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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112화. 순위전 ( 5 )

       

       

       

       

       

       99명의 참가자들이 걸러지고 걸러진 끝에 남은 참가자들은 어느새 10명. 다행히도 내가 무기를 줬던 영웅급 모험가들은 모두 10등 안에 들어왔다.

       

       화면을 보며 마른침을 삼킨다. 화면에는 치열한 결투를 뚫고 올라온 참가자들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케니스 (소속 : 만신전), 프리가 (소속 : 몬테그로스), 한스 (소속 : 만신전), 라이언하트 (소속: 만신전), 이스칼 (소속 : 검나먼 왕국), 티그리우스 (소속 : 신성 로마니안 제국)…》

       

       

       제국 소속인 놈들도 두 명 올라오고, 이상한 동물 가죽을 뒤집어쓴 녀석과 몸 여기저기에 고리를 잔뜩 두른 놈 그리고 전신이 문신으로 빼곡한 녀석까지.

       

       외형만 봐도 진짜 고인물 같아 보이는 놈들만 올라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최우선 목표는 케니스, 프리가, 이스칼 같은 녀석들에게 같은 무기를 줘서 성급강화를 달성하는 것. 그걸 위해서는 순위나 대진을 조작해서 정해진 순위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10명인데 여기서 어떻게 순위를 매기려나?’

       

       

       스위스 시스템? 아니면 지금처럼 승자전 방식으로? 여러가지 대결 방식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화면에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10명의 전사들! 치열한 혈투를 뚫고 10명의 전사들이 남았습니다. 그들의 사투는 치열하고 고귀하여 감히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승부는 냉정한 법. 이제 시련의 시작입니다!》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전사들에게 내릴 시련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련에서 탈락 혹은 해결하는 시간으로 순위가 정해집니다.》

       

       

       “오…”

       

       

       이런 식으로 순위를 매기는구나? 시련이라, 나름 재밌을 것 같은 방식이다.

       

       내가 고를 수 있는 시련 리스트를 쭉 훑어본다.

       

       

       《지혜의 시련, 고통의 시련, 감각의 시련, 용맹의 시련… 》

       

       

       끝도 없이 쭉쭉 내려가는 리스트.

       

       이름만큼이나 시련들의 특징도 가지각색이다. 기묘한 퍼즐로 이루어진 미궁에서 탈출하는 것부터, 늪지대에서 괴물 사냥하기, 거대한 뱀과 싸워서 승리하기…

       

       

       “뭐가 되게 많네.”

       

       

       한참 동안 리스트를 구경하다가, 10등 상품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10등 상품 : 순수하고 순결한 요정마》

       

       

       “미친 처녀충 유니콘… 저걸 어떡하지?”

       

       

       케니스랑 프리가한테는 절대 줄 수 없다. 성급강화를 하려면 무기를 줘야 할뿐더러, 유니콘이 여자 캐릭터한테 들어가면 절대 좋은 꼴을 볼 수 없을거라는 직감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협곡에서 아이언으로 살아남은 자의 감각이라 해도 좋으리라.

       

       

       ‘남캐한테 줘야 하는데. 누가 좋으려나.’

       

       

       남자 캐릭터들 중에서 명단을 바라보며 고심했다. 유니콘이 남캐한테 갔을 때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뭐 그때 가서 방법이 있겠지.

       

       이스칼은 방패 받아야 되니까 빼고, 그럼 남는 남캐들은…

       

       

       ‘한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한다. 그래도 저번 레이드에서 혼자 악마를 때려잡으면서 멱살 잡고 캐리한 녀석인데, 미친 처녀충을 떠넘기듯 주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아니지. 유니콘의 스텟만 놓고 보면 꽤 좋은거 아냐?.’

       

       

       ‘번개의 일격’에 찜질 당해도 버티는 체력과 내구성,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동성. 공짜로 받은 거치고는 진짜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름도 모르는 남캐들한테 주자니 아깝고, 한스한테 주자니 뭔가 찝찝하고.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가면 방법이 생기겠지.

       

       일단 유니콘은 한스에게 주는 게 제일 마음 편할 것 같다. 유니콘은 계륵 같은 아이템이지만 한스라면 괜찮아. 

       

       한스에게 유니콘을 주려면 10등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적당히 개입하기 좋은 시련은… 아, 이게 괜찮을 것 같다.

       

       

       《바위의 시련 : 거대한 돌 골렘과 싸워서 승리하라.》

       

       

       거대한 돌 골렘, 이게 제일 괜찮아 보인다. 시련을 선택하고 첫 번째 대상으로 한스를 선택한다.

       

       

       《 바위의 시련, 도전자는… 한스!》

       

       – 쿠구구구궁!!

       

       

       콜로세움의 바닥이 들썩이더니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금이 가면서 꿈틀거리다가ㅡ

       

       

       – 《쿠오오오오!!》

       

       

       온몸이 돌로 이루어진 골렘이 몸을 일으키면서 우렁찬 괴성을 지른다. 외형만 보면 옛날 RPG 게임에 나오는 스톤골렘과 판박이다.

       

       

       – “세, 세상에.”

       

       

       커다란 골렘 앞에 마주 선 한스가 초라할 정도로 작아보인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한스. 아주 약간이지만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미안하다 한스. 네가 유니콘을 받아야 해…”

       

       

       짧은 사과로 미세한 죄책감을 털어낸다. 

       

       까짓거 남캐한테 유니콘 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한스는 페도니까 이래도 된다.

       

       골렘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골렘에게 버프를 준다. 다행히 골렘도 버프의 대상이 됐다.

       

       

       《’미약한 불꽃’ 발동! 대상에게 불 속성이 인챈트 됩니다!》

       

       《’살랑이는 바람’ 발동! 대상의 이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 《쿠오오오오!!》

       

       

       온몸이 불타면서 활활 타오르는 돌 골렘. 이제는 마그마 골렘이 됐다. 외형만 보자면 아주 위협적이어서 한스는 그야말로 순살 당할 것 같다.

       

       

       “이 정도면 골렘이 이기겠지.”

       

       

       나는 당연히 골렘의 승리를 확신했다. 

       

       

       ㅡ 띠링!

       

       “음?”

       

       《’한스’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마주했습니다!》

       

       《’용기의 룬’ 발동!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공격력, 민첩이 상당히 높게 상승합니다!》

       

       《’용기의 룬’ 발동! 한스가 빈사 상태에서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아.”

       

       

       한스한테 줬던 용기의 룬을 잊고 있었다.

       

       심지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한스 님, 힘내세요!!”

       

       

       화면 어딘가에서 한스를 응원하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띠링!

       

       《유대관계 : 한스와 데이지》

       

       《청년은 소녀의 구원이 되었고, 소녀는 청년의 용기가 되었습니다.》

       

       《한스가 전장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공격력과 민첩이 상당히 높게 상승합니다!》

       

       

       데이지? 저번 보스전에서 나왔던 그 여자애? 아니, 걔가 왜 여기서 나와?

       

       

       “아이 미친 페도 새끼야!”

       

       

       판이 이렇게 엎어진다고?

       

       이거 억까야!!!

       

       

       

       

       

            * * * * *

       

       

       

       

       

       “후ㅡ”

       

       

       한스는 롱소드를 만지작거리며 숨을 골랐다.

       

       기나긴 축제의 끝, 마침내 열 명의 전사가 남았다.

       

       드넓은 결투장에 모인 열 명의 전사.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넘어선 용사 케니스와 신화시대의 용을 사냥했다는 프리가. 결코 뚫리지 않는 철벽의 방어를 자랑하는 이스칼과 제국제일검이라 불리는 티그리우스 기사단장까지.

       

       그 외에도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몽둥이를 들고있는 근육질의 사내와 온몸에 치렁치렁한 고리를 걸고있는 사내도 있었다.

       

       어쩐지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느낌에 한스는 어깨를 움츠렸다. 영웅들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든 시궁쥐가 된 기분이었다.

       

       긴장감 때문일까, 한껏 예민해진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관중들의 우렁찬 함성 사이로 들리는 아주 작은 응원.

       

       

       “한스 님!! 힘내세요!!”

       

       

       한스의 고개가 휙 돌아가며 단번에 데이지를 찾아냈다. 관중석과의 거리가 상당했지만 한스의 눈에는 데이지가 보였다.

       

       작은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열심히 한스를 응원하는 데이지.

       

       그 모습을 보자 온몸을 조여오는 듯한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녹아내린다.

       

       

       “후ㅡ 좋아.”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가볍게 뛰며 거대한 옥좌를 바라본다.

       

       거대한 여섯 개의 옥좌.

       신이 그들을 지켜보고 계신다.

       

        열 명의 전사.

       수많은 혈투를 뚫고 올라온 이들이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스는 그 누구와 싸워도 한 점의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우리라고 다짐했다.

       

       쿠구구구구ㅡ!!

       

       “으와아앗!!”

       

       “따, 땅이!!”

       

       

       한스의 다짐이 끝나기 무색하게, 결투장의 땅이 갈라지고 흔들리며 부서졌다. 금이 가고 흔들리면서 위와 아래가 뒤집힌다.

       

       쩍쩍 벌어지며 깊은 절벽이 생겨나고, 큰 바위가 무수한 조각으로 쪼개진다.

       

       땅이 일어선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굉음과 충격.

       

       결투장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진동에 관중들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한스를 비롯한 전사들도 갑작스러운 지진에 재빨리 결투장을 벗어나려 자리를 박찼다.

       

       

       

       “어… 어? 저, 저거…”

       

       “야, 뭐해! 빨리 안 나가, 면…?”

       

       “빨리 좀 갑시다! 이러다 다 죽어요!!”

       

       “아니, 저기. 저게…”

       

       

       처음에는 한 명이 뒤돌아봤다. 그리고 멍하니 바라본다.

       

       그걸 의아하게 여긴 누군가 뒤돌아본다.

       두 명, 네 명, 열 명, 오백 명, 천 명… 점점 늘어난다.

       

       바삐 도망치던 관중들은 뒤를 돌아보고선 하나같이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

       

       

       갈라진 땅에서 일어난 거대한 산이, 움직이고 있다.

       

       몸은 굳건한 바위로 이루어져 단단하기로는 그 자체가 땅이요, 생물이 아니되 생물을 흉내 내고 움직이는 그것은, 바위의 거인이었다.

       

       몸을 이루고 있는 바위에는 선들이 새겨져 사람의 핏줄처럼 보였으며, 저들끼리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거인의 몸 전체에 신비한 문양을 그려냈다.

       

       

       《이.것.은》

       

       

       천천히 입을 열어 둔탁한 말을 뱉어낸다. 바위끼리 갈리면서 생기는 둔탁한 소리가 깊은 동굴에서 메아리치다가 세상으로 나오면 이러할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풍경에 모두가 바위의 거인을 바라봤다.

       

       

       《시.련.이.다》

       

       

       시련.

       

       바위의 거인은 무거운 몸을 움직이며 시련이라고 말하였다. 누구에게 시련을 내린단 말인가? 

       

       

       《전.사.들.에.게》

       

       

       전사들에게 내려지는 시련이다.

       

       

       《여.섯.번.째.신.께.서》

       

       

       여섯 번째 신께서 내리는 시련이다.

       

       신께서 전사들에게 시련을 내리셨다. 한계에 부딫히고, 피를 토하고 울부짖으며 고통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시련을 내리셨다.

       

       허나 고통은.

       

       언제나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법.

       

       

       “하! 한 덩치 하는 게 썰 맛 나겠네. 거의 서리고룡만한데?”

       

       

       프리가는 전사들 중에서 제일 먼저 당황한 기색을 지우고 당돌하게 앞으로 나섰다. 거대한 바위의 거인 앞에 선 그녀는 매우 작고 초라했지만, 마주 선 기세만큼은 거인에게 밀리지 않았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죠. 우리는 또 한 번 성장할 것입니다.”

       

       

       케니스가 신검을 들고 프리가의 옆에 섰다. 수많은 괴물과 악마의 수라장을 헤쳐온 그녀에게 물러섬이란 없었다.

       

       

       “하하! 아가씨들이 나서는데 늙은이가 빠져서야 체면이 서겠나!”

       

       

       레온이 호탕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듬직함과 연륜이 느껴졌다.

       

       한 명, 두 명.

       앞으로 나섰다.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어깨를 맞대며, 바위의 거인을 바라봤다.

       

       한스는 그 사이에 껴서 롱소드를 강하게 붙잡았다. 옆에 마주 선 이들에게선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으니, 한스는 이들이 참으로 든든하게 느껴졌다.

       

       신께서 시련을 내리실 때는,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을 주시지 아니하니.

       

       함께 힘을 모아 싸운다면 필히 바위의 거인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모두 힘을 합쳐서 싸운다면 이길 수 있어…!’

       

       

       그렇게 열 명의 전사가 진을 이뤄 바위의 거인을 바라보았다.

       

       전사들과 거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잔뜩 부풀어 오른 공기는 터지기 일보 직전의 무언가를 보는 듯했다.

       

       

       《음》

       

       

       바위의 거인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스.》

       

       “어?”

       

       

       거인이 한스의 이름을 불렀다.

       

       어쩐지 섬찟한 감각이 느껴졌다. 불행한 미래, 아주 고달픈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이 느낌.

       

       한스는 애써 자신의 직감을 부정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비상을 선언한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눈 앞이 어질해진다.

       

       아닐 거다.

       

       아니어야 한다.

       

       천천히 움직이는 거인의 입은 무정하게도 한스의 미래를 선언했다.

       

       

       《그.대.만.의.시.련.이.다》

       

       “아.”

       

       

       한스를 제외한 아홉 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한스를 바라봤다.

       

       한스는.

       

       부디 지금이 꿈이기를 소원했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달아주시면… 작가, 기뻐서 울어버릴지도?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서명하시오, 깐프! 세계수는… 그냥…큰…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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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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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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