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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이류의 육신은 수많은 혈이 닫힌 상태다.

       

       고수들이라면 당연히 사용하는 여러 문들이 닫혀 있는 셈이니 내공을 품는데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요 내공을 운용하는 데에도 번거로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본래라면 이 문을 여는 것은 긴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정석적인 수단을 택했을 때의 이야기다.

       

       천마신공이 운용하는 내공은 파괴적이다.

       

       항시 주변의 무언가를 부수지 못해 안달이 난 신공은 신공의 사용자가 펼치는 무공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내공 자체에 영향을 끼치니.

       

       천마신공을 익힌 자 중에 단명 하는 이가 많은 것은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무공에 잡아 먹혀 버리기 때문이었다.

       

       이는 천마신공의 단점 중에 하나지만 단점이라 하여 이용할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약을 잘못 다루면 수많은 사상자를 내지만 그를 올바르게 쓴다면 훌륭한 도구가 되듯.

       

       천마신공의 파괴성 또한 섬세히 다룰 수만 있다면 가치를 지닌다.

       

       지금처럼.

       

       이류의 육신에 존재하는 수많은 벽들을 천마신공의 파괴성으로 무너트린다.

       

       하단전이 가득 차 갈 곳을 잃어버렸던 내공에게 중단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고.

       

       막대한 내기가 몸 이곳저곳으로 갈 수 있도록 가로 막혀 있던 혈맥을 뚫어 주었다.

       

       천마신공의 특성을 이용해 억지로 지름길을 만든 셈이다.

       

       허나 이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기에 당연 부작용이 따른다.

       

       생각해보라. 문은 열라고 만든 것이지 부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문을 화약으로 터트리면 주변의 벽이 손상되듯 신공으로 경지를 뚫으면 혈맥이 망가져 버린다.

       

       아무리 섬세히 천마신공을 운용한다 하여도 혈맥에 부담을 주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의 단명을 촉구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택해선 안 되는 수단이지만 지금은 괜찮다.

       

       공청석유라는 약재는 한방울 만으로도 주화입마에 이른 이를 낫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다.

       

       아직 공척석유의 약효가 남은 지금이라면 얼마든 몸을 망가트리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

       

       “미쳤군요. 당신은 정신이 나갔어요! 자신의 손으로 혈맥을 부수다니!”

       

       혈교주는 내가 내기를 운용하는 것만을 보고 내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눈치 챈 기색이었다.

       

       

       “놀랄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군요.

       어찌 이류의 육신을 지닌 당신이 어찌 그토록 아름답게 내공을 운용하는 겁니까?

       그리고 혈맥을 부순 탓에 죽을 만큼 아플 터인데 어찌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는 겁니까?!”

       “시끄럽다.”

       

       쓸데없이 보는 눈만 좋아선 말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지껄여 대는 구나.

       

       덕택에 나를 바라보는 바루의 눈에 걱정이 서리지 않았느냐.

       

       “괜찮다.”

       

       이 정도 고통은 과거에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말이다.

       

       안심을 시켜 주기 위해 한 말이었으나 걱정스러운 시선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하여간 혈교주 저 놈은 도움이 되는 일이 없다.

       

       “경이롭군요! 외부인 중에 이런 괴물이 나타날 수 있다니!”

       

       그러니 저 시끄러운 입을 틀어 막으러 가자꾸나.

       

       검을 집어 넣고 내기를 몸 안에 돌린다.

       

       망가졌던 혈맥은 이미 치유된 상태였다.

       

       그러니 무공을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당신은 도대체 어떤 경지를 보고 있는 겁니까?”

       

       답을 하는 대신 몸을 움직였다.

       

       허공을 짓밞음으로써 소리를 감추고 앞으로 뛰어 들었다.

       

       한걸음 만에 서로의 거리가 좁혀 졌다.

       

       숨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혈교주의 붉은 색으로 물든 눈동자를 확인한다.

       

       그래. 니 놈 정도면 따라올 줄 알았다.

       

       권을 내지름과 동시에 혈교주가 장법을 펼쳐 내 권을 받아냈다.

       

       내질러진 서로의 권과 장은 닿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부딪친 것은 서로의 손에 둘러진 강기였으니.

       

       천마신공의 검붉은 내공과 혈교주가 사용하는 수라쌍극패의 하얀 내공이 부딪히며 서로를 집어 삼키려 했다.

       

       역시 이른 경지가 가볍지 않구나.

       

       불완전한 강시의 몸을 빌린 채 이만한 무공을 펼칠 줄이야.

       

       내 특별히 칭찬을 해주겠다.

       

       허나 아직은 그 정도에 불과하구나.

       

       주먹을 쥔 손에 힘을 더하자 일면 대등해 보였던 대치가 단번에 무너졌다.

       

       혈교주의 눈이 크게 뜨임과 동시에 그 몸이 저 멀리로 날아가 돌산의 바위에 처박혔다.

       

       그리곤 그가 박힌 자리를 중심으로 바위에 금이 가더니 이내 바위가 조각이 나 무너지며 혈교주를 위한 무덤을 만들어 냈다.

       

       “정말이지. 너무 거치시네요.”

       

       뒤편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와 고개를 돌렸다.

       

       내가 팔다리를 잘라 바닥에 늘어 두었던 강시의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름 공을 들여서 만든 녀석이었는데.”

       

       발로 바닥의 돌멩이를 걷어차 허공으로 띄운 후 그를 집어 강시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무 하시네. 아끼던 물건이 망가진 것도 서러운데 대화도 안 해주시면.”

       

       방금처럼 소리가 난 곳에 돌을 던져 주었더니 이번엔 혈교주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할 말이 있다니까요?!”

       

       하나하나 박살을 내는 것도 귀찮구나.

       

       내기를 흩뿌려 바닥에 머무르는 머리를 모조리 터트리기 직전 혈교주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왜 그렇게 저를 미워하시는 겁니까?!”

       “우문이군. 혈교를 미워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

       “당신이 데리고 다니는 축생과 관계된 이야기라고요!”

       

       음.

       

       지금 혈교주가 하는 이야기에 어울려줘선 안 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나는 이미 저 놈의 흥미를 끌어 버렸다. 그러니 놈이 내게 집착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약점처럼 보이는 걸 비춘다면 어떤 꼴이 날지야 뻔했다.

       

       이를 알았음에도 순간 망설여버린 것은 본인이 무언가를 잃는 것에 서툴렀기 때문이리라.

       

       “겨우 들을 마음이 생기셨습니까?”

       “지껄여 보거라”

       “문제를 내죠.”

       

       아직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듯 싶어 머리통 하나를 더 터트려 주었더니 다른 곳에서 한탄을 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얌전히 말할 테니 좀 그만해 주십시오. 정신을 옮겨다니는 것도 피곤한 일이라구요.”

       “알바더냐.”

       “하아. 이 산 전체에 설치된 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화산에 머무르는 모든 생명을 공양할 셈이겠지.”

       

       내가 혈교주를 뭉개기 위해 돌아다녔던 것은 단순히 일 이 년 정도가 아니었다.

       

       그 동안 나는 혈교주에게 수많은 곤욕을 치렀고 자연스레 저 놈팽이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

       

       혈교주가 문제를 낸다 말을 할 때는 이미 단서가 모두 다 주어졌을 때뿐이다.

       

       지금 같은 경우에 저 놈이 내민 단서라 한다면 혈진 한 가운데에 있던 신령과 거기에 바쳐진 생명 뿐이니.

       

       질문에서 답을 내놓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확합니다. 놀랍네요.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할 말이나 해라.”

       “하하. 알겠습니다.

       당신은 무슨 수를 쓴 건지 몰라도 공양에서 자유로운 듯 합니다만 과연 당신 옆의 축생도 그럴까요?

       저 녀석이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 줄 테니…”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쓸데없는 소리였구나.”

       “…네?”

       

       생명을 빨아들이는 혈술에 저항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루는 도술을 자유로히 다루는 신령이니 방법을 가르쳐 주면 언젠가는 익히겠지만 지금 당장에 배울 순 없다.

       

       허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바루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다면 내가 그녀를 지키면 그만인 것을.

       

       일전에는 효율을 위해 바루를 진 바깥으로 내던졌지만 수고를 들이면 그녀를 보호하지 못 할 것도 없다.

       

       “할 말은 그걸로 끝이더냐?”

       “아니. 잠시.”

       

       남아있는 강시들의 머리를 모두 터트려 버렸다.

       

       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번엔 한참을 기다려도 들려오는 게 없었다.

       

       아직 세월이 부족해서 그런가 어설프기 짝이 없구나.

       

       내가 아는 혈교주였다면 이 상황조차 예상해 상대를 놀려먹을 방법을 준비했을 터이거늘.

       

       “민가야.”

       

       혈교주가 사라져 속이 시원하단 생각을 할 무렵 바루가 쭈뼛거리며 내 근처로 다가왔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

       “무어가 말인가.”

       “좀 더 정보를 캐는 편이 낫지 않았느냐?”

       

       원래라면 그렇겠지.

       

       혈교주는 한 집단의 수장.

       

       무언가를 캐낼 수 있다면 어떤 고문을 해서라도 집요히 묻는 것이 옳다.

       

       하지만 혈교주는 예외다.

       

       저 놈은 자신의 입으로 영양가 있는 정보를 절대 내놓지 않는다.

       

       놈이 자신의 입으로 무언가를 자랑스레 나불거릴 때는 오롯이 자신의 계획이 완성된 순간뿐이니.

       

       혈교주의 헛소리를 들으며 열불이 터질 바에야 입을 틀어막는 편이 낫다.

       

       이를 설명을 해주려다 입이 턱하고 막혔다.

       

       어찌 그리 혈교주에 대해 잘 아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할 말이 마땅찮았던 것이다.

       

       이전에 대적해 보았기에 잘 안다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를 어찌 얼버무려야 할지를 고민하던 중 산 전체에서 사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본신으로 돌아간 혈교주가 혈진을 발동시킨 모양이구나.

       

       마침 잘 되었다.

       

       이럼 이야기를 스리슬쩍 넘길 수 있을 터.

       

       “이 무슨?!”

       

       당황을 해서 두 손으로 지팡이를 꼬옥 쥔 바루의 옆으로 다가섰다.

       

       “괜찮다. 내 옆에 있으면 아무런 일도 없을 터이니.”

       

       이 혈술의 원리는 흡기공과 다르지 않다.

       

       흡기공이 상대가 지닌 내공의 주도권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한다면.

       

       혈교의 술은 상대가 지닌 생기의 주도권을 잃게 해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니 대처를 하는 방법도 흡기공에 대항하는 방법과 같다.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면 그만이다.

       

       주변에 내기를 퍼트려 하나의 공간을 형성했다.

       

       방금 전에 맥을 다 뚫어놓은 덕분인지 이전보다 내공을 움직이는 게 수월했다.

       

       우리의 주변으로 오는 사기를 나의 내기로 짓눌러 거두어 내니 사기는 감히 우리의 주변으로 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기를 쳐내며 고개를 들어 숲의 풍광을 지켜 보았다.

       

       숲에 퍼진 사기가 생명을 삼키고 있다.

       

       나무에서, 하늘을 나는 새에게서, 대지를 달리는 짐승에게서.

       

       그 모습은 탐욕만을 지닌 아귀를 연상시켰으니 산의 모든 생명을 입에 담기 전엔 멈추지 않을 게 분명했다.

       

       “…민가야. 저기 있는 절벽으로 가도 되느냐?”

       “물론 가능하지.”

       

       바루를 데리고 근처의 절벽으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누군가가 산이라는 장작에 사기라는 불씨를 던진 것처럼 사기가 산을 중심으로 해 넘실거리고 있었다.

       

       “산이 무너지고 있구나.”

       

       그 광경을 보고 질려버린 바루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기의 흐름을 관찰했다.

       

       사기는 주변의 생명을 집어 삼키며 한 군데로 모이고 있었다.

       

       그 장소는 화산파의 한 건물이었다.

       

       한 무인에게 산 전체의 생명을 공양하려는 것인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마 화산문주일테고.

       

       흐음.

       

       대충 보아도 혈교주가 이 일에 무척 공을 들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화산과 협력한 몇 년의 세월 동안 이 날 만을 기다려 왔을 터이니. 

       

       그렇다면 혈교주의 입장에서 화산문주는 공을 들여 만들어낸 예술품이나 다름없겠지.

         

       그를 내가 부수어 버린다면 무척이나 좋아하겠구나.

       

       좋다.

       

       어디 퀘스트를 마무리 하는 김에 혈교주에게 엿을 먹여 주도록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하고만 있을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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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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