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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봄이다, 라는 말이 바로 어울릴 듯한 날.

    이런 날에는 모두들 꽃구경이니, 소풍이니하는 것들을 하고자 여기 저기로 놀러 다니곤 한다.

    그리고 지금, 루크와 디아나, 예르나와 다이튼도 그 시기의 탁류에 휩쓸려 이곳에 와있다.

    바로, 동물원이다.

    ——

    “우와아…….”

    입구를 지나자마자 디아나의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이런 장소에 온 것은 완전히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허어…….”

    놀란것은 사실 루크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엔 동물 몇종류를 우리에 가둬놓고 구경하는게 고작이었는데, 지금의 동물원을 그런 거에 비교한다는 것은 마치 도롱뇽과 드래곤을 같은 것으로 비교하는 꼴이다.

    당장 시야에 다 담기지도 않을 정도로 동물원의 넓이는 넓었고, 각 동물들을 사육하는 공간도 비좁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루크는 공연히 머리를 쓸어올렸다.

    ‘나 혼자 커다란 착각을 했군.’

    동물원이라고해서 별 볼일 없을 거라고 막연히 떠올렸는데…….

    “어때?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아?”

    “그렇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시설이야.”

    루크는 간략화된 동물원의 지도를 들어올렸다.

    이것만 보아도 이 시설이 대체 얼마나 넓은지 감이 왔다.

    ‘뭐, 이건 거의 영지수준이로군.’

    영지만한 땅덩이에 막대한 수의 동물들…….

    과거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도저히 누구도 시도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던 짓이 아닌가?

    대부분은 그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이렇게 넓은 공간과 배치라면 볼 만할 것이다.

    비록 동물은 오랫동안 살면서 다양하게 보았다고 생각이야 한다만, 인공적으로 꾸며진 시설에서 보는 동물들은 또 다른 감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의 종류가 두손, 두발을 모두 써서 세더라도 부족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동물만 있는것도 아닌지, 마물과 해양생물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동물원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었는데, 왼쪽은 일반동물, 오른쪽은 마물들, 거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해양생물이 배치되어 있는 형태였다.

    루크의 표정이 좋아지는것을 본 예르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도무지, 가고싶은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던 표정이었으니까.

    차 안에서조차 그냥 아무런 기대도 안 된다는 듯한 멍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동물원이란 곳을 아예 처음 듣다보니, 너무 생소해서 상상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이 줄어들었으니, 이제 슬슬 출발을 할 때라고 생각한 다이튼이,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먼저 일반동물부터 보러 갈까?”

    보통 동물원에서의 관람순서는 일반 동물을 구경하고 마물을 구경하는게 일반적이다.

    마물은 아무래도, 좀 클라이맥스 같은 느낌이니까.

    그러나 루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바로 마물부터 보러 가지.”

    이 시대에선 마물을 대체 어떻게 전시할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

    이마 중앙에 길고 곧게 뻗은 뿔, 윤기가 흐르는 듯 한 순백의 털, 선명한 검은 눈동자. 탄탄하고 강건한 육체.

    마법적으로 가장 ‘순수’한 생물.

    바로 유니콘을 서술하는 말이었다.

    “오!”

    루크는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훌륭하군! 내 저토록 곧고 아름다운 뿔은 본 적이 없어.”

    곧고 매끈할수록 그것의 품질은 더욱 더 높아졌는데, 야생의 유니콘은 도저히 저런 매끈한 뿔을 가질 수 없었기에.

    뭘 숨기랴, 유니콘의 뿔은 마법적소재로 아주 훌륭한 재료다.

    순수할수록 좋은 재료가 되는 마법의 세계에서, 그 자체로 순수를 의미하는 유니콘의 뿔은 상당히 귀한 재료였다.

    그렇지만 유니콘은 길들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우리에 갇혀서는 저렇게 얌전한 것부터가 신기한 상태다.

    세뇌등의 마법적 조치는 취한 것 같지 않거늘, 대체 무슨 수를 쓴 걸까?

    다이튼은 그런 루크의 모습을 보면서 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뿔은 지한테도 두개나 달려있으면서 뭐가 그렇게 신기한걸까.’

    신기한걸로 따지면 자기가 더 신기할텐데.

    유니콘보단 용이 훨씬 신기한 생물이 아닌가?

    게다가, 마력도 유니콘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강대하다.

    루크와 비교하면 거의 뭐, 마력이 느껴지지도 않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녀석 옆에 너무 오래 있었나.’

    너무 강한 열을 쬐다보면 또 다른 미약한 열은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유니콘을 보고 있으면서도 유니콘의 마력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었다.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뭐, 그래도 이제는 차차 괜찮아지겠지. 이제 예르나도 돌아왔으니까…….’

    다이튼은 뒤쪽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예르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지쳐보였다.

    그러고보니 그녀가 출장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이렇게 동물원을 온 것은 그녀도 조금 무리한게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원래 예르나는 루크와 단 둘이 갈 계획이었는데, 디아나가 떼를 쓰는 바람에 같이 가게 된 것이라서 더욱 미안했다.

    루크는 뭐 그거야 당연하단 듯이 흔쾌히 승낙해주기는 했지만, 예르나는 어떨지 모를 일이다.

    그녀는 루크의 말이라면 웬만해선 다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애초에 출장에서 돌아와서 갑자기 동물원에 가자고 한 것도, 겨울에 루크와 했던 약속을 이행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어쩌면, 지금 무리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다이튼은 아이들에겐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예르나, 괜찮아? 혹시 피곤한거 아니야?”

    예르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곤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 아냐, 그런거. 괜찮아. 고마워. 그냥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녀는 이번 출장에서 얻은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었다.

    서드가 안내한 시설은 이미 누군가 말끔히 ‘청소’한 뒤였다.

    아마도, 뭔가 입막음이 필요한 순간이 최근에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시체가 즐비했고, 자료는 온통 타버린 상태였으니.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시설은 확실히 프로이튼의 소유였으며, 그런 대량살상이 벌어졌는데도 아무런 발표가 없다는 것은, 이미 그것만으로 어딘가 켕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는 프로이튼에게 쫓기고 있다고 한 것일까?

    ‘그가 시설에서 도망쳐나온 건가.’

    도망친 실험체, 그리고 시설을 입막음하기 위한 대량살상…….

    어쩌면 아귀가 맞는다.

    서드에게 루크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었을때, 그가 답하길. 최근 뒷골목에서 보았다고 했고, 그 이전부터 알았느냐 물어보면 또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했었다.

    하지만 루크는 아는 것 같이 말을 했으니까, 아마 같은 시설 출신이었다가, 그쪽으로 옮겨진 것이겠지. 

    음, 하지만 루크는 프로이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건지, 아니면 프로이튼과는 또 다른 세력이 있는건지는 아직 모를 일이지만…….

    ‘어떨까…….’

    예르나는 시선을 다시 루크와 디아나에게 돌렸다.

    즐거운 듯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갑자기 자신이 왜 동물원에 오자고 했는지가 떠오른다.

    이게 다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함이 아니던가?

    ‘당장은, 그래……. 즐겨야지.’

    ——-

    “오, 맙소사. 뿔 끝으로 마력이 모여 결정을 이루는구나. 순도가 굉장한 모양이야. 저런 소재는 정말 구하기 힘든데.”

    -오! 좋아!!

    가공하지 않았는데도 마력결정이 생길 정도면 그것은 최상급의 재료임을 의미한다.

    동물원 소유의 유니콘만 아니었다면 정말 잘라가고 싶을정도랄까.

    파이도 그 마력결정에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걸 갖고싶어하는게 아니라 그냥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정도인 것 같지만.

    반면, 디아나는 긴장한 듯 루크의 팔을 잡으며 유니콘을 올려다보았다.

    “으에, 진짜로 보니까 좀 무서워……. 언니, 난 유니콘 싫어…….”

    평소엔 그렇게 좋아하던 동물이었지 않았나, 라고 하기엔 디아나는 유니콘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동안 다이튼이 생활에 여유가 없어서 디아나를 동물원에 데리고 온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보고는 무서워진 것 같았다.

     

    뭐, 유니콘을 좋아한다곤 했지만 사실 디아나가 좋아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유니콘을 귀엽게 형상화한 캐릭터나 인형이었지, 유니콘 그 자체가 아니기도 했으니까.

    루크는 그런 디아나를 달래며 말했다.

    “괜찮단다, 디아나야. 녀석은 처녀에겐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어.”

    유니콘은 순수와 정결을 손상시키는 짓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그것을 의미하는 상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물과 순수한 물이 섞이면 여전히 순수한 물이듯이, 순수는 순수를 상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순수의 증명 즉, 처녀를 가진자는 유니콘에게 해를 입지 않는다.

    말장난스럽기는 하지만, 원시적인 마법은 보통 그런 말장난으로 이뤄지는 법.

    그러나 루크의 설명에 디아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처녀에 대한 정의를 모르는 탓이다.

    “처녀? 여자? 유니콘은 여자는 안 때린다는 거야? 처녀가 뭐야?”

    루크는 그런 디아나에게 무어라 설명을 해야 하는가, 생각했다.

    “음, 아……. 그러니까. 음, 처녀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비록 마법적으로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크게 다를 것은 없는 설명이겠지.

    루크는 스스로의 대응에 나름대로 만족했다.

    “음-. 그렇구나! 그럼 나랑 언니랑, 언니는 다 안전하겠네! 오빠만 조심하면 되겠다.”

    “야, 내가 유니콘보다는 세거든? 쟤가 날 조심해야돼.”

    “그래?”

    “하하하, 그래. 그렇겠구나.”

    루크는 씁쓸하게 웃었다.

    ‘처녀라…….’

    디아나가 자신까지 ‘처녀’로 묶기는 했다만.

    글쎄, 과연 이 몸을 ‘순수한 처녀’라고 부를 수 있을런지.

    ‘겉모습이야 이렇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니콘이 바라보는 자신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유니콘은 영혼시를 지닌 대표적인 마물중 하나.

    그 탓에 생물의 순수성을 판단하는데에 정확한 눈을 갖는다.

    그렇다면 대체, 유니콘이 바라보는 자신의 영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성별도, 종족도 알 수 없는 괴물처럼 보이지 않을까?

    “…….”

    그순간, 루크는 어깨에 닿는 촉감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예르나는 왠지, 또 슬픈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대는 왜 또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겐가. 이렇게 좋은 날인데.”

    그리고, 아무말 없이 안아드는 예르나.

    루크는 조금 당황해서 꿈틀거렸지만, 이윽고 예르나가 부드럽게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 움직임을 멈췄다.

    “괜찮아.”

    “…….”

    이것은, 위로인가?

    그녀도 키메라인 자신의 고민을 알아차린걸까.

    ‘하하, 이런. 표정을 관리하지 못한건 내쪽이었나보군.’

    예르나가 자신의 뿔에 찔리지 않도록 고개를 틀어주는 정도만이 루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꽈악…….

    왠지, 예르나의 안는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은데.

    “예르나? 이제 괜찮네. 이미 충분한 위로가 됐으니까…….”

    “응…….”

    예르나는 역시 시설의 녀석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렇게 보니까 되게 가족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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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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