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0

       어쩌면 답은 처음부터 나와 있었는지 몰랐다.

         

       왜 단원들이 타고난 육체가 ‘고유 특성’으로 취급되는가?

         

       그들이 정말로 그저 다르게 태어났을 뿐인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면, 원더스타인의 생체 조작 능력이 먹히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들의 이형 육체를 ‘특성’으로 보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단원들이 괴물로 태어난 것은 데볼루트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신체적 특징은 ‘특성’으로 취급되었다.

       부모의 몸에 있는 데볼루트가 태아 시절의 그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들은 몸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부터 유전자가 데볼루트와 결합된 상태였다.

       그래서 바이오맨서의 힘으로도 그들의 몸을 조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은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 주었다.

         

       원더스타인은 왜 그들을 끌어모았을까?

         

       “그 사람들은 그저 다르게 생겼을 뿐입니다! 그들의 출현과 현재 상황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원더스타인 씨 덕분에 당신들이 치료받지 않았습니까?”

         

       발렌티나가 사람들 앞을 막아서서 나를 변호했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의 마음에는 의심이라는 마귀가 똬리를 튼 뒤였다.

         

       “하, 하지만 수녀님, 보십시오. 상황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저주받은 괴물 놈들이 우리 마을 근처에 와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런 부정한 존재는 태어나자마자 마을에서 쫓아내는 관습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저 마법사가 우리를 정말 치료한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괴물로 개조해서 서커스단에서 부려 먹으려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이 마구 던져대는 억측에 이바넨코 경도 더는 들어주기 힘들었는지 버럭 소리쳤다.

         

       “헛소리들 하지 말게! 지금 날뛰는 사람들은 모두 역병을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 아닌가? 마법사님께 치료받은 이들은 아무 문제 없지 않은가!”

       “아이고, 기사님! 이 어찌 순진한 말씀을 하십니까?”

       “역병에 걸린 사람들은 괴물로 만들어서 부리고 역병을 치료한 사람은 먹이로 던져 주려는 속셈으로 봐야죠!”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바넨코가 언성을 더 높이려는 그때.

       밖에서 괴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퀘에엑! 먹이, 먹이다!”

       “아, 안에……이, 있다! ……먹어라!”

       “키에엑! 살아있는 거……먹는다!”

         

       사람의 목소리지만 절대 사람 같지 않은 목소리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향해 쏟아지던 아우성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옆 사람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목소리들은 점점 크게 들렸고, 이윽고 성당 입구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놈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곳으로 달려들었다.

         

       쿵쿵쿵.

       놈들이 성당의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먹이……다!”

       “먹는다!”

         

       사람들은 헛바람 들이켜는 소리를 내며 입구에서 우르르 떨어졌다.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나, 발렌티나, 이바넨코, 세 사람만이 사람들 앞에 남아 입구를 가로막는 형국이 됐다.

         

       감염자들이 목전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내 눈 앞에 한 통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역병 치료’를 실패했습니다. 페널티로 데볼루트 200개가 감소합니다.]

         

         

       상태창이 회복되었다.

       내가 흡수한 데볼루트의 종속화를 모두 마친 것이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퀘스트 목표는 200명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대략 1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지금 시점에서 퀘스트 실패 메시지가 떠오르는 이유로 한 가지밖에 짐작할 수 없었다.

         

       바로 치료 가능한 주민이 이제 100명도 안 남았다는 말이었다.

         

       성당 안쪽을 흘끗 바라봤다.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그들은 배은망덕한 자신들에 대한 조소라 생각했는지 슬그머니 시선들을 돌렸다.

         

       하긴 방금 전까지 자신들을 괴물로 만든다니, 죽이려 한다니 떠들어대다가, 막상 감염자들이 들이닥치자, 그들이 비난하던 우리 세 사람이 그들을 보호하는 모양새가 됐으니 뭐라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원더스타인 씨는 잘못한 것 없습니다.”

         

       발렌티나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속삭였다.

         

       “저는 마도사라고 해서 사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좋은 분입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쿡쿡 찔렸다.

         

       그녀는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나는 그녀가 쫓고 있는 바로 그 남자였다.

         

       “단원분들을 데리고 함께 서커스 그랑프리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발렌티나의 말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단원들.

       그들의 운명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주 역병에 의해 뒤틀려 버렸다.

         

       원더스타인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거둬줬다?

       정말 그랬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편할까.

         

       TT1에서 나왔던 단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때문에 마음 역시 괴물로 변한 상태였다.

         

       저주 역병, 데볼루트, 종속화, 괴물 단원.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한 가지 끔찍한 추측이 가능했다.

         

       원더스타인은 의도적으로 저주 역병을 퍼트렸고, 인간을 양분으로 삼아 데볼루트를 재배했으며, 역병의 부산물인 괴물 단원들을 끌어모아 그들의 세상에 대한 분노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의 불행한 과거를 만들어낸 원흉이자, 그들을 불행한 미래로 이끄는 저승사자였다.

         

       그리고 그 악마가 지금의 나였다.

         

       나는 계속해서 나를 위로하는 성녀의 손을 쳐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당신이 위로하는 그 남자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쿵쿵쿵.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은 두꺼운 원목이었고, 수십 개의 강철 경첩이 단단히 돌벽에 뿌리박고 있었다.

         

       키예프의 성당은 유사시에 요새 역할도 겸했다.

       훈련된 병사 십수 명이 합을 맞춰 공성망치로 때려야 간신히 흔들릴까 싶은데, 인간의 맨살로 무작정 내려친다고 열릴 리 없었다.

         

       그래서일까.

       놈들이 전략을 바꿨다.

         

       “문 좀 열어주세요!”

       “저희는……괴물이 아니예요!”

         

       갑자기 문 두들기는 소리가 줄어들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성대를 만들어낸 건가.

         

       발렌티나와 이바넨코는 잠시 흠칫했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한 명은 마귀를 상대하는 전문가였고, 한 명은 전투 경험이 많은 기사였다.

       저런 얕은 수작에 흔들릴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지금 애들이 문을 두들기고 있는 거야?”

       “하지만 아까 분명 괴물들 목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설마 우리가 겁에 질려서 헛것을 들은 건가.”

         

       그들 사이에서 중년의 여인 한 명이 뛰어나왔다.

         

       “아이고, 저거 우리 아들 목소리네! 비켜봐! 지금 엄마가 간다!”

         

       그에 맞춰 밖의 아이들이 큰 소리로 울어댔다.

         

       “엄마! 엄마!”

       “문 열어줘요!”

       “아빠! 아빠!”

       “괴물이 쫓아오기 전에 문 좀 열어줘요!”

         

       나는 여인을 제지하기 위해 나서려 했다.

       그러나 이바넨코 경이 나보다 먼저 움직였다.

         

       쾅.

       그는 쪽문의 걸쇠를 풀려고 하는 여인의 뒤통수를 검집으로 후려쳤다.

       중년 여인은 꽥 하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이바넨코 경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여인이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는 주민들을 돌아봤다.

         

       “아직도 저걸 진짜 어린애라 믿는 얼간이가 있나?”

         

       그의 서늘한 한 마디에 주민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광신도들은 이 전략 역시 안 먹히는 걸 확인했는지 다음 전략을 구상했다.

         

       “놈들이, 놈들이……하나로 뭉치고 있습니다!”

         

       종탑 위에서 망을 보고 있던 병사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뭉치다니?”

         

       이바넨코 경은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나는 듣는 순간 바로 알아차렸다.

         

       게임에서 광신도들이 보였던 기술이었다.

       놈들은 서로 육체를 융합해 더 강력한 개조를 할 수 있었다.

       수백 명의 광신도가 융합한 거라면, 그 힘은 엄청날 게 분명했다.

         

       “문에서 떨어지세요!”

         

       내 외침에 이바넨코 경은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성당의 정문을 부수고 무언가 날아들어왔다.

         

       콰광!

       돌벽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충격이 성당을 강타했다.

         

       “우아악!”

       “뭐, 뭐야?”

         

       원목 파편들이 예배당 안을 비산했다.

       나는 먼지 구름 속에서 문을 꿰뚫고 들어온 그것을 바라봤다.

         

       불끈거리는 핏빛 근육덩어리들이 동앗줄처럼 꼬고 꼬여서 형성한 기둥이었다.

       아름드리나무만 한 두께의 그것 끝에는 사람보다 더 큰 크기의 상아색 칼날이 달려 있었다.

         

       광신도들의 특기 중 하나인 ‘가짜 맨튤라의 칼날’이었다.

       그것이 특대 사이즈로 구현된 것이다.

         

       우지직. 쿵.

       성당의 문을 그대로 잡아 뜯고 거대한 형상의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왔다.

         

       “우아악! 저게 뭐야?”

       “괴, 괴물이다!”

         

       주민들이 혼비백산해 성당 안쪽으로 물러났다.

         

       그것은 코끼리의 몇 배나 되는 큰 덩치의 생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생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존의 상식이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놈은 수백 명의 인간을 반죽처럼 뭉쳐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어깨, 다리, 배, 등 곳곳에 사람의 얼굴과 손과 발이 붙어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는 주민들을 보더니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퀘에엑!”

       “먹이다!”

       “케케켁!”

         

       광신도들이 융합해서 만들어진 정예 괴물.

       살덩어리.

         

       게임에서는 1000명이 융합해도 그냥 못생긴 감자 같은 느낌이었는데. 살제로 올려다보니 박력이 엄청났다.

       그 크기로 유추해 봤을 때, 적어도 300명은 뭉친 듯했다.

         

       “모두 제 뒤로 물러나는 겁니다!”

         

       발렌티나의 두 주먹에서 길이가 3m가 넘는 빛의 창이 각각 솟아났다.

       그 강력한 위용에 비해 그녀의 몸을 보호하는 빛의 장막은 매우 약했다.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저주 역병을 치료한 탓에 신성력을 상당히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불길한 상상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TT3 최종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장면.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성녀가 거기 있었다.

         

       안 된다.

       그럴 수 없었다.

       내 실수 때문에 그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었다.

         

       나는 살덩어리 놈과 마주한 순간 기억해냈다.

       원작에서는 원더스타인의 피를 마시는 것이 광신도의 ‘세례’였다.

         

       그리고 내가 아까 흘린 피가 있었다.

       종속화가 진행 중이었던 데볼루트를 잔뜩 머금은.

       그것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발렌티나의 어깨를 짚었다.

         

       “원더스타인 씨?”

       “사람들을 보호해주세요.”

         

       나는 그녀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살덩어리의 모든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의 엉덩이에 전갈 꼬리처럼 솟은 가짜 맨튤라의 칼날도 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무슨 짓입니까! 원더스타인 씨! 뒤로 물러서지 말입니다!”

         

       발렌티나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살덩어리 괴물을 올려다봤다.

         

       “죄송합니다. 당신들을 구해주지 못해서.”

       “원더스타인 씨!”

         

       십수 미터가 되는 칼날의 채찍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두팔을 뻗어서 그것을 그대로 받아냈다.

         

       쾅!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웃는 남자 덕분이었다.

         

       5.0의 근육 강도와 조직 경도는 간신히 이 힘을 견뎌내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 바로 옆에 주민들이 서있었다.

         

       놈이 쏘아낸 칼날을 받아내면서 무려 10미터나 뒤로 날아온 것이다.

       기절하지 않은 게 용했다.

         

       “사, 살아있습니까?”

         

       항상 씩씩하던 발렌티나의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안심하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 허리를 꿰뚫은 칼날 위에 손을 얹었다.

         

       바이오맨서에게는 한 가지 특권이 더 있었다.

         

       나는 이 세계에 온 뒤로 이 능력을 딱 한 번 사용했었다.

         

       엘라가 물에 빠졌을 때.

       그때, 나는 모자라는 데볼루트를 보충하기 위해 원래 있던 특성 하나를 해체했었다.

         

       나 자신한테 부여한 특성은 제거함으로써 사용한 데볼루트의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타인에게 부여된 특성은 제거하기 위해 특성을 만드는 데 사용한 데볼루트의 절반을 소모해야 했다.

         

       나는 촉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꽉 붙잡았다.

       그리고 능력을 발동시켰다.

         

       “분해.”

         

       콰드득.

       우직. 우지직.

         

       살과 뼈가 뒤틀리는 감각이 팔을 통해 전해졌다.

       놈의 근육이 피를 쏟아내며 퍽퍽 터져나갔다.

         

       “케에에에에에엑!”

         

       괴물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원더스타인은 특성을 분해해 ‘무(無)’로 환원할 수 있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