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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통통통-

       집 주방에서 규칙적인 칼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여름이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는 소리였다.

       

       겨울이와 새벽이에게는 물고기 간식을, 레비나스에겐 당근 스틱을 줘야지.

       한여름이 도마옆에 놓은 당근을 들어 올리는 그때.

       

       “으앙.”

       

       어디선가 겨울이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로 우는게 아닌, 약간 투정을 부리는 듯한 어투였다.

       

       ‘겨울이?’

       

       겨울이한테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한여름은 요리를 중단하고, 겨울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신발장인가.’

       

       신발장 앞에 세 아이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보는 사람이 다 흐뭇해질 정도로 귀여운 장면이었다.

       

       레비나스는 폴짝 뛰며 기쁨을 표했고, 새벽이는 무표정으로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유일하게 겨울이만이 울먹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겨울아, 무슨 일 있어?”

       

       “네에···”

       

       겨울이 두 손을 들어 올려 올렸다.

       마주 잡은 아이들의 손에 투명한 용액이 묻어있었다.

       용액의 정체를 파악하던 한여름은 레비나스의 손에 수리 풀이 들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거 설마···”

       

       “저거 뿌렸더니 제 손이 붙어버렸어요···”

       

       “아이고야.”

       

       아이들이 수리 풀을 가지고 놀았나 보구나.

       한여름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심각한 척을 했으나, 레비나스는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여름아! 여기 레비나스 손 붙잡아라!”

       

       “언니랑 손 붙이게?”

       

       “응! 이거 굉장하다! 손이 안 떨어진다!”

       

       레비나스가 마주 잡은 겨울의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 겨울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음··· 이거 풀 위험한 거라 가지고 놀면 안 되는데.”

       

       “뭐?! 눈에 안 넣고 안 먹기만 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

       

       “으, 응 그건 맞긴 한데···”

       

       하지 말라는 건 안 했구나.

       이러면 따로 나무라기도 힘들었다.

       레비나스에게 인체에 무해한 풀이라고 말한 건 자신이었으니까.

       

       푸후.

       한여름이 입안 가득 머금은 바람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겨울이 붙어버린 네개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저기··· 이거 어떻게 떼요···?”

       

       “그건···”

       

       수리 풀을 지워내는 건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

       마법을 쓰거나, 특수 제작된 용액을 사용하면 되었으니까.

       앉아서 세 시간을 기다리면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했고.

       

       그럼에도 한여름이 입을 꾹 다문 것은 아이들을 위함이었다.

       두 번 다시 위험한 물건으로 장난을 치지 않도록 조금 겁을 줄 생각이었다.

       

       “이것 참 큰일 났네.”

       

       “왜, 왜요···?”

       

       “한번 붙이면 절대 안 떨어지는 풀이거든. 혹시 사용법 안 읽어봤어?”

       

       “사용법이요···?”

       

       겨울의 시선이 레비나스의 손에 들린 수리 풀로 향했다.

       부러진 대검이 수리 풀 만으로 붙어버렸다는 내용이 겨울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용법에 사진 보이지? 무거운 대검도 간단하게 붙이는 풀인데, 겨울이가 그걸 손에다가 바른 거야. 앞으로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걸?”

       

       “이럴 수가···”

       

       털썩-

       겨울이 앞으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손이 붙어있던 두 아이가 겨울이를 따라 강제로 앞으로 쓰러졌다.

       

       일심동체가 된 모습이 귀엽다.

       한여름은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풀로 장난치면 안 되지.”

       

       콕콕.

       한여름이 쓰러진 겨울의 코를 눌렀다.

       코를 누를 때마다 가라앉았던 귀가 쫑긋쫑긋 솟아올랐다.

       

       ‘어머.’

       

       이게 대체 뭐람.

       한여름이 눈웃음을 지으며 겨울을 바라보는 순간에, 레비나스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레비나스가 한 건데?!”

       

       “그, 그래?”

       

       “응! 레비나스가 손에다가 접착제 막막 뿌렸어!”

       

       “그렇구나···?”

       

       하기는, 겨울이가 친 장난치고는 너무 과격하긴 했지.

       한여름이 머쓱함에 뺨을 긁적였다.

       그때에도 겨울은 절망에 빠진 상태였다.

       

       “레비나스··· 우리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한대···”

       

       “우와!”

       

       겨울의 울적한 태도와는 달리 레비나스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평생 같이 붙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듯싶었다.

       

       아직 아이라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가.

       겨울은 레비나스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전해주기로 했다.

       

       “···손 붙어있으면 앞으로 동물왕 카드도 못 만지고 숨바꼭질도 못 하는데?”

       

       “헉···!”

       

       레비나스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그녀는 입을 떡 벌린 채 한여름을 올려다보았다.

       그게 정말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겨울이 말이 맞아. 레비나스는 이제 평생 숨바꼭질 못할걸?”

       

       “그, 그럼 어떡하냐···? 무슨 방법 없냐···?”

       

       “방법이 없는 건 아니긴 한데···”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겨울과 레비나스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새벽은 뭐든 상관없다는 듯이 꼬리만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레비나스한테 방법 알려주라!”

       

       “음··· 아마 유나가 방법을 알고 있을걸?”

       

       “그러냐!”

       

       “응.”

       

       한여름이 굳이 정유나를 언급한 것은 벌칙겸 귀여운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해주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벌칙보다는 후자가 컸다.

       저 사랑스러운 모습을 자신만이 보기는 아까웠으니까.

       

       “저, 저 그면 나갔다 올게요···!”

       

       “응. 유나 아마 일층 회의실에 있을 거야.”

       

       “어··· 회의 언제 끝나요···?

       

       “바로 들어가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중요한 회의는 아니거든.”

       

       “아! 넵!”

       

       기운을 차린 겨울이 현관문 앞까지 달려갔다.

       문을 열 수 없었기에 새벽이가 대신 열어주었다.

       

       “헤헤.”

       

       진짜 너무 귀엽다.

       한여름은 아이들이 사라진 그제서야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

       

       

       일층 회의실.

       그 문앞에 다가서는 순간, 레비나스가 브레이크를 밟듯 발을 질질 끌었다.

       손이 붙어있는 우리는 자연스레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왕아, 이거 레비나스가 잘못한 거냐···?”

       

       “음··· 잘못한 거긴 한데 잘 몰라서 한 거니까.”

       

       “그, 그러냐··· 레비나스가 미안하다···”

       

       주눅이든 레비나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했는데, 손이 붙어있어 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대신 꼬리를 이용해 레비나스의 손목을 감아주었다.

       

       “괜찮아. 나도 사실 레비나스랑 평생 붙어있고 싶거든.”

       

       “헉! 어떻게 생각하는 게 레비나스랑 똑같냐!”

       

       내 말이 기뻤는지 레비나스가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녀의 점프력이 상당해서 손을 위아래로 움직여야만 했다.

       

       “이제 우리 들어갈까?”

       

       “응.”

       

       똑똑똑-

       나 대신 새벽이가 노크를 해 주었다.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길드 마스터의 것이었다.

       

       “들어와.”

       

       “네에···”

       

       길드 마스터가 함께하는 회의라면 되게 중요한 거 아닌가?

       겨울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새벽이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회의실에는 꽤나 익숙한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길드 마스터와 최진혁 그리고 정유나도 보였다.

       

       “손 꼭 잡고 왔네? 무슨 일일까?”

       

       정유나가 상냥한 미소와 함께 우리를 반겨주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붙어버린 손을 내밀었다.

       

       “저 손이 붙어버렸어요···”

       

       “응···?”

       

       회의중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의 손으로 향했다.

       피힉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어머.”

       

       회의실 의자에서 일어난 정유나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마스터와 최진혁도 함께 다가왔다.

       

       “풀로 붙인 거야?”

       

       “네에···”

       

       흐음.

       우리를 살펴보던 마스터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건네왔다.

       두 손으로 공손히 받으려고 했는데, 손이 붙어있어서 받을 수가 없었다.

       

       “입 벌려.”

       

       초콜릿을 받아먹으라는 건가.

       상황이 이상하긴 했는데, 마스터의 말에 거역할 생각은 없었다.

       

       “아.”

       

       위를 올려다보며 입을 벌리자, 마스터가 내 입속에 초콜릿을 넣어주었다.

       뭔가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가 된 기분이었다.

       

       “헉! 레비나스도 초코 주라!”

       

       아아아.

       레비나스가 아 소리를 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레비나스를 지켜보던 새벽이가 똑같이 아 소리를 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너흰 한쪽 손···”

       

       마스터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저 묵묵히 입속에 초콜릿을 넣어줄 뿐이었다.

       

       “어머.”

       

       정유나가 초콜릿을 받아먹는 아이들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손으로 입을 가리는데, 활짝 핀 보조개를 통해 그녀가 웃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마스터 치사해요.”

       

       “···너도 하던가.”

       

       “그, 그럴까요?”

       

       마스터에게 초콜릿을 건네받은 정유나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입속에 초콜릿을 넣어주려 하길래 셋이서 입을 벌리고만 있었다.

       

       ‘손 떼야 하는데···’

       

       입속으로 들어오는 초콜릿을 맛보며 정유나의 눈치를 살폈다.

       내 심각한 표정에 정유나가 아차 하는 소리를 냈다.

       

       “음··· 손 붙은 건···”

       

       “붙은 건?”

       

       “···풀 순 있는데, 준비 과정까지 한 시간은 걸릴 거야. 그때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괜찮아?”

       

       한 시간 정도야 뭐.

       평생 못 푸는 것보단 나았다.

       

       안도감에 꼬리를 흔들며 정유나를 올려다보는 그때.

       마스터가 눈살을 찌푸리며 정유나를 바라보았다.

       

       “한 시간? 그 정도나 걸릴···”

       

       “마스터.”

       

       “···네 맘대로 해라.”

       

       마스터가 알았다며 손을 휘저었다.

       그런 마스터를 보며 정유나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체 뭘 마음대로 하라는 거지?

       알수 없는 상황에 두 사람을 번갈아 보기만 했다.

       

       “겨울아, 한 시간 버틸 수 있어? 정 안될 거 같으면 언니가 더 빨리해줄게.”

       

       “괜찮아요. 손 못 쓰는 건 익숙하거든요.”

       

       “응? 손 못 쓰는 게 익숙해?”

       

       “네. 자주 삐었거든요. 몇 번 부러지기도 했고···”

       

       맞거나 산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지는 등.

       살면서 손을 못 쓰게 되었던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그에 비한다면 고작 한 시간 손을 못 쓰는 거야 뭐.

       지금의 내겐 불편함도 되지 못했다.

       

       “어···”

       

       내 말이 뭔가 이상했는지, 정유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회의실 내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 또한 좋지 않아 보였다.

       언제나 무표정을 유지하던 마스터까지도.

       

       ‘뭐지.’

       

       이 세계 사람들에게 손 부러지는 건 애들 장난 수준 아닌가?

       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거지?

       

       “······?”

       

       의아한 눈빛으로 그들을 올려다보았으나,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뇸뇸-

       레비나스의 초콜릿 먹는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1. 늦어서 재성합미다!
    늦잠자서 초고속으로 글을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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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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