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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지브롤터 백작가, 캐롤라인 성.

     

     “실망스럽구나, 누아르 지브롤터.”

     캐롤라인 성의 백작 집무실, 백작의 낮은 목소리가 짙게 울린다.

     “네 의지는 고작 이 정도 뿐이었더냐?”

     “아닙…니다.”

     소파에 앉아있는 백작의 앞, 누아르 지브롤터가 무겁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스스로 몸은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14살-이제 며칠만 지나면 15살이 될 소년은 어느덧 키가 170에 이를 정도로 훌쩍 컸다.

     “스스로 성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하기에는, 아직 머리가 덜 깨어있구나.”

     얼굴에 있는 약간의 젖살만 빠진다면, 적어도 2년 뒤에는 어엿한 성인처럼 보이겠지.

     “입이 있다면 어디 대답해 봐라. 그래. 시험을 치르기 전에 네가 했던 말이 있잖느냐. 설마 그것도 잊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당당히 시험에 통과하여, 제 힘으로 합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지금 이 성과는 무엇이냐.”

     변경백은 자신의 앞에 놓인 회색 종이 위, 붉게 그어진 수많은 선을 가리켰다.

     “탈락이다. 누아르 지브롤터.”

     “…….”

     68.

     “이런 점수로는 1년 전부터 시험을 준비한 평민들조차 이길 수 없다.”

     “하, 하지만…!”

     “지브롤터는 합격하겠지만, 누아르는 아니지.”

     “큭…!”

     누아르가 울컥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억울한가? 나는 너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미르딘 자작 부인이 시험 범위를 직접 정해주기도 했고, 그녀가 은근하게 시험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막지 않았어.”

     “…….”

     방 안에는 샤를로트 백작 부인을 비롯하여 레타르 이하 여동생들까지 있었으나, 누구 하나 누아르에게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레타르도 90점을 넘은 시험이다.”

     움찔.

     누아르가 이를 꽉 깨물었고, 소파에서 쿠키를 먹고 있던 레타르는 눈치를 보기만 하며 쿠키를 오물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네 점수는 불과 70점이 채 되지 않는다.”

     “…….”

     “미르딘 자작 부인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가더구나. 차라리 네 형을 데려와서 아카데미에 넣는 건 어떠냐고.”

     “그, 그건…!”

     누아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래. 몰라서 한 소리지. 부인은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니까. 그레이는 부르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의 문제야.”

     변경백은 시험지의 ’68/100’이라는 숫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포기해라. 그리고 얌전히 검으로 합격할 생각을 해라. 이 성적으로 ‘수석 입학’을 노리는 건 무리다.”

     “…….”

     “중급 기사 중에서도 상위권. 기술로는 상급 기사를 상대로 10번의 대련 중에 한 번을 따낼 수 있을 만큼 강해졌지. 검술로만 시험을 치르면 네가 분명 수석을 먹겠지만, 오로솔 아카데미의 시험은 다르다. 이곳은 ‘지능’을 시험을 보는 곳이야.”

     지능.

     누아르가 다시 한번 이를 꽉 깨물었다.

     

     “아니요. 반드시 따내겠습니다. 지브롤터의 위에 다른 이가 올라서야 되겠습니까.”

     누아르가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며 답했다.

     “훈련 시간을 줄여주십시오. 두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겠습니다. 그리고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누아르.”

     변경백이 인상을 찌푸리며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네 형이라면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공부했을 것이다.”

     “형은…!”

     “형은, 뭐?”

     “…형은, 보통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누아르….”

     샤를로트 백작 부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누아르를 불렀으나, 누아르는 아랫입술만 깨문 채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험 과목에 필요한 모든 내용은 100점을 맞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억지입니다.”

     “무엇이? 이 점수가?”

     “점수가 아니라…!”

     누아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이건 제국어로 된 시험지가 아닙니까!”

     울분을 토해내듯 소리 질렀다.

     “심지어 이거, 제가 반년 전에 전부 다 100점을 맞은 문제들을 섞어놓은 것이었잖습니까!”

     “왕국어로 된 문제였지. 지문이나 선택지의 내용은 다르게 해뒀지만.”

     얼핏 들으면, 누아르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는 문제.

     “왕국어로 시험지가 나왔다면, 저는 무조건 100점을 맞았을 겁니다!”

     “그건 맞지.”

     “오로솔 아카데미에서 개설될 과목 중에 ‘제국어’가 있다고 해서, 그걸 처음부터 입학시험을 제국어로 치를 만큼 공부를 하여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누아르는 가슴을 두드리며 이를 갈았다.

     “입학시험이라면서, ‘졸업시험 문제’를 가져온 것도 이상하잖습니까!”

     “지브롤터라면 그래야지.”

     “왕국어로 쓰인 문제는 100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는 이미 제국어 시험으로 68점을 맞았다.”

     “큿…!”

     변경백은 시험지를 고이 접었다.

     “당당한 건 좋다. 남자라면 자기 생각을 당당히 드러내야지.”

     변경백은 턱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았다.

     “제국어를 미리미리 공부해 두고, 지금보다 더 확실한 성적을 거둔 상태로 답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답이었겠다만.”

     “지브롤터의 사람이 왜 제국어를 배워야 한단 말입니까! 그냥 제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옆에 두고 있으면 되는 것을!”

     “그레이 지브롤터는 네 그 말을 두고 ‘전형적인 노스트럼 귀족의 언행’이라고 표현했지.”

     “큭…!”

     “명심해라. 누아르. 아카데미에 입학할 인간들 중에는 제국어를 이미 익힌 자들도 있을 것이며…하아.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변경백이 서랍을 연 뒤, 서랍 안쪽을 눈으로 잠시 훑었다.

     “…제국 유학생 중에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다면, 네가 제국어로 이야기할 때 그 소녀들의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

     “…….”

     얼굴에 피가 몰리던 누아르가 주먹을 풀었다.

     “그 소녀들은 왕국 유학을 위해 노스트럼의 언어를 열심히 배워왔지. 너는 그런 노력을 해볼 생각도 없더냐?”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아르는 어딘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로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효과가 있다. 무조건. 애초에….”

     변경백은 집무실 내부, 샤를로트 백작 부인의 뒤에 선 백발의 두 메이드를 눈으로 흘겼다.

     “…그 정도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지.”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래. 노력해라.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제국어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괜히 제국어를 공부하라고 하는 게 아닌 게….”

     똑똑똑.

     

     “들어오너라.”

     “실례합니다, 변경백 각하.”

     문이 열리며, 회색 갑옷에 투구까지 쓴 경비병 하나가 양피지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입수했습니다.”

     “다행이군. 그 자리에서 보고하라.”

     회색 갑옷의 병사는 양피지를 건네고 나가려고 하다가 그 자리에 굳었다.

     “뭐 하느냐. 보고하라고 말했거늘.”

     “…오로솔 아카데미의 장학생 시험 선발 및 향후 시험 기준에 대한 기준을 확보했습니다.”

     펄럭.

     “왕국 역사의 이해. 마법 기초의 이해. 검술. 귀족과 작위의 이해. 그리고….”

     “그리고?”

     “제국어. 총 35가지 과목 중 이 5가지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이들을 상대로 ‘협곡 장학생’을 선발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렇군.”

     회색 병사는 양피지를 펼친 채, 내부에 적힌 글을 그대로 읊었다.

     “검술은 다행히 선정되었으나, 나머지가 문제로구나. 누아르.”

     “큭…!”

     “지브롤터가 막대한 지원금을 투자하여 만든 자리, 협곡 장학생에 정작 누아르 지브롤터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네가 정말로 아카데미에 가고 싶다면, 지브롤터 가문의 후계자가 진심으로 되고 싶다면 최소한 그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변경백은 자기 허리에 찬 검을 풀어 검집째로 책상 위에 올렸다.

     “나는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했고, 네 어머니는 학술 관련으로는 학년 내내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지.”

     “…….”

     “물론 서로 시험을 치른 과목은 달랐고, 20년이나 지난 이야기지만….”

     “반드시.”

     누아르가 차렷 자세로 기사처럼 반듯하게 자세를 잡으며 답했다.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제국어조차 능숙하게 사용하여, 내년 2월에 있을 입학시험에서 수석으로 입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 패기면 된다.”

     

     변경백이 자리에서 일어나 누아르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렸다.

     

     “네가 욕심을 내겠다고 한다면, 그 욕심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

     “예…!”

     “이만 가보거라. 오늘부로 오후 훈련은 당분간 미루도록 하마.”

     “……!!”

     누아르의 눈이 커지며, 활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100점을 맞겠습니다!!”

     “…….”

     누아르가 부리나케 방을 떠난 뒤.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회색 갑옷의 병사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쟤, 수석 안 됩니다. 나중에 기죽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봐주십시오.”

     “…….”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있는데 어떻게 누아르가 수석.”

     “…왕녀가 일반입학이 아니라 특례입학을 노린다고?”

     “예.”

     회색 병사는 누아르 지브롤터가 떠난 방문을 바라보며, 갑옷 안에 넣어둔 무언가를 꺼냈다.

     “오는 길에 아이페리아 아웃렛에서 슈크림 도넛을 좀 사 왔습니다. 드시겠습니까?”

     집무실에 달콤한 슈크림 향기가 퍼지는 동안, 누아르 지브롤터가 자신의 방을 향해 들뜬 얼굴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 * *

     왕도, 지오 노스트럼.

     “오로솔 아카데미라. 노스트럼 왕국답게, 화려하기 짝이 없군.”

     수도 중앙으로부터 어느정도 떨어진 구역, 백과 금이 어우러진 백악의 거성을 한 남자가 창틀에 걸터앉은 채 구경하고 있다.

     “진짜 순진하게 수천억을 죄다 건물 짓는데 지은 건가? 정직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제국의 황태자,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은 왕국산 와인을 병째로 홀짝이며 키득거렸다.

     “정말이지, 기대되는구나.”

     황태자는 바지 앞주머니에 넣어둔 무언가를 꺼냈다.

     벽돌만큼이나 두툼한 두께의 무언가.

     어디 아래를 살짝 자른 식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크기의 둔탁한 무언가를 황태자가 붙잡자, 곧 안에서 마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삑, 삐빅, 삑.

     아래에 있는 12개의 마석 버튼을 누르자, 곧 위에 있는 네모난 마석이 새롭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38924194049122101744….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의 향연.

     황태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숫자를 훑고, 마찬가지로 숫자가 적힌 마석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정정.

     마구가 아니라, 어떤 패턴에 따라, 복잡한 암호 체계라도 있는 것처럼 숫자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흡사 누군가와 통신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훗.”

     비밀 통신 내용이 마음에 들기라도 한 걸까.

     “그렇지. 쉽게 들어올 수 있으면 500년 동안 무너지지도 않았겠지.”

     

     황태자는 투박한 마도 기계를 내려놓으며 오로솔 아카데미를 내려다봤다.

     “아카데미가 활성화된다면, 왕국과 제국 사이의 양방향 통신도 열릴 수 있겠지. 마법을 통하든, 아니면 이 신호든.”

     술에 취해서 그런 걸까.

     “아아. 아쉽군. 바토리조차 없어서 혼자서 이렇게 청승맞게 달빛을 벗 삼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황태자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연신 와인을 홀짝였다.

     “왕도 한 가운데까지 왔는데, 이 기쁨을 나눌 이해자 한 명 없으니. 홀로 달을 벗 삼아 흥에 취하는 수밖에 없구나.”

     황태자가 와인병을 하늘에 뜬 달을 향해 들었다.

     “아버지. 보이십니까? 당신의 아들이 이곳 노스트럼의 심장에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철혈이 아닌, 외교와 교역, 그리고 이제는 교육을 내세워 협곡의 문 마저 열어냈습니다.”

     잔이라도 있었다면 누군가의 위령제라도 지낼 기세로, 황태자는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이제 남은 건….”

     똑,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황태자는 창을 향해 손가락 끝을 뻗으며 손톱으로 검지를 그었다.

     “들어오시오.”

     사아아.

     검지 끝에서 붉은 안개가 창밖으로 퍼져나가고, 곧 불길이 치솟았다.

     “저, 저기. 황태자 전하….”

     “무슨 일이냐, 트웰브.”

     문을 열고 들어온 백발의 메이드는 사색이 된 얼굴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소, 손님이….”

     “비켜.”

     문을 막고 선 메이드를 밀치며, 비단 가운만 입은 남자가 황태자의 침실로 들어왔다.

     “…야심한 밤에 어인 일로 찾아오셨는지.”

     조금 전까지 술에 취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멀쩡한 얼굴로, 황태자는 야밤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어이.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

     황태자의 이름을 그대로 말하며,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

     “오랜만이네?”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 국왕 전하를 뵙소.”

     금발에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는 노스트럼의 국왕이 비릿하게 웃으며 와인병을 흔들었다.

     “그런데, 오랜만?”

     “아. 신경 꺼. 어차피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

     “왜. 내가 너ㅡ무 예의가 없었나? 예의가 없으면 어쩔 건데? 응?”

     “…….”

     “흐흐. 면상 보아하니, 걱정되나 봐? 응? 죽이고 싶냐? 죽이고 싶지?”

     복도에는 호의 기사로 보이는 이들이 제국의 기사들과 대치 중인,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평화를 위해 왔는데 죽인다니. 그 무슨 무시무시한 말씀을.”

     “그래? 지금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얼굴인데? 아. 혹시 나 죽으면 3년…이 아니지. 3년 하고도 1개월 동안 대륙 전체가 개판이 날지 걱정되는 거냐? 흐흐.”

     “술을 많이 드셨구려.”

     “3년 1개월. 딱 기다려.”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이 황태자를 향해 삿대질하며 몸을 돌렸다.

     “그 시간을 마음껏 발버둥 쳐 보라고. 흐흐흐….”

     “…살펴 가시오.”

     “흥…!”

     문을 거칠게 열며 나간 세인트 지오를 멀찍이 바라보며, 황태자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골랐다.

     “3년 1개월이라.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딱 20살이 되는 날인가.”

     황태자는 반쯤 비어있는 술병을 창틀에 놓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누가 할 소리.”

     황태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래도.”

     미소는 점차, 씁쓸해지며.

     “술 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을 벗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거늘.”

     * * *

     “푸엣취.”

     “왜 그러느냐.”

     “아뇨.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알몸으로 있으니까 그렇지. 어서 옷이나 입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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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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