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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스승님!”

         

       공격을 인지한 아라미스가 외쳤다. 그러나 올리비아는 아라미스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지하에, 화의 마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빨리 찾아.”

        “……예?”

       “시간 없다.”

         

       아라미스가 되물으려는 찰나, 악마 사냥꾼이 쏜 화살이 순식간에 그의 면전으로 날아왔다.

         

       ‘……궤적이?!’

         

       궤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그것을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콰직!

         

       “빨리!”

         

       올리비아는 냉기를 칼날처럼 응축한 다음 그대로 화살을 갈라버렸다. 그제서야 상황의 급박함을 인지한 제자들이 서둘러 바닥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사냥꾼의 등 뒤에 붉은 아우라가 나타났다. 바람에 흩날리던 은회색 머리칼이 허리춤에 살포시 내려앉은 순간, 화살촉에 흰 섬광이 응집했다.

         

       ‘말도 없이 다짜고짜 공격이냐!’

         

       원래 과묵한 녀석이라 대충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훅 들어올줄은 몰랐다.

         

       올리비아가 다급히 손을 들어올렸다. 쨍쨍하던 공간이 순식간에 차디찬 냉기로 물들며 거대한 눈 결정 형태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투콰아아앙!

         

       섬전(閃電)과도 같은 공격과 부딪힌 얼음 방패가 부르르 떨렸다. 일개 화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악마 사냥꾼’이 ‘속사의 비’를 사용합니다.]

         

       하늘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항마의 기운을 머금어 하얗게 빛나는 화살 수천 발이 일시에 쏟아졌다. 마치 별들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당황한 제이나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 스승님?”

         

       제이나의 눈동자에, 악마사냥꾼의 형상이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연기처럼 흩날리는 거대한 말을 타고 있었다.

       색 바랜 금빛 눈동자와 마주치자,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마치 죄를 심판받는 것 같은 기분.

         

       왜 그녀가 악마 사냥꾼이라고 불렸는지, 제이나는 단번에 이해했다. 아니, 그 어떤 칭호를 가져오더라도 저것만큼 그녀와 어울리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고오오!

         

       올리비아가 거센 바람을 일으켜 화살비의 경로를 비틀었다.

       올리비아의 마력을 확인한 악마 사냥꾼의 한쪽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올리비아,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을 것 같나?”

         

       그렇게 묻더니, 대답을 듣기도 전에 활시위를 매긴 채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언가에 굶주린 표정이었다.

         

       올리비아는 새삼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리브가와 에스티, 그리고 무왕을 거치며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회귀자들은 본래 올리비아를 죽이지 못해 안달난 존재들이었다.

         

       악마 사냥꾼.

       그녀는 악마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냥한다. 그것이 마인이든, 마녀든, 악마와 손을 잡은 인간이든.

         

       그렇다면 그녀의 눈에, 올리비아는 어떻게 보일까.

         

       “요즘 참……초면부터 내 이름 알고 있는 새끼들 많네.”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남몰래 캐스팅을 시작했다.

         

       악마 사냥꾼은 강하다. 사제도 아닌 그녀의 무기가 항마의 성질을 띄게 된 것도, 순전히 그녀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남부에 강림한 악마의 3할을 학살한 순간, 그녀는 악마들의 두려움의 상징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을 거둬가는 화살.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은 사냥꾼을, 남부인들은 최고의 경의를 담아 악마 사냥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쌓아온 서사 자체가 항마요, 심판이었다.

         

       “……너는 내가 악마로 보이냐?”

         

       악마 사냥꾼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그녀의 눈에는 거대한 장작불이 타오르듯 강렬한 불길이 서려 있었다.

         

       “설마. 그보다 더한 존재라면 몰라도.”

        “……초면에 못하는 소리가 없네.”

        “또 망할 혓바닥을 놀리는군.”

       

       [‘악마 사냥꾼’이 ‘곡사’를 사용합니다!]

         

       콰드득, 소리와 함께 화살이 지면을 꿰뚫고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보았던 화살이 지면 위로 솟구쳤다. 정확히 혓바닥을 노렸는지, 고개를 들어 피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뺨을 스쳐 지나갔다.

         

       퍼어어엉!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 화살이 연기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마치 신호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신호탄?’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자주 가는 술집 주인장과, 혁명가뿐.

       그렇다면 저게 누구에게 보내는 신호인지는 명확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몰살 회차에서, 악마 사냥꾼과 혁명가는 힘을 합쳐 올리비아에게 맞섰고, 죽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신호를 보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다.

         

       ‘……한 명이 더 있다고?’

         

       불가능하다. 아리아가 벌써 남부에 왔을리는 없다. 카르시안을 설득하기도 부족한 시간인데, 벌써부터…….

         

       “빠르군.”

         

       올리비아가 우뚝 굳었다.

         

       말라 비틀어진 나무 그늘 아래에, 복면을 둘러쓴 한 사내가 서있었다.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 올리비아는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분명 저 곳에 있는데도.

         

       “악마 사냥꾼, 당신이 무슨 일로 신호탄을 터트렸나 했더니……악마를 사냥하고 있었군 그래?”

         

       남자의 기세는 고요했다.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데려와도 그의 본 실력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기운을 완벽하게 갈무리하고 있었다.

         

       “올리비아, 날 기억하나?”

         

       암주가 물었다. 올리비아는 굳은 얼굴로 암주를 보았다. 마나로 공간을 잠식하고 나서야, 그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밤의 주인, 암주의 능력이었다.

         

       “……아니.”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암주가 그림자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어느새 악마 사냥꾼 곁에 도착해 있었다.

         

       “사냥에 껴줄 수 있나? 뜻이 맞는 것 같은데.”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이걸로 확실해졌다.

       암주를 이곳으로 보낸 건, 아리아다.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세 명 전부 카르시안에게 갈 필요는 없었어.’

         

       너무 안일했다.

         

       “아리아가 소식 전해달라더군. 목 씻고 기다리라고.”

        “……아리아?”

       “후후! 역시 연기가 일품이야. 하긴, 그 정도 되니 내 눈을 속일 수 있었던 거겠지.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겠어.”

         

       암주는 어느새 날카로운 단도를 들고 있었다. 날에는 맹독이 발라져 있었다.

         

       “히드라의 독이다. 마법사에게 치명적이지.”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올리비아도 잘 알았다.

         

       ‘멜리나도 한 번에 보내버릴 정도니까.’

         

       마신교가 제국을 전복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저 맹독 때문이었다.

       유저가 개입하지 않으면, 멜리나는 살해당한다.

       바로 저 독으로.

         

       기억도 나지 않을 초보 시절의 일이었지만, 그 최후가 너무나도 처참하여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표정이 좋지 않군.”

         

       암주가 웃었다. 그는 올리비아의 뒤편에서 애를 쓰고 있는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그새 새끼도 친건가? 저렇게 애정을 주고 키운 다음……또 죽이려고?”

         

       올리비아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저급한 도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표정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너희, 뭐하는 새끼들이야.”

         

       고오오오오!

         

       올리비아의 주변에 아득한 뇌기가 맴돌았다. 그제서야 암주가 웃음기를 거두었다.

       올리비아의 기세가 매서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네게 그 무엇보다 비참한 최후를 선사할 자들.”

       “지랄.”

       “반응이 거칠군.”

         

       올리비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이 안 좋아.’

         

       혁명가가 도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해도, 셋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무리다. 살인을 가정한다면 몰라도, 제압이라면 절대 불가능했다.

       심지어, 뒤에는 제자들까지 있다.

         

       ‘텔레포트는 안 돼.’

         

       북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본진을 들킬 염려가 있었다.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건 적어도 놈들의 시선 밖으로 벗어난 이후여야 했다.

         

       작금의 대치 구도도 얼마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혁명가가 도착하는 순간, 전투가 시작될테니.

         

       ‘먼저 공격을 해?’

         

       리스크가 크다. 제자들을 인질로 잡을텐데, 그렇게 되면 득보다 실이 크다.

       단순히 전력을 잃는 것 뿐만 아니라, 명분까지 잃는 거니까.

         

       동시에, 암주와 악마 사냥꾼을 개심시킬 기회조차 잃는다.

         

       제자들을 버리는 순간, ‘올리비아’와 다를 것이 없어지게 되므로.

         

       ‘외통수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올리비아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슬슬, 때가 되었다.

         

       우르르르릉!

         

       올리비아가 밟고 있던 지축이 크게 흔들렸다.

         

       [화(火)의 마경의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차, 찾았어요!”

         

       희열에 찬 제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부릅뜬 암주. 이제 녀석도 올리비아의 진의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너……!”

         

       지하에서 불길이 솟구치며 시공간이 마구 뒤틀렸다. 올리비아가 먼젓번에 보여줬던 적탑의 환상처럼.

         

       “꽉 잡으렴.”

         

       양 손으로 제자들을 붙잡은 올리비아가 말했다.

       

        [입장합니다.]

         

       “도망칠거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 감감 사사 합니Ilham Senjaya님!

    선작 15000!
    알림 1500!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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