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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

         

       “…뭐야? 무슨 일인데?”

         

       내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자 유 설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다.

         

       욱신, 욱신.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열심히 연습하여 유 설을 뛰어 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인지…, 나는 유 설에게 지금 내 발목 상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

         

       유 설은 그런 나를 뭔가 미심쩍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얼른 다시 하죠.”

         

       “……이번에는 잘 따라 와.”

         

       내 닦달에 이내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고 다시 안무를 시작했다.

         

       나는 평소처럼 무표정을 지으며 그런 유 설의 동작을 따라했다.

         

       그리고….

         

       욱신, 욱신, 욱신.

         

       “…….”

         

       동작을 시작하자마자 더 큰 고통이 내 발목을 덮쳤다.

         

       나는 순간 전에 의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발목을 움직이실 때마다 상당히 아프실 거예요.’

         

       그때는 아프면 얼마나 더 아파지겠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였나.

         

       욱신, 욱신.

         

       마치 누군가 내 발목을 불로 지지는 듯한 감각이다.

         

       하지만….

         

       꾸욱.

         

       …나는 이내 꾹 참고 동작을 숙지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미 이 곡을 한 번 커버해본 유 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나도 얼른 안무를 숙지하고 디테일에 공을 들여야 했다.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인대가 조금 늘어난 것일 뿐이다.

         

       이 정도 아픔 따위…, 못 참을 것도 없었다.

         

       욱신, 욱신, 욱신, 욱신.

         

       나는 그렇게 더욱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내 정신을 오로지 안무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야, 잠깐 멈춰봐.”

         

       “……!”

         

       내 앞에서 안무를 선보이던 유 설은 굳은 표정과 함께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와….

         

       “…언니, 왜….”

         

       스윽.

         

       “…….”

         

       “…….”

         

       몸을 숙여 내 오른쪽 바지를 위로 걷었다.

         

       그러자 빨갛게 퉁퉁 부은 내 발목이 드러났다.

         

       유 설은 그것을 보고 나를 노려다 보며 말했다.

         

       “장난하니? 괜찮다며?”

         

       “……아무 문제없어요.”

         

       “너는 눈이 삐었니? 이게 지금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여?”

         

       “보기에는 심해 보여도 참을 만….”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쯧.”

         

       유 설은 혀를 차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선언했다.

         

       “오늘 연습은 이걸로 끝이야.”

         

       “…예?”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연습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연습을 끝내겠다는 거예요! 누구 맘대로!”

         

       스윽.

         

       나는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며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이제 겨우 오후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연습을 그만두자니…, 나한나랑 팀 했을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얼굴 표정을 굳히고 연습을 향한 내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그리고….

         

       “적어도 자정까지는 돌아갈 수 없….”

         

       따악-!!

         

       “흐읏-!!”

         

       유 설은 그런 내 이마에 딱밤을 내리쳤다.

         

       저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얼마나 세게 때린 건지 머리가 다 울릴 정도로 아팠다.

         

       순간 발목보다 더 아릿한 통증이 이마에서 느껴져서 이를 부여잡으니 유 설이 카메라에 안 찍히게 내 멱살을 잡고 자기 쪽으로 끌고 간 후 속삭였다.

         

       “예린아, 제발 적당히 나대. 왜 자꾸 애새끼처럼 구는 거야.”

         

       “……애새끼라뇨.”

         

       “지금 이렇게 억지 부리고 떼쓰는 게 애새끼가 아니야? 그 발목으로 연습하다가 아작나면 나중에 발 절게?”

         

       “…….”

         

       스륵.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유 설이 그제서야 내 멱살을 놔주었다.

         

       그리고는 먼저 연습실을 나서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들었으면 지금 당장 방으로 돌아가.”

         

       “…….”

         

       “혹시라도 나 몰래 연습하다 걸리면 그 즉시 팀 바꿔달라 할 거니까 알아서 하고.”

         

       쿵.

         

       그 말을 끝으로 유 설은 연습실을 완전히 나가 버렸다.

         

       나는 유 설이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리 쉬었다.

         

       “하아….”

         

       그래도 발목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냅두니 더 이상 아프지는 않았다.

         

       ‘그냥 혼자 연습이나 더 할까?’

         

       이에 나는 유 설 몰래 남아 연습이나 더 할까 생각하다가….

         

       ‘혹시라도 나 몰래 연습하다 걸리면 그 즉시 팀 바꿔달라 할 거니까 알아서 하고.’

         

       이내 유 설의 말을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유 설은 왠지 한다면 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냥 돌아가자….’

         

       그렇게 나는 씁쓸한 심정과 함께 연습실을 나가 방으로 돌아갔다.

         

       내가 예전에 나한나한테 자정에 돌아간다고 뭐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무려 7시간 30분 빠른 초특급 조기 퇴근이었다.

         

         

         

         

       **

       

         

         

         

       오후 8시 10분.

         

       “…….”

         

       할 것이 없었던 나는 침대 위에서 발목에 얼음 주머니를 올려 놓은 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가져올 걸.’

         

       평소 나아아에서는 책 같은 거 읽은 시간 따위 없어서 가져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말 심심해 죽겠다.

         

       이미 혼자서 저녁도 먹고 온 채고…, 방해가 될 테니 다른 참가자들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

         

       잠이나 잘까 싶기도 했지만 이미 조금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익숙해진 내 몸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이에 나는 그저 혼자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며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발목이 다쳐가지고.’

         

       그렇게 내가 이제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던 내 발목을 원망스레 바라보던 그때였다.

         

       쿵, 쿵.

         

       “…!”

         

       계속된 외로움에 지쳐 있던 나는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들기자마자 곧바로 다리를 끌며 달려 나갔다.

         

       “유진이니? 아니면 유정이?”

         

       평소 내 방에 자주 놀러 오는 사람이 서유진과 박유정이기에 나는 이번에도 둘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열어 보니….

         

       “…엑.”

         

       “…그렇게 대놓고 안 반갑다는 표정 짓지는 말아 줄래?”

         

       …팔짱을 낀 유 설이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못하니 내 표정도 좋지 못했다.

         

       특히 그녀는 내가 연습을 하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거 받아.”

         

       그녀가 쌀쌀맞은 말투로 내게 건넨 것은 태블릿PC였다.

         

       “…이건 왜요?”

         

       “우리 내일 저녁에 중간점검 있잖아. 그건 알고 있지?”

         

       끄덕.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4차 경연에서 저번 경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원래는 3, 4일째 하던 중간점검을 바로 2일째 저녁에 한다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팀원이 적으니 컨셉 맞추기도 쉽고 안무 따기도 빠를 거라나.

         

       아무튼 우리는 내일 저녁 중간점검까지 트레이너들에게 보일 최소한의 결과물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네 몸 상태 때문에 우리는 연습시간이 부족하니까. 그렇다고 놀 수 없으니 이거라도 보고 있어.”

         

       “…이거는 왜.”

         

       “…안에 내가 안무 레퍼런스 영상 찍어 놨어.”

         

       “……네?”

         

       나는 유 설의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태블릿PC를 켜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진짜로….

         

       “……어.”

         

       언제 찍었는지 유 설이 직접 춘 안무 레퍼런스 영상이 들어가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니 태블릿PC 속 유 설이 안무를 시작했다.

         

       ♪♬♬-!!

         

       나는 앞부분만 보고도 이것이 대충 만든 영상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었다.

         

       “…….”

         

       그렇게 나는 잠시 동안 영상을 바라보다가 오묘한 심정이 들어 물었다.

         

       “…혹시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설 언니 혹시 츤데레…, 뭐 그런 거예요?”

         

       “…뭐?”

         

       “아니…, 입으로는 찢어 죽일 것처럼 험한 말만 해 놓고는…, 방에 들어가서 쉬게 하고 혼자서 안무 영상 찍어오고…, 자꾸 저를 위한 행동들을 하시는 것 같아서요.”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내 말에 유 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린아, 발목 아파하다가 혹시 머리까지 아파진 거니? 뭐? 츤데레?”

         

       “…….”

         

       “내가 너를 위한 행동을 왜 하겠니? 이거 다 나를 위해서야. 네가 발목 때문에 그렇게 누워 있다가 연습 못하고 경연 망하면 나까지 피해 오는 거잖아.”

         

       툭툭.

         

       유 설은 내 어깨를 조금 아프게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폐 안 끼치게 잘하라고, 예린아.”

         

       “…….”

         

       “네가 이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내가 실력 때문에 이긴 게 아니라 네가 아파서 이긴 거라 생각할 거잖아, 응?”

         

       그리 말하는 유 설의 눈동자는 차가웠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섞여 있지 않다는 듯.

         

       “알아 들었으면 몸 관리나 잘해.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안무 제대로 숙지해 놔. 내일 중간점검 때 또 폐 끼치지 말고. 알아들어?”

         

       “……네.”

         

       내가 대답을 하자마자 유 설이 용건 끝났다는 듯 인사도 없이 뒤를 돌아 떠났다.

         

       나는 그런 유 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재수 없어.”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후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츤데레는 무슨…, 짜증 나.”

         

       나는 유 설이 서유진을 향해 했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데뷔 그리고 우승을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으며 나를 향한 적개심을 절대 숨기지 않는다.

         

       그런 유 설이 다친 나를 걱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이 태블릿PC 속 영상도 아까 말했듯 순전히 자신을 위해 한 일이겠지.

         

       나는 왠지 모르게 툴툴대며 태블릿PC를 챙겨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러고 보니 나도 유 설한테만 어린애처럼 행동하네.’

         

       나도 유독 유 설에게만 유치하고 쌀쌀맞게 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혜정, 박유정, 서유진 나한나 같은 다른 참가자들을 대할 때와 유 설을 대할 때가 확연하게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와 유 설이 쉽게 가까워지긴 어려운 사이라는 것이었다.

         

       “…….”

         

       복잡한 생각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태블릿PC 속 영상을 틀었다.

         

       ‘네가 이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내가 실력 때문에 이긴 게 아니라 네가 아파서 이긴 거라 생각할 거잖아, 응?’

         

       ‘알아 들었으면 몸 관리나 잘해.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안무 제대로 숙지해 놔. 내일 중간점검 때 또 폐 끼치지 말고. 알아들어?’

         

       영상을 트니 아까 유 설이 했던 모진 말들이 떠올라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

         

       그래도 영상 속 유 설의 안무는 참으로 꼼꼼하고 정성스러웠다.

         

       직접 몸으로 연습하지 못해도…, 내일 중간 점검까지 안무를 숙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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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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