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1

       

       

       

       

       

       111화. 순위전 ( 4 )

       

       

       

       

       

       -《모두 멈추시오!!》

       

       

       화면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리더니, 에스텔의 막타를 치려던 프리가가 우뚝 멈춘다. 잘 진행되던 경기를 갑자기 멈춘다고? 

       

       

       ‘아니, 뭐야 도대체?’

       

       

       잘 보고 있었는데 도대체 누가 끼어든 거야? 괘씸한 마음에 화면을 이리저리 돌리며 경기를 멈춘 녀석을 찾았다.

       

       – 따각 따각 따각

       

       화면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청명하기는 얼마나 청명한지 귀에 아주 쏙쏙 박힌다.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화면을 돌렸다.

       

       

       “…유니콘?”

       

       

       네가 왜 여기서 나와?

       

       10등 상품으로 등록했던 요정마… 그러니까 유니콘이 갑자기 하늘을 걸어서 내려오고 있었다. 휘날리는 갈기에서는 별가루 이펙트가 흐르고, 하늘을 우러르며 아주 고고하게 걷고 있다.

       

       

       ‘이게 대체 뭔…’

       

       

       갑자기 왜 유니콘이 결투장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돌발 이벤트의 일환일 수도 있으니 일단 얌전히 화면을 지켜본다.

       

       

       – 《나는 처녀가 좋소. 나는 처녀가 너무 좋소.》

       

       

       낮고 중후한 목소리로 엄청난 대사를 말하는 유니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도대체 뭐라고?

       

       

       “뭐?”

       

       – “허?”

       

       – 《나는 처녀가 너무나 좋단 말이오. 시골의 아낙네 처녀의 풋풋한 흙내음이 좋소. 서재 종업원 처녀 아가씨의 수줍은 표정이 좋소. 손잡으며 자란 소꿉친구 처녀의 모습이 좋소. 발랑까진 모습이지만 처녀인 것도 좋소. 아, 냉철하고 무뚝뚝한 도시 아가씨가 처녀인 것도 좋지》

       

       

       숨 쉴 틈 없이 뱉어지는 유니콘의 정신 나간 대사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감각에 이마를 짚는다.

       

       깨달았다.

       

       깨달아버렸다.

       

       

       ‘내가 도대체 무슨 괴물을 상품으로 올린 거지?’

       

       

       정신나간 처녀충 유니콘을 상품으로 올리다니. 저 발정난 유니콘이 대사치는 꼬라지를 봐라. 나는 괴물을 풀어버렸다. 안일하게 유니콘을 상품을 등록했던 내 자신을 후회했다.

       

       -푸르르륵

       

       거센 투레질을 하며 프리가에게 다가가는 유니콘. 그 모습을 보자 아득해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저 변태새끼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미친 처녀충 새끼야!”

       

       

       재빨리 스킬창에서 ‘번개의 일격’을 찾아 유니콘의 바로 옆에 떨궜다. 혹시나 벼락을 맞고 유니콘이 죽을 수도 있으니, 아슬아슬하게 조준해서 사용한다.

       

       – 꽈르르릉!!

       

       – 《그대조차 나를 막을 수 없습니다!》

       

       

       벼락이 떨어졌는데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미친 말을 하는 유니콘. 다행히 유니콘은 프리가에게서 발걸음을 돌렸다.

       

       

       “와, 진짜 뭐 하는 새끼지 이거?”

       

       

       깜짝 이벤트치고는 너무 그 뭐랄까, 굉장했다. 유니콘을 상품으로 등록하면 나오는 이스터에그나 그런 거 아닐까 싶은데… 유니콘이 이 정도로 정신 나간 처녀충일 줄은 몰랐지.

       

       

       – 《이 향기, 농후함 그리고 이 깊이… 최소 백 년 단위의, 아니 그 이상인가? 놀랍군.》

       

       

       바닥에 쓰러진 에스텔의 몸에 코를 박더니 자연스럽게 냄새를 맡으면서 분석하는 유니콘.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경악스럽다.

       

       유니콘은 에스텔의 앞에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그러니 나는 이 처녀를 데리고 멀리 떠나겠소.》

       

       

       “뭐…?”

       

       

       에스텔이 여자 캐릭터였어? 아니 그보다 상품으로 준비된 유니콘이 도망가면 내가 주최한 이벤트는 어떻게 되는 건데? 참가한 전사를 데리고 도망간다고?

       

       유니콘의 탈주 선언에 얼이 빠져 멍하니 바라보던 그 때.

       

       

       ㅡ띠링!

       

       《+=&ym막#,€$7×[!!》

       

       “뭐, 뭐야. 뭐라는 거야.”

       

       

       화면 한쪽에 메시지가 나타났는데, 글자가 잔뜩 깨져서 읽을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ㅡ띠링

       

       《요정마의 이탈을 저지해야 합니다!》

       

       

       다시 나타난 메시지는 정상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어, 어어? 아니, 진짜로 이대로 도망칠려고 하는 거야?”

       

       

       화면에 보이는 유니콘은 쓰러진 에스텔을 자신의 등 뒤로 옮기려 하고 있다.

       

       미친놈이 진짜 탈주하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상품이 이벤트의 참가자를 납치해서 도망친다니! 이런 미친 경우가 세상에 어딨어!

       

       다급하게 손을 움직여 ‘번개의 일격’을 난사한다. 유니콘이 죽든지 말든지 일단 탈주는 안된다.

       

       -꽈르릉!! 콰쾅!! 꽈앙!!

       

       무수한 벼락이 내리치며 유니콘의 등을 강타했다. 미친놈이 튼튼하기는 또 더럽게 튼튼해서, 벼락을 꽤 많이 맞췄는데도 멀쩡하다.

       

       

       – 《끄하아아악!! 흐아아아악!!》

       

       

       데미지는 들어가는지 비명을 지르는 유니콘. 그러면서도 쓰러진 에스텔이 벼락에 맞을까봐 자신의 몸으로 가리는 모습에서 확신했다.

       

       

       ‘이 새끼… 진짜다.’

       

       

       처녀에 눈 돌아간 진또배기 미친 놈이다. 

       

       역사적으로 미친 짐승에게는 매가 약이었다. 그러니 저 미친 처녀충에게 약을 줘야 한다. 나는 못된 강아지를 훈육하는 강 선생님의 마음으로 유니콘에게 벼락을 떨궜다.

       

       – 꽈르릉!! 쾅!! 콰광!!!

       

       그렇게 수십 발의 벼락을 맞은 유니콘이 그제서야 백기를 들었다.

       

       

       -《그, 그만!! 그만!!!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꾸벅 절하는 시늉을 하며 사과하는 유니콘.

       

       상품이면 얌전히 있을 것이지. 감히 참가자를 데리고 탈주를 하려고 해?

       

       괘씸한 마음에 벼락 몇 방 더 떨구려다가 참았다.

       

       갑작스러운 돌발 이벤트로 혼미한 정신을 달래고 나니, 문득 유니콘이 에스텔을 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에스텔이 최소 백 년 단위의 처녀라고 했지? 그게 가능한가?’

       

       

       최소 백 년 단위의 처녀면 일단 인간은 아니고, 이종족이 분명한데…

       

       판타지에서 장수 종족하면 유명한게 몇 개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드래곤이 있고 엘프, 님프 같은 요정족들은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인간의 배는 우습게 산다.

       

       유니콘이 성화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곰곰이 머리를 굴린다.

       

       

       ‘가지고 있는 무기도 각궁이랑 단도였고, 몸놀림도 가볍고… 진짜 엘프인가?’

       

       

       대중적으로 유명한 엘프의 특징이 보이기는 했지만, 확신하기에는 좀 이르다. 엘프 하면 제일 유명한 활도 쓰지 않았고, 제일 확실한 귀를 보지 못했으니.

       

       내친 김에 에스텔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화면을 움직였다.

       

       

       “어, 뭐야. 어디 갔어?”

       

       

       그 사이에 누가 옮겼는지 아니면 경기장 밖으로 나간것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에스텔. 한참 동안 에스텔을 찾아 화면을 이리저리 훑으며 샅샅이 뒤졌지만, 에스텔을 찾을 수는 없었다.

       

       관중석도 샅샅이 훑어보는 과정에서 카이사르 황제를 발견했는데, 덕분에 황제를 즐겨찾기 등록한게 유일한 수익이었다.

       

       

       

       

       

            * * * * *

       

       

       

       

       

       “아니, 어 음 그러니까 말이지?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프리가는 그녀를 둘러싼 성기사와 사제들에게 진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야 했다.

       

       

       “그으… 내가 에스텔을 죽이려고 했잖아? 내가 진짜로 눈이 돌아가서 녀석을 죽일 뻔 했는데, 그 요정마가 나타나서 나를 막은 거지. 신성한 결투장에서 불필요한 살생은 안된다면서.”

       

       “오오…”

       

       “과연 요정마께서는 불필요한 살생을 막기 위해서 친히…”

       

       

       프리가는 속으로 무릎을 탁 쳤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막힌 이야기다.

       

       

       “그럼 신께서는 왜 벼락으로 요정마를 벌하신건가요?”

       

       “어, 어? 그건…”

       

       “요정마가 쓰러진 에스텔의 몸의 체취를 맡던데, 그건 뭐였습니까?”

       

       “어?”

       

       

       사제들 사이에서 우후죽순처럼 질문들이 솟아나며 프리가를 덮쳤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굴려가며 거짓과 진실을 섞어서 대답했지만, 신이 요정마를 직접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프리가의 말을 경청하던 사제들과 성기사, 대사제들이 일제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한 것.

       

       

       “그 외형!!! 외형은 어땠습니까!! 아이고, 제가 멀리 있어서 외형을 충분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화아!!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좀 더 상세하게 알려주십시오!!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공녀니임!!”

       

       “으, 으아아!! 나도 몰라 미친놈들아!!”

       

       와장창-!

       

       

       프리가는 몰려드는 이들을 피해 창문을 깨고 달아났다.

       

       

       “공녀님! 공녀님! 어디계십니까!!”

       

       “공녀님!! 그래서 요정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요정마의 외형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그녀 하나 찾겠다고 온 성기사와 사제, 심지어 대사제들까지 나서서 프리가의 이름을 외치고 다녔다.

       

       덕분에 프리가는 그녀의 다음번 결투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때아닌 노숙을 하며 숨어다녀야 했다.

       

       

       “진짜… 이게 뭔 고생이냐고!”

       

       

       프리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다음에 신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한 방 먹여주리라 다짐했다. 기필고 그 면상에다가 도끼를 던져주리라.

       

       …도끼질은 좀 심한것 같으니까 주먹질이라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99명의 전사들 중에서 누군가는 승리의 달콤함을, 누군가는 쓰디쓴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승자에게는 찬란한 영광과 더욱 고된 결투가 약속되었고, 패자는 승자에게 마땅한 존중을 보내며 신물을 품에 안고 돌아갔다.

       

       거대한 10개의 성화를 제외한 성화는 모두 89개. 

       

       수많은 성화에서 나온 신물들은 그 형태도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명화를 받았고, 누군가는 튼튼하고 정교한 아대를 받았다.

       

       얼핏 보기에는 공통점이 없었지만 뚜렷한 특징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은은한 휘광을 품고, 고귀한 자태를 뽐냈다는 것.

       

       덕분에 성도의 거리에서는 종종 휘광을 품은 아대나 목걸이, 팔찌 등을 착용하는 이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이 은은한 휘광은 그들이 수많은 결투를 이겨내고 스스로를 증명한 99명의 전사 중 한 명이라는 훈장이 되었고, 전사들도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성도의 골목길, 로브로 온몸을 가린 에스텔은 조용히 그녀의 팔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금빛의 팔찌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형태로 만들어져 정교한 짜임새를 뽐냈고, 황금빛을 흘리되 천박하지 않고 고귀한 우아함을 드러냈다.

       

       

       ‘정말인건가…’

       

       

       로브에 감춰진 에스텔의 입술이 꾸욱 깨물어졌다. 섬섬옥수처럼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며 팔찌를 매만졌다.

       

       차가운 감촉의 팔찌가 찌르르하게 손가락을 타고 전해져온다.

       

       

       ‘혹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깨에 걸려있는 각궁을 꺼내들었다.

       

       꾸국-

       

       있는 힘껏 활시위를 당겼지만, 역시나… 활시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스텔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각궁을 다시금 어깨에 걸었다.

       

       그러고선 골목길 너머로 보이는 거리를 바라봤다.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며 한 티의 걱정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벽을 박차고 훌쩍 뛰어올랐다.

       

       타탓-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알려야겠지.

       

       

       ‘정말로 돌아오셨구나…!’

       

       

       마침내, 일족의 기나긴 기다림이 끝났음을.

       

       그리고.

       

       

       

       다시금 축제의 날이 밝아온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긴 역사 속에서, 미친 놈에게는 항상 매가 약이었죠.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