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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황량한 사막을 걸은지 어연 이틀. 제이나는 올리비아가 어째서 첫날 자두라고 했는지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황무지, 지옥불에 그을린 모래, 불타는 발굽 자국…….

         

       제이나가 생각했던 평범한 사막과는 격을 달리했다.

         

       “케엑…….”

         

       바람을 거슬러 온 유황 냄새에 제이나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유황 뿐이라면 차라리 나았다.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암흑의 존재들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쉬고 싶었지만, 도무지 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오죽하면 북부의 겨울이 선녀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잠시만.”

         

       올리비아는 잿더미가 된 마을에서 멈춰섰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사람의 시체들과, 악마에게 제물을 바칠 때 사용하는 제단. 틀림없이 올리비아가 쫓던 마녀의 흔적이었다.

         

       파스스.

         

       올리비아의 손에 들려있던 잿더미가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얼마 안 됐네.’

         

       잔존하는 마기로 보아하니, 오늘 새벽녘까지 여기 있었던 모양이다.

         

       “그 자식, 내가 꼭 잡고 만다.”

       

       제이나가 으르렁거렸다. 처음에는 대악마의 계약자라 하여 두려워했지만, 한 번 고생을 하고 나니 대마녀고 뭐고 하루 빨리 이 고행을 끝내고 싶었다.

         

       “지금 너무 들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해라.”

       

       아라미스가 충고하듯 말했다. 그의 주변에는 얼어붙은 대형 전갈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이 곳의 몬스터들은 화염 저항력은 뛰어났지만, 냉기에는 유독 약했다.

       그는 잔존 마력을 점검했다. 대략 3분지 2정도. 아껴쓴다고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몬스터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스승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올리비아는 시체들을 불태우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굳이 화염 마법만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남부에 도착한 이후로, 올리비아는 단 한 번도 다른 속성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잠시만.”

         

       올리비아는 화력을 높여 시체를 마저 화장했다.

         

       [당신은 억울하게 살해당한 망자를 위로하였습니다!]

       [‘마녀 예카테리나’의 위치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시체를 화장한다고 해도 아무런 알림이 뜨지 않지만, 이곳 남부에서만큼은 달랐다. 남부에서는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기에 노출된 시체는 언데드로 되살아난다. 그런 치욕을 겪고 싶어하는 망자는 없다,

         

       [망자들이 당신의 선의에 감사를 표합니다.]

         

       하지만 시체를 화장하면 언데드로 되살아나지 못한다. 겸사겸사, 그들을 살해한 자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말이다.

       물론 단순히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추적당할까봐.”

       “추적이라뇨……?”

       “지난 이틀 동안, 이상한 점 못 느꼈니? 이 혹독하고 척박한 땅에, 어떻게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지 말이다.”

       

       여태껏 만났던 남부민들은 올리비아에게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단 한 명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모두 ‘몰살’까지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는 얘기지.’

         

       그런 남부에서도 가장 혹독한 곳이, 바로 잿더미의 땅이다.

       오죽하면 잿더미의 땅에서 살아나온 용병들이 보증수표라고 불리겠는가.

         

       “확실히……이상하기는 하네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남부로 몰려든다고는 해도, 마을까지 지어질 정도면 못해도 년 단위로 버텼어야 하는데 말이죠.”

       “남부에도 강자가 있는 거로군요.”

         

       아라미스의 답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치켜든 손가락 두 개.

         

       “남부가 사람 살 수 있는 땅이 된 이유는, 두 명 덕분이다. 한 명은 혁명가. 다른 한 명은, 악마 사냥꾼이라고 불리지.”

       “……둘 중 추적술에 능통한 자가 있겠군요.”

       “그게 후자야. 마기나 마력을 읽는 능력이 탁월해서, 남부 땅을 밟은 순간 그자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지.”

       “그럼 스승님은 그 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화염계 마법만 사용하신 겁니까?”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사기적인 능력에도 한 가지 정도 하자가 있는 법이니까.”

         

       아마, 녀석도 예카테리나를 쫓고 있을 것이다.

         

       “가자, 만나기라도 했다간 골치 아파진다.”

       

       

       *****

         

         

       “하악……하악……!”

         

       예카테리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앞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잿더미뿐.

       그녀는 마계의 서 공작, 벨페고르와 계약한 마녀였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여전히 벨페고르와 계약 중이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힘은, 대마법사 그 이상.

         

       “도대체 어디서……!”

         

       그런 예카테리나가, 일방적으로 사냥당하고 있었다. 사정없이 꿰뚫린 아랫배, 넝마가 되어 움직임을 멈춘 오른팔이 그 증거였다.

         

       “젠장! 숨어있지만 말고 모습을 보여라!”

         

       혹시나 기척을 내비칠까 하여 말해보았지만, 역시나였다.

         

       악문 입술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빌어먹을!’

       

       예카테리나가 사방으로 마기를 퍼뜨렸다. 땅거죽이 뒤집어지며 죽었던 시체들이 되살아나고, 망령의 안개가 하늘을 덮었다.

       물경 수백에 달하는 언데드들이 그녀를 호위하듯 둘러쌌지만, 예카테리나의 표정은 조금도 펴질 줄 몰랐다.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을, 못해도 세 번은 더 겪었기 때문이다.

         

       언데드들은 고기 방패 역할조차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콰드드드득!

       

       바로 지금처럼.

         

       순식간에 날아온 화살. 예카테리나는 이를 악물고서 보호막을 전개했다. 압도적인 밀도의 어둠이 그녀를 감쌌다. 한계의 한계까지 모은 마기. 하지만 예카테리나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쐐애애애액!

       

       항마(降魔)의 기운이 어린 화살이 어둠을 꿰뚫고 전진한다. 심장 부근에서 아찔한 고통이 느껴졌다.

       마녀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느껴보는 고통에, 예카테리나가 비명을 내질렀다.

       마녀인 덕에 심장이 꿰뚫리는 정도로는 죽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빌어먹을……빌어먹을……!’

         

       상대가 되질 않는다. 도대체 궁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길래, 대악마의 마기가 서린 보호막을 이토록 가볍게 꿰뚫는단 말인가.

         

       예카테리나는 아공간을 뒤져 스크롤 한 장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텔레포트 스크롤이었다.

         

       ‘젠장, 이런 곳에서 세 장이나 쓰게 될 줄이야.’

         

       굳이 남부로 도망친 이유는,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단이 내려준 지령.

       그녀가 벨페고르를 실망시켰음에도, 여전히 계약이 파기되지 않은 것 또한 그것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다! 계약이 파기될 바에, 죽는 편이 나아!’

         

       마녀에게 계약 파기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수치. 모든 힘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실패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 순간 어떤 악마와도 계약할 수 없는 반푼이가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차라리 교단이 내려준 지령을 뒤로 미루는 편이 나으리라.

         

       -츠츠츳!

         

       그녀는 망설임 없이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아아아악!”

       

       예카테리나는 몸을 비틀면서 비명을 질렀다. 몸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스크롤을 사용한 탓이다. 내장이 짓뭉개지는 듯한 고통.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미 몇 번 죽고도 남았을 상처였다.

         

       그나마 텔레포트를 성공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어떻게든 회복, 회복을……!’

         

       그녀는 흘러나오는 내장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인간, 인간의 피가 필요했다. 하다못해 시체라도. 그것들을 공물로 바치면, 벨페고르의 마기를 빌려 신체를 수복할 수 있다.

         

       예카테리나는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그녀가 공녀로서의 직위를 버리고 마녀가 되었던 건, 이딴 최후를 원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곧 이 세계에 강림할 새로운 주인 아래서, 다시 한 번 권력을 누리기 위함이었다.

         

       “피……피……!”

         

       예카테리나가 고개를 홱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신선한 인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아닌, 마법사의 기운이었다.

         

       운이 좋았다. 예카테리나는 입술을 닦으며 얼마 남지 않은 마기를 끌어냈다.

         

       스르르르르!

         

       예카테리나의 몸에서 흘러나온 어둠이 땅거죽 밑으로 스며들었다.

         

       [가서 놈들의 사지를 찢어라.]

         

       그녀가 악령들에게 명령했다. 순식간에 몸집을 키운 악령들이 주저없이 마법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빨리, 급하단 말이다.’

         

       예상외로 분전하는 마법사들을 보며, 예카테리나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죽게 생겼다.

         

       ‘강한 놈들이니, 저놈들을 잡으면 회복은 확실히 할 수…….’

         

       잠시 생각하던 예카테리나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분명 처음에는 셋이었는데, 왜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건 둘 뿐이란 말인가?

         

       ‘……착각이었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그 쪽이 오히려 찾아올 줄이야.”

       “……?!”

       “계약 파기가 안 되기는 했는데……다쳤으니 얼추 균형은 맞을테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왠지 모를 섬뜩함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올리비아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틀 동안 찾았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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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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