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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 * *

       

       

       

       “그렇습니다. 저도 괜히 걱정이 되어서. 그럼, 베사라비아를 되찾을 명분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헝가리가 트란실바니아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이 전쟁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고요.”

       

       

       니가 걱정이 된다라. 말 잘하는군.

       

       어떻게든 나한테 아부 잘 떨어서 오흐라나 지부 하나 끌어볼 생각하는 주제에.

       

       그래도 명분이란 단어. 나는 참 좋아한다.

       

       

       “명분 좋은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명분이란 단어처럼 순진한 것도 없지. 명분은 그냥 뭐가 되었든 만들면 그만이거든. 예를 들면 일부러 루마니아를 압박해 내부에서 공산당과 붙어먹겠다는 소리가 나오게 해서 공산당 부역자로 몰아버려도 되는 일이고. 결국 힘이 있으면 된다는 소리지.”

       

       

       결국 힘있는 자가 명분을 조작하면 다 되는 것이다.

       

       물론 영국새끼들 마냥 억지 명분 만들어서 아편 전쟁 일으킨 것처럼. 그 정도로 혐성짓은 하지 않을 테지만.

       

       적당히 헝가리가 선두로 나서주면, 뒤에서 그래도 개연성있는 명분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더군다나. 영토 수복만큼 확실한 명분도 없지. 트란실바니아를 회복하겠다고 해서 루마니아로 들어갈 텐데, 어쩌겠나? 여기에서 헝가리가 밀려나기라도 한다면, 그때 가서 루마니아가 공산주의에 부역했다~라는 거짓 명분을 만들어도 되겠지.”

       

       

       물론 이건 거의 농담이긴 하다.

       

       지금 루마니아가 나나 호르티 뜻대로 굴러지지 않고 이리저리 튀길 수도 있다.

       

       정말 영 안 될 때, 급할 때 그냥 때리 박는 식으로 명분 조작은 할 수 있지만.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나 같은 채점만 하는 황제가 뭘 하겠냐고.

       

       

       “그렇게 간단하게 가능할까요?”

       

       

       이 새끼 봐라. 왜 남일처럼 말하고 있어.

       

       나는 손가락으로 정확히 베리야를 가리켰다.

       

       내가 너를 왜 살려줬는데, 이 정도 더러운 일은 다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루마니아에서 베리야 자네가 증거물을 만들면 되는 거지. 루마니아내에 공산주의자들 찾아서 잡아들여.”

       “제.제가 말입니까?”

       

       

       베리야는 설마하는 얼굴로 손가락으로 저 자신을 가리켰다.

       

       아니, 그럼 네가 하지 내가 하냐.

       

       이 새끼 아직 정신을 덜 차렸나? 지금, 전 소련 인사들 치고 이놈만큼 성공한 사람 없는데 말이야.

       

       미하일 투하챕스키도 네임드도 아니고.

       

       베리야나 그나마 백군에서 원래 역사 포지션에 가까울걸.

       

       당장 스탈린 그 새끼도 들어보면 수용소에서 신부짓 한다던데, 그놈도 그렇게 정신줄 놓은 걸 생각하면 이놈은 아직도 배가 부른 모양이다.

       

       

       “자신 없으면 다른 오흐라나에 맡겨도 되고.”

       

       

       내 말에 베리야가 눈을 움찔하더니 두 손을 저었다.

       

       그제야 자신이 배부른 소리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 그래야지.

       

       너는 지금 내 앞에서 에? 제가요? 하면서 멍청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니까.

       

       시키는 건 빠릿빠릿 해야지. 빨갱이 새끼가 사회생활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

       

       

       “아닙니다. 그날이 되면 제가 반드시 해내 보이겠습니다!”

       “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지금 느낌이 좀 오고 있거든.”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해서 젊은 혈기로 똘똘 뭉친 청년 같은 베리야에게 나는 손사래를 쳤다.

       

       이번에는 진짜 찍는 것이지만 말이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페르디난드 1세만 해도 부부 불화가 심해지고 있고.

       

       오흐라나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걸 보면 확실하지.

       

       애초에 루마니아가 튈 수 있는 방향은 한정되어있다.

       

       방공협정이라는 허술한 틀 앞에 있는 루마니아가 무슨 수를 쓰든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 테니까.

       

       

       “과연 폐하십니다.”

       

       

       나는 손가락을 들었다.

       

       이 어리석은 베리야에게 분명히 말해둘 것이 있다.

       

       모든 가능성이 어긋나도 최후는 러시아가 웃게 되어있다는 것을. 어째서 그런지 말만 해둔다.

       

       

       “그냥 간단한 문제야. 어쨌든 특별군사작전은 예정되어있고. 오로지 공산당에 맞서겠다는 협정의 틈을 이용해서 헝가리는 루마니아와 싸운다. 그리고 우리는 적당할 때 방공국가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는 거지.”

       

       

       방공협정은 오로지 방공을 위해 싸운다는 허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허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내가 예상한 모든 변수가 다 어긋난다고 해도 방공협정이라는 보험이 있다. 나중에 방공협정 국가끼리 싸우면 안 돼. 이렇게 결국 구국의 결단을 한 것처럼 보여서 중재하면 되는 거지.

       

       

       “과연 그렇군요.”

       “선택은 우리 러시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지. 무슨 결정을 하든 우리는 거스름돈으로 베사라비아만 받아가면 된다. 루마니아를 공산부역자로 만들든, 왕위 다툼에 개입하든, 중재를 하든 뭘하든 간에. 방공협정이라는 세력 자체가 우리 뜻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는 거야.”

       

       

       즉, 이건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지.

       

       

       “그렇군요. 즉, 헝가리가 판을 깔고 우리는 그 판을 방공협정이라는 권리를 이용해 베사라비아를 받아내는 거군요.”

       

       

       역시 베리야. 머리가 잘 돌아가네. 그런데 말이야. 이건 좀 꼽네.

       

       

       “너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예. 폐하.”

       

       

       넌 그냥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저쪽 극동도 제법 분주한 모양이던데.

       

       당장 중국일은 걱정이 없지만, 아무래도 북만주쪽에서 대대적으로 유대인들이 개척을 벌인 모양이다.

       

       베리야를 거기까지 보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아직은 루마니아에서 할 일이 많으니 그쪽에 보내버릴 생각이다.

       

       뭐 어쨌든 나름대로 오흐라나가 극동도 신경은 쓰고 있으니 문제는 없지.

       

       

       “자, 그러면 다음 문제 말인데.”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이놈 진지하게 좀 너무 충성적이라 좀 기분이 나빠.

       

       그래.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생각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꼴을 보면 그냥 확 때려주고 싶다.

       

       시킬 건 다른 것이 아니다.

       

       나는 차를 한 번 홀짝이면서 가볍게 입을 열었다.

       

       

       “루마니아로 가기 전에 그리고리 뱌체슬라보비치 장관과 운게른 대장을 불러오라고.”

       “넵 알겠습니다.”

       

       

       마리아를 시켜도 되는 일이지만, 마리아도 국가 두마 상황을 한 번 둘러보라고 했으니 루마니아로 보내는 김에 잔심부름도 시키는 거지.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 농업 토지부관리부 장관의 그리고리 뱌체슬라보비치와 운게른이 함께 크렘린궁으로 돌아왔다.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혹시 패튼 그 자에게 폐하의 라디오 방송을 듣게 한 것 때문인가요?”

       

       

       패튼한테 그걸 왜 들려줘.

       

       그보다 그 사람 언제 돌아가?

       

       아 됐고 이 두 사람에게 묻고 싶은 게 좀 있거든.

       

       

       “다름이 아니라 극동 상황에 대해 알고 싶은데 말입니다.”

       “극동이라면 북만주를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래. 맞다. 북만주.

       

       외국이 시끄러울수록 우리는 내부를 열심히 다스려야 하니까.

       

       근 몇년간 북만주를 계속 군정으로 유지해오고 있으니, 북만주가 러시아 본토수준은 되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네. 그쪽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네. 현재 러시아인과 유대인들이 개척한 뒤로 꽤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북만주의 토지문제도 해결 되었습니까.”

       

       

       북만주에는 토지문제도 있었다.

       

       그야 기본적으로 원래 그 땅에는 많은 수의 한족과 만주족이 살고 있었으니까.

       

       장쭤린 같은 군벌이 무력화되면서부터 많은 사람이 다시 만리장성 이남으로 이동했지만, 어쨌든 유대인과 조선인, 러시아인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본래 토지 주인과의 문제도 불거졌다.

       

       

       “예. 기존의 만주인들도 총독부를 따르고 있고 북양 정부 역시 본래 만주에 터를 잡았다가 이번에 본토로 이주한 만주족, 한족의 땅은 우리에게 알아서 처분을 맡겼습니다.”

       “그거 잘 되었군요.”

       

       

       -라고는 말하고 있지만. 애초에 지금 중국에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라고 해야 하나.

       

       일단 청황실이 존재는 하지만, 일단 이건 어디까지나 ‘지도자는 있다.’라는 것을 과시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싹 다 지방 정부로 존재하고 있고.

       

       그나마 지금 공산 독일에 계속 어그로끌고 있어서 그렇지. 원래 같으면 영국과 프랑스는 중국의 상황에 기절초풍할 것이다.

       

       그야 그렇지. 중국관련해서는 뭘 해도 이제 다 지방정부 쪽으로 가서 해결해야 하거든.

       

       광둥의 천중밍은 러시아가 맡고 있지만.

       

       이게 또 각 군벌이 통일 역량을 보유하기 위해 열강의 힘을 빌리려 할 수도 있고. 그쪽도 지금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자, 그러니까. 그 중국과는 이제 좀 동떨어진 북만주가 문제지.

       

       

       “그럼 토지 문제로 나중에라도 중국과 문제가 될 일은 없겠죠?”

       “네. 폐하. 애초에 지금 중국 상황을 보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처지겠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말했듯이 대표라 할 수 있는 정부가 지금 없다.

       

       아예 천중밍이 사실상 합법적인 군벌 시대를 열어버렸고, 심지어 여기에 천자를 형식적으로 세워둠으로서 일본의 전국시대나, 당나라 말기 절도사들이 난립하던 시절과 같다.

       

       겉으로는 통일 역량을 기를 때까지 각 군벌들이 맡은 지역을 개발해나간다!

       

       이거지만, 상식적으로 그럴 역량이 있는 새끼들이면 군벌로 있겠나.

       

       다들 천하통일로 욕심이 그득할 텐데.

       

       문제는 형식적인 천자를 두고, 천중밍의 연성자치안이 받아들이여지면, 누가 먼저 천하통일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힘들어진다.

       

       서로 눈치나 보고 있겠지.

       

       결국 한계는 있겠지만, 최소한 천자와 연성자치의 보험이 있다.

       

       그쪽은 서로 눈치싸움하느라 바쁠 거라는 것.

       

       

       “적어도 후일 일본과의 전쟁에서 난장판이 날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때까지 발전을 열심히 시켜둬야겠죠.”

       “방어만 하실 생각이 아니셨습니까?”

       “방어는 어디까지나 일본이 먼저 쳐들어올 경우입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먼저 공격해야 하는데, 그 거점이 될 북만주의 인프라가 좋지 못하면 좀 그렇겠죠. 그리고 그때 북만주를 일군 유대인들에게도 일본에게서 자기들 거점을 지켜야 할테니 싸우게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로스차일드 남작.

       

       그 인간은 나라 건국을 위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겠지만, 전쟁에서 우리 뒤도 받쳐야 할 것이다. 

       

       

       “과연, 스스로 일군 걸 버릴 수는 없을 테니까요.”

       

       

       맞다. 명분이야 어떻게 만들면 그만이고. 일본과 싸워 정예화된 유대인들을 동방의 이스라엘이 세워지면, 이스라엘 정규군으로 만들어 중국을 상대하게 만들어야지.

       

       자, 그럼 다음 문제다.

       

       토지관리를 한다면, 북만주에서 터를 잡은 한국 임시정부에 대해서도 알 것이다.  

       

       

       “그리고 한국 임시정부에 대해 알아보셨습니까?”

       

       

       혹시라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거라면. 좀 그렇거든.

       

       일본 뒤통수 칠 조커 중 하나가 임시정부니까.

       

       

       “폐하의 예상대로 그 한국 임시정부 청사가 하얼빈에 존재합니다.”

       “그런가.”

       

       

       어떻게든 그래도 잘 왔구나.

       

       

       “북만주로 이주한 좀 돈많은 유대인이 그들에게 청사로 쓸 건물을 구해준 모양입니다. 대놓고 정부를 칭하고는 있지 않습니다만.”

       

       

       자본가 유대인?

       

       뭐 부자 유대인이 한 둘은 아닐 터다.

       

       설마하니 로스차일드가 뒤를 봐주는 건 아닐 테고.

       

       아니, 혹시 로스차일드인가?

       

       로스차일드 남작은 북만주의 자원 채굴에 투자하고 이미 내가 일본을 칠 것이라는걸 확실히 알고 있다.

       

       음, 이거 냄새가 나는데.

       

       내가 일본을 칠 것을 알고, 일본을 괴롭힐 만한 좋은 구심점이 될 한국 임시정부를 미리 찾아둔 걸지도.

       

       

       “흐음. 참. 곤란하네.”

       

       

       이걸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유대인이 임시정부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뜻인데.

       

       솔직히 이쪽이 건드린다면 언제든 건드릴 수 있기는 하다.

       

       이곳의 한국은 내가 아는 한국은 아니다. 임시정부도 그렇고. 오흐라나를 통해 알아본 결과 안창호가 북만주에 있다는게 확인 되었는데.

       

       일단 안창호와 이강이 주도하고 있는 임시정부.

       

       아마 김구나 다른 인사들도 있을 거 같기는 하다.

       

       슬슬 이쪽도 결정은 해야겠지.

       

       

       “일단 유대인 자본가가 뒤를 봐주고 있다면 불법은 아닐 테고, 합법적으로 땅을 쓰고 있겠죠?”

       “네. 페하.”

       “그럼, 뭐 따로 건드릴 수는 없겠군요.”

       “그들을 이용하실 생각이시군요.”

       “예. 그 조선인 임시 정부는 나중에 써 먹어야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꼬면서 생각했다.

       

       진짜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예전에 본 한국 과거 트립물 보면 독립 운동가들에게 접근하고, 일본이랑 전쟁에서 이기고 한국 해방시키고 그럴 때마다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이러는 거 나오던데.

       

       여기선 내가 러시아인이다 보니 국뽕 전개가 불가능하다.

       

       나 하나로 돌아가는 러시아가 아니다 보니, 한국 임시정부가 최소한 국가두마의 호의라도 받아야 하는데.

       

       임시정부 측에서 러시아에 줄 수 있는 건 없지 않나.

       

       솔직히 내가 아닌 국가 두마측 입장에서 보면 한국 임시정부는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일본과의 전쟁 명분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고 한국 해방 후에도, 임시정부가 마음에 안들면 해방 후 현지인들로 정부를 만들 수도 있고.

       

       흠.

       

       이건 뭐 나중에 직접 보고 결정해도 되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국 공산화는 아직 고민이 많군요.

    우리의 트로츠키군이 과연 치킨의 힘으로 가능할지…

    예전에 본 한 대역물에서는 미래에서 트립한 대한민국이 수소폭탄으로 열도를 침몰시켜버리는 전개가 나와서 이게 개연성이 맞나하고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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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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