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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기억의 파편 조합 시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저는 그저 공녀님의 생각에 동조할 뿐입니다.」

        「재미없구나. 너라면 다른 감상을 들려줄 줄 알았어.」

        「……죄송합니다.」

         

        황궁의 정원에서, 진과 프란체는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떠나.」

        「그럴 순 없습니다.」

        「진, 마지막 명령이야.」

        「안 됩니다!」

        「…각인으로 명한다. 여기서 떠나렴.」

        「안 돼! 초월의 각인을…!」

         

        진과 프란체의 마지막이었다.

         

        「이곳에서 너희들을 전부 죽이겠다.」

        「하, 그 망할 마녀의 노예 새끼가 어딜 갔나 했더니만.」

        「시답잖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다. 단체로 덤벼라.」

        「성격도 급하군. 다들 소미레를 지켜!」

         

        진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이뤄주지. 킬킬킬.」

       「네가 날 어떻게 돕겠다는 거지?」

       「킬킬, 한 번 믿어 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좋다. 따로 방법이 없으니……」

       「대가는 영혼이 손상될 거야. 킬킬킬.」

       

       초월 마법사와 진의 거래였다.

       

       「이 기나긴 여행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 대체 어떻게 해야……」

        

       「…이것으로 1900번 째인가. 더이상은 불가능하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기화로 들려왔던 진의 혼잣말이었다.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킬킬, 존재하는 세계를 바꾸는 거야.」

        「프란체를 다른 곳으로 보내자는 건가?」

        「아니, 가는 건…….」

         

        초월 마법사와 진의 대화였다.

       

       [74% 기억의 파편이 부족합니다.]

       

       [완성 불가.]

       

       [파편을 더 모아주세요.]

       

        “…!”

       

        잠자리를 뒤척이다, 머리가 맑아지며 눈이 번뜩 뜨였다. 시각은 오밤중이었다.

       

        “…이런 꿈을 다 꾸네.”

         

        그동안 동기화가 심화하며 들려왔던 음성과 보였던 장면이 꿈에서 나왔다.

         

        마치 필요한 조각이 다 모였다는 듯, 점점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자.”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 *

       

       

        “겨울이 끝남과 동시에 떠난다고?”

        “그래, 네가 처음 왔을 때 말했던 거다.”

         

        현재 나와 케일은 공작령 근처 술집에 있다. 프란체에게 말해 휴가를 받아 나왔다.

         

        “꼭 떠나야 하는 건가? 공녀님은 쉽게 포기 안 하실 거 같은데. 우리도 아쉽고.”

         

        케일은 고기 꼬치를 뜯으며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얘도 내가 떠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어쩔 수 없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

        “…사형집행일인가?”

         

        어째 라데아와 똑같은 반응이냐.

         

        “그런 건 아니고. 사정이 있어.”

        “알려줄 거 같진 않군.”

         

        어깨를 으쓱이곤 맥주를 들이켜는 케일. 그대로 원샷을 때리더니 후, 한숨까지 내쉬었다.

         

        “이번이 너와 함께하는 마지막 계절이군.”

        “그래서 내가 술 사주는 거야.”

        “고작 이런 싸구려 술 사주면서 생색은.”

         

        케일은 쯧, 혀를 차곤 고개를 휘저었다. 그간 내가 얻어먹은 술은 다 비싼 거였는데 맥주 한 번 쏘는 건 좀 선 넘긴 했어.

         

        “시답잖은 얘기는 됐고, 재앙의 파도를 막는 일 때문에 부른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하고 대답했다.

         

        “이번 작전을 설명해주지.”

         

        케일에게 내가 만든 계획을 설명해줬다. 나를 대신해서 네가 움직일 거고, 나는 기사형 마수인 ‘혹한의 망령’ 마수를 연기할 거라고.

         

        “흠, 꽤 쉽지 않군.”

        “어렵나?”

        “오러에는 성질이 있으니까.”

         

        외견은 속여도 숨길 수 없는 성질의 차이. 내가 그걸 생각 안 했겠나.

         

        “그건 걱정 마라. 너와 내가 진심으로 오러를 해방한 모습을 본 사람은 그 자리에 없으니까.”

         

       오러, 전투방식 등등 우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그들이 우리를 의심하는 건 불가능. 케일이 나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하지 못한다.

       

       케일의 빈자리는 엑시드의 어쌔신이 위장할 예정이다.

         

        “그럼 딱히 문제는 없겠군.”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케일.

         

        “아무튼, 돈은 놓고 갈 테니 적당히 마시고 돌아가라.”

         

        나는 모옥에서 가져온 사치품 하나를 건넸다. 청록색을 가진 정육각형 보석이다.

         

        “이건?”

        “모옥에서 가져온 거.”

        “많이 비싸 보이는데.”

        “비싼 거 맞아.”

         

        당시 사하라에서 듣기론 저거 하나로 4인 가족이 5년은 생활할 수 있다나 뭐라나.

         

        “그간 고생했으니 내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해.”

        “이별 선물이라, 남자들끼리 이런 건 좀 거부감이 있는데.”

         

        얘는 징그럽게 뭐라는 거야.

         

        “헛소리 말고. 좀 있다가 카자르 집으로 모일 거니까 그리 알고 있어.”

         

        대답도 없이 보석을 유심히 보며 미간을 찌푸리는 케일을 놔두고, 술집을 나왔다.

         

        “후우…….”

         

        뿌연 입김이 새어 나왔다.

         

        ‘정말 와버렸구나, 겨울이.’

         

        탑도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도 고개를 돌려보면 저 멀리 있는 탑이 보일 정도니 거의 다 지은 거지.

         

        사업 또한 번창하고 있다. 제국 곳곳으로 퍼져나간 프란체 매장은 이미 사치품 시장을 독점한 지 오래고, 규모도 시작과는 차원이 다르게 커졌다.

         

        ‘슬슬 때가 됐어.’

         

        모두에게 진실을 말할 시간이다.

         

         

        * * *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일원들이 카자르 집에 모였다.

         

        “뭔 얘기를 하려고 다 모아놨어요?”

         

        카자르가 다기를 준비하며 물었다. 나는 픽 웃었다.

         

        “때가 됐으니까. 이번 일로 할 얘기도 있고.”

         

        이해가 가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자르.

         

        “근데 나까지 부를 필요가 있었나?”

         

        셀다스가 고개를 까딱였다. 네가 핵심인데 당연히 있어야지.

         

        “너에게도 부탁할 게 있어서.”

        “네가 내게 부탁?”

        “그래. 일생일대의 부탁이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내 말에 미간을 구기는 셀다스. 뭔가 수상하다고 판단했나.

       

        “중요한 얘기야. 카자르가 오면 얘기를 시작하지.”

         

        잠시 기다리자 카자르가 다기를 가져오고,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카자르, 케일, 라데아, 셀다스. 나를 제외하고 총 네 명이다.

         

        “시작부터 본론을 말하지. 나는 이번 겨울이 지나면 떠날 거다.”

         

        이미 알고 있던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고, 셀다스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카자르와 라데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그 병 때문이에요?”

        “공녀님은 어떡하고요?”

        “제정신인가?”

         

        쏟아지는 질문 공세들. 궁금한 게 많을 테니 차근차근 대답해줘야지.

         

        “나는 치료할 수 없는 지병을 가지고 있다. 시한부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

         

        시한부라는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래 떴다. 심드렁하던 케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겨울을 마지막으로 공녀님의 곁을 떠날 거다. 너희들에게 공녀님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어 이렇게 모은 거야.”

         

        이 정도면 이유는 납득했겠지. 카자르는 경직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공녀님의 흑마법이 폭발하실 수도 있어요.”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경지가 초월 마법사 직전인 카자르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네가 있잖아. 공녀님의 흑마법 제어를 잘 부탁한다.”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발끈하는 카자르.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그러나 말을 끝까지 맺지는 못했다. 내 동기화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부탁할 건?”

         

        셀다스가 물었다. 얘도 꽤 많이 놀란 듯 꼬았던 다리가 풀려있다.

         

        “공녀님은 너한테 갈 거야. 돈을 얼마나 받던 협조하는 척만 하고, 전혀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해.”

         

        기껏 결심하고 도망쳤는데 엑시드가 따라붙으면 곤란하지.

         

        “그게 다인가?”

        “그래.”

        “…알겠다.”

         

        돈에 관련된 거라 반발이 조금 있을 줄 알았는데. 시한부의 일생일대 부탁은 이리도 위대하다.

         

        “다음, 라데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눈치만 보고 있던 라데아는 내 부름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공녀님의 안전을 부탁한다.”

         

        라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제 일이니까요.”

         

        책임질 여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열정이 가득하다.

         

        “카자르.”

        “…네.”

         

        나는 카자르와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사라지면 공녀님은 너에게 많이 의지할 거다. 사실상 내 역할을 네가 맡는 거야. 잘 해줄 수 있겠지?”

         

        주먹을 꽉 쥔 채 얼굴을 찡그리는 카자르.

         

        “…제가 그 부탁을 안 들어준다고 해서 남으실 수는 없잖아요.”

         

        내 사정을 알고 있는 만큼 가장 이해가 빠르다. 얘랑도 많은 추억이 있었지.

         

        “다음으로 케일.”

        “나? 아까 다 얘기 끝난 거 아니었나?”

        “아직 남아있어.”

         

        나의 대체자 중 마지막이다.

         

        “공녀님의 위협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 전부 제거해라. 명예를 위하는 용병왕이라면 거절하진 않겠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케일.

         

        “내가 어디 기사도 없는 나부랭이처럼 보이나? 용병왕, 백귀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거, 그냥 나만 믿어라. 하면 될 걸 저리 돌려 말하네. 아무튼, 만족스러운 대답이다.

         

        “그래, 너희들만 믿겠다. 공녀님을 잘 부탁한다.”

         

        내 대체를 셋으로 나눴다. 케일, 카자르, 라데아. 셀다스가 이끄는 엑시드 또한 프란체에게 협력할 거다.

         

        ‘이것으로 내 역할은 끝이야.’

         

        이제 이별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곧 있을 재앙의 파도에서 뭘 할 건지 알려주지.”

         

        나는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프란체 가주 만들기 작전을 모두에게 브리핑했다.

         

        “…정말이에요?”

         

        카자르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바라봤고.

         

        “아니, 가문의 일을…….”

         

        라데아는 부담스럽다는 듯 시선을 돌리곤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상관없다. 공녀의 위치가 높아지면 거래하는 우리야 좋지.”

         

        유일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셀다스였다.

         

        “공녀님이 바란 거고, 내가 바란 거야. 마지막이니 들어줘라.”

         

        카자르는 “알겠어요.”하고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과 라데아도 받아들였다.

         

        “이거로 얘기는 끝이야. 이 시간에 모아서 미안하군.”

         

        드르륵. 셀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생일대의 부탁이라니 들어주겠다. 그럼 나는 먼저 가보지.”

         

        다음은 케일이었다.

         

        “나는 그 공녀님이 어떻게 나올지가 두렵군.”

         

        그리 말하곤 고개를 휘젓더니 셀다스를 따라 집을 나갔다.

         

        “저는 신세 지고 있는 처지니 시키는 대로 할게요.”

         

        라데아는 흔쾌히 승낙하고 라이아가 기다리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1층 테이블에는 나와 카자르만 남은 상황. 얘랑은 아직 할 얘기가 남아있다.

         

        “카자르, 탑 운영 건에 대해선 내가 알려줬으니 어찌해야 할지 알겠지?”

        “알고 있어요. 마법사들을 모으고 마석 개발에 집중하면 되잖아요.”

         

        이별 통보를 해서 그런지 까칠하시네. 얘도 나름대로 아쉬운 듯하다.

         

        “믿고 있을게.”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공작저로 돌아갔다.

         

         

        * * *

         

         

        프란체는 공작의 부름에 집무실에 도착했다.

         

        “공작님, 들어가겠습니다.”

         

        가벼운 노크 후에 문을 열고 들어선다. 데카르트 공작은 이미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라.”

        “네.”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공작과 마주한 프란체.

         

        “내가 왜 불렀는지는 알고 있겠지?”

        “재앙의 파도 때문이 아닌가요?”

        “맞다.”

         

        데카르트 공작은 황실의 인장이 박힌 서신을 테이블에 올려뒀다.

         

        “너에게 온 서신이다. 읽어보도록.”

        “네.”

         

        프란체는 서신을 받아 펼쳤다. 내용은 역시나 재앙의 파도에 진 바렌베르크를 동원하라는 얘기였다.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아.’

         

        움직여도 이쪽에서 움직이지, 황실의 명령을 듣고 간다는 게 기분이 더러웠다. 진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거 같잖나.

         

        ‘그래도 이번 일만 끝나면 진의 취급도 바뀔 거야.’

         

        바렌베르크를 해방해 지방 세력으로 만든다. 그곳의 귀빈으로서 대우해 데카르트 공작가의 데릴사위면 아무도 함부로 못 대할 거다.

       

        “황실의 명을 받아 재앙의 파도에 진 바렌베르크를 출정시키겠습니다.”

         

        필요한 대화가 끝나자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앙의 파도 일정이 나오면 바로 보내겠다. 그때 작전 브리핑 시간에 참여하도록.”

         

        프란체는 “네, 알겠습니다.”하곤 고개를 숙인 뒤 곧장 집무실을 나왔다.

         

        “후.”

         

        계획이 시작됐다. 프란체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좋아.’

         

        이번 일만 끝나면 꼴 보기 싫은 인간들을 다 쳐내고, 자신만의 왕국에서 진과 함께할 수 있다.

         

        그 때문일까? 프란체의 기대감은 쉽게 죽지 않았다.

         

        ‘빨리 이번 겨울이 지났으면 좋겠어.’

         

        프란체는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숨긴 채 방으로 돌아왔다.

         

        “헬레나? 오늘은 벌꿀차를 준비해줘.”

        “네, 알겠습니다.”

         

        헬레나가 다기를 준비하러 가고, 프란체는 늘 하던 것처럼 룬어 해독에 들어갔다.

         

        진도가 나갈수록 해독이 힘들었지만, 중반부를 넘긴 시점부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확실히 신기한 마법이 많아.’

         

        생명에 간섭하거나 공간, 시간 같은 인과율에 어긋나는 마법들이 즐비하다. 카자르가 왜 위험하다고 만류했는지 알겠다.

         

        ‘근데 내 목적은 이런 것들이 아니지.’

         

        프란체가 찾고 있는 건 영혼 결속의 마법. 진은 말했다.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이건 진도 동의한 거야.’

         

        그간 묘하게 피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마음을 전하자 진도 솔직하게 나왔다.

         

        이 마음은 프란체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팔락. 프란체는 페이지를 넘겼다. 이번엔 다른 페이지와는 다르게 큼지막한 붉은 룬어가 쓰여있었다.

         

        “이건 뭐야?”

         

        붉은 룬어를 해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간 이 마법서를 해독해온 만큼 익숙한 문자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응?”

         

        [경고! 이 마법은 금지된 마법입니다!]

         

        ‘많이 위험한 마법인가?’

         

        다른 위험한 마법들도 이런 식으로는 경고하지 않았다. 프란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룬어를 해독해 나갔다.

         

        그리고 프란체의 눈에 들어온 건.

         

        [술식의 이름은 <간절한 영원의 노래>]

         

        이 한 문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고봉밥이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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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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