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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경연이 끝나고 관객 투표를 통해 여러분은 승자조와 패자조로 나뉘실 겁니다.”

         

       “그리고…, 패자조 11명 중 개인 득표수가 낮은 8명의 참가자는 탈락입니다.”

         

       “그렇게 승자조 11명과 패자조 3명 도합 14명이 데뷔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파이널로 진출하시게 됩니다.”

         

       파이널.

         

       그 말을 듣자마자 참가자들의 눈에 광채가 도는 듯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나아아가 어느새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모든 참가자들은…, 그 정상을 노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겠지.

         

       “자, 여러분들이 무엇을 궁금해하실 줄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제일 중요한 경연 상대가 누가 될지 알고 싶으시겠지요!”

         

       꿀꺽.

         

       경연 상대라는 말을 듣고 참가자들이 긴장하며 한시우의 진행을 귀담아 들었다.

         

       이번 경연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상대가 누구냐였기 때문이었다.

         

       “자, 그러면 들어와 주세요!”

         

       이내 한시우는 참가자들의 긴장된 표정을 즐기며 무대 밖 제작진들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제작진들이 가져온 것은….

         

       “……복권?”

         

       마치 복권 기계를 연상케 하는 물건이었다.

         

       우웅.

         

       한시우가 기계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바람이 올라오며 투명 통 안에 들어 있던 공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이 통 안에는 총 22개의 공들이 들어 있습니다!”

         

       “……!”

         

       “여기 구멍을 열면 하나씩 공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공에 적힌 숫자에 해당하는 순위인 참가자는….”

         

       “…….”

         

       “이번 경연에서 상대할 참가자를 지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번 공이 나온다면 아까 순위 발표식에서 1위였던 예린 양이 함께 경연을 할 상대를 지명하는 것이지요.”

         

       흠칫.

         

       왜 하필 예시를 나로 들어서….

         

       내게 지명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참가자들이 어떻게든 나와 눈을 안 마주치려 고개를 돌렸다.

         

       특히 하위권 순위의 참가자들은 아주 사색이 되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나 같은 상위권 참가자들에게 지목당하면 경연에서 질 게 뻔했으니까.

         

       이에 마음이 급해진 하위권 참가자들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저…, 한시우 프로듀서님…! 혹시 지목을 받으면 거절할 수도 있습니까?”

         

       “아, 좋은 질문입니다. 거절…,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휴우….”

         

       거절할 수 있다는 한시우의 말에 하위권 참가자들의 표정이 환해지려던 그때였다.

         

       “대신…, 지목을 거절한 참가자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페널티’가 있을 예정입니다!”

         

       “……!”

         

       한시우가 대놓고 치명적이라 말하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이에 우리는 거절 페널티가 심상치 않은 것이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혹시 페널티가 뭔지 가르쳐 주실 수는….”

         

       “페널티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근데 사실 뭐…, 치명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별거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거절하셔도 됩니다.”

         

       한시우의 말에 참가자들의 머릿속에는 공통적으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거짓말.’

         

       아무래도 최대한 거절은 안 하는 것이 낫겠다.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경연 상대로 적절한 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까 쉬는 시간에 이혜정, 서유진과 같은 팀을 하기로 약속했었지.

         

       …하지만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다.

         

       여기서 두 사람을 고르면 두 사람을 밀어주는 게 아닌 팀킬이 될 테니까.

         

       ‘친한 사람들 빼고…, 최대한 순위가 낮은 참가자들이 낫겠지?’

         

       아마 모든 참가자들이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나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참가자.

         

       나보다 실력이 없는 참가자.

         

       그런 참가자와 경연을 해야 생존 확률이 올라갈 테니까.

         

       그런데 이런 참가자들의 생각을 엿보기라도 한 건지….

         

       “…아마 참가자 여러분들 모두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참가자를 선택할 생각을 하고 있으시겠죠.”

         

       한시우가 진행자의 표정을 지우고 마치 후배에게 충고하는 선배의 얼굴을 한 채 말했다.

         

       “하지만 저는 여쭙고 싶습니다. 참가자 여러분들은 이번 경연에서 살아남는 게 목적인가요?”

         

       “그야….”

         

       “아닙니다. 여러분의 목적은 데뷔 그리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 되는 겁니다.”

         

       “……!”

         

       한시우의 말에 참가자들이 흠칫했다.

         

       “나아아도 어느덧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대중들께 자신을 어필할 기회는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

         

       “만약 여러분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가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면…, 저는 이번 경연에서 평소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참가자들을 고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도전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자들만이 보다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요.”

         

       스윽.

         

       그리 말하는 한시우의 시선이 나를 한 번 향했다가…. 이내 다시 진행자의 얼굴로 돌아와 미소 지으며 소리쳤다.

         

       “자, 그러면 모든 참가자들의 행운을 빌면서…, 지금부터 제가 공을 뽑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웅.

         

       전원을 키자 바람이 들어가며 공들이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운명의 뽑기의 시작이었다.

         

         

         

         

       **

       

         

         

       “여, 여희수 참가자로 하겠습니다.”

         

       “여희수 참가자! 김민정 참가자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이겠습니다.”

         

       뽑기 초반.

         

       우연인지 아니면 뭐가 있는 건지 네 번째 지목까지 20위 대의 하위권 참가자들의 공만이 나왔다.

         

       그리고 하워권 참가자들은 아까 한시우의 말에 감명이라도 받은 것인지 하나 같이 자신들보다 높은 순위의 참가자들을 지목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20위권 참가자들 중 10위 안쪽 참가자들을 지목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게 마치 폭풍전야처럼 소강상태가 진행되던 그때였다.

         

       “다음 나온 숫자는…, 8! 8위 박유정 참가자입니다!”

         

       박유정이라는 말에 정신이 든 나는 시선을 돌려 그녀 쪽으로 집중했다.

         

       박유정은 과연 누구를 고를까?

         

       ‘유정이 성격상 시원하게 한 번 지를 것 같기는 한데.’

         

       그리고 내 예상대로 박유정은 정말로 자신보다 위에 있는 참가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는….

         

       “……?”

         

       박유정의 시선이 내게 닿아 떨어지지 않기도 했다.

         

       ‘설마 나…?’

         

       유정이 쟤 왜 나 쳐다보지?

         

       이에 나는 당황하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랬더니 박유정은 작게 웃으면서….

         

       “서유진 참가자를 지목하겠습니다.”

         

       “……!”

         

       현재 5위인 서유진을 지목했다.

         

       웅성웅성.

         

       8위 박유정이 5위 서유진을 지목했다.

         

       처음으로 상위권들끼리 격돌하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는 서유진은….

         

       “아…, 그…….”

         

       박유정의 지목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박유정과 경연을 하기 엄청 싫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두 사람 뭐 있나?’

         

       옛날부터 서유진과 박유정의 관계는 무언가 오묘했다.

         

       ‘1차 팀 경연 이후부터 뭔가 유진이가 유정이한테 깍듯했지.’

         

       서유진이 박유정을 무서워하고 어려워하는 게 한눈에 보일 정도니 말 다 했다.

         

       아무튼 서유진은 박유정의 지목을 받고 엄청 안절부절하면서 고민하다가….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내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페널티가 마음에 걸려서 거절을 하지 못한 듯했다.

         

       “네!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으로 5위 서유진 참가자와 8위 박유정 참가자가 경연을 함께 진행합니다!”

         

       “오오오!”

         

       서유진이 지목을 받아들이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참가자들 입장에서 상위권 참가자들끼리 경연을 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로운 듯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은….

         

       스윽.

         

       …이내 내게로 향했다.

         

       아무래도 나는 누구와 경연하게 될지 궁금해하는 듯한 눈치였다.

         

       저들 입장에서는 내가 또 다른 상위권 참가자들과 경연하기를 바라겠지.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들의 기대를 충족해 줄 생각이 없었다.

         

       한시우는 방금 전 자신보다 뛰어난 참가자와 경연하기를 종용했지만 나는 이미 1위였으니까.

         

       거기에 이미 압도적인 득표수도 확보해서 데뷔는 거의 확정인데다 우승 확률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무슨 메리트로 상위권 참가자들과 경쟁하겠는가?

         

       내가 또 다른 상위권 참가자들과 경연을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일이었다.

         

       이에 나는 남아 있는 하위권 참가자들 중 누구를 뽑을지 고민하며 내 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우웅.

         

       그렇게 한 번 더 기계가 작동되고.

         

       툭.

         

       “공이 나왔습니다. 공에 적힌 숫자는….”

         

       한시우가 숫자를 확인하고 씨익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2.”

         

       “…….”

         

       “2입니다.”

         

       스윽.

         

       숫자가 나오자 모두의 눈이 한곳으로 모였다.

         

       장내의 모든 카메라와 참가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유 설은…, 도통 알 수 없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민할 것도 없이….

         

       “하예린 참가자를 지목하겠습니다.”

         

       “……!!!!”

         

       …나를 지목했다.

         

       웅성웅성.

         

       “와 씨…!”

         

       “미친!!”

         

       “대박-!”

         

       참가자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장면이 나왔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리액션을 숨기지 않았다.

         

       지잉-.

         

       제작진들 또한 자신들의 신난 얼굴로 카메라를 내쪽으로 돌렸다.

         

       “…….”

         

       오직 나만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 설은 나와 마찬가지로 데뷔가 거의 확정인 참가자다.

         

       이에 그녀가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나를 선택하는 도박수를 두지는 않았겠지만….

         

       사실 나는 속으로 그녀가 나를 고를 줄 알고 있었다.

         

       유 설은 데뷔를 넘어 우승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26만이라는 압도적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유 설에게 있어 이것밖에 없었으리라.

         

       아무튼 그렇게 유 설은 예상대로 나를 지목했고…, 남은 것은 내 선택 뿐이었다.

         

       …나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물론 거절 페널티가 무엇일지 마음에 걸리긴 하다.

         

       하지만….

         

       ‘페널티가 아무리 세더라도…, 유 설과 경연을 하는 게 더 위험해.’

         

       내가 득표수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 설의 전체 스탯은 나보다 월등히 높다.

         

       무대 경험 같은 것도 유 설이 훨씬 많고….

         

       솔직히 지금까지 나는 요행으로 1등을 차지한 거지 유 설과 붙어서 실력으로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내가 유 설과 단둘이 경연을 하게 되면 대중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될 터.

         

       ‘그러면 정말 역전을 당할 수도 있어.’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이성적으로 고민을 해 보았다.

         

       내가 나아아에서 우승을 하려면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승을 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여기서 유 설의 선택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거절의 뜻을 전하기 위해 표정을 굳히고 마이크를 들었다.

         

       “……저는.”

         

       이어지는 내 대답을 듣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

       

         

         

         

         

       “자, 이것으로 팀 선정을 마치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경쟁자들끼리 짝을 지여 모여주십시오!”

         

       팀 선정이 끝나고…, 한시우의 말에 나는 이번 주 내 경연 상대가 될 참가자 옆으로 갔다.

         

       그리고 물었다.

         

       “언니, 왜 저 뽑았어요?”

         

       “…….”

         

       내 질문에 유 설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너 잡고 나아아 우승하려고.”

         

       “…….”

         

       유 설은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답을 내놓고는 내게 되물었다.

         

       “그러는 너는 왜 내 지목 거절 안 했어?”

         

       “…….”

         

       그렇다.

         

       나는 끝내 유 설의 지목을 거절하지 않았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이것으로 이것으로 1위 하예린 참가자와 2위 유 설 참가자가 경연을 함께 진행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내가 유 설의 지목을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거절하려고 마이크를 들자마자 갑자기 든 생각 때문이었다.

         

       애초에 나는 왜 나아아에서 우승하려고 하는가.

         

       부모 때문에 나아아에 처음 출연을 결심하고…, 나는 단지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참가자로 남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가 이렇게 나아아에 열심히 임하는 이유는…, 이렇게도 우승을 차지하고 싶은 이유는….

         

       ‘처음 유 설의 무대를 잊지 못하니까.’

         

       그때 나와는 차원이 달랐던…, 압도적이었던 유 설의 무대를 보고 진한 패배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거대한 호승심을 느꼈으니까.

         

       언젠가 저 사람을 뛰어넘어 보고 싶다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어마어마한 충동을 느꼈으니까.

         

       “언니 잡고 우승하려고요.”

         

       “…….”

         

       유 설을 제압하지 못하고 얻은 우승은 의미가 없다.

         

       이번 경연에서 유 설을 뛰어넘고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다.

         

       나는 그럴 생각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우리 생각이 똑같았네.”

         

       “…잘해 봐요, 언니.”

         

       “…잘하긴 개뿔. 내가 말했지? 우리는 경쟁 상대라고.”

         

       스윽.

         

       유 설은 그리 말하면서 적의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번 경연에서…, 아주 철저하게 짓밟아 줄게.”

         

       “…….”

         

       나는 나보다 훨씬 작은 키의 유 설이 내게 신경전을 거는 것을 바라보다가….

         

       툭.

         

       “…!”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우리 생각이 같네요.”

         

       “…….”

         

       “이번 경연에서…, 아주 철저하게 짓밟아 드릴게요.”

         

       적의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는 유 설과 달리…, 나는 최대한 귀엽다는 느낌이 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이 유 설에게 있어서는 더욱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방법이리라.

         

       “하.”

         

       실제로 유 설은 기가 차다는 눈으로 자신을 쓰다듬는 내 손을 쳐 내고는 눈동자를 더욱 불태웠다.

         

       이에 나도 지지 않고 눈을 치켜 뜨며 그녀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총 5번의 나아아 경연 중 내게 가장 기억에 남을…. 그리고 유 설과 나 사이 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그런 4차 경연은 이렇게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신경전과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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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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