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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자, 이제 마지막 픽을 골라줄 시간입니다. 아마, 도적을 억지로 쥐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따먹따먹과 5인의 도적 팀의 선택은……기사! 성기삽니다! 이건 정말 의외네요!》

         

        《노인과바다 팀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쁠 것 같은데요. 바다바다 선수의 주 캐릭터를, 할 테면 해보라는 듯이 건네줬어요!》

         

        《1세트를 생각해보면, 준비해온 전략에 맞는 픽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바다바다 선수가 성기사로 솔로 탑을 서는 전략을, 독특한 운영으로 완벽하게 카운터치지 않았습니까? 다시 한번 해봐라, 다시 부숴주마!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1세트에서 궁수를 들었던 아따먹 선수. 이번에는 성기사입니다. 대회에 나서는 포부가 ‘도적부흥운동’이었는데, 정작 결승전에서는 도적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있네요.》

         

        《그만큼 4강전에서 도적으로 보여준 파괴력이 엄청났다는 뜻이겠죠!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도적부흥운동의 신호탄 아닐까요? 나오나 하면서 상대팀에 도적이 나올까봐 걱정해본 사람이 대체 누가 있었겠습니까! 우리팀에 나올까 걱정하면 몰라도요!》

         

        《5인의도적 팀의 멘티진에서는, 별포크 선수가 다시 도적을 선택하네요. 팀 이름 컨셉이라고 넘기기엔, 1세트에서 보여준 활약이 어마어마했거든요. 2세트에서도 멋진 모습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겠습니다.》

         

        * * * *

         

        바다바다에게 성기사를 쥐어 준 건 다소 충동적인 판단의 결과였다.

         

        팀원들이 별 의문도 없이 동의해준 게 다행일지, 아닐지. 게임이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게임에서는,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판금검방을 들고 와서 ‘너 좆밥이잖아’라고 온 몸으로 외친 바다바다는, 분명 마지막 순간까지 ‘아 우리 팀 때문에 졌네’……혹은, ‘팀이 진 거지 내가 진 거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시하다 져 놓고, 정신승리까지 한다고?

         

        이걸 참고 넘어가면 게이머가 아니지.

         

        그 시절 나오나였다면, 일단 갤러리와 레딧에 생사결 공지를 올리고 시작했을 거다. 아마……명예를 걸고 결투에 임하고 싶으나, 수치도 모르는 놈에게 걸 명예는 없을 터이니- 결투가 아닌 학살을 하겠다, 정도의 문구 아니었을까.

         

        내가……내가 그랬을 거라는 건 아닌데.

         

        마지막까지 나오나를 버리지 못하던, 중세뽕 맞은 서양 친구들이 주류가 된 시점부터는……저런 멘트가 일상에 가까워졌으니까.

         

        아무튼.

         

        도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제가 탑으로 갈게요. 이번에 오더는 아크님이 맡아주시고, 지하는 레반님이 장악해주세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하는 팀보이스를 조금 줄였다. 나 하나쯤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처음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했지만, 이 팀은 은근히 강하다. 5:5로 붙는다면, 상대에게 밀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히, 우리 제자님은 2지하 루트는 정말 완벽에 가깝게 외웠으니……내가 옆에서 참견하지 않아도 잘 할 거다. 교전……교전은, 레반을 같이 보냈으니까. 안심해도 되겠지.

         

        1세트 때 보니까 조금 소심하긴 했지만, 어디 가서 맞고 올 사람은 아니다.

         

        결국, 탑에서 맞붙을 둘 중 누가 먼저 본대에 합류하는지가 승부의 분수령일 터.

         

        나는 당당하게 걸어서 도달할 생각이었다.

         

        저 건방진 기사의 수급을 들고.

         

        * * * *

         

        두꺼운 갑옷에, 중형 카이트쉴드. 그리고, 얇고 길게 뻗은 한손검.

         

        바다바다가 가장 선호하는 무장이었다. 프로시절 그에게 철벽이라는 별명을 가져다준, 방어와 속공에 최적화된 빌드.

         

        나이를 먹으며 머리는 굳었고, 손발은 느려졌으며, 반응속도도 떨어졌으나- 전 프로라는 이름값의 무게가 변하는 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걸어 나가는 그의 머리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자신의 손에 기사를 주어주다니. 무시를 해도 유분수지.

         

        바다바다의 입장에서, 조금 전 판은 요행수가 우연히 먹혀든 것에 불과했다. 생각치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와서 화살 한 발 박은 덕에 이겼다고, 내 기사를 우습게 보는 건가. 생각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자존심 상한 그의 가슴이 울컥거리며 요동쳤다.

         

        ‘광대에게 질 수는 없다. 광대에게 질 수는 없어.’

         

        장비를 고쳐쥐며, 눈앞에 나타난 적을 노려보았다.

         

        대검기사.

         

        경갑을 걸친 기사가 검 끝을 바닥에 박은 채 폼멜에 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도발 모션이다.

         

        분노로 급격하게 뜨거워지던 바다바다의 머리가 일순 놀라울 정도로 차갑게 식었다.

         

        온갖 변칙적 플레이를 즐겨하던 놈, 아니 년이었으니- 저 도발도, 분명 계산된 것일 터.

         

        어쩌면, 기사를 쥐어준 것부터가 그 포석이었을지도 모른다. 효율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대검인 클레이모어 따위를 들고 온 것도 뭔가 의도가 있겠지.

         

        ‘경갑을 입어 놓고, 왼손 건틀릿만 판금으로 한 것도……아니, 저건 진짜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

         

        바다바다가 차분하게 무장을 살피며 교전 계획을 세우는 동안, 눈 앞의 기사는 검을 여전히 바닥에 박아 둔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대검을 쥔 기사가 처음으로 움직인 건, 오른손이었다.

         

        천천히, 왼팔목에 붙어있던 자그마한 나무 방패를 해제해서-

         

        바닥에 던졌다.

         

        결투의 개시를 의미하는 손수건처럼 날아간 방패가 포물선을 그리며 중간에 떨어진 순간.

         

        양손으로 검을 뽑아든 기사가,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붉은 빛의 휘장을 두른 대검기사와, 푸른 무늬의 갑옷을 입은 검방기사.

         

       한참을 대치하던 두 기사가 격돌함과 동시에, 시점을 빠르게 바꿔가며 여러 화면을 보여주던 옵저버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첫 수는, 강렬한 횡베기.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대검이, 아슬아슬하게 기사의 갑옷을 스쳐 지나갔다.

         

        혹여 방패로 막았다면, 방패 째로 날아갔을 일격. 과도하게 방패에 의존하는 이들을 상대로는 단번에 승부를 낼 수 있는 공격이었다. 방어에 중점을 둔 무장을 보자마자 던진 승부수.

         

        그러나 빗나간 이상, 약점을 노출시키는 무리수일 뿐이다.

         

        완벽한 거리재기로 회피에 성공한 바다바다가 오른발을 내딛으며 검을 찔러 넣었다. 스태미나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공격이자, 그가 가장 자신있는 수.

         

        속도가 느린 대검 따위를 들고 전장에 나오는 머저리들을 사냥하기에는 이만한 공격이 없었다.

         

        휘두른 대검을 채 회수하지 못한 이예나의 몸이 비틀거리며 회전을 이어나갔다. 관성을 그대로 이용해서 회피하겠다는 수작. 완벽한 회피동작은 아니나, 타점을 흔들기엔 충분하다.

         

        뻗은 검은 기어이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얕았다. 피는 튀었으되, 상처다운 상처를 남기지는 못했다.

         

        바다바다의 입장에서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교전의 시작으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다시 뒤로- 대검의 사거리 밖으로 몸을 옮겼다.

         

        거리싸움에서는 질 생각이 없었다. 손이 녹슬었다고, 감각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니.

         

        첫 수가 빗나가며 당한 일격에 당황한 걸까. 이예나는 그 자리에 뿌리를 박은 것마냥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묵직한 대검은 가벼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진입.

         

        슬금슬금 옆으로 스텝을 밟던 바다바다가, 일순 돌격하며 방패를 휘둘렀다. 목표는 거슬리게 흔들리는 대검이었다.

         

        방패로 상대의 무기를 밀어 치우며, 가벼운 검을 찔러 넣는 수법. 그러나 생겨난 공간을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간 검은, 이예나의 눈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단 한 걸음만 물러난 이예나가 고개를 뒤로 젖혀 공격을 피한 것.

         

        리치의 한계를 완벽하게 계산한 움직임은 거리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외치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에 응해주면 그만이리라.

         

        푸른 기사의 검이 빠르게 번뜩였다. 힘이 실리지 않은, 속도에 치중한 공격. 연격에 용이한, 가벼운 한손검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공격의 일부는 대검에 막히고, 일부는 빗나갔으나, 다시 일부는 붉은 기사의 갑옷 틈새로 파고들었다.

         

        가벼운 검으로 찔러 넣는 얕은 공격. 그러나 데미지의 누적은 가볍지 않다.

         

        굳건히 선 기사의 발 밑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노을이 걸치기 시작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불그스름한 태양빛 아래에서, 걸친 휘장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이 검붉은 색으로 흐르는 피.

         

        그리 몸을 타고 내려가는 피가, 주인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과도 같이 번쩍였다.

         

        바다바다의 입장에서는 승리를 표기하는 결승선과도 같았다. 선두로 달리며, 눈 앞에 보이는…….

         

        하지만 방심할 타이밍은 아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단에 표기된 스태미나를 확인했다. 체력은 이쪽이 명확하게 우위겠으나,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상대는 스태미나를 온존했을 터.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야 한다.

         

        흉포한 황소를 농락하는 투우사처럼, 피 흘리는 기사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바다바다.

         

        수세에 몰린 이예나는 그에 맞춰 몸을 돌릴 뿐이었다. 교전을 시작할 때 보인 모습에 비하면 한참 소극적으로 변한 움직임.

         

        무수히 많은 공격 페인트 속에서 진짜를 가려 막아내야 하는 상황은, 정신력을 끝없이 갉아먹는다.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걸까. 되든 안 되든 공격을 해보겠다는 듯이, 대검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급한 움직임은 곧 빈틈을 의미했다.

         

        한 호흡으로 파고 들며, 검을 찔러 넣었다. 펜싱의 교과서에 실릴 법한 런지 공격이 대검을 치켜든 기사의 왼팔에 적중했다.

         

        바다바다의 시야는, 대검의 손잡이를 굳게 잡고 있던 왼손이 순간적으로 풀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왼팔의 통제가 어려워질 정도의 데미지였을까.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었으나-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스태미나가 거의 떨어졌음을 알려주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 눈 앞에서 피를 흘리는 기사. 그리고, 먼 발치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비명소리.

         

        바다바다의 한손검이 기사의 목을 향해 강하게 뻗어나갔다. 교전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시전하는 강공격이었다.

         

        ‘죽어!’

         

        -카앙!

         

        금속과 금속이 맞닿는, 마찰음.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차에 들려온 예상치 못한 소리에 당황한 바다바다는, 그제야 두 눈을 부릅떴다.

         

        적의 숨을 거두었어야 할 검 끝이, 한참을 빗나간 채 그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기에.

         

        타점 흘리기.

         

        판금 건틀릿을 두른 기사의 왼손이 검신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미친- 저걸, 노리고-?’

         

        생각을 마칠 시간조차 없었다.

         

        -콰앙!

         

        들어올려졌던 대검이, 바다바다의 어깨에 바위처럼 내리 찍혔다.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둘렀다는 페널티 따위는, 넘치는 스태미나와 중력의 힘으로 만회하고도 남았다. 판금 갑옷이 우그러지다 못해 찢기고, 무릎이 절로 꺾일 정도의 일격.

         

        바다바다의 시야는 붉은 피로 가득했다. 이번엔, 자신의 피였다.

         

        그리 두 눈이 가려진 사이에, 이예나의 대검은 다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퍼억!

         

        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바다바다의 시야가 뿌연 회색으로 변했다. 흐려진 시야에, 방패와 검을 든 기사가 보였다. 푸른 빛을 띄던 기사의 갑옷은 어깨부터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어깨 위에 있어야 할 머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 * * *

         

        “저거, 설마 머리 들고 가는 거야?”

         

        “……그런 거 같네요……?”

         

        “아니, 스트리머들 대회라고 해도……저래도 되나? 위키 논란 항목에 들어갈 레벨인데.”

         

        “딱히……아따먹 방송 보는 사람 중에 놀란 사람 아무도 없을 걸요. 애초에 저러려고 마지막에 머리 날려서 죽인 거 같고…….”

         

        “그냥 미친년이란 소리잖아.”

         

        “……2지하 고안한 거 저 사람은 아니겠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균열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제 연재분에 오타가 좀 많았네요. 수정 및 퇴고를 하지 않은 버전이 업로드 되어버려서 일어난 사태인데…음주업로드의 폐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더 큰 사고는, 사실 오늘 연재분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분량까지 미리 올라가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 분량이 너무 많았으니, 오히려 잘 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알코올은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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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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