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1

       – 혈십자군이요? 뭡니까 그 혈교 짝퉁 같은 건?

       –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어쩌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한의 감성과 낭만을 이해할 상태창의 발언은 환영스러운 것이었다.

       역시 자신만 짭이라 느낀 게 아니었다고.

       허나 태창이, 아니 데릭은 정말 멍한 상태였다.

         

       – 신전에서 나온 세력? 선왕에게 멸망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기생충?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데릭은 혼잣말을 연신 중얼거리며 황당해 하였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세력의 등장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것이었다.

         

       – 이, 일단, 전 개발팀이긴 했지만 지위가 높은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게임 내용을 다 알진 못해요. 그러니 그 혈십자군이란 건 아마 기획팀이 새로 만들거나 폐기한 설정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모르는 원작 내용일지도 모르겠지요.

       – 게임과 원작이라….

       – 원하신다면 알려드릴까요?

       – …아니, 됐어. 물론 알면 편리할 수 있겠지만. 너무 많은 걸 알아도 머리만 복잡해지니까. …너처럼.

       – 부, 부정할 수가 없네요….

         

       그래, 저 말대로 데릭은 항상 머리가 복잡하다.

       아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데릭이 부럽고, 저만한 정보들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싶겠지만.

         

       – 끔찍해요, 진짜….

         

       하지만 데릭이 봤을 때 아는 게 많은 건 오히려 독이었다.

       정보가 아무리 많을지언정, 그걸 활용하고 밀어붙이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권력과 힘이 필요하다.

       단순한 권력과 힘이 아니다.

       못해도….

         

       – 군신의 권력과 오러 유저급 힘이 없는 이상 제가 가진 정보를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거죠.

         

       아니,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일 테지만, 그중 데릭에겐 아무것도 없다.

       전날 마물의 출몰조차 미리 알았지만, 그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것처럼.

       하여 데릭은 항상 스트레스가 많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나마 최근엔 믿음직한 아군이 생겨 잠은 잘 자고 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면…!

         

       – 어휴, 교관님 말대로 모르는 게 속 편해요. 그냥 저는 정보 자판기인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요.

       – 자식, 그러지 말고 네가 오러 유저나 군신급 권력자가 될 노력을 해.

       – …어느 쪽이든 쉽지도 않을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네요….

         

       오러 유저는 스킬이나 업적치 등으로 오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며.

       군신급 권력자는 되려고 하면 그가 남들을 아우르는 정치력이 필요한데, 그는 그럴 만한 능력도 배짱도 없었다.

         

       – 자신감만 넘치면 뭘 해도 될 녀석이.

       – …교관님은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해요.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정체불명의 세력이 출몰했다는 게 문제인 거죠.

       – 진짜 아는 거 없냐? 마물 사태도 예견했으면서.

       – 빌런이 있다는 건 알죠. 하지만 적어도 ‘혈십자군’이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쓰는 놈들은 없었어요.

       – …….

       – 뭔가 오류가 있거나, 아니면 오차가 생긴 거예요. 그리고 그 오차를 알기 위해선 저 또한 교관님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 호오, 웬일로 주체적이냐?

       – …하하, 뭐 별건 아니고. 교관님의 행동을 따라하는 거죠, 뭐.

       – 내가 뭘?

       – 말씀하셨잖아요. 무슨 일을 하건 ‘책임감’을 가지라고. 저도 그렇게 해보는 거죠.

         

       게임 개발로서의 책임감.

       이를 실행하려 노력해보는 데릭이었다.

         

       그렇게 지금.

         

       “우와, 이게 얼마 만의 깨끗한 물이야.”

       “빵도 부드럽고, 우유도 마치 막 짜낸 것처럼 신선하군요.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이 험난한 곳까지 유통할 수 있는 겁니까?”

       “으으음!!”

       “아, 아렌 경. 천천히 좀 드십시오. 그러다 숨 막히시겠습니다.”

       “커헉! 무, 물…!”

       “…말 끝나자마자 이러네.”

         

       기사들은 데릭 덕분에 가뭄의 단비를 만끽하는 농부마냥 따스한 식사와 신선한 우유 등을 섭취할 수 있었다.

       오로지 [인벤토리]란 사기적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만이 가능한 놀라운 신비였다.

         

       “설마 이런 유능한 협력자를 알고 있을 줄이야. 다시 봤다, 이한.”

       “발이 상당히 넓으셨네요, 선배님.”

       “이번만큼은 인정한다.”

       “다?”

       “…인정하오.”

       “…그래. 내가 너한테 뭘 기대하겠냐.”

       “…….”

         

       이한은 늘 그렇듯 호구 8왕자를 갈구었고, 한편으론 데릭과의 대화에도 집중했다.

         

       “그래서, 알아낸 건 있냐?”

         

       [아직은요. 땅굴이 설마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어요. 왕국 최대의 비료생산지란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놀이동산 다섯 개를 합친 것만큼 크네요.]

         

       “……그 정도였어?”

         

       크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긴, 왕국 전체, 아니 남부 대륙 전체에 비료를 공급해야 하는 시설이다.

       오히려 이토록 크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임이 맞았다.

         

       “조사하는 게 쉽진 않겠네.”

         

       [못해도 5일은 돌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으음.”

         

       아마 저것도 최소 기간을 말한 것뿐.

       더욱 자세히 둘러보자고 하면 보름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마냥 둘러보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 숨었는지도 모를 조직에 대해 알아보아야만 하는 거니까.

         

       ‘진짜 여기가 맞을까?’

         

       일순 드는 의심.

       실상 아이시스가 뽑은 후보지는 세 군데였고, 그중 그녀가 직감으로 뽑은 곳을 온 것이다.

         

       혹, 직감만 믿고 온 게 실수가 아닐까?

         

       ‘…아니야, 분명 여기다!’

         

       허나 이한은 그녀의 직감을 의심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가끔씩 불가사의한 능력을 보여주는 그녀다.

       어쩌면 신비에 가까운 능력.

       하니 믿어야 하며, 여기라고 확신해야 한다.

         

       도리어 불신할수록 아무것도 찾지 못할 테니까.

         

       “음, 아무래도 네가 좀 더 고생해줘야겠다. 나도 나름 열심히 찾을 거긴 한데, 죄인 신분이라 상당히 제한적인 게 많아.”

         

       [걱정 마세요. 제가 나머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그럼 전 좀 더 돌아다니고 올게요.]

         

       “오냐, 저녁에 보자.”

         

       [예에].

         

       후욱.

         

       기척이 사라졌다.

       놀라운 은신술, 아니 스킬이었다.

         

       만약 저 스킬의 능력이 조금만 더 발달해도 이한조차 감지해내지 못하지 않을까?

         

       ‘역시 상태창이 사기라니까.’

         

       투명화와 은신술, 그리고 가속 스킬 등의 조합이라니.

       저게 인간형 스텔스기가 아니라면 뭐겠는가.

         

       이한이 부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

         

       “어이, 이봐. 너희 브리튼 출신 기사라면서.”

         

       “?”

         

       “초면이지만 단련된 몸만 보아도 알겠군. 제법 실력자인 게 분명해. 반갑군. 머스탱 드 바르가다.”

         

       뜬금 제 이름을 밝히는 바보가 있었다.

         

       마치 제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거란 것처럼.

         

       그러나 그들은.

         

       “??”

         

       대놓고 ‘뭐지, 저 등신은?’ 이란 시선을 줄 따름이었다.

         

         

         

         

         

       “…내, 내 이름을 모르나?”

         

       당황하는 머스탱의 눈이 흔들릴 시점, 일순 반응이 나온 건.

         

       “…머스탱? 혹시 3군단을 이끌었던 브리튼의 장군?”

         

       제이크, 나름 이들 중 가장 신문 좀 많이 읽은 기사의 입에서 그의 내력이 나왔고, 머스탱은 환영했으나….

         

       “오오!”

       “머저리 같은 지휘로 팬드래건의 승리에 도움을 줬다는 팬드래건의 숨은 지원군이자 첩자 소리 듣는 그…?”

       “…오…….”

       “전쟁터 한복판에서 파티를 열었다고 하는 그 미친놈….”

       “그, 그만하게! 그만…!”

         

       내력이 나온 건 도리어 불행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머스탱이라 불린 장군은 자신의 내력이 나올 때마다 낯빛이 구겨졌고 다급히 소리쳤다.

       허나 이미 들을 거 다 들은 그들 입장에선.

         

       ‘와아, 브리튼이 망할 만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진짜 망할 만하네, 저런 놈이 장군이야?’

       ‘적보다 위험한 건 무능한 아군이라더니….’

       ‘노, 놀랍군. 저런 자도 장군이 될 수 있는 건가?’

       ‘따지고 보면 너도 단장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그, 그게 무슨 뜻이냐!!’

         

       이렇듯 차가운 시선을 줄 따름이었다.

         

       머저리 중에서도 ‘무능한 머저리’란 것이니까.

       도저히 좋게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듯 대놓고 비난의 시선을 주는 그들에게.

         

       “크흠, 어, 어쨌든 내 이름을 안다면 내가 너희의 상관이었음을 알겠군.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예의를 차리도록!”

         

       “…….”

         

       …예의를, 아니 대우를 해 달라 대놓고 찡찡대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눈치도 없나?

         

       ‘와아…. 무능한 걸로도 이렇게 감탄을 들게 하는구나.’

         

       무능에도 경지가 있다면 이 녀석은 틀림없이 화경이나 현경 급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감탄을 자아내게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흥! 감옥 안에서까지 대우를 해달라니, 네놈은 양심이 없는 건가!”

         

       제 신분에 대한 프라이드가 하늘을 뚫을 팬드래건의 백사자, 아니 금쪽이는 아니꼬운 기색이 역력했고, 불필요한 말싸움을 시작했다.

         

       “네놈이라고! 어디서 고귀한 바르가 가문의 적자인 나에게 놈이란 호칭을 붙이더냐!”

       “천한 놈 같으니. 그따위 바르가가 무어라고.”

       “뭣이! 이자가 감히…!”

         

       팬드래건의 금쪽이와 브리튼의 망나니가 말싸움을 하는 가슴 옹졸한 다툼.

         

       저런 놈과 말을 안 섞는 게 답이거늘, 굳이 말싸움을 하는 걸 보면 역시 금쪽이는 금쪽이었다.

         

       싸움은 금세 과열되었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자존심 세고, 핏줄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놈들이다.

       이런 놈들은 쉽게 제 뜻을 꺾지 않고 싸운다.

       서로가 먼저 고개를 숙일 때까지.

         

       하여.

         

       “이자가 정녕!”

       “감히 누구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이냐!”

         

       멱살잡이에 들어가며 싸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만난 지 5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으나, 그 누구도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뭐야, 저것들?”

       “히, 힘도 넘치네.”

         

       주변인들은 말릴 힘도 없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안 그래도 미니 웜들과 싸우느라 기진맥진인데, 싸움 구경이나 말릴 힘이 있을 리가 있을까.

       죄인들 입장에선 싸움이 나든, 누가 이기든 상관이 아예 없는 것이었다.

         

       허나.

         

       “머스탱 장군님. 그러지 마십시오. 모처럼 만난 ‘동향’이 아닙니까. 이럴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놈이 먼저…!”

       “하하, 진정하십시오, 진정.”

       “…으음.”

         

       유난히 인상이 선해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머스탱을 막아서며 진정시켰고 소란은 일단락됐다.

         

       “실례했습니다. 머스탱 장군이 나쁜 뜻이 있어서 이런 건 아닙니다. 단지 브리튼 출신 기사들이 들어왔다 하여 반가움을 느꼈을 뿐입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나쁜 뜻은 없으십니다, 하하.”

       “…….”

       “아, 소개가 늦었군요. 로이 반트입니다. 로이라고 부르십시오.”

       “…흐음.”

         

       웃는 낯으로 다가와 악수를 건네는 로이 반트는 실로 반듯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유능한 문관처럼 보이는 것이, 전투력이라곤 없는 무해한 인물처럼 보일 따름.

         

       “반트 경! 저런 무도한 자들을 놔두란 것인가!”

       “장군. 그래도 동향의 기사들이지 않습니까? 또한 다행이지 않습니까, 장군께서 이끄셨던 군단 출신이 아니라.”

       “그, 그거야 뭐….”

         

       본인도 저지른 잘못을 아는지 머스탱은 몸을 움찔거렸다.

       하긴, 저의 트롤 짓 때문에 군단이 사실상 패배한 것인데 그것도 모른다면 그건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침묵하는 머스탱이었고, 이에 안도 어린 표정을 지은 로이 반트는 그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아니, 우리야 한 놈 빼고 상대도 안 해서 딱히 상관은 없었는데.”

       “하하, 그거 다행입니다, 그…. 아, 성함이?”

       “이한이다.”

       “…리한?”

       “으음, 간만에 듣는 거네, 그거.”

       “예에?”

       “아니 됐어. 그냥 리한이라고 알아둬.”

       “…혹시 제가 무슨 실례를….”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보다 너. 저놈이랑은 무슨 관계야?”

       “…?”

         

       어딘지 갑작스럽고도 부자연스러운 호의가 느껴지는 이한의 발언이었고, 로이 반트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보았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답변을 해줬다.

         

       “…머스탱 장군과는 땅굴에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웜들에게 죽을 뻔했던 저를 장군께서 구해주셨지요. 실상 저의 생명의 은인이시죠.”

       “으하하하! 맞다, 맞아 그런 일도 있었지!”

         

       머스탱은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는 듯 과장스레 웃었지만, 아무리 봐도 좀 더 제 잘난 점을 말하라는 듯 로이 반트의 어깨를 툭툭 때렸다.

       불쾌할 만도 하건만, 여전히 웃는 낯을 유지하는 로이 반트였고 사람들은 머스탱에 대한 호감이 더욱 떨어지려고 할 때.

         

       “-그거 이상하네. 자기보다 실력도 없는 놈한테 도움을 받을 정도로 허접해 보이진 않는데.”

         

       “…….”

         

       ……이한의 발언에 의해 처음으로 로이 반트의 웃는 낯이 굳었다.

         

       “참, 이상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냐? 네가, 수상하다고 대놓고 말해주고 있는 거잖냐.”

       “!!?”

         

       후욱!

         

       타악…!

         

       “…….”

       “잘 막네.”

       “…하, 이런 미친….”

         

       이한은 뻗은 주먹은 결코 일반인이 막을 만한 게 아니었다.

       맞았다면 분명히 죽을 수도 있었을 일격.

       한데 이러한 일격을 손쉽게 막아내는 로이 반트였고, 이것은 이미.

         

       “생명의 은인 빼놓고 해독약 먹으니까 좋나 보지?”

       “……빌어먹을.”

         

       그가 투기법을 사용한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었고, 로이 반트의 눈에서 살의가 머금어졌다.

       이를 포착하자마자.

         

       “드디어 찾았네.”

         

       -수상한 놈.

         

       이한은 기뻐하며 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 * *

         

       퍼어엉!

         

       이한과 로이 반트의 주먹이 부딪쳤다.

       마치 타이어가 터지는 것 같은 강한 파공음이 연달아 퍼졌으며, 파공음이 터질 때마다 고막이 아플 정도의 소리가 울렸다.

         

       후우욱!

         

       로이 반트의 다리가 뱀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상대를 걷어찼다.

       진정으로 뱀과 같은 다리를 가진 사람이 브라질리언 킥을 날린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복잡한 궤적.

       그러한 발차기가 연달아 이한을 위협했으나, 복잡한 움직임의 향연에도 시선이 현혹되지 않은 채 그는.

         

       타악!

         

       “끝이냐?”

       “!”

         

       너무나 쉽게 막아냈다.

       말 그대로 보고 막는 것이었고, 로이 반트의 얼굴에는 경악성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이토록 쉽게 막힌 것이 처음인 듯했다.

         

       후욱!

         

       허나 로이 반트는 기술이 막히자마자 연달아 더욱 위력적이고도 현란한 기술을 선보였다.

       어딘지 보고 있노라면 무에타이를 연상케 하는 실전성과 살상력이 돋보이는 격투기술.

       그야말로 기술을 제대로 배웠으며, 실전에서 완성시킨 실력자임이 한눈에 보인다.

         

       콰아앙!

         

       그리고 숙련도 높은 기술과 육체, 투기법.

       이 세 가지가 완숙의 경지에 이른 기사의 일격은 바위를 부수고 맹수마저 찢어발기는 위력을 발휘하는 바.

         

       땅바닥에 족적을 남기는 진각과 함께 발차기가 날아왔다.

       조금 전보다 더욱 시야를 현혹시키는 변화무쌍의 발재간.

         

       ‘이야, 예술적인 각법(脚法)이네.’

         

       팬드래건의 기사들은 대개 권법과 레슬링 등이 더욱 발달한 것과 달리 브리튼은 발재간에 있어 수준이 극도로 높다고 들었다.

       브리튼의 기사와 제대로 싸운 적은 없어 처음 보는 것이지만,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이른 각법이었다.

         

       그렇기에.

         

       ‘아쉽네,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넌 끝에서 두 번째다.’

         

       좋은 기술임은 분명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올해 들어 이보다 더 고차원적인 기술을 수차례 목격했다.

       하여 로이 반트의 기술은 끝에서 두 번째에 불과했고, 아렌보다 좀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게 이한은 자신을 위협하려는 현란한 발재간을.

         

       퍼어억!

         

       “끄으으윽…!”

       “좀 가볍다. 무게를 키워.”

         

       대놓고 돌파하는 단순 무식함이 뭔지를 보여주었다.

         

       때린 사람이 도리어 아파하는 이질적인 광경.

       허나 그럴 만도 하다.

       바위를 때려 부술 위력일지언정, 강철을 때려 부술 위력까진 아니었으니까.

         

       금강.

         

       그의 육체에 충격을 주기엔 한참이나 부족하기 그지없었고, 이한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의 발목을 한 손으로 잡은 채.

         

       후우욱!!

         

       콰와아아앙!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기술이고 뭐고 없는 무식한 휘두름.

         

       “아아아악…!”

       “이제 겨우 두 번 내려쳤는데, 엄살이냐.”

       “이, 이럴 수는…!!”

       “멀쩡하네.”

         

       후우욱!

         

       놈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이한은 상관하지 않고 내리치길 반복했다.

         

       퍼억!

         

       도중 놈이 마지막 발버둥을 치듯 다시금 발로 그를 공격하긴 했으나.

         

       “그래도 네가 금쪽이보다 세 배는 낫다.”

         

       독한 의지와 실력을 존중하듯 이한은 그대로 놈을 높이 들어.

         

       후우우욱!!

         

       …안식을 선사하였다.

         

       콰지지지직!

         

       저먼 수플렉스(German Suplex).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찍히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한은 일순 아차 싶었다.

         

       ‘아…. 안식을 선사하면 안 되지, 참?’

         

       그제야 상대의 머리가 깨졌으면 어떡할까 싶은 걱정에 휩싸이는 그였다.

         

         

       …너무 늦은 걱정이 아닐 수 없었지만.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