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0


   러브코미디같은 새벽이 지나가고, 다음날이 밝았다.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시간부터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가볍게 아침을 때우고, 잘 때 쓴 모포를 갈무리했다. 다 꺼진 모닥불을 흙이나 나뭇잎으로 덮은 후 10개의 무리로 나뉘어 다시 여정의 길에 올랐다.
   ​
   ​
   가장 끝 무리인 노아 일행은 다른 무리가 먼저 출발할 때까지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
   ​
   “흐아암…”
   ​
   ​
   리안은 마검 사건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그런 리안을 노아는 몰래 훔쳐보았다.
   ​
   ​
   노아는 당장이라도 그의 곁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것도 따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
   ​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잖아.’
   ​
   ​
   리안은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노아를 못 믿어서 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얘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고, 사회 경험이 많은 줄리아나가 말해주었다.
   ​
   ​
   그런 리안에게 제대로 된 사정을 듣기 위해선 경계를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
   ​
   그가 “괜찮아.”라고 말할 때마다 화를 내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면 리안은 더더욱 말을 꺼내는 것을 꺼릴 터였다.
   ​
   ​
   그런 이유로 리안이 혼자서 피를 흘려도, 뭔가 숨기는 기색이 있어도 일부러 묻지 않았다. 그의 문제가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것처럼 별거 아닌 일처럼 취급해, 쉽게 말을 꺼내게 만들 계획이었다.
   ​
   ​
   ‘나… 잘하고 있는 거겠지?’
   ​
   ​
   노아의 머릿속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날려버렸다. 이런 무거운 고민이 언제나 제 발목을 잡아 왔다는 걸 이젠 잘 알고 있는 탓이다.
   ​
   ​
   얼마 지나지 않아 노아의 무리가 출발할 때가 되었다. 노아는 어제 있었던 일을 굳이 언급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
   ​
   ‘끄응… 어제보다 더 힘들잖아.’
   ​
   ​
   그런 노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안은 어제보다 더 노아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
   ​
   ‘이게 다 가르간도아 때문이야.’
   ​
   ​
   눈으로 보다 못해 촉감까지 느낀 탓에 노아와 대화할 때마다 혀에 버퍼링이 걸렸다. 자신도 모르게 평평한 노아의 가슴으로 시선이 내려가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
   분명 그런 태도가 티가 날 텐데도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자신을 챙겨주는 노아의 태도에 리안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
   ​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그들은 새로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웬만큼 작은 마을은 그들의 정보만 새어 나갈 터라 일부러 들리지 않았었지만, 이번에 도착한 마을은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
   ​
   물론 카르디샨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카르디샨을 향하기 위한 중간 거점 같은 마을이라 유동 인구가 많았다. 약 100명의 사람이 마을에 들어선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
   ​
   부족한 물자를 챙기고, 여관에서 피로를 풀기 위해 10개의 무리는 시차를 두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
   ​
   워낙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마을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 편하게 들어설 수 있었다.
   ​
   ​
   그들은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10개의 무리가 전부 다른 여관에서 묵기로 말을 맞춰놓은 상태였다.
   ​
   ​
   “어?”
   ​
   ​
   노아는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러자 리안을 포함한 일행의 시선이 노아에게 모여들었다가 이내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
   ​
   “어우..”
   “다 무너졌네.”
   ​
   ​
   시선 끝에는 폭삭 주저앉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워낙 미친놈이 많이 사는 땅이었기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노아는 작게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
   ​
   “원래 저기에 있던 여관에서 묵으려고 했는데..”
   “저거 한 달인가 두 달 전에 무너졌어.”
   ​
   ​
   노아가 그리 중얼거리자 근처 길가에 서서 담배를 피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
   ​
   “뭔, 포테이토인가 포텐시? 인가하는 놈이랑 다른 놈이 시비가 붙어서 저 꼴이 되었지.”
   ‘아, 사천왕이 무너뜨렸구나.’
   ​
   ​
   최약체 사천왕이자 외신에게 제 몸과 영혼을 바쳤던 남자 포텐시엔이 카르디샨으로 오는 길에 쳤던 사고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
   ​
   “여관주인이 건물 부자라 저쪽 -..에 자리를 옮겼다더라. 갈 거면 그쪽으로 가.”
   ​
   ​
   남자가 담배 연기를 길게 뱉어내며 싱글벙글 웃었다. 이쪽 생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노아는 1실버를 손가락으로 튕겨 던져주었다.
   ​
   ​
   익숙하게 실버를 받아든 남자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
   ​
   “고맙게 받지.”
   ​
   ​
   그리 말하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실버라는 큰 금액에 입막음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린 탓이다. 
   ​
   ​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서 이동하자.”
   ​
   ​
   노아는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하여 남자가 알려주었던 여관으로 향했다. 그의 말대로 무너진 여관과 같은 이름의 여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
   ​
   여관 1층은 식당이었는데, 건물 밖까지 테이블이 나와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
   “크하하하! 마셔! 마시라고!”
   “오늘 먼저 뻗는 놈이 다 사는 거야? 알겠냐?”
   ​
   ​
   커다란 웃음소리와 욕설, 술 냄새와 훈제 고기 냄새가 물씬 풍겨 나왔다. 
   ​
   ​
   “…1층을 술집으로 운영한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
   ​
   노아는 미간을 구긴 채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건물 안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바쁘게 서빙을 돌고 있는 직원과 빼곡하게 찬 테이블들이 보였다. 
   ​
   ​
   다행히 입구부터 데스크까진 길이 쭉 뚫려있었기에 곧바로 데스크로 향했다. 데스크로 향하는 그들을 흘긋거리며 주머니를 털어가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든 돈은 노아가 가지고 있던 탓에 아무것도 털어갈 수 없었다.
   ​
   ​
   “에이씨… 이게뭐야?”
   “푸하하하!”
   “멍청한 새끼 크하하하!”
   “다람쥐 새끼네 이거!”
   ​
   ​
   그중 두둑한 주머니를 털어간 남자는 도토리가 가득 들어있는 내용물을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
   ​
   “아! 내 도토리..!”
   ​
   ​
   무리에서 가장 어린 리본이 깜짝 놀란 얼굴로 험상궃은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리본이 반사적으로 테이블 쪽으로 향하자, 리본의 손을 잡고 있던 리안도 함께 끌려갔다. 
   ​
   ​
   “쓸데없이 이런 쓰레기나 들고 다니고 있어?!”
   ​
   ​
   제 친구들에게 비웃음 당한 게 화가 났는지 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 리본을 바라보았다. 리본이 남자가 대충 들고 있는 도토리 주머니를 날름 뺏어가자 남자의 얼굴이 한층 더 험악하게 구겨졌다.
   ​
   ​
   “이젠 애새끼한테 물건을 뺏기고 있네.”
   “대도는 무슨 대도 크흐흐, 역시 구라였네!”
   ​
   ​
   조금 전까지 자신이 대단한 흑마법사의 저택을 털었다며 자랑하던 남자의 얼굴이 이보다 더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붉어졌다.
   ​
   ​
   “리본 어서 가자. 방 잡았데.”
   “응!”
   ​
   ​
   노아가 방을 잡았다며 손짓하는 모습에 리안은 곧바로 리본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남자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
   ​
   스릉!
   ​
   ​
   “거기서! 지금 날 엿먹이고…!”
   “꺄악! 비켜주세요!”
   ​
   ​
   남자가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난 탓에 무려 12잔의 맥주를 옮기던 종업원이 그대로 부딪치고 말았다.
   ​
   ​
   와장창!
   ​
   ​
   남자는 12잔의 맥주를 뒤집어쓴 채 바닥을 나뒹굴고 말았다. 
   ​
   ​
   “크아아아악! 이 망할 새끼들이!”
   ​
   ​
   연속적으로 일어난 불행한 사건에 남자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올라 검을 휘두르려 했다. 막 자신에게 부딪친 종업원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
   ​
   텁.
   ​
   ​
   “…?”
   ​
   ​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한 무리의 근육질의 남성들이 살벌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
   ​
   “이 새끼가 우리 술을 엎어?”
   “뭐, 뭐요?”
   “뭐요는 너희 집 노예 이름이고 개자식아.”
   ​
   ​
   사람이 많은 만큼 한참 동안 술을 기다리며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남자들이 잘됐다는 얼굴로 검을 들고 있는 남자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
   ​
   개그 필터로 인해 만들어진 한 편의 콩트 속에서 노아 일행은 아무런 문제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
   ​
   8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은 성별, 나이 상관없이 모두 한 방에서 묵게 되었다. 언제 습격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마왕의 땅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
   “불편하겠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니까 다들 이해해줘.”
   ​
   ​
   모두가 마왕의 땅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있었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밖이 어수선하니까 식사는 방에서 하자.”
   “예.”
   “제가 가서 식사를 받아오겠습니다.”
   ​
   ​
   실력은 부족하지만, 충성심 하나만큼은 높은 조직원들이 앞다퉈 식사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먹을 입이 많았기에 노아를 포함한 절반 정도의 사람이 식사를 가져와 허기를 달랬다.
   
   
   노아는 부족한 물자를 구매하기 위해 빈 가방을 챙겨들었다. 아공간 가방에 물건을 전부 넣어와도 되지만, 아공간 가방은 귀한 물건이기에 함부로 내보이고 다닐 수 없었다.
   ​
   ​
   “그럼 다녀올게. 리안 뒤를 부탁해.”
   “어,어어..”
   ​
   ​
   노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리안의 모습에 애써 웃어 보이곤 방을 빠져나왔다.
   ​
   ​
   ‘빨리 다녀오자.’
   ​
   ​
   리안이 강하다는 건 눈으로 몇 번 직접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노아는 빠르게 여관을 빠져나와 야시장으로 향했다.
   ​
   ​
   필요한 물건이 명확했기에 구매는 발 빠르게 이루어졌다. 중간에 다른 무리의 일행을 마주치면 가볍게 눈인사만 했다.
   ​
   ​
   묵직해진 가방을 들고 여관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식사 시간대가 지나서 그런지 1층 식당의 테이블이 많이 비어 있었다. 식당을 지나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
   ​
   “으흐흑…훌쩍..”
   ​
   ​
   흐느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아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
   ​
   한 여성이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고, 옆에 동료로 보이는 여성이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
   ​
   “내가아… 얼마나 잘해줬는데 흑,흐윽…”
   “내가 전부터 이상하다고 했잖아.”
   “나느은 아닌 줄 알았지이…”
   “어휴… 그냥 먹자, 먹고 다 잊어버려.”
   “크응..”
   “자자, 이거 먹고 스트레스 싹 다 풀고 내일부터 다시 힘차게 살아. 알겠지?”
   “그래에..죽어보자!”
   ​
   ​
   용병으로 보이는 두 여성은 기세 좋게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노아의 시선이 비어가는 술잔을 향했다.
   ​
   ​
   ‘저 맛없는 걸 대체 왜 먹는 거지?’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다음화 바로 올라갑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러브코미디같은 새벽이 지나가고, 다음날이 밝았다.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시간부터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볍게 아침을 때우고, 잘 때 쓴 모포를 갈무리했다. 다 꺼진 모닥불을 흙이나 나뭇잎으로 덮은 후 10개의 무리로 나뉘어 다시 여정의 길에 올랐다.

가장 끝 무리인 노아 일행은 다른 무리가 먼저 출발할 때까지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흐아암…”

리안은 마검 사건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그런 리안을 노아는 몰래 훔쳐보았다.

노아는 당장이라도 그의 곁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것도 따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잖아.’

리안은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노아를 못 믿어서 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얘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고, 사회 경험이 많은 줄리아나가 말해주었다.

그런 리안에게 제대로 된 사정을 듣기 위해선 경계를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그가 “괜찮아.”라고 말할 때마다 화를 내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면 리안은 더더욱 말을 꺼내는 것을 꺼릴 터였다.

그런 이유로 리안이 혼자서 피를 흘려도, 뭔가 숨기는 기색이 있어도 일부러 묻지 않았다. 그의 문제가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것처럼 별거 아닌 일처럼 취급해, 쉽게 말을 꺼내게 만들 계획이었다.

‘나… 잘하고 있는 거겠지?’

노아의 머릿속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날려버렸다. 이런 무거운 고민이 언제나 제 발목을 잡아 왔다는 걸 이젠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아의 무리가 출발할 때가 되었다. 노아는 어제 있었던 일을 굳이 언급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끄응… 어제보다 더 힘들잖아.’

그런 노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안은 어제보다 더 노아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게 다 가르간도아 때문이야.’

눈으로 보다 못해 촉감까지 느낀 탓에 노아와 대화할 때마다 혀에 버퍼링이 걸렸다. 자신도 모르게 평평한 노아의 가슴으로 시선이 내려가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분명 그런 태도가 티가 날 텐데도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자신을 챙겨주는 노아의 태도에 리안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그들은 새로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웬만큼 작은 마을은 그들의 정보만 새어 나갈 터라 일부러 들리지 않았었지만, 이번에 도착한 마을은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물론 카르디샨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카르디샨을 향하기 위한 중간 거점 같은 마을이라 유동 인구가 많았다. 약 100명의 사람이 마을에 들어선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부족한 물자를 챙기고, 여관에서 피로를 풀기 위해 10개의 무리는 시차를 두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워낙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마을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 편하게 들어설 수 있었다.

그들은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10개의 무리가 전부 다른 여관에서 묵기로 말을 맞춰놓은 상태였다.

“어?”

노아는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러자 리안을 포함한 일행의 시선이 노아에게 모여들었다가 이내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어우..”

“다 무너졌네.”

시선 끝에는 폭삭 주저앉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워낙 미친놈이 많이 사는 땅이었기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노아는 작게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원래 저기에 있던 여관에서 묵으려고 했는데..”

“저거 한 달인가 두 달 전에 무너졌어.”

노아가 그리 중얼거리자 근처 길가에 서서 담배를 피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뭔, 포테이토인가 포텐시? 인가하는 놈이랑 다른 놈이 시비가 붙어서 저 꼴이 되었지.”

‘아, 사천왕이 무너뜨렸구나.’

최약체 사천왕이자 외신에게 제 몸과 영혼을 바쳤던 남자 포텐시엔이 카르디샨으로 오는 길에 쳤던 사고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여관주인이 건물 부자라 저쪽 -..에 자리를 옮겼다더라. 갈 거면 그쪽으로 가.”

남자가 담배 연기를 길게 뱉어내며 싱글벙글 웃었다. 이쪽 생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노아는 1실버를 손가락으로 튕겨 던져주었다.

익숙하게 실버를 받아든 남자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고맙게 받지.”

그리 말하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실버라는 큰 금액에 입막음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린 탓이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서 이동하자.”

노아는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하여 남자가 알려주었던 여관으로 향했다. 그의 말대로 무너진 여관과 같은 이름의 여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관 1층은 식당이었는데, 건물 밖까지 테이블이 나와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크하하하! 마셔! 마시라고!”

“오늘 먼저 뻗는 놈이 다 사는 거야? 알겠냐?”

커다란 웃음소리와 욕설, 술 냄새와 훈제 고기 냄새가 물씬 풍겨 나왔다.

“…1층을 술집으로 운영한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노아는 미간을 구긴 채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건물 안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바쁘게 서빙을 돌고 있는 직원과 빼곡하게 찬 테이블들이 보였다.

다행히 입구부터 데스크까진 길이 쭉 뚫려있었기에 곧바로 데스크로 향했다. 데스크로 향하는 그들을 흘긋거리며 주머니를 털어가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든 돈은 노아가 가지고 있던 탓에 아무것도 털어갈 수 없었다.

“에이씨… 이게뭐야?”

“푸하하하!”

“멍청한 새끼 크하하하!”

“다람쥐 새끼네 이거!”

그중 두둑한 주머니를 털어간 남자는 도토리가 가득 들어있는 내용물을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아! 내 도토리..!”

무리에서 가장 어린 리본이 깜짝 놀란 얼굴로 험상궃은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리본이 반사적으로 테이블 쪽으로 향하자, 리본의 손을 잡고 있던 리안도 함께 끌려갔다.

“쓸데없이 이런 쓰레기나 들고 다니고 있어?!”

제 친구들에게 비웃음 당한 게 화가 났는지 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 리본을 바라보았다. 리본이 남자가 대충 들고 있는 도토리 주머니를 날름 뺏어가자 남자의 얼굴이 한층 더 험악하게 구겨졌다.

“이젠 애새끼한테 물건을 뺏기고 있네.”

“대도는 무슨 대도 크흐흐, 역시 구라였네!”

조금 전까지 자신이 대단한 흑마법사의 저택을 털었다며 자랑하던 남자의 얼굴이 이보다 더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붉어졌다.

“리본 어서 가자. 방 잡았데.”

“응!”

노아가 방을 잡았다며 손짓하는 모습에 리안은 곧바로 리본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남자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거기서! 지금 날 엿먹이고…!”

“꺄악! 비켜주세요!”

남자가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난 탓에 무려 12잔의 맥주를 옮기던 종업원이 그대로 부딪치고 말았다.

와장창!

남자는 12잔의 맥주를 뒤집어쓴 채 바닥을 나뒹굴고 말았다.

“크아아아악! 이 망할 새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불행한 사건에 남자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올라 검을 휘두르려 했다. 막 자신에게 부딪친 종업원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텁.

“…?”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한 무리의 근육질의 남성들이 살벌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이 새끼가 우리 술을 엎어?”

“뭐, 뭐요?”

“뭐요는 너희 집 노예 이름이고 개자식아.”

사람이 많은 만큼 한참 동안 술을 기다리며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남자들이 잘됐다는 얼굴로 검을 들고 있는 남자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개그 필터로 인해 만들어진 한 편의 콩트 속에서 노아 일행은 아무런 문제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8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은 성별, 나이 상관없이 모두 한 방에서 묵게 되었다. 언제 습격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마왕의 땅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불편하겠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니까 다들 이해해줘.”

모두가 마왕의 땅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있었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밖이 어수선하니까 식사는 방에서 하자.”

“예.”

“제가 가서 식사를 받아오겠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충성심 하나만큼은 높은 조직원들이 앞다퉈 식사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먹을 입이 많았기에 노아를 포함한 절반 정도의 사람이 식사를 가져와 허기를 달랬다.

노아는 부족한 물자를 구매하기 위해 빈 가방을 챙겨들었다. 아공간 가방에 물건을 전부 넣어와도 되지만, 아공간 가방은 귀한 물건이기에 함부로 내보이고 다닐 수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리안 뒤를 부탁해.”

“어,어어..”

노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리안의 모습에 애써 웃어 보이곤 방을 빠져나왔다.

‘빨리 다녀오자.’

리안이 강하다는 건 눈으로 몇 번 직접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노아는 빠르게 여관을 빠져나와 야시장으로 향했다.

필요한 물건이 명확했기에 구매는 발 빠르게 이루어졌다. 중간에 다른 무리의 일행을 마주치면 가볍게 눈인사만 했다.

묵직해진 가방을 들고 여관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식사 시간대가 지나서 그런지 1층 식당의 테이블이 많이 비어 있었다. 식당을 지나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으흐흑…훌쩍..”

흐느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아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한 여성이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고, 옆에 동료로 보이는 여성이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내가아… 얼마나 잘해줬는데 흑,흐윽…”

“내가 전부터 이상하다고 했잖아.”

“나느은 아닌 줄 알았지이…”

“어휴… 그냥 먹자, 먹고 다 잊어버려.”

“크응..”

“자자, 이거 먹고 스트레스 싹 다 풀고 내일부터 다시 힘차게 살아. 알겠지?”

“그래에..죽어보자!”

용병으로 보이는 두 여성은 기세 좋게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노아의 시선이 비어가는 술잔을 향했다.

‘저 맛없는 걸 대체 왜 먹는 거지?’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