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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화산의 매화라기에 무슨 뜬구름잡는 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런 것이었나.

       재밌는 것을 보여주는 구나.

       

       “왔느냐.”

       “용케도 이성을 붙잡고 있구나.”

       “그래야만 하니까.”

       

       그래. 그대는 재능은 미천했으나 의지만은 지닌 존재였으니.

       

       지금에 와 비틀릴 대로 비틀려버린 지금조차도 자신의 의지를 놓지 못한 채로구나.

       

       “그대가 올 거라 생각했다. 나를 막을 것이냐?”

       “그래야지.”

       

       자신의 작품이 완성된 것을 보며 기뻐하는 혈교주를 보고 싶지도 않고.

       

       지금 내 방송을 보는 이들의 원망도 갚아주어야 하는데다가.

       

       뭣보다 바루에게 이기겠다 약속을 하고 와서 말이다.

       

       “나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 하느냐?”

       “물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산 문주가 웃음을 지었다.

       

       “돌아가게. 일류에 도달해 신이 난 듯 하다만 겨우 그 정도로는 본인을 막을 수 없으니.”

       

       그가 검을 뽑아들어 가볍게 휘두르자 검기가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뒤로 넘겨두었던 머리의 일부가 잘려나가며 흩날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등 뒤에 존재했던 벽이 부서져 형체를 감췄다.

       

       검로가 지나간 자리에는 짙고도 짙은 혈향이 느껴졌다.

       

       신기하군. 무공에서 향이 풍긴다니. 도대체 이게 어떤 원리에서 가능한 것일까.

       

       혈술의 특성은 아닐 터이고. 그렇다 하여 광풍쾌검의 이치도 아닐 터인데.

       

       자하신공의 특성이라 봐야 하나? 아니. 그도 아닐 것이다. 내 자하신공의 극을 이룬 이와 싸웠을 적에도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호기심이 생기는 구나. 

       

       “지금 덤벼봐야 개죽음이 될 뿐이다. 금룡검법을 수학한 아해이기에 배려해주는 것이니 얌전히 돌아가거라.”

       

       화산문주는 그리 말을 하곤 싸울 의지가 없다는 걸 보이기 위해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본인을 하수라 여기고 있구나.

       

       거기에 더해 본인이 금룡검을 보인 탓에 자신의 사제 정도로 여기는 듯 하고.

       

       보는 눈이 없구나. 혈술을 통해 막대한 내공을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경지는 그를 따라잡지 못한 것인가.

       

       이래서야 곤란하다. 지금 그대가 휘두른 검에 관심이 생길 참이거늘.

       

       어쩔 수 없다. 전력을 내도록 만들어주는 수밖에.

       

       천마신공을 운용함으로써 특유의 내기를 겉으로 드러냈다.

       

       신공의 검붉은 내기가 넘실거리자 그를 본 화산문주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네 놈은 분명 이를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네. 그도 그럴 것이 그대가 원수로 여기는 것이 바로 이 천마신공의 사용자이지 않은가.

       

       “어찌. 어찌 그대가 천마의 무공을.”

       “어째서라고 물어도, 나의 근본은 천마신공에 있다만.”

       “말도 안 된다!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자가 태항운의 유지를 이을 수 있을 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내 언제 그 작자에게 배움을 얻은 적이 있다 하였는가?”

       

       멋대로 가져왔을 뿐이다.

       

       내가 이리 말을 하자 화산문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를 속였군.”

       “자네가 멋대로 착각한 것 아닌가. 내게 무어라 하여도 곤란할 따름이군.”

       

       그대가 주장하길 유저들이 멋대로 화산의 일원이 되었다 착각했듯 그대도 제멋대로 내 과거를 재단했을 뿐이지 않나.

       

       나의 잘못보다는 그대의 과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마는.

       

       “흐으. 차라리 잘 되었구나. 지금 이 힘으로 베어 낼 첫 생명이 천마의 수하라니.”

       “수하는 아닌데 말이지.”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의 목을 천마에게 보내준다면 좋은 경고가 될 터.”

       

       내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군.

       

       화산문주의 말과 함께 우리가 서 있는 방 전체가 그의 내공으로 가득 찼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기운은 세상 모든 걸 베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워서 그의 심상이 어떤 지를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 더해 연보랏빛 내기에서 느껴지는 짙은 혈향은 다소 섬뜩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이제 덤빌 생각이 들긴 한 것 같구나.

       

       슬며시 웃어 보이자 화산문주가 이를 악물고 내게 달려들었다.

       

       빠르기는 하다만 아직까지 얻은 힘을 다루는 데에 서툴구나. 그리 정직하게 움직여서야 피해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나.

       

       일순에 내 앞에 도달한 화산문주의 검을 피하려다 거기에 담긴 내공의 밀도를 보곤 생각을 바꿨다.

       

       어설프게 피하려다간 휘말려 죽겠구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화산문주가 내지르는 검이 직선적이었단 것이다.

       

       힘의 흐름이 올곧으니 그 흐름을 건드리는 것은 간단했다.

       

       손에 강기를 두르고 날아드는 검의 면에 손등을 가져다 대어 검의 경로를 바꿨다.

       

       검이 위로 치켜 올라가며 천장을 베었다.

       

       아니. 베었다는 말은 부적절하겠구나. 천장을 넘어 아예 위에 있는 건물 전체를 날려버렸으니 파괴했다고 묘사하는 게 낫겠지.

       

       검을 밀어낸 손등을 보면 살이 익어가는 게 보였다. 자하신공 특유의 강렬한 양기가 강기를 뚫고 손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힘을 다루는 것에 서투른 데도 이 정도인가.

       

       재밌구나. 가진 힘을 온전히 다루게 된다면 어떤 경치를 보여줄 수 있을는지.

       

       잠시 어울려주도록 할까. 그대가 사용하는 검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대가 부족한 재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보고 싶으니.

       

       화산문주가 나를 추격하며 연격을 가한다.

       

       그 검의 묘리는 그가 본래 사용하던 광풍쾌검이었으나 거기서 불어오는 것은 평소 화산문주가 다루던 바람이 아닌 폭풍이었으니.

       

       바람을 일으키는 본인조차도 폭풍의 위력을 가늠하지 못해 거기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폭풍은 폭풍이었다.

       

       화산문주가 검을 휘루를 때마다 주변에 자국이 새겨졌다.

       

       바닥이 파이고, 화산의 다른 건물이 파괴되고, 검을 받아내는 나의 신체에도 자잘한 상처를 만들어냈다.

       

       충분할 정도로 강한 힘은 그 자체로 무공이나 마찬가지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구나.

       

       그 말은 옳았다. 이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어중간한 이치 따위는 무력으로 짓누를 수 있을 터이니.

       

       허나 화산문주에겐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만 본인이 지닌 경지는 결코 어중간하지 않았다.

       

       이제 막 일류에 오른 육신을 지녔다 한들 지닌 이치는 이미 하늘을 넘어 섰으니.

       

       폭풍이 몰아친다 하여도 그 바람 위에 올라타 자유롭게 노닐 여유가 내게는 존재했다.

       

       연격이 이어지며 화산파의 부지를 초토화시키다 못해 화산파의 입구를 지키던 문마저 날려버렸을 무렵.

       

       그제야 화산문주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듯 연격을 멈추고 내게 소리를 쳤다.

       

       “어째서 공격을 하지 않지?”

       “그대의 공격이 너무도 위협적이어서 받아내는 데 급급해지더군.”

       “거짓말 하지 말라! 내 그대가 여유를 가지고 있음을 모를 듯 싶으냐!”

       

       드디어 머리가 식었나 보구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증오에 사로잡혀 움직일 지도 모른다 여겼거늘.

       

       “답하라!”

       “지금의 그대를 쓰러트리는 건 너무 시시한 일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바라는 건 투쟁이지 사냥이 아니다.

       

       자신이 다루는 힘에 휘말려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 대는 화산문주를 상대하는 걸 어찌 투쟁이라 부르겠는가.

       

       이성이 사라진 무인은 짐승이나 다를 바 없으니. 지금의 화산문주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일은 사냥이라 부름이 옳았다.

       

       “마교의 끄나풀이 감히 나를 무시해?!”

       “그러는 그대는 혈교의 끄나풀이지 않나.”

       

       내가 무심히 답하자 화산문주가 입을 다물었다.

       

       “본인의 진심을 끌어내고 싶다면 무인으로써 싸워라. 설마 천마신공의 앞에 화산의 무공이 무너질까 두려운 것은 아니겠지?”

       “…오냐. 바라는 대로 해주마.”

       

       화산문주는 답을 하기 무섭게 이를 악물고 내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여전히 폭풍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그 안에 조금씩이나마 의지가 담기고 있었다.

       

       화산문주의 재능은 미천하였으나 그가 평생 동안 쌓아온 무의 세월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으니.

       

       무작정 몰아치기만 하던 폭풍에 방향이 생기고 뜻이 새겨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에 이치가 서렸다.

       

       그래. 이래야지.

       

       본인이 싸우러 온 것은 이성이 없는 짐승이 아니라 무를 다루는 무인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받아주기만 하는 것은 그만해도 되겠구나.

       

       쉼없이 이어지는 광풍쾌검은 미친 듯 불어오는 폭풍과 같기에 꼭 자그마한 틈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실상은 다르다.

       

       틈이 보이지 않는 건 폭풍의 겉만을 보고 겁에 질렸기 때문이다.

       

       앞에 폭풍이 있다면, 그리고 그걸 피할 수 없다면 뒤로 물러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틈을 볼 수 있다.

       

       서서히 무의 형태를 이루는 화산문주의 검은 이전보다 가열찼다.

       

       본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일순에 수십 번도 넘게 내질러지는 검은 분명 위협적이었다.

       

       허나 여전히 화산문주의 검은 정직했다. 본래의 무를 펼치려 노력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새로이 얻게 된 힘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파고들 곳이 보였다.

       

       화산문주가 검을 내지르는 순간에 진각을 밟았다.

       

       앞으로 내딛은 발이 보인다. 택한 것은 더욱 가열찬 공격이더냐.

       

       움직이는 검의 경로가 보인다. 내 왼쪽 어깻죽지에서 대각으로 베어버릴 셈이구나.

       

       검을 지탱하는 팔에 들어간 힘이 보인다. 더 빠르게 공격을 하면 본인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게로군.

       

       상대가 하고자 하는 공격이 눈에 훤했으니 그를 받아칠 방법은 명확했다.

       

       이럴 때에 적의 공격을 분쇄하기 위한 강함은 필요치 않았다. 필요한 것은 상대의 공격에 구멍을 낼 힘이면 족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일류의 육신을 가지고서도 얼마든 낼 수 있었다.

       

       검과 권이 부딪치고.

       

       튕겨나간 것은 검이었다.

       

       아래로 향하던 검이 밀려나 다시 위로 향했으니 아무리 쾌검을 중시하는 화산문주라 해도 바로 검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틈이 생겨났다.

       

       지닌 힘을 사용하는 지를 잘 모르는 듯 하니 내 특별히 한 번 시범을 보여주마.

       

       보고서 배우도록 하라.

       

       가진 힘이 크면 클수록 가벼이 휘둘러서는 안 된다. 그러면 지닌 힘을 모두 활용할 수 없으니까.

       

       언제나 전신의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하지.

       

       이렇게 말이다.

       

       콰앙!

       

       주먹이 화산문주의 얼굴에 닿기 무섭게 그의 몸이 저 멀리로 날아가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처박혔다.

       

       일전에 검선을 상대하다 와서 그런 것일까. 화산문주가 펼치는 무가 여러모로 아쉽구나.

       

       천하를 뒤져 보아도 저 자보다 내공이 많은 이는 흔치 않을 터이나 도달한 경지가 낮아 그를 제대로 사용하지를 못한다니.

       

       이보다 가열찬 싸움을 기대했던 입장에선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그래도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화산문주의 검을 받아내며 어찌 그가 펼치는 검술에서 혈향이 나는 지를 대충은 파악했으니.

       

       그건 화산문주의 심상에 담긴 원한이 검에 묻어 나오며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막대한 사기를 품음으로써 벽을 뛰어넘은 화산문주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심상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었지.

       

       얼마나 오랫동안 본인에 대한 복수를 꿈꿔왔기에 마음에서 혈향이 풍기는 것일까.

       

       따지자면 검선이 사용하던 심검보다 열화된 기술이었다. 신기할 뿐 대단할 것은 못 됐다.

       

       재현하려 하면 어렵잖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네 놈은 도대체 무엇이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건물의 잔해를 해치고 나온 화산 문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마의 수제자라도 되는 것인가? 어찌 그리 천마와 닮을 수 있는 것이냐.”

         

       그 눈에 경악이 서려 있었다.

       

       이제야 본인이 도달한 경지에 눈에 보이는 게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을 얻어도 그걸 사용할 줄 모르면 무의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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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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