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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살랑미미의 시청자들은 내 방송의 시청자들과는 달랐다.

       

        둘 다 같은 인간들이고, 둘 다 비슷한 평균 나이대를 가지고 있고, 둘 다 같은 지역의 사람들이다.

        물론 내 방송의 시청자들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다른 나라의 인간들도 섞여 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요컨대, 살랑미미 방송의 시청자들과 내 방송의 시청자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둘은 달랐다.

        뭐가 다르냐고 물어도 딱 이거다 싶은 대답은 할 수 없었지만…… 굳이 말하자면.

       

        – 우횻!

        – 이거지이거지이거지이거지어기저이거지어기지어기지…….

        –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 대.황.미.미!!!!

        – 키타아아아앗!!

        – 우횻! 키탓!!!!!

       

        “…….”

       

        이쪽이 좀 더 욕망에 솔직한 느낌이라고 할까?

        조금 신기한 시선으로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옆에 앉아 있던 살랑미미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야! 너희들! 오늘은 손님도 있으니까 말조심하라고 했지!”

       

        따다단~!

       

        [콩물드링킹님의 100,000 츄르 감사하다냥~! : 뭐? 돈 더 달라고?]

       

        “아이고~! 콩물드링킹님! 십만 츄르 감사하다냥! 아리가또다냥~!”

       

        “…….”

       

        “…….”

       

        나는 양손을 오므린 채 고양이 흉내를 내는 살랑미미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바로 인간들이 말하는 ‘자본이 낳은 괴물’이라는 것인가?

       

        내가 앉은 자리의 옆의 옆.

        살랑미미의 왼편에 앉아 있던 최강물소가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아…… 부끄럽다.”

       

        “…….”

       

        부끄러워하는 것은 살랑미미가 해야 하지 않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네가 왜 부끄러워하느냐?

       

        – 앜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자낳괴!

        – 형! 형이 좀 말려봨ㅋㅋㅋㅋㅋ

        – 라나님 표정 봨ㅋㅋㅋㅋ

        – 신세계 영접이시닼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그들의 말대로, 다른 이의 방송은 나에겐 마치 신세계와 같았다.

        참고하기 위해서 다른 인간들의 방송을 본 적은 있지만, 다른 이의 방송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적은 없었기에 더더욱.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방송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소 드센 성격이었던 살랑미미가,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애교가 넘치는 성격을 연기하기 시작했다는 것.

        최강물소나 나는 방송에서 본래의 성격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렇기에 나의 방송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신기하다는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참! 이제 그만! 더는 리액션 안 해 줄 거예요!”

       

        결국 한참을 시청자들에게 시달리던 살랑미미가 버럭 소리 지르고서야 방송이 진행될 수 있었다.

       

        “오늘의 게스트! 요즘 유명하신 분들이죠? 내가 FPS 게임 방송계의 넘버 원이다! 최강물소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따위가 넘버 원은 무슨! 절대 아닙니다!”

       

        딱 봐도 놀리기 위해 말하는 살랑미미와 진짜로 당황한 최강물소.

        젊은 아이들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요즘 가장 유명하신 분이죠? 세계 유일의 드래곤 방송인! 라그나님입니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 와ㅏㅏㅏㅏㅏㅏㅏ!!

        – 라그나! 라그나! 라그나!

        – 절 가져요! 절 가져요! 절 가져요!

        – 엄마! 전 커서 라그나가 될래요! 엄마! 전 커서 라그나가 될래요! 엄마! 전 커서 라그나가 될래요!

       

        최강물소를 소개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환호성.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컴퓨터가 일시적으로 버벅댈 정도였다.

       

        “자! 오늘 우리가 할 컨텐츠는요!”

       

        또다시 시청자들에게 휘둘리기 전에, 빠르게 진행을 시작하는 살랑미미.

        그녀가 컴퓨터를 조작하더니 방송화면 위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살랑미미의 냥냥 토크쇼!”

       

        “…….”

       

        “…….”

       

        어…… 그러니까 저스트 채팅 방송이라는 건가?

        나는 작게 손뼉을 쳤다.

       

       

        *            *            *

       

       

        콰과광!

       

        콰앙!

       

        으아악!

       

        살려 줘!

       

        호주의 상황은 점점 급박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많은 화기 지원을 통해 나름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었으나, 그것은 게이트에서 A랭크 이상의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며 바뀌기 시작했다.

        B랭크 몬스터까지는 쉽사리 넘길 수 없었던 인간들의 화기를 A랭크 몬스터들은 큰 피해 없이 무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A랭크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미리 준비 중이었던 고랭크 헌터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B랭크 이상의 헌터들.

       

        “젠장! 지원은?!”

       

        “아직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뻑!”

       

        콰광!

       

        끼요오오오옥!!

       

        끝없이 날뛰는 몬스터들과,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지는 화기의 포화.

        그리고 그 속에서 A랭크 이상의 몬스터들을 붙들어 놓으려는 호주의 헌터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군 지휘관이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비행 형 몬스터라니!”

       

        그렇다.

        울루루 게이트는 하늘에 떠 있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천공형 게이트.

        땅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적은 만큼, 울루루 게이트에 출현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비행이 가능한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군다나 울루루 게이트가 위치한 울루루 바위는 호주의 사막 한가운데 존재하는 지형이다.

        물론 지금은 울루루 바위 주변을 녹지화하는 데 성공해서 적당한 숲이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주위는 탁 트인 사막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런 장소에서 비행 형 몬스터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순간, 그야말로 대형 참사가 일어날 위험이 존재한다.

        전쟁에서 공군의 위상을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지금 헌터들의 희생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도 이것이다.

        화기의 대부분이 비행 형 몬스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막는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으아악!”

       

        “아악!”

       

        까악!

       

        마치 까마귀를 닮은 몬스터의 부리가 단숨에 헌터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리고 심장이 뽑혀 나간 헌터의 시체에 다른 동료들이 주춤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까마귀형 몬스터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헉?!”

       

        “쏴! 쏘라고!”

       

        “아, 아군이 맞습니다!”

       

        까아아악!!

       

        펄럭!

       

        하필 몬스터가 A랭크인 데스 크로우였다는 점.

        하필 주위에 헌터가 존재하기에, 화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

        그 외에도 여러 우연이 겹치며 거대한 까마귀가 하늘로 떠오르는 틈이 되어 버렸다.

       

        단숨에 하늘로 날아오른 데스 크로우의 검은 눈이 대지를 바라본다.

        아래에서 싸우는 몬스터들과 인간들을 바라보던 데스 크로우의 시선이, 이어서 저 뒤에 있는 인간들의 화기로 향한다.

        계속해서 자기 동료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먹잇감들의 병기.

       

        까아악!

       

        파바바밧!

       

        하늘 높이 날아오른 데스 크로우의 깃털들이 꼿꼿이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몬스터의 날개에서 떨어진 검은 깃털들이, 마치 표창이라도 된 것처럼 호주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피, 피해!”

       

        “Run!!”

        

        서걱!

       

        콰과광!

       

        단순한 깃털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쇠로 만들어진 탱크, 박격포 따위의 무기들을 갈라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기 지원이 뜸해지기 시작한 틈을 타 날개를 펼친 몬스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막아!”

       

        “이대로 뒀다가는 전부 도시로……!”

       

        헌터들이 사력을 다해 막으려 했으나, 날개가 없는 이들이 날개 달린 이들을 전부 붙잡을 수는 없었다.

        점점 호주의 하늘 위로 날개 달린 몬스터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번쩍!

       

        콰과광!

       

        캬아아악!!

       

        까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광선에 맞아 대지로 추락했다.

       

        “저건?!”

       

        “배, 백익룡이다!”

       

        “화이트 윙 드래곤!”

       

        모든 날개 달린 것들이 추락한 호주의 하늘 위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날고 있는 존재.

        순백의 깃털을 온몸에 두른 채, 고고히 하늘에 떠 있던 백익룡 스카투야 블레이즈가 중얼거렸다.

       

        = 개판이군.

       

        “그래도 늦지는 않은 모양이야.”

       

        백익룡의 등 뒤에 장착한 안장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던 이현이 중얼거렸다.

        집에서 같이 치킨을 먹다 소식을 듣고 재빨리 날아왔는데, 치킨을 버린 보람이 있는 모양이다.

       

        = 이제 어쩔래 파트너.

       

        “어쩌긴. 늘 하던 대로.”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둘.

        만약을 대비해 묶어둔 안전벨트를 풀어낸 이현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백익룡의 몸에 둘러진 순백의 깃털이 흩날리며 이현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 죽지 마라.

       

        “너나 잘해!”

       

        순백의 깃털은 이내 빛으로 변해 이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내 대지에 발을 붙인 이현은…… 지금까지의 이현이 아니었다.

       

        하얗게 빛나는 백색의 머리카락.

        찬란하게 빛나는 드래곤의 눈동자.

        피부 위로 모습을 갖춰나가는 순백의 비늘.

       

        드래곤의 계약자가, 드래곤으로부터 더 많은 힘을 지원받은 모습.

        인간의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드래곤의 육신을 그 위에 현현하는 강화 형태.

        차원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지만, 이 차원에서는 이 강화 형태를 이렇게 부른다.

       

        “드래고니안(Dragonian) 개방!”

       

        크롸라라라라!!

       

        백익룡의 힘을 일부 개방한 이현이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비록 진정한 드래곤에 비하면 용광로와 성냥불에 불과했으나, 그 안에 응축된 힘은 몬스터들의 주의를 끌기 충분했다.

       

        캬아아아악!!

       

        A랭크 몬스터, 히포그리폰이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운 채 이현을 습격했다.

        일반적인 인간의 살은 물론이고, 뼈마저 단숨에 동강 낼 정도의 힘과 날카로움이 담긴 발톱이었으나…….

       

        텅!

       

        꺄악?!

       

        드래곤의 비늘을 일부 피부에 구현한 이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강철도 두부처럼 자르는 히포그리폰의 발톱이 인간의 어깨에 막히는 광경에 모두가 입을 떡 벌릴 때.

       

        “이 새끼가!”

       

        콰드득!

       

        이현은 양손으로 히포그리폰의 몸을 찢어 버리며 포효했다.

       

        “이거 어제 산 옷인데에에에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산 신상은 못 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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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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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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