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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한숨을 쉰 나는 간식들 사이에 올라가 있는 아르를 잡아 데려왔다. 

       

       따끔하게 혼낼까 생각도 했지만, 오랫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던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져서 그만두었다.

       

       ‘그래, 오죽 배고팠으면 그랬겠어.’

       

       하여간 귀여운 아르의 얼굴만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니까. 후우.

       

       나는 아르의 입가에 묻은 초콜릿을 닦아 주고는 푹신한 바닥에 앉혔다. 

       

       “자, 밥부터 먹자.”

       

       그리고 숟가락으로 스튜를 떠서 아르에게 먹여 주려고 했다. 

       

       “쀼우…!”

       “응? 왜 그래, 아르야?”

       “쀼!”

       

       아르는 손을 내밀며 ‘아르가 혼자 머글 수 이써!’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성장한 이후에는 내가 먹여 준 적이 별로 없네.’

       

       어서 의젓한 어른 용이 되고 싶어하는 아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면 혼자 멋지게 해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안 돼. 아르는 지금 힘을 많이 소모한 상태니까, 지금은 푹 쉬어야 해.”

       “쀼우….”

       

       단호한 내 대답에 아르는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보는 아기새 모드로 입을 벌렸다. 

       

       나는 스튜를 듬뿍 떠서 아르의 입에 넣어 주었다.

       

       “쀼움…!”

       

       스튜를 먹은 아르의 눈이 커졌다. 

       

       “쀼우웃!”

       “맛있어?”

       “쀼!”

       

       아르는 언제 혼자 먹겠다고 했냐는 듯, 곧바로 고개를 쭉 빼고 빨리 달라는 듯이 입을 벌렸다. 

       

       “그렇지, 잘 먹으니까 예쁘네 아르.”

       “쀼움!”

       

       아르는 행복한 표정으로 스튜를 받아 먹었다. 

       

       “특별히 고기도 많이 담아 왔으니 많이 먹어.”

       “쀼움, 쀼!”

       

       아르는 연신 쀼 소리를 내며 치즈 스튜에 푹 끓여 낸 부드러운 고기를 챱챱 씹어 먹었다. 

       

       ‘많이 배고팠구나.’

       

       거의 쉬지도 않고 한 그릇을 뚝딱 먹은 아르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쀼국.”

       

       내가 등을 두드려 주자 트림을 한 아르는 뚠뚠해진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린 채 만족한 얼굴로 하품을 했다. 

       

       “아르, 졸려?”

       “뀨우….”

       “그럼 침낭 들어가서 먼저 자고 있어. 나는 실비아 씨랑 마저 밥 먹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려는데.

       

       “뀨….”

       

       꼬옥.

       

       아르가 조심스럽게 내 소매를 잡았다. 

       

       “으응? 왜, 아르야?”

       

       하지만 아르는 대답 대신 소매를 다시 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쀼우.”

       

       아르는 ‘아무것도 아냐. 레온 가서 온니랑 밥 마시께 머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누가 봐도 미련이 뚝뚝 묻어 있었다. 

       

       ‘설마….’

       

       나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르 잠들 때까지 안아 줄까?”

       

       그 말에 아르의 귀가 쫑긋 섰다. 

       

       “뀨, 뀨우….”

       

       안 그래도 된다고 말을 하면서도 아르의 눈빛과 꼬리는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는 입꼬리가 올라간 채 팔을 벌렸다. 

       

       “사양하지 말고. 나는 아까 버트 씨 눈치 보다 오느라 스튜 많이 먹고 왔거든. 그러니까 괜찮아.”

       

       사실 그리 많이 먹고 온 건 아니었지만, 일단 아르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아르는 따뜻해 보이는 내 품을 바라보더니, 곧 눈을 꼭 감으며 폴짝 뛰어 안겼다. 

       

       “뀨우…!”

       “그렇지, 아르. 착하다.”

       

       나는 아르의 말랑한 배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뀨우우….”

       

       아르는 마음을 놓고 내 품 안에서 잠을 청했고, 얼마 가지 않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후후. 역시 솔직해진 아르가 제일 귀엽다니까.’

       

       처음부터 솔직하게 안아 달라고 했어도 됐을 텐데.

       그 와중에 내가 아직 밥을 조금밖에 못 먹고 나왔을까 봐 걱정해 주는 게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까.

       

       “자장, 자장.”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주자, 아르는 잠결에 배에 얹어진 내 손을 꼬옥 잡았다.

       

       꿈속에서도 맛있는 걸 먹는 듯, 아르의 입이 공기를 오물거렸다. 

       

       ‘이렇게 먹고 또 먹는 꿈을 꾸다니, 역시 성장기라 먹성이 정말 좋다니까.’

       

       한편으로는 고기가 가득 든 스튜 한 그릇을 배부르게 먹고도 이렇게 바로 잘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자취할 때 저녁 먹고 바로 누웠다가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 고생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아르의 소화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지.’

       

       역시 어려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이런 강철 위장을 가지고 있다니.

       

       나는 아르가 깊게 잠드는 걸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폭신한 침낭에 옮겨 주었다. 

       

       그리고 나가려는 순간.

       

       [사역마 ‘아르젠테’가 풍부한 영양을 공급 받고 깊은 휴식을 취합니다!]

       [「천 년의 힘」의 회복 시간이 단축됩니다!]

       [예상 단축 시간 : 6시간]

       [남은 예상 회복 시간 : 11시간]

       

       ‘오? 뭐야?’

       

       요컨대 잘 먹고 잘 자면 힘이 빨리 회복된다는 건가?

       

       괜찮은데?

       

       메시지를 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천 년의 힘을 완전히 무리하게 소모했을 때 24시간이고, 회복 속도에 따라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건…. 혹시 처음부터 천 년의 힘을 적절하게만 사용하면 패널티를 적게, 혹은 안 받고 넘어갈 수도 있는 건가?’

       

       근원적인 힘이라고 해서 뽑아 쓸 때마다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아르가 가지고 있는 별도의 힘이라 이렇게 간단히 회복이 가능한 거라면.

       

       어쩌면 이 힘을 적절히 조절해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메시지에서 처음 ‘천 년의 힘’을 언급했을 때도, 이걸 ‘과도하게 소모할 경우’에 과부하를 막기 위해 신체적 제약이 부여될 수 있다고 했었으니까. 

       

       그 말인즉슨 과도하게 소모하지만 않으면 신체적 제약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겠는가.

       

       ‘나중에 아르한테 한번 조절해서 쓸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만약 아르가 성체 모드를 필요할 때만 골라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앞으로 마왕군과 싸울 때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어쩌면 마왕과 직접 싸우게 될 수도 있어.’

       

       하무트교도 그렇고, 헤카르테교도 그렇고.

       지금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계속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는 이상, 아마 다른 마왕들도 가만히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힘의 사용법을 터득해 놔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레키온은 뭘 하고 있으려나.’

       

       빨리 하무트교를 토벌해 주면 좋긴 하겠는데….

       

       ‘도시에 도착하면 동부 소식도 좀 알아봐야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쿨쿨 자고 있는 아르를 바라보았다. 

       

       “잘 자, 푹 자고 빨리 회복해야 해.”

       

       그리고 텐트에서 나온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근데, 아르가 빨리 회복을 해 버리면 성장하는 시점도 당겨지는 거 아냐?’

       

       맙소사.

       

       내일 좀 더 서둘러야겠는데.

       

       ***

       

       다음날 아침, 아르는 천 년의 힘을 회복하고 말랑콩떡 모드에서 해초딩 모드로 다시 성장 구간을 복구하는 데에 성공했다. 

       

       “쀼웃!”

       “아이고, 어제 아프다더니 금방 나았나 보군요. 씩씩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버트 씨는 흐뭇한 얼굴로 아르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아침을 먹자마자 다시 로멜드로 출발했다. 

       

       내 부탁으로 버트 씨는 마차를 신속하게 몰았고, 기존의 탄탄한 경로에서 조금 벗어난 지름길까지 이용해 시간을 단축했다. 

       

       보통 이런 지름길은 중간에 귀찮은 마물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서 잘 이용하지 않는데, 이 부분은 우리 든든한 실비아 씨가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다. 

       

       “허허! 이렇게 직선 거리로 가는데 마물도 안 마주치다니, 정말 운이 좋군요!”

       

       하하. 그러게요.

       저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죠.

       

       어쨌든 그렇게 페이스를 올린 결과, 우리는 다행히 아르가 성장을 이룩하기 전에 로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버트 씨. 여기 약속했던 추가 보수예요.”

       “감사합니다! 부디 앞으로의 여행길에도 행운이 깃들길 기원하겠습니다.”

       

       빨리 도착한 데에 대한 보수로 추가금을 지급하자 버트 씨는 감사하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쀼우….”

       

       아르가 ‘레온…. 아르 졸려어…. 잠 쏘다져….’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지금 자면 성장이 시작될 텐데.’

       

       그렇다고 수마에 빠져 가는 아르를 억지로 깨울 수도 없는 노릇.

       

       “실비아 씨, 바로 여관으로 가야 될 것 같아요. 혹시 마력석 좀 팔고 와 주실 수 있나요?”

       

       마차에 실었던 마력석들과 기타 짐을 가지고 가면 늦을 것 같았다.

       

       “좋아요. 레온 씨는 아르 데리고 먼저 가 계세요. 제가 짐이랑 다 챙겨서 따라갈게요.”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실비아는 감각으로 나와 아르가 어디로 갔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뀨웅…. 큐우우….”

       

       나는 잠든 아르를 품에 안은 채 달려서 로멜드에서 가장 큰 여관을 찾았다. 

       

       ‘…이건 여관이 아니라 호텔급인데.’

       

       따뜻한 지역이라 관광 오는 귀족도 많고, 그래서인지 남부의 대도시에는 이런 으리으리한 여관이 하나씩은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였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왜냐하면 아르의 몸집이 품 안에서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제일 큰 방으로 주세요.”

       “가장 큰 방은 20인실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세 명이 묵을 만한 방 중에서 가장 좋은 걸로 주세요.”

       “VVIP실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나는 직원이 아르의 몸집이 점점 커지는 걸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며 따라갔고.

       

       결국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아르를 침대에 뉘여 주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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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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