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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옥체에 지금 뭐라고… 고트베르크 선생, 제정신이오?!”

     

    앰브로시아가 어지간히 놀랐는지 조그만 다리로 콩콩 뛰어댔다.

     

    “우선 들어보세요. 이미 검증된 기술입니다. 벌써 이 방법으로 살아난 환자가 몇이나 있습니다.”

     

    “설마 완다 전하도?”

     

    “예. 긴급 수술을 실행했습니다.”

     

    앰브로시아가 입을 떡 벌리고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팡팡 돌리고는, 그녀가 팔켄하인에게 물었다.

     

    “혹시 그대들, 흑마술을 연구하고 있었소?”

     

    “결코 아니라 맹세하겠습니다, 자매님. 원리를 배우신다면 분명 자매님도 납득하실 수 있겠습니다.”

     

    “…성호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느 정도 신뢰는 가오만.”

     

    내가 MRI 자료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위에 독과 함께 저주가 들어찼습니다. 이 단계에선 위세척도 소용없습니다. 직접 꺼내서 해주하고 장기의 협착을 풀어야 치유주문도 유효해집니다.”

     

    휴고가 앞으로 나섰다.

     

    “해주는 저희 전문가가 확실하게 맡겠습니다. 이후엔 자매님의 강대한 신성력으로 치유주문을 써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옥체를 직접…”

     

    앰브로시아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는지 말도 끝마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황제의 부주치의 한 명이 나섰다.

     

    “고트베르크 선생님의 활약은 꾸준히 들었습니다. 자매님, 어차피 신성 주문을 쓸 수 없는 현재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 말도 맞소.”

     

    “결단을.”

     

    앰브로시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힘을 주니 볼이 빵빵해져서 말랑해 보인다.

     

    쭈욱 당기면 모찌처럼 늘어나지 않을까.

     

    “수술은 지금 여기에서 진행할 수 있겠소? 폐하께서 위독하신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 되오.”

     

    “그를 위해선 소독이 필수적입니다. 다른 장비는 저희 팀이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청결한 환경이 필요하다면 소녀가 축복으로 보조하겠소. 하지만 무엇보다도.”

     

    앰브로시아가 손을 올려 조그마한 팔로 내 팔을 턱 잡았다.

     

    “고트베르크, 정말 폐하를 살려낼 자신이 있으시오?”

     

    “물론입니다.”

     

    내 즉답에 앰브로시아가 각오를 다졌다.

     

    “부탁하겠소. 그대의 손에 제국의 명운이 달렸다 생각해주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수술팀.”

     

    월광궁 치유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나는 가운을 벗었다.

     

     

     

    ***

     

     

     

    “걸어라.”

     

    라스가 앰브로시아와 자리를 비우고, 타냐는 리비오를 끌어내 양손을 포박했다.

     

    거칠게 그의 어깨를 치며 앞에서 걷게 한다. 바로 월광궁 지하에 구금할 생각이었다.

     

    “소드익스퍼트, 타냐 기사셨지요.”

     

    “악인에게 이름을 알릴 이유는 없다.”

     

    타냐가 강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사실상 자백이나 다름없는 진술도 들었다. 황제를 암살기도하고 황태를 해한 중죄 중의 중죄다. 리비오는 끝장날 일만 남았다.

     

    “당신의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머지않아 소드마스터로 완성되시겠지요.”

     

    “똑바로 걸어라.”

     

    타냐가 검 손잡이로 리비오의 등을 찔렀다.

     

    리비오는 굴하지 않고 그녀를 돌아보며 입을 뗐다.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입을 다물어라.”

     

    “저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치아 몇 개를 잃었습니다. 치유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죠.”

     

    “뭐라고?”

     

    불온한 기운을 느낀 타냐가 검을 빙글 돌려 위협하려 했다.

     

    하지만 리비오도 빨랐다. 그가 혀로 힘을 주어 이빨 두 개를 툭 빼고는, 타냐를 향해 힘껏 뱉었다.

     

    ―콰아앙!!

     

    타냐의 시야가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새까만 폭발이 일어나며 내의원 복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흠.”

     

    그 틈을 타 리비오가 몸을 피했다. 타냐가 어둠 속에서 휘두른 검이 그의 목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투둑, 떨어지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신경 쓰지도 않고 달린다.

     

    목표는 자신의 사무실이었다.

     

    ‘집무실에 텔레포트 아티팩트를 설치해뒀다. 빠져나갈 수 있다.’

     

    리비오는 승리를 직감했다.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몸을 숨기고 제국이 망가지는 광경을 즐길 일만 남았다.

     

    쾌락 가득한 미래를 그리기도 잠시.

     

    ―콰악!!

     

    리비오의 다리가 예리한 무언가에 꽂혀 바닥에 박혔다.

     

    “윽, 크으으윽…!”

     

    물감이 떨어진 화선지처럼 붉게 물드는 성의를 보며, 리비오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런 그의 앞에 또각, 또각. 당당한 발소리가 울렸다.

     

    “허락도 없이 어딜 가느냐.”

     

    “아셀라 폰 뷔르템펠트.”

     

    리비오는 예상외의 적의 출현에 당황했다. 강력한 마녀로 알려진 그녀가 자신을 직접 잡으러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제가 죽으면 아셀라에겐 좋은 기회다. 심지어 그녀는 카밀라의 딸이 아닌가. 분명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다고 리비오가 생각했다.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셀라 전하. 소인이… 그르륵.”

     

    리비오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의 입을 가로로 관통한 얼음창에서 냉기가 뿜어져 마비되어간다.

     

    팔을 교차한 채 두 개의 손가락을 접은 아셀라. 고속시전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채도 높은 황금색으로 빛났다. 어쩌면 분노 가득한 붉은색일지도 몰랐다.

     

    “감히 본녀의 이름을 입에 담다니, 그 더러운 혀는 더 필요 없겠구나.”

     

    아셀라의 호위기사들이 단숨에 리비오의 팔다리 힘줄을 잘라냈다. 그가 힘없이 제자리에 쓰러졌다.

     

    리비오는 잔악무도한 아셀라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었다. 다만 제국의 몰락을 보지 못해 아쉬울 뿐이었다.

     

    “네 목숨은 당분간 붙어있을 거란다.”

     

    아셀라는 그런 리비오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그의 머리를 구두굽으로 찍으며 선언했다.

     

    “폐하는 살아나실 테고 네놈이 원하는 미래 따위는 찾아오지 않을 거니까.”

     

    아셀라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리비오를 조롱했다.

     

    “내 주치의를 과소평가했구나, 잡종.”

     

    “으윽…!”

     

    아셀라의 말에는 뼛속까지 시리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녀에게 압도당한 리비오는 그제야 자신에게 찾아올 최악의 미래를 상상했다.

     

    고트베르크가 황제를 살리고 그의 완벽한 일대기가 완성된다.

     

    자신은 제국의 역사에 극적인 조미료를 제공했을 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이 될 것이었다.

     

    “으으윽…!”

     

    리비오는 그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했다.

     

     

     

    ***

     

     

     

    “위 절개에 들어간다. 해주사.”

     

    “스탠바이.”

     

    라스가 침착하게 명령하니 휴고가 아뮬렛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대기한다. 어시스트 중인 클로에는 개복한 부위를 고정한다.

     

    마취팀이 순환계를 유지하고 소독 간호사가 위생 상태를 체크한다.

     

    멸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앰브로시아 역시 참관하며 축복을 시전한다.

     

    한 명 한 명 제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그들을 확인하며, 라스는 메스를 준비했다.

     

    사람 뱃속에 들어찬 내장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다하듯, 수술팀도 한 몸처럼 작동한다.

     

    “절개.”

     

    B랭크로 오른 스킬에 힘입어 라스 손이 완벽하게 움직였다. 가로로 그은 선에 오차는 2mm 이하였다.

     

    “나온다.”

     

    ―화아악!

     

    틈새에서 검은 증기가 피어올랐다. 라스는 근원이 되는 저주를 직접 꺼내보려 했으나 금방 불가능하다 판단을 내렸다.

     

    “위벽에 달라붙었어. 휴고.”

     

    “해주 개시합니다.”

     

    휴고가 아뮬렛의 능력을 가동했다. 마나가 번쩍이며 저주에 직접 접촉한다.

     

    “상급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쪽에서 붙들겠어.”

     

    클로에의 겸자가 위를 확실하게 잡았다.

    달각, 휴고가 퍼즐을 맞춰나갈 때마다 밸브를 잠그듯 저주의 기세가 약해졌다.

     

    “조종권을 얻었습니다. 분리합니다.”

     

    저주는 주문 시전 시의 마나를 형태로 고정한 덩어리다. 제물이 된 혼이나 생명력이 엉켜있기에 구조가 복잡했다.

     

    “분리 완료.”

     

    “긁어낸다.”

     

    라스가 침착하게 위 내벽에서 저주를 떼어냈다. 저항이 줄어들어 간신히 손으로 집을 수 있게 됐다.

     

    위 내벽에 붙은 시꺼먼 저주는 슬라임처럼 불쾌한 감각이었다.

     

    간호사가 꺼낸 저주를 봉인할 밀폐 상자를 준비한다.

     

     

    그 순간.

     

    ―키아아악!!

     

    라스의 손에 잡힌 저주가 폭주하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맡겠습니다.”

     

    휴고가 즉시 저주를 떼어냈지만 저주는 난리를 치며 몸체에서 잔해를 튕겨냈다.

     

    조그마한 잔해가 절개부로 떨어진다. 화선지에 먹물이 한 방울 떨어지듯, 금방 다시 전신으로 퍼져나갈 기세로 확산했다.

     

    “저주가 간에 떨어졌어. 오염 확인.”

     

    사고가 발생했다.

     

    라스의 말에 수술팀 전원이 긴장했지만 누구도 티는 내지 않는다. 호들갑을 떨다가 집도의를 방해해선 안 된다.

     

    순환기 담당의가 즉시 기기를 체크했다. 압력이 줄어든다. 황제의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있단 의미였다.

     

    라스는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즉시 판단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의 의도를 바로 이해한 간호사가 블레이드를 넘겼다.

     

    “반경 3센티미터. 긴급 절제한다.”

     

    간은 일부 절제해도 원래대로 수복된다.

     

    그는 저주가 몸에 더 퍼지지 못하도록 제거할 생각이었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갑작스레 발생한 추가 수술. 심지어 그의 바로 뒤에서는 휴고가 날뛰는 저주를 손으로 짓누르며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해주가 안 먹히면 힘으로 제압한다.”

     

    퍼억! 휴고가 저주를 향해 거침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키이이익!

     

    저주의 기세가 약해진다. 휴고가 틈을 타 다시 해주에 들어갔다.

     

    등 뒤가 정신없이 요란스러웠지만 라스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손은 거침이 없다.

     

    절제부위에 마킹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칼날이 파고드는 각도는 정확하다.

     

    마치 선율을 타듯, 그의 칼끝이 정교하게 호선을 그린다.

     

    파편이 더 확산하기 전에 감염 부위를 절제해 떼어낸다.

     

    “해주 끝났습니다.”

     

    동시에 휴고도 저주를 완전히 무력화해 잔여물을 함에 넣고 봉인했다.

     

    “봉합.”

     

    출혈이 발생한 간을 착실히 봉합해간다.

    위는 내부를 세척하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다.

     

     

     

    라스가 황제의 복부를 닫아내며, 마침내 수술이 끝났다.

     

    “자매님.”

     

    바톤을 터치받은 앰브로시아가 즉시 황제에게 치유주문을 시전했다.

     

    그녀의 막대한 신성력이 황제에게 스며들자 내장의 봉합부위부터 착실히 아물어간다.

     

    “심장박동, 정상입니다.”

     

    “후우.”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팀 전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트베르크 선생, 성공이오?”

     

    “예. 치유주문을 지속해주세요. 부작용이 없나 이쪽에서 체크하겠습니다.”

     

    확실하게 생기가 돌아온 황제의 모습을 보며 앰브로시아가 혀를 내둘렀다.

     

    “놀랐소이다. 신기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구려.”

     

    감탄하는 앰브로시아를 향해 라스가 마스크를 벗으며 씨익 웃었다.

     

    “신기는요. 사람의 기술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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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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