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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저녁.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코를 통해 느껴지는 맛있는 냄새.

       

       닭고기인가.

       

       기름 냄새와 함께 튀겨지는 소리도 나는 것으로 보아하니 치킨 혹은 치킨과 유사한 요리겠지.

       

       아르테는 생각보다 고기류를 굉장히 좋아하더라.

       

       가끔 야채도 먹으라고 건네주면 인상을 찌푸리면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게 좀 귀여웠다.

       

       결국 먹기는 하더라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시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로 하던 고민을 이어 나갔다.

       

       분명 선물은 성공적으로 전달한 줄 알았는데.

       

       분명 성공적으로 선물을 전달했는데.

       

       표정과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눈동자 등을 비롯한 여러 정보를 종합했을 땐 분명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잘못된 걸까?

       

       

       “식사하세요!”

       

       “아, 응. 갈게.”

       

       

       잔뜩 고민하며 시우는 검을 내려놓고 흘린 땀을 수건으로 닦았다.

       

       아르테는 이제 내 옷을 가져가지 않는다. 그나마 이게 가장 큰 변화라고 부를 수 있겠지.

       

       오늘 성과는 어땠냐는 아르테의 말에 적당히 대답해준 뒤, 시우는 식탁에 앉았다.

       

       역시 치킨인가.

       

       청소하기 힘들 텐데 괜찮으려나?

       

       걱정스러운 눈길로 아르테를 바라보자, 그녀는 싱긋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걱정할 건 아닌가. 알아서 잘하겠지.

       

       

       “오늘도 맛있어 보이네.”

       

       “그렇죠? 고생했으니까 많이 드세요.”

       

       

       ···아니, 이게 아닌데.

       

       무심코 평소처럼 아르테와 함께 식사를 시작해버렸다.

       

       물론 아르테가 해주는 밥은 맛있고, 평소보다 집도 조금 더 깔끔해졌고, 이제 아르테가 나와 십 분 간격으로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 제약도 사라졌다.

       

       그녀와 나의 실험 결과, 온종일 떨어져 있어도 별문제는 없었으니 확실하겠지.

       

       그런데 어째서.

       

       왜 아직도 아르테는 이곳에서 묵고 있는 걸까.

       

       나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슬슬 돌아가도 되는 게 아닐까?

       

       나 진짜 힘든데.

       

       그렇다고 아르테에게 티를 낼 수도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냐.

       

       ···좋아. 오늘은 꼭 말해야지. 시우는 결심했다.

       

       물론 지금 이 생활도 괜찮기는 했다.

       

       아르테랑 같이 보내는 일상은 생각보다 즐거웠으니까.

       

       그러나 더는 무리였다.

       

       시우의 자제심은 이제 한계를 부르짖고 있었다.

       

       

       “내일 저녁은 뭐가 좋으세요? 닭? 돼지? 소?”

       

       “···아르테.”

       

       “네?”

       

       “그, 내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분리불안, 나아지지 않았어?”

       

       “네. 나아졌는데요? 팔찌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불편을 끼쳐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팔찌를 들며 배시시 웃는 아르테의 모습에 표정이 흐트러질뻔한 걸 어떻게든 억눌렀다.

       

       그래, 나아졌구나. 다행이네.

       

       팔찌는 그걸 위한 물건이었으니까, 잘 써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쁘다.

       

       

       “···그런데 왜 아직도 여기 있어?”

       

       “네?”

       

       

       하지만 그런데도 시우는 결국 쐐기를 박았다.

       

       아르테가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걸까.

       

       시우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아니, 그게. 나아졌으면 슬슬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게···.”

       

       

       그리고 시우는 곧장 깨달았다.

       

       자신이 실수했음을.

       

       

       “제, 제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뭔가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할 테니까, 그러니까···!”

       

       

       아르테의 분리불안은 상태가 호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팔찌 덕분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나 보다.

       

       내 이야기를 이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로 받아들인 걸까?

       

       아르테가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잘못한 거 없어, 아르테. 진정해.”

       

       “잘못한 게 없다면, 쓸모없다는 뜻···?”

       

       “그런 거 아냐. 진정해.”

       

       

       머리가 아파져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걸 이야기해야 한다고? 진짜?

       

       정말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

       

       한동안 고민해봤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아르테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그게, 그러니까···.”

       

       

       진짜 말하기 싫다.

       

       이걸 말하면 무슨 얼굴로 나를 바라볼까.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있지, 아르테. 내가 남자인 건 알고 있지?”

       

       “네? ···당연하죠?”

       

       “너는 여자고.”

       

       “네.”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바라보는 아르테의 모습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까지 우회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 할 수밖에.

       

       

       “매일같이 이렇게 붙어 다니면 내가 좀 힘들어.”

       

       “···힘들다뇨?”

       

       “나도 남자라고. 성욕이 있단 말이야.”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아르테에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을 말해버렸다는 불안감과 드디어 나를 조금 알아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뒤섞였다.

       

       과연 무슨 반응을 보일까.

       

       눈을 살짝 떠서 아르테를 바라보았다.

       

       아르테의 얼굴은 선홍색으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매일 같은 방에서 자고, 항상 붙어 다니면 나도 참기 힘들어.”

       

       

       모르겠다.

       

       시우는 더 이상 참을 자신이 없었다.

       

       이왕 말해버린 거, 시원하게 여태까지의 불만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네가 불안해할까 봐 지금까지 말 못하고 있었는데, 너는 조금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

       

       “하, 하지만. 시우는 그럴 사람이···.”

       

       “내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야. 너는 너무 조심성이 없다고. 특히 그 복장.”

       

       “네? 보, 복장이요?”

       

       

       아르테가 자기 복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훑어보고는 억울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가 무슨 복장을 하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어쩌면 지금 이야기해두는 게 옳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해두기로 했다.

       

       

       “집에 있다고 해도 속옷은 입는 게 좋을 거야, 아르테.”

       

       “네, 네···?”

       

       “거울 본 적 없지?”

       

       

       아르테가 화장 같은 걸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평소에도 나랑 붙어있었고.

       

       집에서 거울 같은 걸 볼 겨를은 없었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한 달 전, 아르테가 내게 달라붙기 시작했을 무렵에 이야기하고 싶었다.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도대체 이걸 왜 말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낼 것 같았으니까.

       

       한숨을 내쉬며 거울 앞으로 아르테를 데려가자,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얼굴이 뜨거운 걸까. 아르테는 자꾸만 손으로 얼굴을 식혀대고 있었다.

       

       

       “어, 어, 어째서···!”

       

       “왜 말 안 했냐고? 아르테, 생각해 봐. 며칠 전의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윽!”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어느 정도 나를 향한 의존증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면 반박할 수 없을 거다.

       

       그렇게 나에게 의존하던 사람에게, 몸가짐을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하라고?

       

       나도 남자인지라 참기 힘들다고?

       

       믿는 사람이 나 하나뿐인 아르테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 나까지 믿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듯, 아르테도 얼굴을 붉히기만 할 뿐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우리 집이 편하다고 한들 옷도 너무 짧고. 애초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르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다.

       

       너무 무방비하다. 남자도 아니고 집에서 너무 편하게 다니는 거 아니냐.

       

       아무리 믿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경계심은 가질 필요가 있다.

       

       대충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죄, 죄, 죄송합니다···!”

       

       

       아르테가 순식간에 세탁실로 도망쳐버렸다.

       

       

       “하아···.”

       

       

       그러나 굳이 쫓지는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아르테를 자극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싫었으니까.

       

       

       “그래도 이제 좀 나아지겠지···.”

       

       

       과한 것은 적은 것만 못하다 했던가.

       

       가끔 본다면 눈 호강을 했다며 지나갈 법한 일이지만 매일 겪으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해소할 방법 자체도 없어져 버렸으니 더욱 그랬다.

       

       아르테가 부디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르테가 숨어든 세탁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조금 아쉽네.”

       

       

       포니테일에 돌핀 팬츠.

       

       딱 내 취향이긴 했는데.

       

       

       

       ***

       

       

       

       “으, 흐, 으하아아아아아···.”

       

       

       미칠 것 같아.

       

       도대체 이 한 달 동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무언가를 붙잡고 세게 때리고 싶은 기분이 샘솟았다.

       

       

       [···정말 몰랐다니.]

       

       “으아아아아···.”

       

       

       방금 본 거울 속 모습을 떠올렸다.

       

       새하얀 티셔츠를 입어 살짝 비치는···그, 그게.

       

       끄아아아아아악···!

       

       세탁실에 널어놓은 이불을 집어 들었다.

       

       힘을 주면 찢어질 것 같아 때리지도 못한 채, 아직 마르지도 않은 이불을 끌어안고 바닥을 뒹굴거렸다.

       

       이불이 먼지를 뒤집어쓸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저 이 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아.

       

       이 세계에 오기 전의 버릇.

       

       집에서는 편한 옷을 입고 뒹굴거리던 버릇 때문에.

       

       그 시절에는 아무도 뭐라고 한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방심했다.

       

       시우도 별말 없어서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고.

       

       설마 그런 모습이었을 줄이야.

       

       

       “아아아아···. 어떡하지···.”

       

       

       그야 시우가 좀 떨어지면 안 되냐고 물어볼 만도 하지.

       

       나도 남자였던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이런 꼴의 여자가 옆에서 무방비하게 붙어있으면 당연히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히로인들이랑 견줄 정도로 예쁜 편이라고.

       

       

       “이 꼴로 한 달 넘게 붙어 다녔다니···.”

       

       

       심지어 잘 때까지.

       

       십 분 이상은 떨어지지도 못한 상태로.

       

       이건, 이건 그냥···.

       

       

       “유혹하는 거잖아···.”

       

       

       시우는 도대체 한 달을 어떻게 버틴 거지.

       

       나라면 이틀도 못 버텼을 것 같은데.

       

       시우가 존경스러웠지만 동시에 원망스러워졌다.

       

       빨리 말해주지···!

       

       하지만 그때 당시, 불안에 빠져있던 내 모습을 보고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시우의 말도 이해가 갔다.

       

       만약 그때의 내가 시우에게 유혹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랬다면 무슨 행동을 저질렀을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상황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독자님···?]

       

       “으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렇게 한동안 이불을 껴안고 뒹굴거렸다.

       

       ···축축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자각 유혹 너무 좋아요

    ***

    건포도머핀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확인이 늦어버렸네요!!!!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떙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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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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