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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안토니, 안토니! 밥 먹다가 정신줄을 놨나.”

        

       “…망할, 머리가 울리는군. 귀 안 먹었으니 입 좀 다물어. 콜사인은 아마존에 경매로 팔아먹었냐?”

        

        

        

        식당 안에 가득 찬 음식 냄새로도 다 가릴 수 없는 짙은 화약 냄새가 두 사람의 몸 위에서 떠돌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리 시끌벅적하지는 않은 건물 내부. 최대 다섯을 넘지 않는 인원들이 넓은 건물 내부에 듬성듬성 앉은 채 각자의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맥앤치즈를 힐끔 바라보던 한 명, 안토니라고 불린 자가 숟가락을 음식에 꼽고 내팽개친 채 목에 손을 갖다대었다. 으득 하는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입을 먼저 열었다.

        

        

        

       “요 며칠 사이 잠을 좀 설쳤어. 머리가 계속 아프더군.”

        

       “군의관 소견은?”

        

       “이명 때문에 생긴 걸수도 있다고 하던데. 두통이 안 멈추거나 더 심해지면 잠시 나갔다 와야지.”

        

       “하하, 그 하드월이 아픈 꼴을 다 보는군.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라고.”

        

       “엿이나 먹어, 카슨.”

        

        

        

        푹.

        

        수저가 꽂혀있던 맥앤치즈를 입 안에 퍼넣은 안토니가 기계적으로 음식을 씹는 사이, 카슨이라 불린 건너편의 사람은 인내심 있게 기다린 후 재차 입을 열었다.

        

        

        

       “컨디션 개판인 채 훈련 뛰다가 A존 빗맞춰서 짐싸지 말고, 밥 먹고 약이나 먹지?”

        

       “안 그래도 그럴 거니까 네 할 일이나 해라, 조지. 그리고 대가리 이틀 정도 아프다고 타깃 못 맞추는 새끼는 진작에 퇴출당했지.”

        

       “어련하겠어.”

        

        

        

        잠깐의 정적.

        

        

        

       “컨디션이 불량하다고 말한 것치곤 최근에 보여준 결과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착각인가?”

        

       “틀린 말은 아니군. 그나저나 밥 먹는데 옆에서 깐족거리지 말고 가서 샤워나 하지?”

        

       “너 설마 개인정비 시간에 몰래 내려가서 사격 연습해서 대가리 아픈- 악, 빌어먹을! 알았어! 간다, 가. 망할 놈, 정강이를…!”

        

       “밥 먹을 때 그만 얼쩡거려, 빌어먹을.”

        

        

        

        물론, 간다고 말하면서도 카슨은 완벽히 펼쳐진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린 채 살짝 절뚝거리며 식당에서 사라졌다.

        

        저렇게 말은 했어도, 적어도 수 년 동안이나 보아온 놈이었다. 대인관계 괜찮고, 실력은 더 괜찮은 놈. 아마 나중에 기상천외한 트랩으로 자신을 골탕먹일 게 틀림없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감수해야만 했다.

        

        깨어있으면서도 꿈을 꾸는 느낌.

        

        

        

       ‘…도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단순한 두통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의 혼선이었다. 그것도 남의 기억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서부터 흘러들어온. 눈을 감아도 보이는 한 여인의 실루엣. 어리버리하고 동글동글했던 한 소녀의 손에 쥐어진 총.

        

        그 뱀꼬리 소녀에게 총을 쥐어주었던 건, 그리고 그 계기를 주었던 건…자신이었다.

        

        미래의.

        

        

        

       -유진. 앞으로의 네 일과를 간단히 알려주겠다. 기상한 후 식사를 하고, 08시까지 사격장으로 와라.

        

       -네.

        

       -거기에 가서 13시까지 사격Flat range shooting을 진행하고, 14시까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사격장으로 가라. 그리고 18시까지 또 사격해라. 전부 실전사격을 기준으로 한다.

        

       -알겠습니다.

        

        

        

       “…망할,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미래의 파편이 햇빛을 반사하는 깨진 유리조각과도 같이 뇌리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단편적인 기억들 사이로 스쳐지나가는 건 2036년이라는 글자.

        

        몸에 붙여진 패치와 계급장, 권한, 그리고 그 모두…상사였던 자신은 원사가 되어있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수많은 기억들이 흘러들어오는 사이, 그것이 현재의 기억과 결합하며 새로운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다크 존.

        

        자신과 같은 더 유닛 소속 오퍼레이터에게도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 비록 서버는 분리되어있었지만 – 그 게임.

        

        

        

       “하.”

        

        

        

        두통은 걷힌 지 오래였다.

        

        남아있는 환각통은 새로이 혼입된 기억과 현재가 마찰하며 생기는 스파크에 가까웠다.

        

        이 순간 그는 안토니 오웬스 상사였지만, 동시에 원사였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을 이카루스의 훈련 교관인 동시에, 유진이라는 이름의 유일무이한 제자를 둔 존재….

        

        물론, 뱀꼬리는 여전히 왜 달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느새 텅 빈 그릇을 반납한 후, 그는 프라이빗 룸에 도착하여 장구류를 벗어던졌다. 점심 전 이어졌던 실전 사격 훈련으로 인해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이제 씻을 것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진짜 와있었네.”

        

        

        

        이제는 전부 확인하기조차 버거운 숫자의 메일함의 비교적 상단 언저리. 아직 읽지 못해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그것들 사이에서 보이는 이카루스라는 단어.

        

        본래라면 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제는 ‘본래’가 아니었고, 확인되었어야만 하는 이메일들은 하모니를 위한 커리큘럼 작성이라는 조금 더 중요한 일에 짓눌린 채 다음 날로 미뤄졌다.

        

        이제라도 확인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런 걸 왜 하루 전에 보내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만 할까.

        

        

        물론 후자처럼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편협한 짓이었다. 애초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이 설립된 이후로 이런 메일을 나 말고 다른 유저에게 보내본 적이나 있겠는가. 그것도 이런 일로.

        

        그러니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건 즉흥적인 요청이 아닌 즉흥적일 수밖에 없는 요청이었다. 예상컨대 내일 내가 할 필요도 없는 경기에 구태여 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특별 캐스터로서 활동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 문제긴 했다.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고 하긴 힘들었어도, 직접 경기를 뛰는 거랑 수만 명이 시청하게 될 경기 중계를 해내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으니까.

        

        

        조금 더 메일을 자세히 살폈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친절하게도 내가 중계하고자 하는 경기와 시간대를 선택할 수는 있었다. 가장 늦게 치뤄지는 경기는 오후 8시였다. 어떻게 보면 황금 시간대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러 경기를 중계하는 것도 아니고, 딱 하나만. 그나마 조금 부담스러운 점이라면 인터뷰도 같이 진행할 수 있다는 부분을 꼽을 수 있었지만, 메일에는 친절하게 그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써놓았다.

        

        면접자를 앞에 둔 면접관처럼 행동하셔도 됩니다, 라고.

        

       

       

       “…인터뷰가 아니라 취조가 될 것 같은데.”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과거에 심문도 전담해본 적이 있었으니….

        

        말투가 딱딱해지지 않길 빌어봐야겠다.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시간대를 선택한 후 답장을 보내었다. 한참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는지 전송이 되자마자 읽음 표시가 떠올랐다. 확인되었다는 메시지를 뒤로 미뤄둔다. 이제부터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시청자들을 위한 공지사항 작성. 휴방을 할 필요는 없었다. 가상현실 기준으로 아무리 길게 잡아도 한 시간 정도면 끝날 터였으니. 사전에 공지만 작성해두고 가야 할 시간이 오면 그때 덧붙이면 될 터였다. 

        

        두 번째는 중계진으로 활동할 수 있을 최소한의 준비 및 연습. 아무리 그래도 중계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멘트를 조금이라도 준비해야만 하겠지. 물론 도가 지나쳐 억지로 텐션을 높일 필요까지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하모니에게 보낼 메시지 작성이었다. 내일 커리큘럼은 문제없이 돌아갈 거고, 합방 역시도 마찬가지. 쉬는 시간 와중 경기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건 요 며칠을 거치며 서로간 익숙해졌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시각은 오후 11시.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가상현실에서 연습을 해야만 했다.

        

        침대에 누워 초커의 버튼을 누른 뒤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한국 지부 공식 유어스페이스 계정에 들어갔다. 보기 좋게 정리된 수많은 해설 영상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그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 들어갔다.

        

        높은 텐션과 끊기지 않는 보이스. 장황한 듯하면서도 정확한 상황 설명과 우수한 발음. 중계진이라는 것은 본래 굉장한 노력을 요하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내가 그들처럼 될 수 있을지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나만의 중계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퀄리티가 낮은 중계와 동일해지면 안 되겠지.

        

        

        

       “아, 아.”

        

        

        

        발음 체크 소프트웨어를 가동한 후, 시선이 닿는 곳에 나열된 몇 가지의 문장들을 읊는다.

        

        10분 가량의 측정. 듣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뭉개지거나 하는 발음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사실 평균 이상이라면 이상이었지. 오퍼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에 회화 교정도 포함되서 다행이다.

        

        그렇게 이것저것 연습하고 있었을까, 답장이 왔다.

        

        근데,

        

        

        

       -[하모니 : ♡♡♡♡♡♡♡♡]

        

       -[하모니 : 내일도 바로 보러갈게용~~~~!!]

        

        

        

        …왜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영상의 재생을 멈추고 덧붙였다.

        

        

        

       -[유진 : 그리 기대하지 마세요]

        

       -[하모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 : 경기는 좀 볼만하셨나요?]

        

       -[하모니 : 너무멋있었어요ㅎㅎㅎㅎ]

        

       -[하모니 : 저랑할때보다 엄청 잘하시든데요??]

        

       -[유진 : 같이 미션돌때보단 좀 편하게 했죠ㅎㅎ]

        

       -[하모니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진 : 농담이에요 농담]

        

        

        

        반 정도는 진담이었고, 반 정도는 농담이었다. 실제 유저들과 맞붙었을 때랑 AI를 상대할 때랑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기 때문이었다.

        

        실제 유저들한테 망치질을 아예 해보지 않았다고 단정하지는 못하더라도, AI를 상대로 하면 손속에 브레이크가 풀리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PVE에서 적들은 부족한 AI를 메꾸기 위해 비교적 요상한 곳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해결하기에 자비없는 망치질만큼 효과적인 게 거의 없었다.

        

        

        

       -[하모니 : 저도 망치 들고다니고 싶어요!(•̀ᴗ•́)و ̑̑]

        

       -[유진 : 아서요 아서]

        

       -[하모니 : (。•́︿•̀。)]

        

       -[유진 : ㅋㅋㅋㅋㅋㅋ]

        

        

        

        칼같은 대답.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그런 근접무기는 사실 쓸 때가 아예 오면 안 된다. 그 지경까지 몰렸다는 건 뭔가가 심각하게 잘못 돌아가고 있단 뜻이니까. 나 같은 경우는 사실 상당한 예외 케이스였고.

        

        단순히 택티컬 해머가 탐나서 그러는 거라면 별 상관은 없긴 하지만, 어쨌든 하모니 정도의 실력 선에서는 굳이 1kg 가까이 되는 추가적인 쇳덩어리를 들고다닐 이유가 없다.

        

        아무튼 하모니의 가상한 노력은 그렇게 짤려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하모니 : 아맞다 저 조만간 스트리머 동료들이랑 합방하기로 했는데 혹시 거기서 트롤링 안 하는 꿀팁같은거 있나용??]

        

       -[유진 : 알려준 거만 열심히 해요]

        

       -[하모니 : 앗ㅎㅎ; 너무 날먹처럼보엿나,,]

        

        

         

        뭐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나 이외의 다른 유저들이랑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하모니는 이상하리만치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예상컨대 자기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도 모르겠지.

        

        내 평가를 기준으로 ‘이 사람이 어딜 가든 어지간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남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너무 과한 감이 있기도 하고.

        

        뭐가 됐든, 내 보조에 뒤처지지 않고 재깍재깍 움직이고, 비교적 쉽긴 해도 맡긴 일도 이것저것 해내는 걸 보면 어딜 가더라도 욕을 먹고 다닐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다.

        

        마침 본격적인 트레이닝도 시작됐으니, 한 달 정도 지나면 꽤 괜찮은 수준까진 성장할 것이다.

        

        

        

       -[유진 : 실력이 하루아침만에 늘면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고생하고 있지 않겠죠?]

        

       -[하모니 : ㅠㅠㅠ]

        

       -[유진 : 그래도 요 한 달 동안 같이 다니면서 남들에게 폐 안 끼칠 정도의 실력은 쌓으셨으니까요 ㅎㅎ]

        

       -[유진 :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XD]

        

       -[하모니 : ( ღ’ᴗ’ღ )]

        

       -[하모니 : 감사합니당♡]

        

        

        

        간만에 이런저런 말을 했더니 목이 조금 칼칼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문자에 답장했다.

        

        

        

       -[하모니 : 오늘은 몇시에 침대에 골인 예정이세용?]

        

       -[유진 : 아무래도 두세 시간은 더 깨있을 것 같네요]

        

       -[하모니 : 호곡….]

        

       -[하모니 : 평소 같았으면 크게 문제 없지만 내일도 트레이닝이 있으니…ㅠㅠㅠ]

        

       -[하모니 : 먼저 들어가볼게요~~]

        

       -[유진 : 잘자요(๑′ᴗ‵๑)]

        

        

        

        문자 옆 사라지는 1을 뒤로 하고, 정적을 느낀다.

        

        다시금 창을 켜고, 여러가지 보이스웨어를 팝업시킨 후 그동안의 해설 스크립트를 긁어모았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글자 덩어리들은 제안 엔진을 통과한 후 내게도 적절한 새로운 스크립트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밤은 여전히 어두웠고, 더 어두워질 예정이었다.

        

        나만의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억 동기화의 뜻이 밝혀집니다

    유진과 관계된 인물들이 하나둘씩 기억들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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