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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데이트.

       

       

       보통은 연인들끼리 단 둘이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지크와 아이작의 경우는 아직 연인이 아니지만…… 덕분에 아이작은 고민이 많았다.

       

       

       현실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여자와 데이트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야 뭐 할 것은 많이 있었지. 대표적으로 영화나 산책, 아니면 보드게임 카페 등.

       

       

       그러나 이곳에서 평범한 데이트에 대해서 아이작은 자세히 모른다. 원작에서 묘사가 된 게 있긴 하지만, 대부분 스킵되거나 특별한 이벤트인 경우가 대다수라.

       

       

       정석적인 데이트라고 하기에는 보기 힘든 면이 있었다. 심지어 지금 법국은 전시 상황이 끝난 다음이라 분위기가 흉흉할 텐데. 거기서 데이트를 하는 게 맞나?

       

       

       “역시 지금이라도 취소를 해야…….”

       

       

       “마스터! 저는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왔나?”

       

       

       그러나 아이작은 끝까지 말을 잇지는 못했다. 바로 등 뒤에서 지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깜짝 놀란 아이작은 자연스럽게 지크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런데 마스터, 혹시 오늘 일정을 취소하려는 것은 아니시죠?”

       

       

       해맑게 웃고 있었던 지크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격변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입가는 웃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아이작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역시 그렇죠?”

       

       

       “물론이지.”

       

       

       그냥 말이나 꺼내볼까 생각했었던 아이작이지만. 이내 그런 생각마저 저 멀리 던져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취소라고 말을 했다가는, 매우 큰일이 일어날 것 같다.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자답게 제대로 해쳐나가는 수밖에. 그래, 언제부터 내가 이런 상황에서 도망쳤다고.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법국의 수도 글레이프는 생각보다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티르를 필두로 삼은 온건파들이 그 동안 오딘이 독점한 부와 자원을 흔쾌히 풀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도 오딘을 섬기고 있는 강경파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지만. 온건파의 수장 티르는 그 이유에 대해서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납득시켰다.

       

       

       “거리는 황폐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생기가 돌고 있네요.”

       

       

       “그렇겠지.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마스터, 저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립심.”

       

       

       지금까지 법국의 백성들은 주신 오딘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왔다. 마수들이 날뛰는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그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적어도 죽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의지를 모두 내려놓은 꼭두각시는 결국 자신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기를 들고, 스스로 나아가야만 하니까.

       

       

       “저 사람은…….”

       

       

       “주신 오딘님의 원수……!!”

       

       

       “어째 환영받는 느낌은 아닌데요?”

       

       

       “그야 그렇겠지. 저들의 입장에서 우리는 침략자일 테니까.”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침략자로 보일 뿐이다. 거기다 법국은 주신 오딘을 광신했었던 종교 국가였으니…….

       

       

       “마스터께서는 오히려 좋아하시는 느낌이군요.”

       

       

       “저들이 자의로 우리를 미워하고 있지 않느냐.”

       

       

       “그건…….”

       

       

       “본래 법국의 백성들은 모든 감정과 의지를 주신 오딘에게 맡겼었다.”

       

       

       그리고 그게 주신 오딘이 인간을 대했던 방식이기도 했다. 철저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서툴지만 스스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지. 아마 생각보다 더 빨리 세뇌에서 벗어날 지도 모르겠구나.”

       

       

       “마스터의 말씀을 듣고 보니,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슬슬 식사할 시간이 되었다. 혹시 적당한 식당이 있을까 살펴봤지만, 건물 대부분이 거의 문을 닫고 있었다.

       

       

       “제대로 된 식당은커녕, 문이 열린 곳이 얼마 없구나.”

       

       

       “아무래도 전쟁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겠지.”

       

       

       법국과 기드온의 전쟁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경미한 수준이냐면 그건 아니다. 특히 여러 협상 문제로 지출된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

       

       

       “거기다 아직 전쟁의 긴장이 풀리지 않았으니.”

       

       

       “맞는 말씀입니다.”

       

       

       ‘근데 이러면 내 계획이 나가리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시간이 워낙에 촉박했었기 때문에. 아이작은 일단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이작의 계획은 처음부터 실패했다.

       

       

       ‘젠장, 이제 어쩌지. 일단 밥은 먹어야 하는데.’

       

       

       “저기, 마스터.”

       

       

       “무슨 일이지?”

       

       

       “괜찮다면…… 제가 만든 음식을 드셔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음식을 싸왔다고? 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아이작은 깜짝 놀라서 다시 되물었다. 그러자 지크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음식을 싸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사실, 얼추 예상은 했습니다.”

       

       

       “그, 그렇군. 잘했다.”

       

       

       지크의 대답에 아이작은 힘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도 예상했는데, 정작 자신은 예상을 못 했으니. 아이작과 지크는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지크가 싸온 음식은 비상식보다는 차라리 도시락에 가까웠다. 전시 상황에 사용하는 음식통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피크닉의 분위기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니, 분위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지크가 직접 해온 음식이라는 게 가장 중요했다. 심지어 음식들 하나하나가 대부분 먹음직스러웠다. 따듯한 수프와 야채, 햄, 그리고 토마토가 들어간 샌드위치.

       

       

       “정말로 훌륭하구나.”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이작의 칭찬에 지크는 귀엽게 웃으면서 좋아했다. 지금까지 몰래 틈틈히 지니에게 배워왔던 것이 지금 빛을 발했다. 아이작은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었다.

       

       

       “음!”

       

       

       거기다 음식들 또한 단순히 빛 좋은 게살구가 아니었다. 샌드위치의 훌륭한 식감과 맛이 아이작의 눈을 번뜩 뜨게 만들었다. 지크는 침착하게 감상을 기다렸다.

       

       

       “정말 맛있군. 훌륭하다.”

       

       

       “정말입니까?!”

       

       

       “그래, 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혹시나 입에 안 맞지 않을까 싶어서.”

       

       

       두근.

       

       

       두 손을 모아가며 안도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는 지크를 보면서 아이작은 아주 잠깐이지만 가슴의 고동을 느꼈다. 방금 그 느낌은 뭐였지? 살짝 익숙한데.

       

       

       그러나 아이작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귀여워서 가슴이 두근거렸을 수도 있으니.

       

       

       애써 자신의 마음을 외면한 아이작은 재빨리 지크가 가져온 샌드위치와 수프를 전부 다 입에 털어넣었다. 너무 급히 먹다가 입천장이 데일 뻔한 것은 덤이다.

       

       

       “덕분에 잘 먹었다, 고맙다. 지크.”

       

       

       “아, 아니요. 그나저나 괜찮으세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급하게 입을 닦으며 아이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 식사는 지크에게 받았으니, 남은 것은 자신이 해야만 한다.

       

       

       “벌써 가시게요?”

       

       

       “음.”

       

       

       “잠깐 이곳에 앉아서 휴식하는 게 어떠신지요?”

       

       

       지크의 말에 아이작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심부에 위치한 분수를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공원과 나무들이 아이작을 반겨주었다.

       

       

       “……나쁘지는 않겠군.”

       

       

       확실히, 지크의 말대로 나쁘지는 않은 장소다. 발 아프게 이곳저곳 걸어다니는 것보단 차라리 제대로 자리를 잡고 쉬면서 계획을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스터, 괜찮다면…….”

       

       

       “음?”

       

       

       “제, 제 무릎을 배개로 삼아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모양인지. 지크의 얼굴은 물론이고, 심지어 귓볼까지 전부 붉어진 상태였다. 덕분에 아이작은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 하지만…….’

       

       

       모처럼 지크가 저렇게 용기를 내면서까지 제안한 일이다. 그것을 면전에서 거절하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작은 천천히 자리를 찾아 누웠다.

       

       

       “괘, 괜찮으십니까?”

       

       

       “의외로 부드럽구나.”

       

       

       “…….”

       

       

       지크는 매일 열심히 단련해서 딱딱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촉감에 놀란 아이작이 있는 그대로 말했고, 덕분에 지크는 바로 시선을 피했다.

       

       

       ‘설마, 성희롱처럼 느껴진 건 아니겠지……?’

       

       

       지크의 반응에 무안해진 아이작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눈알만 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에 아이작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자버리면 안 되는데.”

       

       

       “잠깐은 괜찮아요, 마스터.”

       

       

       “그, 런가.”

       

       

       “안녕히 주무세요.”

       

       

       지크의 무릎에 완전히 머리를 눕히고, 아이작은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완전히 잠에 빠진 마스터의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지크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꽤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

       

       

       이제는 완전히 풀어해친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오늘을 대비해서 지니에게 빌렸다고 쓰고 압수했다고 말하는 평상복까지. 덕분에 꽤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내가 아끼는 옷을 뺏어갔으니까. 하다못해 뽀뽀 정도는 확실히 하라고. 알겠어?!]

       

       

       가장 아끼는 옷을 어떻게든 사수하려다가 결국 빼앗기자 악밖에 남지 않은 지니의 외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지크는 곧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입술은 조금 빠르겠죠? 마스터.”

       

       

       이미 완전히 잠에 빠져버린 마스터에게 말하며, 지크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잠든 아이작의 이마를 향해서 가져갔다. 키스라고 하기에는 가볍고 장난스럽지만.

       

       

       동시에 거기에 담긴 것은 그만큼 마스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부디, 이 작은 키스에 진심이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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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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