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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EP.112

     

   “크아악!”

     

   인간을 닮은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는 흑색 비늘을 두른 마왕의 하수인 넷.

   그들 중 하나에게 오른팔이 생으로 뽑힌 보랏빛 피부의 플레이어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젠장…”

     

   박조철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왕이 있는 장소,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하수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 보라돌이들 중 하나를 순식간에 압도하는 전력이 넷이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터였다.

     

   “이거 쉽지 않겠군.”

   “여기가 물속이라면 하나쯤은 혼자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붉은 기사와 푸른 어인이 박조철의 옆으로 걸어 나오며 각자의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전투력 하나만으로는 각 좌표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의 뒤로 그들을 따르던 신성국과 크리티아스의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뽑아들었고 그 모습을 본 박조철은 고개를 털어내며 놈들을 응시했다.

     

   전투는 필연적인 일이다.

   상대가 무엇이 되었든 최대한 빠르게 저 알을 깨트리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으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천호 씨, 저기 저 알 보이십니까?”

   “대충 봐도 마왕이 들어 있을 거 같은 저거 말씀이시죠?”

     

   네 명…… 아니, 네 마리의 괴물 뒤로 보이는 거대한 알.

   대략 세로로 높이가 2m 정도는 되어 보이는 알은 무심하게 태동하고 있었고 이따금씩 비치는 인간 형상의 그림자는 그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임을 일깨워주었다.

     

   “화염포 됩니까?”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기에 한 방 큰 걸로 먹여주시죠.”

     

   짝!

     

   지상에 올라온 이후부터 쭉 수인을 맺고 있던 남궁천호가 빠르게 합장했다.

   그의 앞으로 서서히 뭉치기 시작하는 마력의 기류.

   그동안 꾸준히 수련한 덕분인지 3층과 비교해 상당히 위력적인 불꽃이 완성되어갔고 잠시 후, 그는 전방으로 팔을 뻗으며 한껏 뜨거워진 마력을 발산했다.

     

   화아악!!!

     

   마력으로 만들어진 화염 줄기가 마왕이 잠들어 있는 알을 향해 거침없이 쏘아졌다.

   하지만 그 순간 플레이어들과 대치하고 있던 괴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고 남궁천호는 그런 놈들의 모습을 보며 마력을 혼신의 힘을 다해 뿜어냈다.

     

   ‘이걸로 하나라도 제압할 수 있다면…!’

     

   곧장 알을 박살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박조철은 애초에 화염포로 알을 깨부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그저 원했던 것은 알을 지키려고 하는 괴물들이 화염포를 정면으로 막아서는 상황.

   그리고 박조철의 바람대로 놈들 중 하나가 보기 좋게 화염포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윽고 거대한 불덩이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괴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키야아아!!!

     

   하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었다면 5층까지 오면서 이렇게 많은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

   놈의 손에서 검은 오라가 피어오르더니 자신을 덮치는 화염포를 향해 양손을 뻗는다.

     

   그리고 잠시 후, 놈은 맨손으로 거대한 불꽃을 찢더니 이내 그 열기마저 산산이 흩어 버리고 말았다.

     

   “하, 이건 예상 못했는데……?”

   “어처구니가 없군요.”

     

   나름 회심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막아 낸 마왕의 하수인.

   문제는 그런 놈이 하나가 아니라 넷이라는 것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든 마왕에게 위협적인 공격을 가한 남궁천호를 놈들이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이었다.

     

   “랜든 경! 청린!”

     

   화염포를 막아낸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놈의 신형이 동시에 흔들렸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잔상만 흐릿하게 남긴 채 사라진 놈들.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기에 신경이 곤두선 박조철은 예민해진 감각에 의지하며 본능에 따라 외쳤다.

     

   “정면!”

   “알겠네!”

     

   놈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가 누군지 알아본 듯, 곧장 랜든과 청린에게 달려들었다.

     

   채앵!

   카아앙!

     

   좌우로 달려든 두 괴물의 손에서 강철이 충돌한 듯한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에게 반응한 것은 랜든과 청린, 그리고 박조철 뿐.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놈들이 사라졌다는 사실 정도만 인식한 듯 빠르게 눈을 굴리고 있다.

     

   ‘이게 마왕도 아니고 하수인이 가진 힘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놈들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받아 낸 세 사람이었다.

   창과 검에 마력을 두른 덕에 날이 부러지지는 않았을 뿐, 겨우 버텨 낸 공격에 팔이 부러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지경이었으니까.

     

   “으그극…!”

     

   그리고 그중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박조철이었다.

   플레이어들의 평균적인 전투력을 생각하면 발군의 실력이었지만 한 지역의 대표라고 불릴 수준은 아니었던 그.

     

   그나마 근접 전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그였기에 요령으로 힘을 흘려낼 수 있었던 것이지 까딱했으면 그대로 손목이 날아갈 뻔한 상황이었다.

     

   휘릭!

     

   박조철은 빠르게 손을 교차하며 허리에 착용하고 있던 비상용 단검을 꺼내 괴물의 목덜미로 가차 없이 내질렀다.

   괴물의 미는 힘을 역이용해 급소를 노릴 생각, 하지만 당황스러운 일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벌어졌다.

     

   까앙!!

     

   “이런 미친!”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단검의 날이 허망하게 부러지며 저 멀리 튕겨 날아간다.

   그리고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

     

   퍼어억!

     

   “흡! 쿨럭…!”

   “조철 씨!”

     

   하수인의 주먹에 복부를 얻어맞은 박조철의 신형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호선을 그렸다.

     

   “어디서 이딴 괴물이…!”

     

   그 모습을 본 남궁천호가 손으로 바닥을 후려쳐 돌풍을 일으켰다.

   박조철이 버티지 못한 공격을 본인이 직격으로 허용했다간 즉사할지도 모른다는 본능에 놈을 밀어 내려 한 것이다.

     

   히죽.

     

   ‘웃어?’

     

   하지만 남궁천호의 선풍에 휩쓸린 하수인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까짓 바람쯤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듯한 웃음. 그 순간 머리에서부터 짜릿한 오한을 느낀 남궁천호는 뒤로 급하게 몸을 날렸다.

     

   “……!”

     

   한 번의 발돋움으로 그를 곧장 따라온 하수인의 신형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손에 검은 마력이 일렁거리는 괴물의 손이 그의 목을 향해 뻗어졌고 그 순간 남궁천호는 작전이 실패했음을 직감하며 질끈 눈을 감았다.

     

   카아앙!!!

     

   “어?”

     

   하지만 그의 머리가 목과 분리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낯선 소리에 눈을 뜬 남궁천호의 앞을 누군가가 막아서고 있었고 그는 자신 앞에 선 한 명의 등을 보며 놀란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쿨럭! 괜찮습니까?”

     

   도대체 언제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박조철이 단검을 들고 그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복부를 맞았을 때, 각혈을 한 것인지 턱 아래의 의복이 붉게 젖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가 바로 전투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은 하수인도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놈의 인상이 잠시 찌푸려진다.

     

   “다시 떠, 이 새끼야.”

     

   단검을 역수로 돌려 잡은 박조철이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놈의 뒷덜미를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둘렀다.

   절대 피하지 못할 사각(死角). 하지만 하수인의 신체를 뚫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카캉!!!

     

   그의 단검이 다시 한 번 부러지며 사방으로 비산한다.

   반으로 뚝 부러지는 것이 아닌 산산조각이 나는 칼날. 대신 마력을 과도하게 주입한 덕인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미세한 상처를 박조철은 손끝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키야악!

   “조철 씨, 조심…!”

     

   박조철에게 뒷덜미의 공격을 허용한 하수인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재차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뿐. 그는 자신의 어깨를 노리며 달려드는 괴물의 팔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내며 그대로 놈을 업어쳤다.

     

   콰아앙!!!

     

   공중을 크게 선회한 하수인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힌다.

   힘을 그대로 역이용 했기에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고 박조철은 익숙한 목덜미를 향해 새롭게 꺼낸 단검을 찔러 넣었다.

     

   카아앙!!!

     

   정확히 처음에 노렸던 것과 같은 부위를 찌른 공격.

   단검은 파편이 되며 흩어졌지만 놈의 목에는 분명히 혈액이라고 부를 만한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아아!!!

     

   빠르게 몸을 일으킨 놈이 발악하기 시작했다.

     

   얼굴로 날아드는 찌르기.

   옆구리를 향한 후려치기.

   할퀴기, 잡기, 내지르기.

     

   도저히 한 존재의 공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무수한 공격이 그의 전신을 노려 왔으나, 박조철은 침착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날아드는 공격을 옆으로 쓸어냈고 손을 뻗쳐 달려드는 놈의 무게 중심을 팔꿈치만을 이용해 순식간에 뒤흔들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반응하지도 못했을 속공과 그것들을 모두 흘려 낸 박조철의 입에서 두어 차례 과열된 호흡이 뿜어졌다.

     

   “하아…!”

     

   나이프 파이팅 (knife fighting).

     

   그것은 국가의 정보 요원으로 일하며 익혔던 인간들의 싸움법이었고,

   그것은 신체적인 능력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맨손의 괴물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된 기술이었다.

     

   카카카캉!!!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이름으로 알을 지키던 괴물 셋.

   그리고 붉은 기사와 푸른 어인, 그리고 한 명의 인간.

     

   그들이 각자 하나의 괴물을 맡아서 상대하자 그 모습을 본 플레이어들의 사기가 치솟아 올랐다.

     

   셋이 목숨을 걸고 싸워준 덕분에 그들이 감당해야 할 하수인은 고작 하나였다.

   이미 몇몇 플레이어들이 놈들의 공격에 휘말려 전투 불능의 상태가 되기는 했지만 이 기세라면 알을 파괴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가즈아!!!”

   “알만 노려! 저것만 깨면 우리 승리다!!”

     

   각종 병장기를 꺼내 든 무인들이 기합을 터트리며 알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을 막아서는 하나 남은 하수인과 놈을 둘러싸며 일격필살을 외치는 누군가의 화신들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흐아아압!!!”

     

   그리고 끝내 알의 앞에 도달한 누군가의 외침.

   신성국의 성기사 한 명이 자신의 검에 신성력을 잔뜩 두른 채, 알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푸욱!

   푸푸푹!!!

     

   어인이 창을 내질렀고 그 뒤를 따라온 십수 명의 전사들이 도끼와 이름 모를 날붙이들을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그 순간 모두에게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고 사람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그 메시지를 맞이했다.

     

   띠링.

     

   “돼, 됐다! 우리 승리……!”

     

   [마왕이 눈을 뜹니다.]

     

   “어?”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계획에 없었던 진행.

   그저 알을 파괴하면 끝날 것이라 여겼던 그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 체온이 39도 까지 올랐는데 ‘오, 사람이 이러다가 죽는 건가?’ 싶었습니다.
물론 감기약 먹고 한숨 푹 자니까 좀 나아지긴 했지만… 감기약 때문인지 낮잠을 너무 푹 자버렸습니다…

음… 다 변명이고 공지도 없었던 지각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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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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