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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내가 <시스터후드>의 문패를 두드린 직후의 일이다.

         

       잠시 기다리자, 6명의 수녀가 우르르 나와 우리 둘을 감쌌다.

         

       가슴팍에 단 명찰의 색에서 2학년 선배님들인 걸 눈치챘다.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길래, 서둘러 따라 올렸다.

         

       “실례합니다. 1학년 후배님들. 거룩한 성지에 와주신 건 감사하지만, 이곳은 외지인의 접근을 금하는 곳입니다.”

         

       부디 길 잃은 어린양이라면 돌아가 주십시오.

         

       “호위가 필요하시면 앞마당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친절한 답변이나, 명확한 배척의 의미기도 하였다.

         

       확실히 소속만 아카데미 <써클>이지.

         

       사실상 <교단>의 끄나풀이나 다른 게 없었다.

         

       과연, 여러모로 악명이 높을 만도 하였다.

         

       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을 받아나갔다.

         

       “저기, 그냥 온 건 아닙니다. 이사장님께서 연락을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이사장이라면…그 노처녀 유능해? 아, 혹시…”

         

       나의 말에 수녀는 감았던 눈을 떠, 시선을 마주쳤다.

       잠시 굳어진다.

       미묘한 홍조가 양 볼에 감돌기 시작한다.

       마치, 적당히 뜨근뜨근한 온탕에 녹아내린 초콜릿처럼 ‘후에…’하고 풀어지기 시작한다.

         

       어, 설마…

         

       ‘…또?’

         

       근래, 잠잠했었잖아.

         

       “…와.”

       “저기…”

       “……”

       “선배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눈 호강하네요.”

       “아, 네. 다행이네요.”

         

       데자뷔인가.

         

       분명 비슷한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아, 생각났다.’

         

       처음 <교단>에서 줄을 설 때도 대충 이랬던 것 같다.

         

       흠.

         

       이 정도면 수녀의 조건은 [신성]이 아니라 얼빠인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잠시 뒤, 수녀들은 내 몸에 감도는 [신성]을 알아챈 모양이다.

         

       하긴,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한 신성이다.

         

       못 알아보는데 더 이상할 터.

         

       동시에 옆에 있던 므냥이도 [신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들을 반겨 주기 시작한다.

         

       환대는 좋다만은…

       그 정도가 좀 지나쳤다.

         

       “어머나, 잘생긴 후배님은 올해로 19살인 거네요? 세상에 1학년 평균이 21살인데…엄청 일찍 오셨네요?”

       “네, 네…”

       “그럼, 여자친구는요? 몇 명 사귀었어요? 솔직히 매년에 고백 한 100번은 받죠?”

       “…그리 많이 받지는 않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요새는 거의 없습니다.”

       “꺄~”

         

       “말도 안 돼. 자매님이 19살이라고요? 거짓말!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거죠?”

       “므아, 므우아, 므아앗! 저 성인이에요! 어엿한 어른이라고요! 다, 담배랑 술도 할 수 있는 나이에요!”

       “헉, 세상에! 허리에 손 올리는 거 너무 귀여워! 볼 만져봐도 돼요? 아니다. 그냥 만질게요.”

       “므부부부부!”

         

       이제보니…

         

       이들도 [신성] 배척 문화만 없으면, 보통 또래 여자애들과 다른 바가 없었다.

         

       ‘하긴 당연한가.’

         

       이들도 결국, 같은 사람이니까.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있던 건 내 쪽이었던 모양이다.

         

       여튼, 이대로는 끝이 없다.

         

       억지로라도 들어갈까 싶던 찰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다들 뭐 하시는 거죠?”

       “……!”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조잘거리던 수녀들 전원 규율에 맞춰 섰다.

         

       마치 농땡이 치던 도중, 상관을 마주한 군인 같은 모습이었다.

         

       “…수, 수녀원장님을 뵙습니다.”

       “다들 들어가세요. 손님이 곤란해하지 않으십니까.”

       “네, 네!”

         

       가볍게 상황을 정리하는 여성.

       우리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고마움과 반가움에 웃음을 보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제, 자매님. 아니죠. 이제 후배님이라고 말해야겠군요.”

       “저도 오랜만입니다. 신빛가람 선배님.”

       “기억해 주셔서 영광이네요.”

         

       신빛가람.

         

       태생 4★ <신성> 캐릭터.

         

       교단에서 우리를 안내해 주었던 이후, 오랜만의 재회였다.

         

       …아니지.

         

       생각해 보니, 내가 기절해 있어서 못 본 거지.

         

       그녀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다.

         

       나는 양손을 모아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가 크게 다쳤을 때 치료를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트윈 헤드 트롤>에게 전력을 다하고 기절한 그날 밤.

         

       신빛가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러모로 위험했을 거다.

         

       나의 감사 인사에 신빛가람은 ‘후훗~’하고 웃었다.

         

       “저야말로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

         

       조잘조잘 이어지는 대화.

       신빛가람은 문득 기억났다는 듯 말을 건넸다.

         

       “아참, 세하 후배님. 혹시 소문은 사실인가요?”

       “소문요?”

       “네, 팽진아 교수님의 검을 놓치게 만들고, 하루 만에 수백 명의 여자들을 꼬신 전설의 남학생이라고.”

         

       …뭔가 미묘하게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데?

         

       내가 똥 씹은 표정을 짓자, 쿡쿡하고 웃는 신빛가람.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안내해 준 그녀는, 홍차를 가져와 나와 므냥이의 앞에 따라주었다.

         

       오순도순 나누는 수다는 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겸사겸사 그녀의 근황도 알 수 있었다.

         

       “수녀원장이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과찬의 말씀을…오히려 세하 후배님이야말로 거룩한 신성을 머금게 되어 정말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내, 그녀의 시선은 내 허리춤에 달려진 은은한 장검에 고정되었다.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내려가는데…

         

       필시 놀라움을 억지로 삼키는 모양이다.

         

       “한번 살펴보시겠어요?”

       “…괜찮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장비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감사히…”

         

       [성자의 검]을 받아 든 신빛가람은 작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 정도면 교단에서 엄중히 보관할 성물급이군요. 대체 이런걸 어디서 구하셨는지…”

       “기연이 따랐습니다. 아 저기…그, 가져가시면 곤란해요. 유일하게 남은 검이라…”

       “어머나 저를 파렴치한 도둑으로 모시면 곤란합니다. 다만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부탁요?”

         

       고개를 끄덕이는 신빛가람.

         

       그녀의 부탁은 [성자의 검]을 교단의 사전에 등록해도 되겠느냐는 말이었다.

         

       말 그대로 정보만 기록하는 것.

         

       물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나는 그러라고 하였고, 빙그레 미소 지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 므냥이의 조그마한 입에 간식으로 나온 과자를 먹여주던 때였다.

         

       어느새 그녀가 돌아온다.

         

       “감사합니다. 후배님. 덕분에 교단의 지식이 한 가지 더 늘었군요.”

       “저야말로. 어라, 근데…”

         

       돌려주는 신빛가람의 손에는 다른 물건도 들려있었다.

         

       하나는 귀걸이를 담은 케이스.

       다른 하나는 낡은 고서였다.

         

       “후훗. 이리 맛난 것도 분명 주신님의 인도. 수녀원장으로서 작은 성의를 드릴까 하여 가져왔습니다.”

         

       먼저 신빛가람은, 므냥이에게 귀걸이를 걸어주었다.

         

       들어보니,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신성을 1이라도 보유한 자에 한하여, 최대 5까지 올려주는 성장형 물건이라고 한다.

         

       “므아아. 이, 이리 귀한걸…”

       

        “하나 후배님의 미소가 더욱 귀하답니다. 그리고 교단이 지금까지 해 처먹은 게 얼마인데요. 이 정도야 새 발의 피죠.”

       

        “므, 므아아?!”

         

       뒤이어 나에게 건너 준 건 낡은 고서.

         

       “형제님이 성법에 관심이 많은 건, 처음 나눈 대화를 통해 알고 있었지요.”

       “아, 네.”

       “그래서 제 이야기를 들은 수옥빈님이 건네주신 선물입니다.”

       “……응?”

         

       뭐야, 여기서 왜 수옥빈 길드장의 이름이 나오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빙그레 웃는 신빛가람.

         

       예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걸 설명하였다.

         

       나와 므냥이는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래도…

         

       “…외람되지만, 사제와 엘프의 관계는…최악 아닌가요?”

       “그렇지요. 서로서로 원수로 여기니까요.”

         

       한모금 차를 마신 신빛가람은 ‘하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엘프라고 하여도 색안경을 끼면 안되는 법. 우연찮은 계기로 만난 그분은, 제가 아는 무례한 귀쟁이 개새끼들이랑은 많이 다르더군요.”

         

       어……

       방금 그녀의 입에서 욕이 나온 거 맞지?

         

       “개념 있다고 해야 할까.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엘프들하고는 다르더군요. 덕분에 교류하다 보니 나름 친해졌답니다.”

         

       “…아, 아하하. 그렇군요.”

         

       “후훗. 고서는 성력을 불어넣으면 등록된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일종의 스킬북 입니다.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성의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순간, 몇 달 전 ‘더 좋은 걸 주겠다고’ 말한 수옥빈의 문자가 생각났다.

         

       과연, 이게 그것 중 하나라는 건가.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당장 수옥빈 눈나에게 받은 것만 나열하여도 10억이라는 거금, 메스토의 돋보기.

       뒷배가 되어주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뭐, 물론.

         

       “고서에 신성력을 불어넣으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이왕 주는 거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나는 해맑게 웃으며 품 안에 집어넣었다.

         

       *

         

       잠시 뒤.

         

       나는 본격적으로 이곳에 온 이유.

       이사장님의 연락에 관해 설명하였다.

       비밀 엄수를 위해 계약서를 작성한 건 덤이다.

         

       묵묵히 차를 마시는 신빛가람.

         

       <지하수로>라는 말에 눈매가 살짝 꿈틀거린다.

         

       “…그렇군요. 설마 이 신성한 <아카데미> 밑에 그런 사악한 악이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

         

       “네, 신성직이 반드시 한 명 이상 필요한 던전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한 분을 골라…-”

         

       “-그렇군요.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네?”

         

       ‘후훗~’하고 진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는 신빛가람.

         

       고개를 올린다.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뒤로 넘긴다.

         

       고풍스러운 백금발이 흩날리자,샤라랑~☆ 이라는 정체불명의 효과음이 터져 나온다.

         

       “므아아…”

         

       므냥이가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신기하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굳이 저에게 와서 이리 말씀하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입에 머금은 신빛가람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주신을 모시는 한 명의 종으로서, 방황하는 어린양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저기…”

         

       “특히나 저는 <시스터 후드>의 수녀원장. 과연 탁월한 선택입니다. 형제님.”

         

       “그, 선배님?”

         

       “높은 안목에 칭찬해 드리지요. 3학년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수재! 저 신빛가람을 초청하기 위해. 이 먼 곳까지 발걸음을 옮기셨군요.”

         

       아, 이런…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러는 동안에도 자화자찬은 끊이지 않았다.

         

       “후배님은 참 운이 좋으십니다. 제가 평소 바쁜데, 요새는 시간이 좀 나거든요. 그래서 밑에 애들을 불러서 기합을……이 아니라. 차를 마시며 정신 수행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주신께서 육체 수행의 기회도 내려주시는군요.”

         

       신밫가람은 전매특허 “샤라랑~☆” 을 한 번 더 펼치며, 손등을 내밀었다.

         

       “자~어서 말하시죠. 저 신빛가람의 힘이 필요하다고.”

         

       그리곤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짓는다.

         

       마치, 무도회에서 춤 제안을 기다리는 레이디 같았다.

         

       덕분에 좀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데려갈 이는 따로 있는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면목 없다는 듯 대답하였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사실 다른 이를 데려오기 위해 온 것입니다.”

       “……”

         

       웃는 표정 그대로 굳어지는 신빛가람.

         

       돌처럼 가만히 있던 그녀는, 곧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다, 다른 수녀를요?”

        “네.”

       “…저, 수녀원장 겸, 수재 겸, 3학년 중에서도 상위권이자, 주신의 철퇴라는 호칭을 받은…신빛가람이 아니라?”

       “어, 음…네.”

       “……”

         

       마지막으로 신빛가람의 입에서 충격에 빠진 한마디가 내뱉어진다.

         

       “느, 느…”

         

       느에에엥!?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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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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