “숨어있다 들키면 마구 때리는 놀이잖아요. 맞는 사람은 살려주세요 하면서 빌고.”

       

       “그건···”

       

       정유나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린다.

       마치 두렵고 끔찍한 걸 본 사람 같았다.

       

       “왜 그러세요?”

       

       “아, 아냐··· 겨울이랑 새벽이한테는 그런 놀이겠구나 싶어서.”

       

       “아하.”

       

       우리한테는 그런 놀이라니.

       자꾸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다른 사람들을 찾기로 했다.

       내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저희 이제 다른 사람들 찾으러 갈게요.”

       

       “응.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네에.”

       

       같이 온다면야 나야 좋았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다면 힘이 덜 들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함께 다른 사람들을 찾아 함께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새벽이의 머리를 콩콩 두드리는 걸 잊지 않았다.

       

       

       **

       

       

       “우아아.”

       

       숨을 곳을 찾아 연못 근처를 뛰어다니던 레비나스는, 키가 큰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얼굴에 상처가 있고 팔에는 흉흉한 문신이 있는 남자들이었는데, 레비나스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레비나스를 도와줘라!”

       

       “음?”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레비나스의 손짓에 이끌려 이리저리 움직여졌다.

       레비나스는 그들로 상하 좌우를 막는 벽을 만들고는, 그 속에 들어가 숨었다.

       

       “우리 뭐 하는 거야?”

       

       “숨바꼭질한다!”

       

       “아···”

       

       큰 사람들로 벽을 만든 건가.

       사내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의 놀이를 망치지 않기 위해 가만히 있어주었다.

       멀리서 조막만한 아이가 다가온 것이 그때였다.

       

       아이는 공원을 오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의 곁에 새로온 아이와 정유나가 함께 있었다.

       

       “레비···”

       

       겨울이 레비나스를 향해 다가오다 말고 자리에서 멈춰 섰다.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에, 사내 중 누군가가 비킬 듯 말 듯한 자세로 엉거주춤하게 서버렸다.

       

       “끙.”

       

       그야 아이라면 겁에 질리는 게 당연하겠지.

       벽을 만든 이들도 자신들의 외모가 무섭다는 건 알고 있었다.

       딱히 폭력조직 같은 건 아니었지만.

       

       “레비나스···”

       

       겨울이 몸을 떨며 레비나스와 사내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 모습에 사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두 눈을 질근 감았다.

       

       그냥 비켜주자니 숨어있는 아이에게 미안했고, 가만히 서 있자니 아이가 두려워한다.

       이래도 저래도 악수인 상황에 그들은 숨이 턱 막혀옴을 느꼈다.

       

       “크흠.”

       

       “커흐음.”

       

       남자들이 괜스레 침음성을 흘린다.

       무서운 외모와는 달리 상냥한 그들의 태도에 정유나가 후후 웃었다.

       

       “레비나스 찾았다.”

       

       겁에 질린 겨울이를 대신해 정유나가 입을 열었다.

       키가큰 사람들의 틈에서 레비나스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왕아, 레비나스 찾았냐?!”

       

       “응···”

       

       “우와! 왕이 숨바꼭질 되게 잘한다!”

       

       “응.”

       

       겨울이 사내들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어째선지 그들은 안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왕이는 숨바꼭질의 천재인 가봐!”

       

       “그, 그 정도는 아닌데···”

       

       헤헤.

       어색하게 웃는 겨울의 시선에 누군가 들어왔다.

       공원에 배치된 작은 구조물 뒤에 숨은 유상아였다.

       구조물이 너무 작아서 유상아의 몸이 전부 다 보였다.

       

       “······.”

       

       아이들보다도 숨바꼭질을 못 하다니.

       겨울과 일행들은 한참 동안 말없이 유상아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로지 정유나만이 유상아가 일부러 다 보이게 숨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서는 못하는 척 일부러 져주는 게 최고였으니까.

       

       “뿔뿔이 찾았다!”

       

       레비나스가 유상아를 향해 달려가 안겨들었다.

       구조물 뒤에 쪼그려 앉아있던 유상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이런, 들켰네요.”

       

       “응! 이번엔 레비나스가 찾는 거 할래! 찾는 것도 재밌어 보인다!”

       

       “그럴까요?”

       

       겨울과 일행들은 다 함께 숨바꼭질을 시작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정유나가 뒤를 돌아보며, 레비나스와 놀아주었던 사내들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드는 이들이었다.

       

       

       **

       

       

       수리 풀.

       블루문 여왕 거미의 거미줄을 가공해서 만든, 모험가들이 애용하는 수리 도구였다.

       풀을 뿌려 붙이기만 하면 세 시간 동안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 긴박한 상황에 주로 쓰이고는 했다.

       

       “음···”

       

       겨울이도 수리 풀이 필요할 때가 올 테지.

       한여름은 수리 풀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레비나스가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여름아!”

       

       “레비나스 왔어?”

       

       “응! 근데 이거 뭐냐?!”

       

       “이거 풀이야.”

       

       “풀?!”

       

       레비나스가 테이블 앞으로 달려와 앉았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수리 풀을 훑어보는데, 뭔가 재미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응. 인체에 무해해서 몸에 묻는 건 상관없는데, 먹거나 눈에 넣으면 절대 안 된다?”

       

       “알았다!”

       

       “헤헤, 그럼 언니는 잠깐 부엌 좀 다녀올게.”

       

       레비나스의 머리를 쓰다듬은 한여름이 부엌을 향해 이동했다.

       

       레비나스는 그런 한여름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먹거나 눈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인체에 무해한 풀이라고 했으니까.

       

       “왕아! 왕아!”

       

       레비나스가 수리 풀을 들고는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뒤늦게 집으로 들어온 겨울과 새벽이 귀를 쫑긋거렸다.

       

       “왜?”

       

       “레비나스한테 손 줘바라!”

       

       겨울의 꼬리로 물음표를 만들며, 레비나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레비나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겨울의 양손에 풀을 뿌렸다.

       

       “···이게 뭐야?”

       

       미끌끈적하다.

       접착력이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뭐지?’

       

       겨울이 킁킁거리며 손에 뿌려진 액체의 냄새를 맡는 그때.

       레비나스가 겨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새벽이도 반대쪽 손 잡아라!”

       

       “응.”

       

       오른손은 레비나스, 왼손은 새벽이가 붙잡았다.

       겨울은 뒤늦게 모두의 손이 달라붙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레비나스, 이거 접착제 아니야···?”

       

       “응! 근데 인체에 무해한 풀이래!”

       

       “그, 그래···?”

       

       겨울이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레비나스의 손이 함께 따라 올라왔다.

       떼어내 보려 손을 흔들지만, 접착력이 너무 강해 도무지 떨어지지가 않았다.

       

       “오···”

       

       이거 떼어내는 방법이 있는 거겠지?

       겨울이 붙은 손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어떻게 하면 ‘귀여운’ 사고를 칠 수 있을까!
    항상 고민 한답니다!
    레비나스가 혼나지 않을 정도의 사고를 쳐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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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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