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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중간평가 마지막 날의 해가 떠올랐다.

     

    즉, 오늘은 토너먼트의 본선이 치러지는 중요한 날이다.

     

    본선에 진출한 생도 대부분이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경기.

     

    나 또한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하려고 했다.

     

    물론 준비라고 해봤자 며칠간 이루지 못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수면의 보충을 아주 충만하게 이룰 수 있었다.

     

    의식이 부상할 시점.

     

    머리를 찌르는 두통이 굉장히 옅었다.

     

    원래 세계에서도 달고 살았고, 이곳에서는 공간지각… 관측과 공간의 권능을 운용하느라 더욱 달고 살았던 두통이 지금은 많이 줄어있었다.

     

    몸도 가벼웠다. 예선을 막 끝내고 돌아갈 적에는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몸이 늘어졌는데, 지금은 어째선지 쌩쌩했다.

     

    그리고 굉장히 따스했다. 온몸이 따끈따근해서 이대로 나를 감싸고 있는 말랑한 것에 축 늘어지고 싶었다.

     

    ‘…….’

     

    따듯하며 말랑한 감촉… 정수리를 콕콕 두드리는 시선과 찰싹 달라붙은 감촉에서 전해지는 겁화의 기운…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숨을 고르며 관측의 권능을 운용했고.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빨간 눈동자를 인식했다.

     

     

    .

    .

    .

     

     

    내가 의식을 차린 곳은 홍연화의 기숙사였다. 정확히는 홍연화의 침대… 홍연화의 품 속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눈을 인식했을 때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기억이 썩둑 잘려나간 기분.

     

    잘려나간 듯 생긴 기억의 공백을 조심스레 더듬자,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피로에 젖어 축 늘어지던 몸뚱이와 며칠 밤을 새가며 치른 평가로 함께 늘어지던 정신.

     

    발끝에서부터 급격히 치밀어 오르던 수마.

     

    그를 긍정해 주듯 감싸오던 포옹과 자애롭고 은근한 목소리…

     

    “배고프지? 밥이나 먹고 나가자.”

     

    그 상태로 잠깐 토닥여지다가, 이러쿵저러쿵해서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둘러앉게 됐다.

     

    시간은 여유로웠다. 내가 거의 첫 번째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밥을 대충 먹고 천천히 향해도 넉넉할 시간이다.

     

    별달리 저항하지 않고 식탁에 얌전히 착석했다.

     

    “왜 식기가 두 개야?”

     

    “저는 이미 해결했습니다.”

     

    “평소엔 같이 먹으면서 오늘은 왜?”

     

    “그건, 아가씨께서 어쩐 일이신지 기침하였음에도 방에서─”

     

    “그만. 알아들었어.”

     

    에리얼은 이미 아침을 해결한 모양이다.

     

    나와 홍연화는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았다. 에리얼은 홍연화의 뒤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밥상은 내게 익숙한 모양새였다.

     

    나란히 놓인 하얀 쌀밥과 된장국. 십여 개는 가뿐히 넘어 보이는 각양각색의 반찬과 중앙에 놓인 새빨간 양념의 제육볶음…

     

    후각과 미각만 살아있었다면 침이 저절로 고였을 음식의 향연이었다.

     

    지난번 병문안 때도 먹어본 적 있는 밥상이었다.

     

    “부족한 솜씨로나마 차려보았습니다, 도련님.”

     

    [감사히 먹겠습니다]

    [에리얼 님]

     

    겸손함 가득한 에리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요리를 아주 조금 해본 입장에서 이런 밥상을 매일매일 차린다는 에리얼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집에 묶였을 적에 요리를 조금 해본 적이 있다.

     

    상황도 성향도 밖을 나돌아다니며 맛있는 걸 찾을 여건이 아니었다.

     

    하여 심심풀이 삼아 재료를 배달 받아 절뚝거리며 요리를 해본 적이 있을 뿐.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10분에서 30분 남짓의 영상을 찾아 혼자 깨작거려본 게 전부다.

     

    그것마저 어느 순간 귀찮아져 내팽개치고 배달이나 간편식품으로 때웠지만.

     

    그것 때문에 꽃님한테 참 잔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에이.’

     

    생각이 삼천포로 빠졌다. 이미 지나갔을 미련 따위를 휘저어 없애고, 홍연화의 모습을 힐끔 살폈다.

     

    홍연화는 잠시 홀로그램을 두드리고 있었다.

     

    “……”

     

    얌전히 기다리고 있자, 볼일을 마친 홍연화가 젓가락을 들어 제육을 집었다.

     

    – 냠

     

    곧바로 입속으로 쏙 들어가는 제육.

     

    홍연화의 볼이 작게 오물거리고, 꿀꺽 삼켜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도 숟가락을 들었다.

     

    한 입 조그맣게 머금은 쌀밥을 씹었다.

     

    입안에서 무언가가 잘근잘근 씹혔다. 연신 오물거려봤자 특유의 단맛은 나오지 않았다.

    ‘?’

     

    밥을 씹어 삼키고서, 입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고개를 기울였다.

     

    입을 오물거렸다. 혀를 뻗어 입천장과 볼살을 툭툭 두드리고, 이빨을 쿡쿡 찔러봤다.

     

    ‘뭐지?’

     

    위화감이라 해야 할까. 뭔가 먹은 것… 마신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마시지 않은 듯한 묘한 감각이다.

     

    “왜 그래, 하율아?”

     

    홍연화가 묘한 눈초리로 물어왔다. 혹시 불편한 거라도 있느냐는 물음에 뒤에 서있던 에리얼의 시선까지 가세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위화감을 잠시 더듬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기분 탓이겠지.’

     

    잠들어서 뭘 어떻게 먹기야 했겠나.

     

    누가 굳이 내 입에 뭔가를 물리지 않는 이상에야 그럴 일은 없을 터.

     

    물 한 모금과 함께 위화감을 넘기고 다시 수저를 들었다.

     

     

    .

    .

    .

     

     

    토너먼트 본선이 치러지는 장소는 시요람 중앙부에 위치한 제1경기장이다.

     

    제1경기장은 시요람이 중요한 공식 일정 등에서만 개방하는 시설이다.

     

    즉, 오늘의 토너먼트 본선 같은 일정에는 당연히 개방되는 장소다.

     

    홍연화의 기숙사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나와 도착한 제1경기장은 중요 일정을 위해 개방되는 시설답게 규모가 무척 거대했다.

     

    건물 중앙에 설치된 대련장 무대만 해도 예선 때보다 몇 배는 넓었다.

     

    단순히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관측으로 자세히 분석하니, 바닥과 벽을 비롯한 시설 전체에 각종 술식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지난번처럼 바닥에 큰 자국을 남기기에는 쉽지 않을 터.

     

    경기장 같은 것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 살피기에도 관객석은 몇만 명은 가뿐히 수용할 규모다.

     

    “사람 엄청 많네요…”

     

    행정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선수대기실은 개인실이었다.

     

    홍연화도 본선 진출자인지라 도착하고서 헤어졌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있을 무렵.

     

    노크와 함께 들어온 열린 문으로 노란 머리카락이 삐죽 내밀어지며 모습을 보인 것은 엘리아였다.

     

    엘리아는 홀로그램에 비치는 관객석의 모습에 질린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 웅성웅성

     

    엘리아의 말대로, 그 무수하던 관객석은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채워져있다. 흔히 콩나물시루 같다고 비유될 지경.

     

    빈자리는커녕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서 관람하는 인원이 생길 정도다.

    선수대기실 안에서도 무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엘리아는 떨어진 건가요?]

     

    “네, 3차전에서 전투전공 생도랑 만나서 떨어졌어요.”

     

    [아쉽네요.]

    [한 번만 더 이겼으면 본선이었는데]

     

    “아쉽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해요. 앞선 두 번도 정령이 없었으면 이기기 어려웠을 거예요.”

     

    본선 진출자 16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보조전공의 생도는 없었다.

     

    대부분이 전투전공에 마법전공이 몇몇 섞여있을 뿐.

     

    애당초 이런 일기토는 보조, 제작전공 생도에게 적합한 무대가 아니었다.

     

    그만큼 주전공이 보조전공이면서도 본인이 익힌 마법과 기술, 갓 배운 정령술로 앞선 2명에게서 승리를 따낸 것이 굉장할 따름.

     

    만약 엘리아가 이겼다면 이번 본선에서 유일한 보조전공 진출자가 되었겠지.

     

    “저는 관객석에서 가족이랑 응원하고 있을게요.”

     

    [가족이요?]

     

    관객석에는 생도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생도복과 생활복 차림이 대부분이라 구분이 쉬웠다.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거나 떨어진 생도들도 자리를 차지하는 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외부 인물이다.

     

    사복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통일된 복장의 생도와는 다르게, 외부 인물들의 복장은 각양각색이었다.

     

    자라는 새싹을 보고자 찾아온 영웅과 초인.

     

    좋은 유망주를 찾기 위해 파견된 클랜의 관계자.

     

    혹은 어찌어찌 기회가 닿아 방문한 생도의 가족 등.

     

    관객석을 채우는 인원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래서 그런데… 끝나고 혹시 시간이 될까요? 부모님이 직접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하셔서…”

     

    ‘어…’

     

    솔직히 부담스러웠지만, 여기서 거절하는 건 좀 뭣했다.

     

    무엇보다 고백의 목걸이를 날름 받아먹고 거절하는 건… 많이 그랬다.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왔다.

     

    “고마워요! 아, 토너먼트 응원하고 있을게요! 물론 상대가 아린이라서 양쪽 모두 응원하기는 하겠지만요. 에헤헤…”

     

    멋쩍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엘리아에게 신경 쓸 거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주었다.

     

    [저 같아도 양쪽 다 응원했을 거예요]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야말로 고마워요.”

     

    시간이 슬슬 되어갔다. 엘리아는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그렇게 문을 나서기 전. 엘리아는 들어왔을 때처럼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엘리아의 얼굴에 머금어진 미소는 멋쩍으면서도 진심이 담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은인님에게 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게요.”

     

    – 덜컥

     

    그 말과 함께 문이 닫혔다. 다시금 선수대기실에는 긴장을 풀어주는 악기 소리만이 들려왔다.

     

    ‘좋은 결과라…’

     

    솔직한 말로 나는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백아린이나 홍연화에게 승리하는 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무렵. 다른 생도들이 놀고먹는 것은 아니니까.

     

    입학 시점에서 이미 가뜩이나 현역 영웅 못지않던 두 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역대 회차 중에서도 이쯤 되는 시점에서 두 명에게 승리한 건 금강전사 밖에 없었고.

     

    내가 원하는 건 따로 있다. 그를 위해서는 승리를 하지 못하더라도, 내 수준을 널리 알려지도록 보일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꽤 뛰어난 실력을… 미래의 가능성을 보인다면 분명 여러 곳에서 접촉해올 터.

     

    추후 재앙을 일으킬 집단에서도.

     

    ‘……’

     

    원작의 재앙 이벤트들.

     

    거기서 등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가진바 지식도, 미래에 얻게 될 힘도 있는 주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쳤다가는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할 거다.

     

    또한 재앙에 휘말려 희생될 숫자도 안다.

     

    그리고 그런 재앙을 막아설 이들이 많음을 알았다.

     

    시요람은 재앙을 막아설 영웅을 배출하는 요람이다.

     

    돈과 명예를 비롯한 다양한 사연.

     

    원동력은 다를지언정 역대 졸업자의 대다수는 영웅으로 활동하며 던전과 몬스터의 억제에 관여해왔다.

     

    그것은 언젠가 요람을 졸업하고, 겁화의 가주가 될 홍연화도 마찬가지이라.

     

    창해 가문의 가주가 될 백아린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영웅으로 활동하게 될 엘리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굳이 생도로 구분 짓지 않아도, 아직 은퇴하지 않은 스승님이나, 은퇴했을지언정 능력은 그대로인 리아나 교수도 그렇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가 재앙에 영향을 받고 휘말릴 것이다.

     

    그에 과연 좋은 결과만이 기다릴까?

     

    원작의 기억을 토대로 상상했다.

     

    좋은 결과는 하나도 없었다.

     

    ‘그건 싫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절대로 싫었다.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런 꼬락서니는 절대로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죽는 것 따위보다, 그런 가정이 더욱 싫었다.

     

    그러니까 뭐라도 해야 한다.

     

    자신감? 그딴 건 없다. 나는 스스로를 그리 고평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특례입학생. 관측의 권능과 공간의 권능.’

     

    또한 누군가 들은 내게 그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례입학생. 성장의 탑주가 부여한 특별 취급의 신분.

     

    관측의 권능. 관측의 탑이 부여한 능력.

     

    공간의 권능. 공간의 탑이 부여한 능력.

     

    억측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뭔가 가능성이 보이니 내게 이런 혜택을 주고 있을 게 아닌가?

     

    그러니까…

     

    ‘도망치면 안 된다.’

     

    방관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안될 거라며 기죽고 구석에 처박혀있으면 안 된다.

     

    자신감이 없어도, 확신이 없어도 발버둥 쳐야 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발버둥 쳐야 한다.

     

    죽어도 다시 캐릭터를 만들면 장땡이 아니니까, 게임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처럼 목숨 따위 일절 생각하지 않은 가정으로도 실패했다.

     

    온갖 행운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졌던 게임상의 금강전사도 기어코 실패했다.

     

    목숨은 귀하지만 그를 아끼고 싶다며 몸을 사려서는 될 것도 실패할 것이다.

     

    ‘방학 중에는… 다시 나가야겠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요람에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홍연화를 따라 겁화 가문의 본가에 방문하는 것과 히든피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도 있고.

     

    가능하면 빨리 찾아서 부셔야 할 게 있다.

     

    – 우웅…

     

    [안내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토너먼트 본선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악기 소리 사이로 안내방송이 울렸다.

     

    토너먼트 본선이 곧 시작된다.

     

    [연락처 : 스승님]

    ▶나 : 본선 잘 치르고 올게요!

     

     

    ‘으음…’

     

    너무 딱딱한 거 같다.

     

    잠시 손을 까닥이며 고민하다가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나 : (강아지가 두 발로 서서 경례하는 이모티콘)

     

    이 강아지 이모티콘은 원래 세계에서도 거의 비슷한 걸로 있었다. 그래서 처음 발견했을 때 괜히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스승님한테 문자를 남겨놓은 뒤,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이하율 생도. 백아린 생도는 마지막 준비를 마쳐주시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순서는 나와 백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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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아카데미 장애인 전형 생도가 되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created a game character.
Instead of taking several perks, I added restrictions.

▶Restriction (I): “Curse of Sensory Seal”
─Permanently seals a chosen sense.
─Choice: Sight, Taste, Smell

▶Restriction (II): “Curse of Short Life”
─You are born with a body doomed to a short life.

▶Restriction (III): “Curse of Silence”
─Speaking causes you pain.

When the next day came, I couldn’t se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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