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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뀨우웅….”

       “와, 진짜 실시간으로 커지네.”

       

       적어도 이전 성장 구간에서는 실비아 씨의 말에 따르면 잠들자마자 바로 커지진 않았다던데.

       

       이번엔 그냥 바로 쑥쑥 커 버리네.

       

       아르의 몸집이 점점 불어나는 걸 보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별로 커지는 줄 모르겠는데,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잠시 후에 아르를 보면 어느새 조금 커져 있었다. 

       

       신기한 나머지 눈을 깜박하지도 않은 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자,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말랑뚠뚠한 배의 면적이 넓어지고, 도톰한 발과 손이 커지고, 짧뚱했던 팔다리가 조금씩 길어지고, 키도 커졌다. 

       

       ‘사람들이 방치형 게임을 하는 이유가 있구나….’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 중 방치형 게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었던 나는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놔둬도 우리 귀여운 아르가 쑥쑥 크는데 어떻게 재미가 없겠는가. 

       

       “귀여워….”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침대에 앉아 아르가 자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비싼 데로 오셨네요.”

       “깜짝이야. 인기척은 내고 와 주시면 안 돼요?”

       

       팟.

       

       실비아는 블링크를 써서 들어온 듯, 내가 눈을 깜짝하는 사이에 나타나 있었다. 

       

       “뭐 어때요. 어차피 저 한 명 들어온다고 방값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카운터에 한 명 더 온다고 말해 놨단 말이에요. 가셔서 열쇠 받아 오세요.”

       “…알았어요.”

       

       팟.

       

       실비아는 블링크로 다시 나가더니, 약 십 분 정도 후에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양손에는 치킨과 족발이 들려 있었다.

       

       “생각보다 늦으신다 싶었더니, 먹을 거 사러 가신 거였어요?”

       “나간 김에 겸사겸사 사 왔죠. 아르 성장도 거의 다 끝나 가는 거 같아서요.”

       

       실비아는 드넓은 거실 테이블에 치킨과 족발을 올려 놓고 세팅을 하며 말했다. 

       

       “거의 다 끝나 간다니, 그걸 어떻게….”

       

       그렇게 말한 나는 문득 실비아가 나가기 이전과 나간 이후 아르의 크기에 큰 변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성장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아르의 성장 속도를 확인한 거야?’

       

       역시 9성 검사다. 

       혀를 내두를 만한 관찰력.

       

       “이번 성장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하긴, 이번에 지금보다 더 커 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테니….”

       

       나는 새삼 거의 다 큰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큐우우….”

       

       어느새 아르는 해츨링 티를 어느 정도 벗은, 작은 드래곤이라는 느낌으로 성장해 있었다. 

       

       입은 드래곤답게 앞으로 조금 더 길쭉해졌고, 날개도 이전에 비해 훨씬 커졌다. 

       

       ‘키는…. 이 정도면 내 가슴 언저리까지 오려나.’

       

       전후좌우 사이즈를 포함한 최종 덩치를 생각하면 이제는 아무래도 품에 안고 다니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후드에 넣어 다니는 건 당연히 안 되고.

       

       ‘후드가 뭐야, 무등을 태워 줘야 할 판인데.’

       

       VVIP실이라 침대가 굉장히 커서 지금은 별 걱정이 없지만, 일반적인 여관의 더블 침대에서 아르를 사이에 두고 자는 건 이제 힘들 것 같았다.

       

       “아 참, 저희 남은 식료품이나 재료, 무기 박스는 저쪽에 큰 방이 또 있길래 거기다가 가져다 놨고…. 마력석은 적당히 시세대로 전부 팔아서 돈으로 바꿔 왔어요. 수수료 빼고도 320골드나 주던데요.”

       

       실비아는 치킨 족발 세팅을 간단히 마치며 말했다. 

       

       “사, 삼백이십 골드요?”

       

       마력석을 옮기는 건 전부 실비아가 블링크로 눈 깜짝할 사이에 해 버렸기 때문에 정확히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랐는데….

       

       ‘320골드면…. 잠깐만. 대충 1골드에 백만 원이 좀 넘으니까…. 천만, 일억, 삼억…?’

       

       한국 돈으로 치면 대략 4억이 조금 안 되는 액수였다. 

       

       ‘와….’

       

       한국이야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서 그렇지, 지금 이 세계에서 이 돈이면 그냥 다이아몬드를 산다든가 하는 사치만 부리지 않으면 거의 평생 놀고 먹어도 되는 수준의 돈이다. 

       

       특히나 음식이나 생필품의 물가가 저렴한 이 세계에서는 더더욱 가치가 높다고 봐야 했다.

       

       ‘그 자식들, 대체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거야?’

       

       하긴, 무려 레드 드래곤의 유물을 얻기 위한 투자다.

       

       놈들에게는 돈이 얼마가 들든 간에 꼭 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마력석이 최상급 중에서도 최상급이라 더 비싸게 받은 거 같아요. 쓰읍, 이렇게 되니 제가 소모시킨 마력석이 더 아깝게 느껴지네요.”

       

       실비아가 입맛을 다셨다. 

       눈앞에서 자신이 약 400골드를 증발시켜 버렸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엘프인 실비아라도 입이 쓴 모양이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 상황에선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아르가 극적인 순간에 각성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건 그렇지만….”

       “320골드도 엄청나게 많은 돈이에요. 일단 치킨부터 먹고 있을까요? 모자라면 더 사 오면 되니….”

       “뀨, 뀨우?”

       

       그리고 그때, 별안간 뒤쪽에서 아르의 뀨 소리가 들렸다. 

       

       …설마 치킨 먹자는 소리에 반응한 건가?

       

       아르는 졸린 눈을 부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아르두 치킨 머꼬 시퍼.”

       

       어?

       

       ***

       

       “아르야? 방금….”

       

       음성화가 아닌, 아르의 진짜 목소리를 들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아르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나와 실비아를 번갈아 본 뒤 대답했다. 

       

       “우응? 이제 실비아 온니두 아르에 대해서 알자나. 셋이 이쓸 땐 말해두 대는 거 아니어써?”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야, 아르도 뒤늦게 자신이 진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레온! 아르 이제 말할 수 이써!”

       

       이제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나니 발성 기관 및 구강 구조가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아르는 뒤늦게 자신의 키가 커진 걸 체감하고,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우아아아!! 레온! 아르 엄청 마니 커써!!”

       

       이젠 꽤나 드래곤처럼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본 아르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반짝이는 붉은 눈으로 훑어 보고, 그러고서도 잘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손, 발, 몸을 내려다보았다. 

       

       “삐유우우우웃!”

       

       아르는 환호성을 지르며 거실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신이 나 점프하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놀랍게도, 아르는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레, 레온! 아르 날 수도 이써!”

       “와아, 그러네?”

       “우리 아르, 첫 비행 축하해!”

       “삐유우! 고마어 온니!”

       

       아르는 완전히 신이 나서 드넓은 거실 공간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물론 활강할 정도의 넓이는 아니었지만, 가볍게 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나는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아르를 바라보며 말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르가 저렇게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환한 표정으로, 아르는 거실을 마음껏 누볐다. 

       

       그리고.

       

       “아르 배고파…. 치킨 먹고 시퍼!”

       

       결국 공중에서 치킨 냄새를 맡은 아르는 정신을 차리고 내려왔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습관적으로 내 무릎에 앉았다. 

       

       “…….”

       “…….”

       “아르야, 그…. 옆에 앉아서 먹는 게 어떨까?”

       “히잉!”

       

       ***

       

       아르는 치킨과 족발, 그리고 쫄면까지 배부르게 먹어 치웠다.

       

       “너무 마시써…! 쫄면이 쪼끔 매콤한 게 완전 후식으로 채고야!”

       “치킨 두 마리에 족발 대 자로 안 사 왔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잘 먹네, 아르.”

       

       아르는 이제 제법 일반 크기의 숟가락과 포크, 그리고 젓가락까지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젓가락은 어떻게 쓰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르는 기묘한 손놀림으로 젓가락질을 해냈다.

       

       “아르 배불러…. 또 졸려어….”

       “응, 아르야. 성장한 몸에 적응하느라 더 졸릴 거야. 편히 자.”

       “우응. 아르 쪼끔만 자께.”

       

       아르는 식곤증이 온 듯, 내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성장을 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고, 또 그걸 급속도로 보충했으니 몸에 녹여 내는 과정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이젠 레온 씨 품 안에서 잠드는 게 아니라 무릎을 베고 잠들게 됐네요.”

       “그러게요.”

       “물론 그래도 너무 귀엽긴 마찬가지지만요. 후후.”

       

       실비아는 턱을 괸 채 곤히 잠든 아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 쑥쑥 컸네요.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천방지축 말랑콩떡이었는데 말이에요.”

       “하하, 사실 지금도 천방지축이긴 한데…. 많이 컸죠. 뭔가 보람차기도 하고, 괜히 추억에 잠기게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나는 처음 아르를 만났을 때부터 히파르에 가기까지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실비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어머, 아르가 그때 다시 와서 레온 씨를 구해 줬다고요?”

       “정말 놀랐다니까요.”

       “감동적이야…. 우리 아르.”

       

       동굴에서 늑대와 싸웠던 이야기를 들은 실비아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는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화제가 떨어져 갈 때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정보 길드에 가서 대륙 동부 상황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부터 알아보려고요. 그리고….”

       

       할 일이야 많았다. 

       

       가장 중요한 건 마신의 부활을 막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 마왕의 세력을 하나씩 뿌리뽑아야 한다.

       

       ‘하지만 지부의 위치에 대해 아직 아는 것도 없고…. 그래. 사실 레드 드래곤 유물 건부터 해결해야 되는데 레어가 어딨는지 그것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일단 정보 길드에 가는 걸 선택했다. 

       

       정보 길드는 돈만 주면 쓸 만한 정보를 착착 뱉어 내니까. 

       

       “마력석으로 돈은 충분히 벌었으니 정보에 돈을 아끼지 말고….”

       

       내가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하며 말하려는데, 갑자기 실비아가 손을 들었다.

       

       “저, 레온 씨.”

       “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뭔데요?”

       

       실비아는 아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르, 이 상태로 데리고 다닐 수 있어요?”

       “음….”

       

       나는 솔직히 인정했다.

       

       “사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긴 하죠.”

       

       아르는 이제 와이번이라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해도 안 먹힐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생각은 있었다. 

       

       아르가 이제는 드래곤이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면.

       

       드래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비행도 딱 이번부터 가능해졌고 말이야.’

       

       나는 일단 아르가 일어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고, 실비아는 그 말에 간식을 사러 나갔다. 

       

       사실 아르가 워낙 먹성이 좋아 1용 1치킨 이상을 해치워 버리는 바람에 살짝 출출한 터였다.

       

       “푸딩이랑 아이스크림 사 왔어요.”

       “오오, 아예 아이스크림을 통으로 사 오셨네요.”

       “이게 돈의 힘이죠. 후후.”

       

       그리고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퍼 먹으려는 순간.

       

       “…뀨웅. 아르두 아이스크림 머글래….”

       

       아르가 부스스한 눈을 떴다. 

       

       …정말 좋아하는 거 하나는 잘 알아듣는다니까.

       

       나는 일어난 김에 아르를 앉혀 두고 눈을 맞추었다. 

       

       “우응? 레온, 왜 구래?”

       “아르야.”

       “우응!”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폴리모프 한번 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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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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