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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탑 확인. 광전사 1명……전진 포지션으로 있어요.”

        

       《네. 봇에 셋 보여요! 바로 들어갈까요?》

        

       “조금만 기다리죠. 뜬금없이 봇에 나머지 다 있을 수도 있어서. 상대팀 보니까 변칙 전략 좋아하더라고요. 대기해주세요.”

        

       《……네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실망한 티가 확 나는 답변이었다. 4강전에서 활약을 못한 만큼,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실력 방송은 커녕 개그 방송을 하는 브론즈 티어 스트리머로서는, 지튜브 쇼츠에 올릴 수 있는 장면 하나 건질 수 있다면 게임의 승패야 아무래도 좋을 테니.

        

       ‘선수가 저랬으면 아주 그냥 반쯤…….’

        

       잠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상상을 하던 바다바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마음을 다스렸다.

       

       상대는 팬덤이 두터운 대형 스트리머다. 목소리 조금 시무룩했다고 자신에게 괴상한 꼬투리를 잡는 놈들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잘 하고 계세요. 제가 타이밍 봐서 콜 드릴 테니, 침착하게 가시죠.”

        

       본인도 반쯤은 스트리머가 되었고, 곧 전업 스트리머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스트리머들을 대하는 건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런 대회도, 예전 같았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은퇴 후를 생각하면 방송을 어떻게든 최대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우연히 온 제안을 덥석 잡고 말았다. 프론트는 물론, 최근에는 사이가 좋지 않던 감독에게 읍소까지 해가며.

        

       프로 팀의 코치라는 것이 본래 언제 교체당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파리목숨에 가까운지라, 노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탓이다.

        

       늘어난 시청자수를 보고 있자면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가면 갈수록 힘겨웠다.

        

       프로 경기와는 비할 수조차 없는 예능 대회라고 하더라도,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했으니.

        

       ‘혹시라도 지면…….’

        

       팀 공식 지튜브 댓글란에 ‘브론즈들한테 지는 코치를 대체 왜 씀?’ 따위의 글이 도배되는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 뿐이랴. 그간 쌓아온 프로 커리어까지 폄하당할 터.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건 참을 수가 없었다.

        

       《지하에 도적 아직 안 보여요!》

        

       《엥? 소리도 안 들려여?》

        

       《아……그러고보니? 못 들은 것 같아요. 아닌가? 어, 못 들었어요.》

        

       그 와중에 팀원이라고 붙어있는 것들은 저 꼬라지니. 괴로움은 2배였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은은하게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애써 억누르며 주변을 살폈다. 거대한 양날도끼를 든 광전사 1명 외에는 여전히 누구도 시야에 잡히지 않는 상황. 지하에서 올라오는 통로에 눈길을 보내며, 방어 자세를 굳혔다.

        

       유효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지만, 해야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탑을 노리고 온다면, 몇 명이 오더라도 버텨낸다.

        

       반대로 모두가 봇으로 간다면, 저 광전사의 대가리를 깨버리고 상대 진영에 침투한다.

        

       탑기사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이자, 바다바다가 프로 무대에서도 캐리를 하던 승리 공식 중 하나였다.

        

       게임이 무난하게 흘러가기만 한다면, 질 생각은 없었다.

        

       ‘변수. 변수만 없으면 된다.’

        

       《지하 2명! 지하 2명이에요!》

        

       《뭐야! 아! 씨, 봇 화염폭발 맞았어요!》

        

       《도적이랑, 저거 뭐야? 어? 궁순가? 저게 활이야?》

        

       《도적 궁수 봇! 도적 궁수 봇! 어떡해요?!》

        

       그리 생각하는 바다바다의 귀로, 가장 듣고 싶지 않던 짹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2지하. 결국, 장난질인가.’

        

       2지하. 대회 준비기간 초기에 따뜻한아메카노먹고싶다의 연습 방송을 체크했을 때 확인한 전략이었지만, 트롤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10번에 1번 성공하는 전략으로 지튜브 각 뽑겠다고 나대는 스트리머를 어디 한 둘 보았던가.

        

       그걸 진짜 대회에까지 들고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저격을 한 시청자들이 접대 게임해주는 거에 취했나. 에휴, 진짜……여자 스트리머가 그렇지 뭐.’

        

       게임 수준 자체가 낮아지는 건 방송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 바다바다의 머리는 어느새 게임 자체보다도 방송의 득실을 계산하고 있었다.

        

       다만, 불안한 점이 하나 있다면- 어찌 되었든 대처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전략인 만큼, 전략 자체가 변수 투성이라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특히나 아군 지하가 임기응변 능력이 부족한 다이아인 마당에야.

        

       “지하 그냥 버리고 봇으로 합류해주세요. 봇은 먼저 교전해주시고.”

        

       《네! 자, 드가자!》

        

       조금 불리하게 가더라도, 변수를 차단한다.

        

       그리 생각하며 눈 앞의 광전사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나가기 시작한 바다바다의 시야 한 켠에, 가장 보고싶지 않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구링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별포크(도적) → 모구링(도적)]

        

       《아! 아, 씨. 뭐야 저거? 이게 원킬이 나? 아니, 뭐야? 아, 죄송해요. 지하에 도적 궁수 계속 있어요.》

        

       ‘씨발. 다이아가 브론즈한테 따여?’

        

       울컥 치밀어오르는 욕설을 애써 억눌렀다. 그래. 아따먹인가, 그 사람. 그 사람도 같이 지하에 있으니까. 지원사격이 있었겠지.

        

       상황을 물어볼까 싶었지만, 무의미한 투덜거림이 8할인 하소연에 가까운 브리핑을 들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젠 되면 바로 봇으로 합류해주세요. 저도 뚫습니다.”

        

       무미건조한 오더와 함께, 돌진했다.

        

       상대 광전사, 레반은 양손도끼를 몸에 가까이 붙인 채 천천히 스텝을 밟고 있었다. 안정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자세.

        

       VR게임 특유의 보정을 꺼버렸다는 티가 나는 자세였다. 몸에 맞지 않는 경직된 움직임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니.

        

       온 몸을 슬쩍 움찔거리기만 해도 훅훅 움직이는 그게 무슨 컨트롤이냐는 이예나의 비난과는 달리, 나오나에서 상위 티어로 갈수록 움직임 보정은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시스템으로 보정된 움직임은 너무 읽기 쉬운 탓이다.

        

       -부웅!

        

       유효 사거리에 들어가기 직전, 자신의 다음 스텝을 예상한 듯한 도끼가 횡으로 크게 휘둘러졌다.

        

       양손도끼 다운 리치. 반 걸음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도끼날이 아슬아슬하게 기사의 갑옷을 긁으며 비껴 나갔다.

        

       날카로운 일격이었으나, 이 정도에 당해줘서야 전 프로라는 이름값을 감당할 수 없다.

        

       《봇에 도적! 쟤네 다 모인 거 같아요!》

        

       《어, 뚫을 수 있겠는데요? 저 기사 피 없어요!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본진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지만, 낙관할 수는 없었다. 아따먹. 정작 아따먹에 관한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었으니.

        

       상대에게 숨을 고를 틈을 줄 이유는 없었다.

        

       광전사는 아직 큰 공격이 빗나간 후유증으로부터 회복하지 못한 상태. 앞으로 크게 발을 뻗으며 칼을 찔러 넣었다.

        

       광전사가 능숙하게 몸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광전사들이 즐겨하는, ‘내어주는 공격’. 피가 튀었으나, 경직은 미미했다. 일정량 이하의 데미지에 대한 경직을 대폭 줄여주는 특성을 채용했다는 의미.

        

       바다바다의 머릿속에서 레반의 특성 빌드가 눈에 보이듯 그려지기 시작했다.

        

       ‘폭주랑, 불굴.’

        

       감히, 버티는 게 아니라 이길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피식 웃은 바다바다가 다시 몸을 전진시키며 방패를 휘둘렀다. 검을 회수하는 움직임까지 이용한, 힘이 실린 실드배시. 불굴 특성믿고 나대는 광전사들을 잡기에 최적화된 공격이었다. 데미지는 낮으나, 맞기만 하면 1초는 경직시킬 수 있으니.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방패와 도끼자루가 충돌했다. 제법 큰 충격이었다. 거대무기의 특성상, 바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뒤로 물러서는 광전사를 추격하듯이 달려들었다. 우상단에서 좌하단까지 깊게 베는 공격. 피하지는 못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던진 검격이, 과연 예상대로 상대의 팔에 적중했다.

        

       피가 튀어오름과 동시에, 다시 한 걸음 물러서며 자세를 고쳐잡는 광전사. 체력을 빼고 폭주를 킨 후에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 훤히 보였다.

        

       물론,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

        

       폭주 직전까지 몰아세운 후, 치명적인 일격으로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저런 외줄타기를 하려 드는 광전사야말로 바다바다가 가장 선호하는 먹잇감이었으니.

        

       다시금 크게 휘둘러지는 양손도끼. 순간 패링을 해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거대무기에 대한 패링은 판정이 박했다.

        

       ‘변수 없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던 찰나.

        

       -삐이!

        

       날카로운 효과음과 함께 시야가 짧게 적색으로 점멸했다.

        

       원거리 무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

        

       ‘궁수?’

        

       아마, 저쪽 첨탑에서 발사했을 테니- 화살이 날아오는 데 3초는 걸릴 터. 그리 판단한 바다바다가 옆으로 부드럽게 회피기동을 하려던 순간.

        

       -콰앙!

        

       이번에는 굉음과 함께 시야가 피로 물들었다.

        

       시야 한 켠의 체력바는 6할 이상이 검게 물든 상황.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본 바다바다의 눈에, 거대한 석궁에 화살을 장전하고 있는 괴인이 들어왔다.

        

       석궁 중에서도 가장 큰, 짊어지다시피 해야 하는-

        

       ‘발리스타?’

        

       한 발 쏘고 나면 석궁을 바닥에 박아 넣고 장전만 한 세월 해야 하는 데다가, 사거리도 일반 활에 비하면 형편없다.

        

       저딴 무기를 대체 누가 쓴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판금갑옷도 뚫어버리는 파괴력만 부각되고 있었다. 평소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잡아 죽이면 그만이겠으나- 기세등등하게 접근하는 광전사가, 한눈 파는 걸 허용할 리가 없었으니.

        

       ‘별, 씨발-’

        

       * * * *

        

       “뭐야, 대회? 오늘 리그 있었나?”

        

       “아니요, 이거 그거에요. 그, 트위트에서 하는 대회.”

        

       프로게임단 GP의 연습실. 팀의 주장인 오소독스, 주호는 동료의 화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쉬는 시간이라지만, 월드 시리즈가 머지 않은 상황인데 인터넷방송이나 보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 브론즈들 섞고 픽도 랜덤 돌리는 예능 운빨 대회? 뭐 그런 걸 보고 있냐. 시력 떨어진다.”

        

       “아, 아니에요! 이거 진짜 볼만 한데. 전략적으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뭘 배워? 어떻게 창의적으로 죽는지?”

        

       “아니, 이게 제가 진짜 변명하는 게 아니라요……2지하로 운용하는데, 이거 뭔가 될 것 같은데요?”

        

       “야, 2지하는 무슨 씹- 어, 뭐야. 저거 바다바다 아니야?”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하기에 조금 자세히 보자니, 익숙한 닉네임이 보였다.

        

       “한 번 보시라니까요? 진짜.”

       

       약간의 흥미가 생긴 오소독스가,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아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마찬가지로 익숙한 닉네임이 눈에 띄었다.

       

       “아따먹……야, 얘 걔잖아. 니가 맨날 영업하던. 너 그냥 여스 보고 싶어서 틀어둔 거지.”

       

       “아니에요! 애초에 그 인간은 방송도 안 켰다고요. 아니, 처음엔 아따먹 보려고 한 것 맞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제목이 적히지 않은 예약회차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입니다. 어떨 때는 예약회차에 적힌 글이라고 해봐야 500자 내외일 때도 있을 정도여서.. 업로드할 수 없을 뿐이에요. 설마 글을 다 준비했으면서 서빙만 안 할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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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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