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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

         

         

         시간을 잠시 돌려 2일 전, 이반이 지휘소에서 국무위원들과 ‘성동격서’ 작전을 브리핑하던 시점의 일이다.

         

         

         “….”

         

         

         작전 개요의 설명이 끝난 순간부터, 지휘소의 전원은 멍하니 이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록 이반이 드워프의 표정을 읽는 것에 능하지는 않았으나, 이 경우 호의적이라 하긴 어려웠다. ‘제정신이요?’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으니.

         

         

         “묻고 싶은 것이 정말 많소만.”

         

         

         군정지도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근육질 드워프가 손을 들어 올렸다. 이반이 턱짓하자 드워프는 떨떠름한 얼굴로 이반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 단계부터 성립이 가능한 일이오?”

         “물론.”

         “이틀 안에 산맥 정 반대편에 도달하겠다고?”

         “해본 적 있다.”

         

         

         이반은 물끄러미 드워프의 얼굴을 내려보았다.

         

         안드그룬드는 북방전선을 길게 가로지르는 거대한 하늘 산맥 지하에 위치해 있다.

         

         하늘 산맥은 그 자체로 일종의 자연적 방벽 역할을 수행한다. 마족들의 거주구로 향하기 위해서라면 산맥의 낮은 협곡들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던 것이다.

         

         산맥의 일부는 크라실로프 군부가 건설한 대관문으로 통과 지점이 이어져 있지만, 그 장소는 지금 이 위치와 거리가 너무 멀다. 이번 작전에 활용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 작전은 ‘성동격서’. 후방 침투 및 타격이 필수적이다. 즉 산맥의 정 반대편 능선으로 이동해 작전을 개시해야 했다.

         

         지하를 통한다면 도보로 이틀 안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거리다. 적지를 관통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작전을 위해선 적대 드워프 진영의 시선을 피해 후방에 침투해야 했으므로, 이반의 계획은 단순했다.

         

         외부로 나와 산맥을 등반한 뒤 적의 배후를 치겠다는 것.

         

         하늘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계획한 작전 지도상의 경로를 보자면 등산로 따윈 없는 설산 절벽을 타고 직선 거리로 주파해 북부 5관문으로 알려진 장소에 도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가장 등반에 능한 드워프 척후조라 할지라도 혀를 내두를 험지이며, 그것을 이틀 안에 주파하겠다는 것부터 작전의 타당성을 의심해야 하는 일이다.

         

         

         “해본 적 있다 하시었소…?”

         “우리가 어떻게 아비디타스의 요새에 침투했으리라 생각하나?”

         

         

        *

         

         

         안드그룬드 성동격서 작전시행 1일차.

         

         

         

        -후우우우웅—!!

         

         

         구름이 아래에 깔린 탓에 날은 쾌청했다. 지독할 만큼 춥다는 점은 제외한다면.

         

         루시아는 살면서 구름을 아래로 굽어본 적이 없던 탓에, 얼어붙은 턱을 애써 움직이며 우물거렸다.

         

         

         “진짜 죽겠어요!!”

         

         

         이반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진짜 죽을 사람은 말할 기력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등 뒤에 업혀 있는 루시아를 더 바싹 끌어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안들려요?! 잠깐만 쉬자고요!!”

         “그럴 수는 없다.”

         “왜요!!”

         

         

         이반은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루시아의 눈 앞에서 흔들었다. 가죽 장갑을 낀 손 안에는 째깍거리는 회중시계가 쥐어져 있었다.

         

         

         “진짜, 진짜로 이틀 안에 여길 넘는다고요? 넘고나서 한참 더 내려가야 되는데. 그, 알아요? 인간은 고산병이란 것이….”

         “마력을 둘러 폐의 산소 포집 능력을 키워라.”

         “그게 무슨…?”

         “고산병은 산소가 부족한 대기에서 활동할 때 혈중산소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두통이 생기는 즉시 폐에 마력 강화를 걸고 강제로 깊은 호흡을 해라.”

         “진짜 돌겠네! 그런 거 안 배웠거든요!”

         “못하면 죽는다.”

         

         

         급격한 등반 시에 발생하는 산소 부족 증세. 일반적으로는 적응 기간이나 훈련 기간이 필요하지만, 루시아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마력 강화도 할 수 있는데다 그녀는 엔리케에게 직접 혈주술을 배웠다. 혈액을 기반으로 하는 주문 계통엔 전문성이 있다는 의미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루시아가 아니라 엔리케의 교수법을 믿었기 때문에 잡은 동선이다. 이반은 묵묵히 도끼로 절벽을 내려 찍으며 올라갔다.

         

         

        -후우우우웅—!!

         

         

         떨어지면 충격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높이, 투둑 하고 미끄러진 돌무리가 충돌음조차 들리지 않는 높이에서, 이반은 묵묵히 도끼를 찍어 절벽을 등반하고 있었다.

         

         한동안 쫑알거리던 루시아는 곧 입을 꾹 다물고 필사적으로 마력 운용을 시작했다. 두통이 느껴지자 덜컥 겁이 난 모양이다.

         

         훌륭하군.

         

         이반은 절벽 너머로 밧줄 걸린 도끼를 투척해 박아 넣고는 몸을 당겨 속도를 높였다.

         

         그의 모든 경험 중 가장 근래에 있던 경험이다. 하늘 산맥을 등반해 마족 거주구의 칠용장에게 다가가는 것은.

         

         절멸부대가 해체되기 직전, 그가 퇴역을 결심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받은 임무가 이것이었으니까.

         

         그러니 다행히 아직은 손에 익었다고 하겠다.

         

         

        *

         

         

         “그럼 두 번째 질문이요. 인간들의 작전 계획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는 알지 못한다지만, 혹 이런 격언을 알고 계시오? 전쟁에서 가장 먼저 전사하는 것은 작전계획서다. 그건….”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계획을 이렇게 수립한단 말이오?”

         

         

         드워프는 이반의 개요서를 툭툭 치며 불퉁하게 말했다.

         

         시간 단위로 적힌 계획도 어처구니없는 공상이라 비웃어야 하건만, 이 계획서는 분 단위 타임 테이블을 빼곡하게 적어두고 있었다.

         

         작전 지도상에 빡빡하게 적힌 각종 전술 기호와 이동 경로, 예상 교전로까지. 전술 학교의 1학년도 이런 장난을 치진 않는다. 기초적인 워게임도 해보지 않은 공상가들의 소치라는 의미다.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벅찬가?”

         “…벅차기는 무슨!! 지금 이게 말이나 된다는 소리요?!”

         “엔리케와 나는 가능하다. 유일한 변수가 있다면 너희들이지.”

         “자신감인지 오만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아두시오. 이 지도는 애초에 내전 이전에 작성된 것이외다! 현장은 지도와 전혀 다를 수도 있단 말이요!”

         “여긴 지하도다. 추가적인 갱도 확장이 있을 수는 있어도, 지도상에 표기된 갱도를 쉽게 허물지는 못하지. 특히 드워프 구조물이라면 더욱이.”

         “…그렇소. 귀하들이 대지망 굴착기를 파괴한 시점부턴 그렇긴… 하지.”

         “그렇다면 야전 지도 중 가장 예측하기 쉬운 것이 너희의 전술 지도다. 오차가 극도로 적은 인공 구조물에 해당하니까.”

         

         

        *

         

         

         안드그룬드 ‘성동격서’ 시행 2일차.

         

         

         

         루시아는 지도를 휙휙 돌려가며 노려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빙글빙글 도는 나침반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꾹 깨물었다.

         

         

         “사형, 우리 길 잘못 든 거 아녜요? 여기서 갈림길이 나오면 안 되는데…?”

         “맞다.”

         “하지만….”

         “봐라.”

         

         

         이반은 갈림길의 한 갈래에 도끼를 내려 찍었다. 카각, 하는 소리와 함께 갱도의 지지축 하나가 큼직하게 갈라졌다.

         

         그 사이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며 이반은 조용히 말했다.

         

         

         “이쪽의 공법은 저 갱도와 다르다.”

         “…제가 드워프 토목 기술엔 조예가 없는데 말이죠….”

         “이건 알아두면 좋다. 지지축이 있는 갱도는 손으로 만들었다는 뜻이지. 저쪽 갱도엔 지지축이 없는 것이 보이나?”

         “네? 아, 네. 그런데 그게 왜요?”

         “저건 대지망 굴착기가 있던 시절에 파둔 갱도란 뜻이지. 대지망 굴착기는 압착식 굴착공법을 사용하는 기계다. 지지축을 박지 않지. 지진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붕괴하지 않을 테니.”

         

         

         이반의 말에 루시아는 입을 헤 벌렸다.

         

         

         “그럼 이쪽 갱도는….”

         “굴착한 지 얼마되지 않은 갱도란 의미다. 지도엔 기록되지 않았겠지. 다른 질문 있나?”

         “혹시 제가 스승님한테 계속 배우면 사형처럼 생각하게 될까요?”

         “굳이 엔리케 정도의 스승을 두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반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절한 훈련을 받은 요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추론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경험의 문제다.

         

         이반은 엔리케처럼 좋은 교사가 될 수 없다. 그건 안타깝게도 21세기의 선진 교육 시스템을 익힌 이반이라 하더라도 따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 특별한 재능이 있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이반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경험’이다. 다른 용사 파티 자제들을 가르쳤던 것처럼, 그는 특별한 기술과 지식을 전수하기보단 ‘실전에 가까운 경험’을 주입하는 데에 능숙했다.

         

         따라서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는 루시아를 퍽 만족스럽게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이번 임무가 끝난 다음의 루시아는 다른 신 용사파티에게 좋은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호승심을 불러 일으키는.

         

         

        *

         

         

         이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드워프는 기세가 확연이 줄어든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하지만 이 모든 작전은 결국…. 귀하를 미끼로 쓰겠다는 의미가 아니요?”

         “그렇다.”

         “살아 돌아올 수는 있겠소?”

         “그것이 너희에게 중요한 질문인가?”

         “…미안하오. 질문을 잘못했군. 귀하의 계획에 작은 오차라도 발생한다면, 작전이 귀하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래도 이 타임 테이블을 준수해야 하겠소?”

         

         

         만일 이반이 후방 침투 중에 작전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는다면, 그렇다 하더라도 이 계획을 준수해야 하는가?

         

         드워프의 질문에 이반은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나뿐만 아니라 엔리케의 작전까지 실패하더라도 이 계획은 준수해야 한다.”

         “어째서 그렇소?”

         “작전이 시작되면 나와 엔리케는 너희와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임기응변과 기책을 통한 작전 수행은 결국 철저하게 준비된 대전략 아래에서 시행되어야 하는 법이다.

         

         현장 지휘관의 재량 하에 작전의 수행 방향이 틀어지더라도, 전체적인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령부는 기존 작전 기조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도 시간에 맞춰 대응할 수 있을 테니.

         

         이반의 말에 드워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뒤, 시간에 맞춰 진군하겠소.”

         “일주일 뒤 이 자리에서 다시 보지.”

         “살아서 돌아오시길.”

         

         

         이반은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

         

         

         안드그룬드 성동격서, 시행 2일차 19시 30분.

         

         

        -철컥.

         

         

         가장 선두에 선 드워프가 말없이 장총을 뽑아 장전했다. 마치 행진곡의 선창처럼.

         

         

        -철컥, 철컥, 철컥.

         

         

         후창이 따른다. 그의 등 뒤, 너른 광장 너머까지 빼곡하게 이어진 중무장 보병들의 장전음이 광장 전체를 울렸다.

         

         쿠구구궁, 거대한 관문이 열린다. 내전이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전면 개방이 된 적 없던 안드그룬드 북부 관문이 개문되고 있었다.

         

         크랭크가 맞물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드넓은 지하 동공에 쩌렁쩌렁 퍼졌다.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오히려 더욱 과감하게.

         

         무릇 지하에서 드워프의 이목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 이들의 적 또한 드워프다.

         

         넓은 전선 곳곳에서 지금과 같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전면전을 준비하는 드워프들은 총과 도끼, 망치를 뽑아들고 화포를 끌어가며 진군을 시작했다.

         

         북부를 향해, 반군들의 본대를 향해. 산하(山下) 공동, 안드그룬드의 광활한 권역 전체에서.

         

         

         “미끼가 된다라….”

         

         

         군정지도국장 레그리 그로엘디는 성하대로에서 진군하는 그들의 군단을 굽어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독거미의 작전은 단순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발상이다. 미끼를 흔들고 다른 방향에서 공세를 퍼붓는다는 종류의.

         

         그의 작전을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은 그 ‘성동격서’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지점에 있었다.

         

         서기관의 아들을 구출하는 엔리케.

         아비디타스의 수족들을 암살하는 이반.

         정면에서 진군을 가장하는 드워프 본대.

         

         그 셋이 서로가 서로를 위한 미끼이며, 동시에 핵심 작전 수행 목표라는 점.

         

         지하에서 드워프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엔리케든 이반이든, 작전 수행이 어떤 불가역적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위치와 목표가 탄로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암습과 퇴각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작전이다. 따라서, 들킬 것을 가정하며 움직인다.

         

         대상은 상관없다. 누가 들키든 다른 방향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미끼가 된다는 뜻이었으므로.

         

         상대는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과연 적들의 목표가 무엇일까, 하며. 후방의 이반? 측면에서 침투한 엔리케? 정면에서 진군하는 군단?

       

       

       

       

        틀렸다. 모두가 핵심 목표이며, 동시에 모든 권역의 작전이 서로에 대한 미끼에 해당한다. 개별 작전은 전술의 층위에 있으나, 동시에 전략의 층위에서 정교한 타임 테이블 아래에 치열하게 맞물려 있으므로.

       

       

         

         적 지휘부가 어느 쪽으로 선택하든 다른 방면의 작전은 그대로 진행된다. 누가 실패하든 상관 없다. 반대로, 혼란에 빠진 지휘부가 오판을 저지른다면 모든 작전 목표가 완전히 수행될 수도 있다.

         

         다만.

         

         

         ‘동쪽에서 침투하는 엔리케는 철수 경로가 우리 진형에 가깝지만….’

         

         

         북부에서 침투하는 이반은 철수하더라도 마족령에 고립된다. 즉 가장 험난한 위치라는 의미다.

         

         군정지도국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저런 놈들이 인간 측에 우글거리니 그 시절 마족은 애초부터 승산이 없던 것이 아닌가. 하고.

         

         그러니 그 대단한 마왕도, 스스로 신이라 자칭하던 칠용장들도 전쟁에서 패배했던 것이겠지. 어쩌면 그들은 잘못된 편에 섰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쿠구구궁—!!

         

         

         안드그룬드가 진동하고 있었다. 반군들 또한 이 급격한 진군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군단이 산하 공동 여기저기서 대치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쨌건, 우리는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

         

         앞으로 남은 닷새 동안, 적들 사이에 전쟁의 긴장감만 끊임없이 환기시켜주며, 타임 테이블을 준수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국장은 이반이 적어둔 타임 테이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쯤 제 5관문 직하 대로에 진입했겠군.”

         

         

         이 모든 작전이 마침내 성공한다면, 그 끝에 살아서 돌아오기까지 한다면.

         

         독거미는 과연 민족의 사서에 무어라 기록되어야 할까.

         

         오랜 내전을 종결시키고 산맥 아래의 영역을 회복시켜준 외부의 영웅으로 남을까.

         

         산 자들 중 가장 많은 드워프를 죽였던, 그리고 죽일 수 있는 악몽으로 남을까.

         

         국장은 이반이 작전에 성공해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지, 아니면 차라리 실패해 스러져 없어지길 바라는지 스스로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 당시 작전사령부에 남아 있던 모든 드워프들과 같이.

         

         

        *

         

         

        -쿠구구구궁—!!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진동하는 갱도 안에서, 엔리케는 회중시계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음흉한 놈. 누가 가르쳤는지 원.”

         

         

         애초부터, 작전 계획서는 두 부가 준비되어 있었다. 드워프를 위한 것과 엔리케와 이반, 즉 ‘바깥 세상’을 위한 것.

         

         그녀는 서한을 묶은 비둘기를 갱도 밖 하늘로 날려 보내고는 손을 털었다.

         

         성동격서라. 이반은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내려 찍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와 유사한 전술 개념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미끼 작전이다.

         

         하지만 이반은 세 방향에서 동시에 미끼를 흔드는 것으로 작전 개요를 갈음한다고 발표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하 내부’에서의 작전은 그렇게 진행된다.

         

         그리고 ‘지하 외부’. 즉, ‘우리 세상’에서의 작전명은.

         

         

         “망치와 모루.”

         

         

         극단적인 전통주의자 같으니라고.

         

         어디 전술 학교의 기초 교육과정에나 있을 법한 전술 개요로 이중 공작을 벌이는 솜씨는 딱 고리타분한 절멸부대의 특징이라 하겠다.

         

         엔리케는 킥킥 웃고는 회중시계를 탁, 덮었다.

         

         일주일 후, 모루에 얹힌 철괴가 충분히 달궈지면 망치가 온다.

         

         분 단위 타임 테이블은 그 순간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뭐라 했더라. 그 녀석 말 버릇이.

         

         

         “훌륭한 요원은 한 번에 한 가지 목표로 작전을 수립하지 않는다… 라고 했던가?”

         

         

         대체 어떤 현장 요원이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이냐? 하고, 엔리케는 깔깔 웃으며 갱도의 그림자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Q) 차기작은 영지물을 빙자한 전략시뮬레이션물을 쓸 생각인가요?
    A) 아직 너무 이른 생각이지만, 만일 차기작을 쓰게 된다면 저는 아이돌 매니지먼트물을 쓰고 싶습니다.
    탑 매니지먼트를 최근 너무 재밌게 봐서, 요즘엔 일하면서 후회프듀를 읽기 시작했거든요.
    아타시, 아이돌이 됩니다!!! 리카 너무 귀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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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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