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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

         

         

         사태가 급박하다는 나벨룬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드워프들의 재촉에 이반과 엔리케는 곧장 국무의결실로 향해야 했다.

         

         이반은 살면서 이렇게 많은 드워프가 비무장한 채로 앉아 있는 광경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있긴 있었다는 의미다. 이젠 모두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이반을 맞이하러 나왔던 드워프들을 제외한 모든 국무의원들은 갑작스레 난입한 두 인간에게 경계심을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거요? 나벨룬 동지! 감히 국무의결실에 인간을 데려와?”

         “웃기는 소리로군, 애초부터 그림자칼에게 크라실로프의 지원을 요청하자는 건 국무의결실의 결정이 아니었나?”

         “그 요청에 대한 크라실로프의 대답을 보시오!”

         

         

         드워프들은 나벨룬의 곁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이반을 향해 손짓했다.

         

         

         “괜히 같은 소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하나만 확실히 말할게. 아, 내게 발언권이 있나, 나벨룬?”

         “편히 말 하시오. 그림자칼, 그대는 지금 크라실로프의 공식 사절이외다.”

         “좋아, 그럼 다들 들으라구.”

         

         

         엔리케는 국무의결실 한 가운데로 향하며 가슴을 펴고 선언했다.

         

         

         “크라실로프의 공식 사절이라 하니, 크라실로프의 공식 입장을 내놓으마. 드워프. 안드그룬드의 위원들이여.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크라실로프가 내어줄 수 있는 유일한 지원이며….”

         

         

         드워프들 사이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헛소리! 개수작 하지 마라 인간! 우릴 모욕하려는 게냐! 같은.

         

         엔리케는 혼란이 가득한 의결실의 한 가운데에서 미동 없이 말을 이었다.

         

         

         “가장 강력한 지원이다. 소개하지, 나는 엔리케, 엔리케 세레게예비카. 용사 파티의 일원이며, 마왕을 참살한 바로 그 자리에 있던 증인이다. 나는 크라실로프가 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무력을 꼽을 때, 한 차례도 그 자리를 양보한 적 없는 사람이다. 아직까지 내 실력에 대한 의심이 있는 자들은 앞으로 나와 내게 증명을 요구하라.”

         

         

         드워프들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감히 엔리케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엔리케는 좌중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저 사내는 내 모든 것을 익힌 제자이며, 아비디타스의 처형인이자, 방첩사령부의 사령관이다. 이반 페트로비치 예레모프 대령. 너희가 익히 알고 있던 시절이라면 소령이었겠군. 그래. 독거미다.”

         “독거미… 이반! 죽었다고 들었는데!”

         “너희에게 아국이 인사 행정을 공개해야 할 의무라도 있던가?”

         

         

         엔리케의 말에 드워프들이 잠잠해졌다. 그들의 침묵은 강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자리의 모든 국무의원들은 당혹과 공포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숨기지도 못했으니까.

         

         의결실의 공기가 명백히 바뀌고 있었다. 한 사내를 중심으로 소용돌이 치는 감정의 흐름이 눈에 보일 듯 선명했다. 공포, 증오, 분노, 그리고 다시금. ‘공포’.

         

         이반이 직접 이끌던 절멸부대는 이 세상 그 어떤 단일 군제보다 드워프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강요했다. 전쟁 시절 드워프들은 오직 한 전선에서만 패퇴했다.

         

         그 시절의 패배는 전술적 영역의 계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패배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즉, 생존자가 살아 돌아와 패배를 알리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패배한 전선에선 어마어마한 전과 확대가 이루어졌다. 상실한 병력의 수가 임계점을 넘어선 뒤에야 패배를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산맥 내에 파두었던 첩보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갱도의 그림자 너머 모든 ‘미탐사 구역’이 ‘위험 지역’으로 변해갈 때에.

         

         드워프들은 공포를 깨달았다. ‘갱도 끝에 혼자 남은 자에겐 독거미가 찾아간다.’라는 공포를.

         

         

         “우리의 적은 이들이 아니네, 동지들. 아비디타스의 졸개들과 감히 서기관 각하께 반기를 든 머저리 같은 녀석들에 대한 징치지. 도끼를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하세.”

         

         

         나벨룬의 말에 군중이 침착을 되찾았다. 그들은 우묵한 눈으로 나벨룬을, 그리고 두 인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그 ‘이반’에게 전선 지도를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요? 저자의 도움을 받아 승전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 우리에게 미래가 있소? 안드그룬드로 향하는 직통선이 열린 상황에서, 크라실로프가 우리의 산맥 밑 갱도를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민족에게 미래가 있단 말이오?”

         “그렇지 않더라도 미래가 있나?”

         

         

         마침내 이반이 입을 열었다. 처음 발언한 드워프는 움찔 뒤로 물러섰다.

         

         

         “서기관의 아들이 납치되고, 민족의 절반이 반역을 일으키고, 심지어 반역의 수괴 뒤엔 칠용장의 군단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라. 정녕 그 상황에서 너희의 힘만으로 전황을 타개할 수 있나?”

         “…그래서 우리가 그대들에게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이요.”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이반은 의결실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는 여전히 움츠러들어 있는 드워프들을 한 차례 살피며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려 시도했다.

         

         그러나 감히 그의 눈을 직시하는 드워프는 없었다.

         

         

         “너희가 안드그룬드의 전선을 나와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그 이유는 이해하마. 그러니 너희에게 강요하지 않겠다. 대신, 약속을 할 수는 있지.”

         “약속?”

         

         “이 지역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무하다는 가정 아래, 나는 반 년 안에 작전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

         

         

         이반은 절멸부대였으며, 절멸부대는 기본적으로 적지의 한가운데에 침투하는 작전조에 해당했다. 용사 파티와 함께 전선을 이동할 때에도 마찬가지, 그는 파티의 이동 경로에 예상되는 위험을 파악하고 생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따라서, 그는 ‘정보가 전무한 지역’에 대한 탐사와 정보 취득, 그리고 생환에 전문화된 요원이다. 그 모든 전선에서 단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었고, 그 덕에 용사 파티의 참수작전에서도 생환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상황, 아군의 진지가 명확하고 적군의 주둔지 또한 명확한 이 상황은 오히려 그에게 난관이라 하기 어렵다.

         

         처음 조우하는 적군을 심문하고, 해당 군제의 사령부 위치를 파악하고, 사령부를 타격해 심문하고, 다시금 다음 작전 수행지점을 향해 침투하는. 그 모든 과정은 손에 인이 박힐 정도로 익어 있었다.

         

         그러니.

         

         

         “너희가 전선 상황을 내게 공유한다면, 나는 두 달 안에 작전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

         “두 달…! 그게 말이나 되는…!”

         “그리고 너희가 내게 전선 상황과, 실질적 야전 지휘권과, 적절한 화력 지원 역량을 양도한다면 나는, 일주일 안에 작전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

         “…일…주일!”

         

         

         처음 발언한 드워프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귀…하가 예상한 작전 목표가 무엇입니까?”

         “둘 중 하나다. 너희의 요망을 따라 서기관의 아들을 구출하는 것. 또는 전쟁의 배후인 아비디타스의 수하들을 섬멸하는 것.”

         “그 둘 모두를….”

         “그럴 수 없다.”

         

         

         이반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말하는 것은 사기꾼의 행태다. 훈련 받은 요원이라면 작전 시행의 타당성 검토를 진솔하게 전달해야 하는 법이다.

         

         

         “서기관의 아들은 일종의 포로겠지. 너희 전체에 대한 억제책에 불과해. 아비디타스의 수하들이 죽는 순간 포로 또한 죽는다. 반대로, 포로를 구출하는 순간 억제책이 없어진 놈들은 반드시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다. 그때엔 암살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지.”

         “지금 전황을 예상하고 계시었소?”

         “놈들이 포로를 잡았다면 전면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 테지. 시간을 벌며 지연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소리고, 그건 놈들이 전황을 뒤집을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오? 경청하겠소.”

         

         

         이건 일종의 시험이겠군. 정말 그가 이반 페트로비치인지, 그리고 소문만큼 유능한 사령관일지. 괜찮다. 절멸부대는 언제나 소문보다 더 유능해야 했으므로.

         

         

         “전선이 교착되는 이유는 뻔하지 않나. 서로의 병력이 드워프니까. 방어와 공격 모두가 과도하지.”

         

         

         드워프는 기본 보병 하나조차도 완벽에 가까운 판금 무장을 하고 있다. 백병전에 돌입할 때, 군집한 드워프 전사들의 방진은 하나의 장벽이나 다름없다.

         

         소형 화기는 당연하고, 근접 병기도 쉽게 막아낸다. 어지간한 초인을 데려와도 크게 이득을 보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드워프들이 백병전을 벌인다 한다면 당연히 전선이 지지부진하게 늘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시에 드워프들의 화력은 너무 과도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갱도를 파내려가며 지반 아래에 도시를 구축하는 족속들이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삽과 끌 따위로 지반을 굴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들은 긴 역사 동안 대단히 정교한 발파 폭약을 개발해왔다.

         

         대지망 굴착기가 모두 유실된 이 시점에서, 드워프의 굴착 기술은 거의 전량 발파 폭약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의 다이너마이트가 그러했듯이, 공업용 폭약을 사람에게 던지면 그것이 전쟁 병기의 모태가 되는 법.

         

         드워프들의 전쟁 화기는 그 화력이 과도하다. 그것을 지상에서 쏘아댈 때야 절대적인 위협이 되었지, 지하에선 그렇지 않다. 갱도 전체를 무너트리는 일격을 너무나 손쉽게 발포하기 때문이다.

         

         안드그룬드 전역의 지반을 붕괴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드워프들의 내전에선 화기를 억제해야 했다. 지구의 핵전쟁이 상호 확증 파괴를 막기 위해 자제되는 것처럼.

         

         

         “그러니 이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아비디타스의 졸개들은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하겠지.”

         “다른 노림수라면…?”

         “아비디타스의 유해를 굴착하고 있든가, 아니면 대규모 번제 의식을 통해 언데드 병력을 생산하고 있든가. 시간을 끌 이유는 많지만 정보는 그렇지 않군.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고.”

         

         

         아비디타스의 천공도, [욕망의 성채]는 하늘 산맥 인근에서 추락했다. 아비디타스는 영혼함이 파괴되어 영멸했으나, 놈의 시신은 여전히 성채 바닥에 깔린 채로 저 지반 어딘가에 매몰되어 있을 것이다.

         

         놈이 생전에 수집했던 수많은 유산들과 함께.

         

         아비디타스의 제자들이라면 당연히 스승의 유산을 회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대로 수백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제 2의 아비디타스가 탄생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아직 그런 상황이 일어나기 전인 이 시점에 승부를 보아야 한다.

         

         이반은 어떤 운명마저 느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애정을 주었던 모든 것들을 앗아간 칠용장에 대한 운명을.

         

         이제 그가 다시 돌아와, 아비디타스가 아끼던 모든 것들을 재와 먼지로 돌려보내게 되었으므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죽음을 피해 달아난, 죽지 못하는 망령들에게 영멸을 선물해줄 시간이다.

         

         이것은 서로를 향한 복수이며, 서로가 품었던 추억들을 위한 향화다.

         

         아비디타스의 손에 의해 죽어 없어진 절멸부대의 부하들과, 절멸부대에 의해 소멸한 아비디타스에 대한 복수이자 향화를.

         

         이반은 눈을 꾹 감았다.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귓가에 메아리친다. 그들 모두의 유언은 언제나 하나와 같았다.

         

         

        -여기서 죽지 마십시오.

         

         

         자신의 전우를 향해, 스스로 죽음 속에 삼켜가는 순간에도 웃으며 그렇게 말했더란다.

         

         첫 번째 전우가 숨을 거뒀을 때 내쉬었던 그 말은, 마지막 전우의 숨결까지 이어져 마침내 이반에게 닿았다.

         

         그 홀로 남았다. 타격팀 전원의 소망이 지금까지 그를 버티게 하는 의욕이 되었다. 여기서 죽지 말자. 이렇게 죽지는 말자.

         

         뜻을 품고 살고, 값지게 죽어간 모든 이들을 위해서. 나만큼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을 기억하자.

         

         이반이 마침내 눈을 떴을 때, 좌중은 침묵 속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믿겠소. 그대는 그 시절 독거미가 확실하군. 우리의 사과를 받아 주시겠소.”

         “의미 없다.”

         

         

         이반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허례허식을 누릴 시간에 한시라도 더 빠르게 작전을 수행해야 함이 옳았다. 매시간 적의 군세는 정량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터였으므로.

         

         그 지독하게 효율적인 모습에서 드워프들은 깨달았다.

         

         전쟁 시절에 드워프들이 이 사내를 두려워했던 이유를. 치가 떨릴 정도로 합리적이고, 그 합리성을 유능함으로 치환했으며, 그 유능함은 반드시 악의적인 결과를 도출해냈으므로.

         

         

         “서기관께서 귀하를 직접 독대하고자 하오. 안드그룬드의 전역 지도는 그 뒤에, 전술 회의에서 공유하겠소.”

         “두란트라인 엘로반디가 아직 서기장직을 수행하고 있나?”

         “…최소한 존칭을 부탁드려도 되겠소?”

         “유념하지.”

         

         

         이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벨룬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

         

         

         서기장의 궁성은 드워프 무장 광차가 다섯 대를 동시에 늘어서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계단을 따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의 양 옆으로 도끼와 망치 따위를 든 드워프의 거석상이 늘어서서 다가오는 이들을 굽어 보고 있었다.

         

         궁성의 아치형 입구엔 옛 드워프 룬어가 황금으로 박혀 있었다. [이 길의 끝에 세상의 중심이 있다.] 드워프다운 오만함이라 하겠다.

         

         행성의 중심부는 고작 이 정도로 얕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반은 경외심에 몸을 떠는 나벨룬과 달리 무덤덤 할 수 있었다.

         

         

        -쿠궁.

        -쿠구구구구….

         

         

         궁성의 문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열렸다. 두꺼운 석재 관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아스라히 캉, 캉. 하는 금속음이 들려왔다.

         

         캉, 캉, 캉. 그리고 치이익, 쇠를 담금질 하는 소음. 대장간에서나 들릴법한 소음이 이 넓은 홀에 메아리 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반은 어느새 열기가 훅 올라오는 거대한 화덕 앞까지 이끌려 왔다.

         

         

         “왔는가?”

         

         

         검댕을 잔뜩 묻히고 초라한 행색으로 망치질을 하던 작달막한 드워프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 세상에서 가장 현상금이 높은 인간을 마주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군.”

         “마왕과 칠용장을 제외한다면 귀하의 현상금 또한 우리 세상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했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앞으로는 그렇지 않겠지.”

         

         

         전쟁에서 쌓인 악연이 평화를 논하는 그 광경에, 이 늙은 드워프는 허핍하게 웃었다.

         

         

         “두란트라인 엘로반디일세.”

         “이반 페트로비치 예레모프요.”

         “바쁜 시간을 내어주어 고맙네. 부탁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대를 꼭 직접 보고 싶었거든.”

         “의결실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으셨나보오?”

         “그게 평균주의 아니겠나.”

         

         

         아하.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한 독재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암막 뒤에서 드리우는 그림자가 가장 큰 지배력을 담보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서기관이 하기에 적이 번잡한 일이 아니오?”

         “대장간 일? 이건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누구 손에 쥐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네. 무기든 장비든, 그걸 누가 휘두르고 무엇을 도모하느냐가 결국 결실을 만들어내지.”

         

         

         서기관은 뺨에 묻은 검댕을 손등으로 쓱 닦아내었다. 그러나 이미 손 전체가 숯에 더럽혀져 있었으므로, 결과적으로 그의 얼굴은 보다 더 검게 물들었다.

         

         그는 소탈하게 미소 지으며 이반을 바라보았다.

         

         

         “쓰는 무기는?”

         “가리지 않소.”

         “선호하는 무기는.”

         “도끼.”

         “기다리게. 나벨룬 동무?”

         

         

         멍하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나벨룬이 경악하며 앞으로 나섰다.

         

         

         “네, 서기관 동지!”

         “보물전을 열어 가장 좋은 무기를 쥐어주게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안드그룬드 전체를 털어서라도 보급해주게.”

         

         

         서기관은 투명한 눈으로 이반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모루 곁에 섰다. 그는 방금까지 담금질을 하던 쇳덩이를 모루에 올리고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 대가로 우리에게 이 산맥의 남은 절반을 돌려주게나.”

         “그리 하겠소.”

         “거래 성립이로군. 다음에 올 사절은 문관이길 기대한다고 귀하의 주인에게 전해주게. 가보게.”

         

         

         서기관은 대답을 듣지 않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이반은 짧게 목례한 뒤 나벨룬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깡, 깡, 하는 망치질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

         

         강철 같은 사내다.

         

         만일 이반이 훗날 크라실로프의 명을 받아 다시 이 지하 도시를 도모하기 위해 와야 한다면, 그땐 정말 쉽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루하실까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캬 걍 좀 더 쓴거 붙여서 2연참으로 할까 하다가? 그러면 나눠 읽는게 호흡에 어긋나실거 같아서 걍 붙여 써요!

    *
    누가 봐도 아카데미물인 전술 회의 시간이었습니다.
    캬… 전 이런 게 좋더라구요.
    역시 아카데미물이 천성인 사람이다. 그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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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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