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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마탑학회의 긴급소집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웬만해선 마탑에서 마법사들의 소집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사안은 그들을 소집시키는데 차고도 넘치리라.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 빼곡히 앉은 마법사들을 조금 떨어진 단상 위에 선 초로한 노인.

    그를 향해 비서가 다가가 귓속말로 전한다.

    “학회장님, 모두 모인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호출에 응해줘서 고맙다던가, 반갑다던가하는 인사치레가 끝나자, 그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샤에흐가 옳았습니다. 우리는 그의 기적식을 증명했어요.”

    깜짝발표. 

    그것도 굉장한 대형 발표였다.

    샤에흐의 기적식이 그동안 마법계에 가지던 권위를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한 일이다.

    “그게 정말입니까?”

    “말도 안돼, 그게 진짭니까?”

    “젠장, 늦었네.”

    누군가는 환호했고, 또 누군가는 탄식했다.

    환호하는 자들은 앞으로의 마법의 발전을 그리며 흥분하는 부류일 것이고, 탄식하는 자들은 자신이 늦은 것에 대한 한탄일 것이다.

    그러던 중, 누군가 손을 들고 질문한다.

    “대체 그걸 어떤 마법사가 증명한거죠?”

    그렇다, 그것이 그들의 최대 관심사.

    대체 그 악마적인 마법식을 증명해버린 자가 도대체 누군지 얼굴이나 좀 보자는 듯, 모두들 일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그들의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누군지 찾으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에 없으니까요.”

    그의 말에 다들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걸 증명한 마법사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좀 보고 싶었는데.”

    “음, 아무래도 무슨 중요한 일이 있나보네요. 이런 자리에 오질 않다니.”

    “아, 혹시 토레스, 그 친구입니까? 역시 언젠가 일을 낼 줄 알았죠.”

    그들의 추측성 발언에 노인은 고개를 젓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대로 놔두다간 그들끼리 알아서 샤에흐의 기적식을 풀어버린 가상의 마법사를 만들어버릴 것 같은 기세였기에.

    “증명한건 마법사가 아닙니다. 10살짜리 여자아이지요.”

    아주 잠깐의 침묵.

    몇명은 귀를 후비기도 하고, 또 몇명은 하하, 웃어버린다. 또 몇명은 그냥 멀뚱멀뚱 바라만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또 다른 질문이 튀어나오는 것은 또 오래지 않은 시간이 지난 순간이었다.

    “……죄송한데,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마치 정신병자를 바라본다는 듯 한 표정에 이번엔 굉장히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오해의 소지 없이 자세하게 대답해주기로 한다.

    “그것을 증명한 사람은 10살짜리 여자아입니다. 아카데미 마법경시대회에 출전했다가 잠시 화장실을 쓰려고 들린.”

    “…….”

    학회장의 말에 웅성거림이 딱 멈춘다.

    자그만치 200년동안 풀려오지 않았던, 마법계의 골머리를 썩히던 거대한 문제가 고작, 10살짜리 꼬마아이의 머리에서 허물어진 것이라니.

    적어도 몇십년간 이 바닥에서 온갖 이론과 증명을 섭렵한 대마법사급 인물들조차 명확하게 증명해내지 못한 마법식이다.

    그런데, 10살? 

    귀가 들어도 머리가 이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농담이신거죠?”

    “제가 110살을 잘못 들은겁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침묵이 깨진 뒤에 터져나온 소음은 이제 웅성거림의 수준이 아니었다.

    도저히 무슨 말들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외쳐대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하지만 도저히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테이블을 지팡이로 두드리며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마치 음소거가 된 것처럼 조용해진다.

    3클래스의 마법, 사일런스.

    발언권을 박탈하고 잠시 논쟁을 잠재우는데엔 그만한 주문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조금 잠잠해진 듯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입니다. 제가 일부러 거짓말을 하려고 여러분들을 긴급하게 소집할리도 없잖습니까?”

    “…….”

    그렇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뻐끔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남자를 향해 지팡이를 뻗고 주문을 읊는다.

    그는 발언권을 얻자마자 말을 쏟아낸다.

    “아니, 그럼 왜 이렇게 우리끼리만 모아두고 얘기하는겁니까? 당장 신문이고 TV고, 어떻게든 요란하게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왜 당사자를 이 자리에 부르지 않은겁니까?”

    한 마법사의 질문에 학회장은 이마를 짚는다.

    이것도 도저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일이다.

    “그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또 다른 문제를 부여한 루크는 혼돈에 빠진 마탑과는 정 반대로 평소와 다를것 없이 평범하게 지내는 중이다.

    “그리하여, 대런 왕자는 크리스티네 공주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끝이라네.”

    루크가 동화책에서 시선을 내리자, 디아나는 이미 눈을 감은채 잠에 빠져들어버린 상태였다.

    “……흐음.”

    목소리의 억양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분위기와 감정을 담았으니, 금방 자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파이도 꽤 나른한 모양인지, 정령이라 잠을 잘 필요가 없는데도 루크의 머리 위에서 눈을 감고 늘어진 상태였다.

    그렇게 파이의 존재를 마력으로 느끼며,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디아나를 바라본다.

    잠시 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은 꿈을 꾸는 것 같다.

    루크는 책을 옆에 치워놓고는 조용히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침대 옆, 작은 조명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천장이다.

    ‘불을 꺼야겠군.’

    평소같은 루크라면 자리에 눕기 전에 불을 끄고 누웠을 테지만,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제 단순한 마도기기라면 누워서도 몸을 일으킬 것 없이 의지만으로 조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하여 루크는 마력을 직접 조작해 라이트가 부여된 조명의 불빛을 껐다.

    그러자, 방이 어두워지면서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야광 별자리 스티커가 드러난다.

    그것은 디아나가 별자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다이튼이 사서 붙여둔 것이었다.

    루크도 그것을 바라보면 미소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동생을 위하는 다이튼의 그 마음이 너무나 사랑스럽지 않은가?

    실제 밤하늘에 비하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한 별자리의 형태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겨운 느낌이다.

    정성이 들어간만큼 마법이 깃들기 쉬워진다.

    그렇기에 루크는 그 야광 별자리에 들어간 다이튼의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포근한 느낌속에서 루크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벌써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아.’

    루크는 ‘영웅’ 루크 이루시로서의 삶이 아닌 지금도 한켠으론 마음에 들었다.

    너무 어릴때부터 유명했기에 이런 경험이 신선했으니까.

    루크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유명세를 보고 쫓아온 자들이었기에, 그들을 상대하는 일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다.

    당시엔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가진것은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아무도 무언가를 바라고 접근하지 않는다. 

    의도가 깔리지 않은 순수한 관계.

    적어도, 이런 나날이라면 조금정도는 더 길어도 좋지 않겠나.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주책일지도 모르지만.’

    늦든 빠르든, 어차피 세상에 능력을 증명하게되면 유명해질 수 밖에 없다는걸 루크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유명해지는 시기만큼은 좀 늦추고 싶었다.

    대중들의 시선을 생각하기도 피곤하고, 이런 시대에서 유명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하기도 하고.

    “휴우.”

    사실 루크는 이 부분이 더 걱정이 되었다.

    루크는 다이튼의 집에 있으면서 TV를 자주 보게 되었다.

    예르나의 집에는 없었으니 별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보니 세상의 상식을 배우는데에 이만한 것이 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때면 자주 보는데, 그러던 중 유명인이 누구랑 평소에 햄버거를 자주 먹는다더라, 누구는 오늘 차를 샀다더라 하는 시덥잖은 얘기까지 방송에 내보내는 것을 보고는 못마땅해 했었다.

    유명해진다면 자신도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지.

    아무래도 그런 대상이 되는것은 거북하다.

    과거에도 소문은 있었다지만, 그때와 지금은 그 소문의 규모가 너무 다르지 않나?

    지금처럼 정보통신수단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만약 이 시대에서 유명해진 상태에서 실수라도 저지르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다.

    루크는 여전히 현대를 천천히 적응하고 배워나가는 중이고, 그러는 중에서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은 어렵다.

    그러면 그때는 스스로만의 문제가 아니게 될 터.

    ‘고민이로군.’

    ——–

    “이런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너무 유명해지는 것은 싫다.”

    “그게 무슨 소리야? 라스 상을 받는데 유명해지기 싫다니?”

    ‘많이 부끄러운가?’

    하긴, 그건 또 그렇다.

    아직 겨우 10살짜리 여자아이다.

    지나친 관심은 또 받고싶지 않겠지, 아무리 똑똑하다지만, 이런걸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그러나 라스 상의 시상식은 완전히 언론에 공개된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상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온 언론이 크든 작든 기사를 쓸텐데, 만약 라스 상의 수상자가 10살짜리 꼬마 여자아이라면 당연히 대서특필감이다. 

    당연히 유명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럼 상만 받는다던가, 아니면 아예 안받는건 어떤가? 어차피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당장은 쓸모가 없는데.”

    루크의 말에 남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탄식했다.

    ‘맙소사, 내 생에 태어나서 라스 상이 쓸모가 없다는 미친소리를 다 듣네.’

    “그런 짓 하면 오히려 더 유명해질걸.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여태껏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다른건 몰라도, 라스 상을 받은 10살보다는 라스 상을 거부한 10살이 훨씬 화제성이 있다는 건 기사를 써본적 없는 그도 충분하리만치 잘 알았다.

    “조금이라도 덜 유명해지려면 차라리 받는게 더 낫다.”

    신문같은데에 36pt로 적힐걸 42pt로 적히게 될거다.

    “…….”

    루크는 문득 떠올랐다.

    ‘잠깐, 그렇다면 대체 드랙 상은 얼마나 유명해지는거지?’

    “저기, 드랙상은 그렇게까지 유명한 상은 아니겠지……?”

    남자는 그것이 어린아이의 꾀라고 생각했다.

    ‘라스 상을 드랙상으로 바꿔서 받으면 조금이라도 덜 유명해질 것 같나?’

    “드랙상에는 마법이론에 대한 상이 없어. 그리고 드랙상이 라스 상보단 훨씬 유명할텐데.”

    “그게 정말인가?”

    맙소사, 드랙상마저 그렇게 유명한 상인 줄은 몰랐다.

    그냥 아카데미 조기졸업에 써먹을 수나 있으면 그만이었는데.

    ‘그런걸 두개나 받기엔……. 역시 지나치겠지.’

    루크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안하지, 이 증명식을 그대가 가지는건 어떤가? 그대가 증명했다고 하게. 어떤가?”

    “……그거 솔직히 조금은 솔깃한데…….”

    그럴 수는 없을거다.

    내 수준에 저걸로 논문을 대체 어떻게 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글이 잘 안써졌네요.

    정말이지, 10시간내내 글자를 쓰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함;
    오늘이 휴일이라 참 다행이죠…

    아무튼!

    지 기준으론 별거 아닌걸로 주길래 그 상들 별로 안 대단한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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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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