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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주딱이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 자리는 엄연히 따지면 회담이었다.

       국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다.

       누군가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냥 싫어할 수 있다.

       아무리 갤 주딱의 영향력이 강하다 한들, 왕끼리 얘기하는데. 감히 끼어든다고?

       따가운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딱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회담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건지.

       회담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미 베아트리스에게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스는 주딱에게 넌지시 다가가서 속삭였다.

         

       “주딱.”

       “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적당한 구실을 위한 자리일 테니까.”

       “…예?”

       “원래 그런 법이에요.”

       “이렇게 모인 후에 아무것도 없이 끝난다고요?”

       “아마도요. 별다른 얘기는 안 할 거예요.”

       “그니까…. 서로 핑계는 대고 싶고 그렇다고 사이는 나빠지기 싫고 그런 거죠?”

       “정확하네요.”

       “와. 의미가 없는 자리네요.”

       “주딱의 말이 맞아요.”

         

       의미 없는 자리…!

       주딱이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라도 터진 줄 알았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생각이었지만.

       위기도 아니라면 기회만 남는 것 아닌가?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난 주딱의 표정이 오묘하게. 장난꾸러기처럼 변했다.

         

       “그럼 의미 있는 자리로 만들어볼까요?”

         

         

       ***

         

         

       회담에 참여하기 전.

       주딱은 가볍게 고블린 가면을 하나 구매했다.

       베아트리스에게 이야기도 들었으니 걱정되는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어차피 짜고치는 판이잖아.’

         

       구몬 급으로 자세한 설명을 해준 베아트리스 덕에.

       주딱도 이번 회담을 완벽히 이해했다.

         

       ‘그런 거였잖아.’

         

       적당히 입을 맞출 구색을 찾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는 것보단.

       사실은 서로를 감싸주기 위한 자리였다.

         

       ‘이세계나 여기나.’

         

       정치질은 똑같네. 정치질을 하다보면 속 알맹이가 없어지는 걸까.

       주딱이 가장 최근의 정치질을 떠올렸다.

       탑과 정글. 미드와 정글의 숨 막히는… 채팅….

         

       ‘정치가 문제인가?’

         

       소환사의 협곡에서 벌어지는 정치질을 떠올려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하지만 속 알맹이 없는 대화는 성미에 맞지 않는다.

         

       “음.”

         

       그렇게 뻘소리만 하고 끝낼 거면.

       여기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주딱은 그럴 생각으로 회담에 참여했다.

         

       원대한 포부를 안고!

       그리고 주변을 훑었다.

         

       ‘와.’

         

       주딱은 자동으로 터져 나오는 탄성을 참지 못했다.

       고블린 가면을 쓰지 않았더라면 침을 줄줄 흘리는 걸 들키지 않았을까.

         

       ‘미쳤다 미쳤어.’

         

       와 세렌디아 예쁘네. 가슴 커.

       와… 아르셀라도 한 미모하고 손잡이에 크기까지 하네.

       와… 엘란 여왕? 저 사람은 엘프 최강자인가?

       미친… 남편이랑 응애들 배 터져서 죽어버려….

         

       ‘이것만으로도 이 자리는 의미가 있는데?’

         

       꽉찬 알맹이. 인정합니다.

       이미 충분하다. 갤러리의 잘못 인정합니다.

       그렇게 주변을 구경하던 주딱은 뭔가 까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아니구나.

       아직 사업에 관해 할 말이 남아있잖아.

       남자의 머리를 새하얗게 만드는 무서운 무기로부터 주딱이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리고 드디어 본론을 짚었다.

         

       “갤러리 입장권 팝니다. 사실 분?”

         

       짜고 치듯이 돌아가는 회담에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주딱의 한 마디로 눈빛이 바뀌었다.

         

       갤러리 입장권?

       얘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정적이 흐르고.

       가장 먼저 의문을 표한 사람은 테르인 국왕이었다.

         

       “갤러리 입장권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겠네.”

       “저희가 제공하는 마법 장비를 구매하면 갤러리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그건 말도 안 되는….”

       “구미가 당기죠?”

       “허어….”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을 거래한다는 뜻이다.

       누구보다 마법 장비에 일가견이 있는 그라서. 단숨에 가치를 알아보았다.

         

       ‘장비에 기초적인 마법을 부여하는 게 아니다.’

         

       장비와 마법의 절묘한 조화.

       그건 즉… 마법 공학이라는 얘기였다.

       세상에 그런 물건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냈단 말인가.

       세상에 누가 그런 기술을 배웠단 말인가!

         

       다만, 주딱에게 의문을 표하는 자도 있었다.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마왕. 아르셀라였다.

         

       “지금 갤러리의 상태가 엉망인 걸로 알고 있다만. 그대는 이걸 팔아먹을 생각인가?”

       “음. 그건 곧 처리될 겁니다. 애초에 갤러리 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돈 받아먹을 생각도 없죠.”

       “그러한가. 그렇다면 본녀의 궁금증은 해결됐노라.”

         

       왠지 모르게.

       만족감이 서린 아르셀라의 느긋한 대답으로 회담은 조용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그럼 더 궁금한 건 없어 보이니, 거래 조건을 말해도 될까요?”

       “해보도록.”

       “아. 조건은 간단합니다. 저희가 대량으로 팔고. 다시 팔든 소액으로 거래하든. 그건 알아서 해주시면 됩니다.”

       “전형적인 떠넘기기 아닌가?”

       “그게 편하니까요? 아니면 저희가 다른 나라와 각 영지에서 판매하는 건?”

       “그건… 그래. 그것보단 낫군.”

         

       황제가 뭐라 하려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오센 왕국의 인물이 제국에서 활개 친다?

       그것도 일반 상단이나 길드가 아니라, 국가에서 파견한 인물이?

       아무래도 꺼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른 조건이 또 있는데.”

       “그건 뭐지?”

       “장치 유지를 위한 아르델의 다크엘프 기술자 파견이 있네요.”

       “…영지마다 다크엘프가 활동해야 한다 이건가.”

       “예. 그렇죠?”

         

       황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본인만 그러는 것일까. 혹시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들 썩내키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절할 수 없나?”

       “이건 절대로요. 세계수 뿌리와 관련된 일이거든요. 비싼 돈 들여서 구매한 장치를 일회용으로 쓰고 싶다면 말리진 않아요?”

         

       주딱이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하지만 모두 이 장치를 일회용으로 구매하진 않을 요량이었다.

       갤질을 일회용으로 하는 놈은 절대 없을 테니까.

       즉, 이건 피할 수 없는 절대조건이었다.

         

       “음….”

         

       어려운 문제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이미 계산을 끝냈다.

         

       “받아들이지.”

       “…!”

         

       테르인의 국왕이 호기롭게 대답했다.

       그리고.

         

       “본녀도 받아들이겠노라.”

         

       마제로스의 마왕도 대답해버렸다.

         

       “….”

         

       동부라서 그런건가.

       아니면 그들은 그 정도는 받아들인다는 의미인가.

       서부 측 대부분이 눈치를 보고 있자.

         

       “하….”

         

       세렌디아가 답답하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이거가지고 고민하고있네.”

       “크르르… 고작이라니… 말조심하도록.”

       “야. 갈기 짧게 밀어버리기 전에 너나 조심해. 그리고 뭘 고민하는지 모르겠는데. 내 친위대는 웬만한 곳은 몰래 갈 수 있다? 고민하는 게 의미가 없단 소리지.”

       “….”

       “달라지는 게 없는데 뭘 고민해?”

         

       암살에 특화된 종족인 다크엘프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다.

       그런 이들이 대놓고 활동하나, 숨어서 활동하나 달라지는 게 있나?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럼… 우린 승낙하겠다.”

       “저희도 받아들이겠어요.”

       “짐도 받아들이겠다.”

         

       그러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끝인가?”

       “조건이 더 있긴 한데. 음. 비에르는 판매 대사엥서 제외할까 고민이 돼서.”

       “비에르는 왜 제외한단 말이냐!”

       “갤러리에 털 날려서.”

         

       주딱이 작게 웃자, 고쿤이 으르렁거렸다.

         

       “…수인 차별적인 발언이다. 죽고 싶은 거냐?”

       “큭큭. 장난입니다. 장난. 장난. 다른 조건은 없어요.”

         

       주딱이 그를 고양이 보듯이 괴롭히고 있으니.

       황제가 먼저 물었다.

         

       “그럼 언제부터 계약서를 작성하면 되지?”

       “캬 역시 황제님이 결단력이 빠르셔. 서신을 보낼테니, 다들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다 저희가 해드릴 테니까요.”

       “…약삭 빠르군.”

       “아이 고객님인데. 당연하죠.”

       “저….”

       “?”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엘란의 여왕. 에리스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어요.”

       “어떤 거요?”

       “물건의 개수가 풍족하진 않을 거라 예상되는데… 순서는 어떻게 되죠?”

       “아. 그건.”

         

       주딱이 씨익 웃었다.

         

       “답변을 보내주는 순서대로가 아닐까요? 아. 서신 보냈으니 다들 확인해주시구요.”

       “…!”

         

       다른 말로 선착순이라고도 한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너나할 것 없이 회담이 빠르게 종료되었다.

       모두 계약서 훑어보러 갔나보네.

       그러나 조용히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계약할 필요가 없는 베아트리스.

       다른 한 명은 황제였다.

         

       그가 나가지 않아 베아트리스도 가만히 있었으나.

       황제는 그러려니 한 반응이었다.

         

       “오센 여왕… 음. 같이 들어도 괜찮은 내용이니 상관없겠지.”

       “뭐임.”

       “주딱. 저번의 투자가 지금의 이건가?”

         

       아. 눈치 채고 있었구나.

         

       “이걸 알아채네.”

       “알아챘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원래라면 회담에서 무슨 개짓거리냐고 할 법도 하지만….

       황제는 일부러 묵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판이 깨지면 손해를 보는 건 다름 아닌 황제였으니까.

       그는 지금까지 궁금했던 내용을 물었다.

         

       “내가 투자한 돈은 어느 정도의 지분율이지?”

       “아마 3할이던가.”

       “흠…. 나쁘지 않군. 마진의 3할은 제국의 것인가.”

         

       황제는 턱을 쓰다듬다가 눈을 번뜩였다.

         

       “더 투자할 수 있나?”

       “아뇨.”

         

       이번의 칼 같은 대답은 베아트리스였다.

         

       “그럼 내 몫으로 재투자는 가능한가?”

       “그건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여왕님. 저희 그냥 먹고 튀죠? 모른 체해도 뭘 할 수 있는데.”

       “?”

         

       이 미친. 오센 왕국 듀오 같으니.

       하지만 그들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약속과 신뢰를 기반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그들도 이득이니까.

       할 말을 끝낸 황제는 지긋이 주딱을 쳐다보았다.

         

       “주딱.”

       “뭐야, 오빠 나 꼬시는 거야? 그렇게 쳐다보면 나 설레는데.”

       “이 미친 새끼가. 갤러리 문제나 똑바로 관리하도록.”

       “아 그건 물론이지.”

       “흥.”

         

       황제가 콧방귀를 뀌고 회담이 종료되었다.

       갤러리 관리라….

       주딱이 중얼거리는 동안, 방문이 열리고 베아트리스가 들어왔다.

         

       “주딱.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네요.”

       “그러게요. 운이 좋았죠.”

         

       언제나 일이 틀어질 가능성은 넘쳤던 것 같은데.

       이게 전부 고블린 가면의 힘이 아닐까.

         

       “주딱.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떤 거요?”

       “지금의 갤러리 문제.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음…. 있긴 한데….”

       “있긴 한데?”

       “모두가 행복해질 순 없죠.”

       “그게 무슨 의미 인가요…?”

       “말 그대로에요.”

         

       위치 추적 기능과 일시적인 지역락으로 한 곳씩 건드리면서, 낚시 태그의 범인이 활동하는 지역을 찾았지만.

       그 지역 전체를 막아버리는 건 참아야겠지.

       그건 최후의 방법으로 보류해두고

         

       ‘다른 해결책을 시도해볼까.’

         

       일단 어떻게 처리할진 생각해뒀으니까.

         

         

       ***

         

         

       잠시 후. 갤러리에선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주딱

       제목) 흑흑 갤러리 관리 힘들다.

         

       아니 ㅇㅇ 뭐 별일 없긴 했는데…

       다른 나라들이 불러서 얘기 좀 한 거 말고 업음 ㅇㅇ;;

       갤러리 관리…똑바로 하라네… 이번에 내가 터트린 것도 아닌데 ㅇㅇ….

       그런고로,,, ㅇㅇ,,, 갤러리 휴일을 만들어야하지 않나…

       갤러리 매일하면 재미 없자너 ㅇㅇ;;;

       그러니까 다들 좀 쉬면서 갤러리를 하도록 하자구,,,ㅇㅇ,,,;;;;;

       이번 낚시태그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 달에 한 25일 정도 쉴 예정임…ㅇㅇ;;;

       많관부 ㅇㅇ…..;;;;

         

       ㄴ한 달에 25일?

       ㄴ25일을 활동하는 게 아니라 25일을 쉰다? 25일로 줄어든 게 아니라, 25일이 사라졌다???

       ㄴ미친…새낀가…ㅇㅇ;;;;

       ㄴ많관부는 이 시발새끼야 ㅋㅋ

       ㄴ갤러리 섭종 선언 ㅋㅋㅋㅋㅋㅋ

       ㄴ30일 중에 25일 쉬면 주말만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주말 하나는 없네 ㅅㅂ

       ㄴ주말마저 반을 가져가다니 돌아버린 거냐

         

       ㄴ주딱) 아니면 방법이 하나 있는데;;ㅇ;;;

       ㄴ뭔데 씨발아

       ㄴ갤러리는 못 참아 ㅅㅂ

       ㄴ이 씨발새끼야 뒤지기 전에 빨리 말해

         

       ㄴ주딱) 엘란만 접속을 막으면 해결 됨;;;ㅇㅇ;;;;;

       ㄴ?

       ㄴ뭐해 빨리 안 하고.

       ㄴ좋은데?

       ㄴ”진행 시켜”

       ㄴ식물드루이드) ?????????

         

       작은 논란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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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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