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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부쩍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

    꽤 더운 참이었는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으니 조금은 더위가 가시는 듯 하다.

    직접적인 육류가 아니라면 유제품까지는 먹을 수 있는 예르나지만, 혹시모를 소화불량을 우려하여 엘프식 샤베트를 마시고 있었다.

    차가운 샤베트의 덕인지, 조금 마음의 짐을 덜어낸 덕인지, 예르나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그 덕분에 루크도 그런 예르나를 바라보면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자신도 예르나에게 왜 그렇게 안좋은 표정이냐 물어봤지만 그에겐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업무스트레스까지는 아이의 모습을 한 자신에겐 털어놓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조금쯤은 의지해줘도 좋을텐데 말이다.

    ‘뭐, 출장이 많이 힘들었나보군.’

    그렇게 루크가 예르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루크의 시선을 느꼈는지 예르나도 루크와 눈을 마주치며 웃음지었다.

    “아, 루, 이번에 경시대회 1등을 했다며? 축하해.”

    “음, 다이튼에게 들었는가.”

    “응. 역시, 언니는 루가 반드시 1등을 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하하, 이것 참, 쑥스럽군.”

    예상보다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기에 오히려 시험쪽은 김이 빠질 정도였다.

    오히려, 말하고 싶은 부분은 따로 있는데…….

    ‘라스 상에대한건 또 언제 말해야 할지…….’

    그렇게 루크가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예르나는  루크에게 자신의 샤베트를 내밀며 말했다.

    “혹시, 한입 먹고싶어?”

    고민하던 표정이 아무래도 자신이 샤베트를 먹고싶었단 의견표출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예르나의 샤베트는 레몬맛이 아닌가.

    신맛은 본래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맛이었다.

    루크는 바로 고개를 저으려다가 멈칫 했다.

    “…….”

    궁금하다.

    신 맛은 본래 싫어하는 맛이기야 했다만, 과연 ‘이 몸’도 싫어할지에 대한 질문.

    그러고보면, 이 시대에서 먹어본 모든 맛은 루크의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신 맛도 마음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그동안 신맛은 전혀 입에 대어본 적이 없기도 하다.

    “……그럼, 조금만…… 괜찮겠는가?”

    “후훗, 물론 괜찮지. 자.”

    예르나가 컵을 내밀자, 상큼하게 풍겨오는 레몬의 향기가 루크의 코를 타고 들어왔다.

    맡기만 해도 어금니 안쪽이 찌르르하고 입가에 침이 고이는 것이, 굉장히 신 향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예르나가 먹던 것처럼, 빨대에 입을 대고 가볍게 빨아들이니 얼음조각에 스며든 레몬즙이 곧바로 루크의 혀에 닿는다.

    “읍!”

    루크는 예상치 못한 신맛의 강도에 표정을 찌푸렸다.

    방금까지 먹고있던 민트의 화한 맛과 레몬의 신맛이 어우러지니 참을 수 없는 신맛이 느껴진 탓이었다.

    그렇게 구겨지는 루크의 표정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꽤 볼만한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읍.”

    “그, 그렇게 시니?”

    “푸하! 신 맛은 엄청 싫어하는구나?”

    루크는 가까스로 입 안에 샤베트를 삼키며 외쳤다.

    “민, 민트때문일세, 그리고, 이렇게까지 실 줄은 몰랐단 말이네!”

    ‘이 몸이 되었어도, 신맛은 여전히 신 맛인 것 같군.’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구나.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이다.

    ——–

    세상에 무한은 없다는 진리를 고작 아이스크림이 깨트릴 수는 없는 법, 아이스크림은 금방 동이 났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이 그들에게 준 긍정적인 기분은 여전히 남아서, 조금 더 기분좋은 발걸음을 걸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기분좋게 동물원을 걷고 있으니, 디아나가 커다란 우리에 갇힌 거인을 바라보며 감탄성을 터트렸다.

    4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몸은 마치 다이튼을 정확히 가로 세로로 두배씩 늘려둔 것 같은 모습이다.

    다만 그에겐 머리카락이 거의 없이 진한 일자눈썹만이 달려있었고, 그 눈 밑으론 주먹만한 코 하나만이 매달려있다.

    사이클롭스다.

    “와, 저거봐! 진짜 크다! 오빠, 저거는 이길 수 있어?”

    “아니. 저건 예르나가 아니면 혼자 못싸워.”

    “다이튼, 애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예르나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다이튼의 등을 짝짝 쳐댔다.

    다이튼이 마치 악기처럼 등의 타격음에 맞춰 악, 악하는 소리를 내니 디아나는 배를 붙잡고 꺄르르 웃는다.

    다이튼도 뭐, 그런 스킨쉽이 싫은것은 아니니 같이 웃어보인다.

    이따가 집에 돌아가서 파스라도 붙여야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 저거는?”

    “저건 쉽지.”

    “저건?”

    “저건 좀 어렵겠는데.”

    “저것도?”

    “저건, 예르나.”

    “아 진짜, 다이튼!”

    “악!”

    디아나는 그 외에도 마물을 볼 때마다 다이튼에게 저건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 중이다.

    숲지기는 대부분 국가에서 허가받은 사냥꾼이다.

    디아나는 노련한 사냥꾼의 여동생이기 때문일까, 마물을 보며 전투력으로 줄을 세우는 식으로 즐기고 있다.

    뭐, 동물원을 즐기는데엔 각자 나름대로 방법이 있는 법이다.

    디아나는 특히 다이튼이 유니콘을 이길 수 있다는 게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이클롭스와 유니콘등은 멸종 위기종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냥은 금지되어있다.

    마물은 현재 대부분 멸종위기를 겪고 있으니까, 옛날에는 재앙이었던 사이클롭스조차 이제는 보호해야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재미있는 시대로군, 정말로.’

    지금도 꽤 즐거운 느낌이지만 루크로서는 옛날에도 이런 시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어땠을까, 레니에.

    그대라면 이렇게 동물들이 울타리에 갇혀 지내는 것을 보면 어떻게 말했을까.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관리한다는 것에 기뻐할까, 아니면 야생에 있어야 할 마물들의 자유를 빼앗았다며 슬퍼할까.

    둘 모두 레니에다워서 고민이 된다.

    ‘파이가 만약 정말로 고대정령의 미성숙체라면, 어쩌면 레니에를 보았을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문득 아까부터 파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이스크림을 먹는걸 보곤 어딘가로 뽈뽈거리며 날아간 것은 알지만, 아직까지 돌아오질 않고 있다니?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없을텐데.’

    루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를 찾는 것 같은 루크의 몸짓에, 예르나는 루크가 뭔가 보고싶은 마물이 있는건가 싶어서 묻는다.

    “뭐 찾는 거라도 있어, 루?”

    “음, 아니, 아닐세.”

    뭐, 이 시대에서 파이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없을테니까, 괜찮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루크가 턱을 쓸고 있으니 다이튼이 앞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이제 마물쪽은 거의 다 본 것같다. 이제 육지동물쪽으로 가볼래? 아니면 해양?”

    “흠, 어디든 좋다네.”

    “나, 다음엔 물고기 보러갈래!”

    “그래, 그리로 가자.”

    그렇게 발걸음을 돌린 순간.

    파이가 뭔가를 반짝거리며 루크의 앞에 다가온 것이다.

    “아, 파이. 어딜 갔다왔는가.”

    -루크, 이거봐!

    “오호, 이건 마력결정이잖은가. 이건 꽤 순도가 높군.”

    -그치? 이게 있으면, 나도 조금 더 클지도 몰라!

    “그런가, 그거 참 다행이로군. 그런데, 그건 또 어디서 났는가?”

    루크가 그 마력결정의 출처에 의문을 품은 순간이었다.

    -마물구역에 계신 관람객님들에게 안내방송 드립니다!

    현재 마물, ‘유니콘’이 탈출했습니다, 가능한 유니콘의 사육장에서 멀어지시고, 안내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유니콘이 사육장에서 탈출을…….

    “마물이 탈출?”

    “유니콘이 탈출했대?”

    “유니콘이 탈출해?”

    가로수에 비치된 스피커로 안내되는 음성에 사람들은 대부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심상치않은 분위기다.

    루크는 이마를 짚었다.

    “파이…….”

    -……응?

    “유니콘에게서 훔쳤군, 그렇지?”

    분명 강력한 마법으로 인챈트된 울타리 형태의 마도구에 실드를 변형시켜 공간을 분리해둔 상태였을텐데, 마력 그 자체인 정령이 들어가기 위해선 울타리의 실드에 손을 대야만 했을 거다.

    그런데, 정령이 이 시대의 클래스마법의 묘리가 담긴 실드를 다시 제대로 칠 수 있을리 없다.

    아마 그대로 놔두고 그냥 돌아온 모양이지.

    -…….

    눈을 피하는 파이.

    이건 확실하군.

    “하아…….”

    ———

    당황하기는 다이튼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갑자기?”

    마물의 탈출? 그게 왜 하필 오늘?

    때문에 예르나와 다이튼, 루크와 디아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장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디아나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오빠, 오빠가 이긴다고 했잖아. 왜 도망가?”

    “나야 괜찮지만, 네가 휘말리면 위험하잖아.”

    “흥, 오빠가 마물이랑 싸우는거 보고싶었는데. 그리고, 어차피 루크언니가 나는 처녀?라고해서 안 다친댔어.”

    “…….”

    그,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니 생각보다 느긋해도 될것 같다.

    그래도 발걸음 속도는 늦추지 않을 거지만.

    다른 마물이 아니라 유니콘이 탈출한 것은 차라리 다행스런 일이려나.

    그렇게 속으로 안도를 하는 순간.

    ‘그럼, 루크는?’

    다이튼은 루크를 내려다보았다.

    왠지 심각한 표정의 루크를 보니, 문득 안좋은 생각이 들었다.

    ‘아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발걸음을 빨리 해야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가.

    ‘아니 잠깐만, 얘가 나보다 세잖아.’

    얘가 어떻든 어차피 루크는 안전하겠다.

    그 순간, 다이튼의 감각에 미묘한 흘렁임이 느껴졌다.

    “예르나, 근처에 유니콘이 위장해있는 것 같은데?”

    “음, 그래?”

    그 말에 예르나도 경계를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루크때문에 제대로 된 감각이 아닌지라, 이런 미세한 반응은 잡아내는 것이 늦어버렸다.

    그러고보니 유니콘은 환상종 중에서도 은신에 탁월한 능력을 갖는다.

    유니콘의 가죽은 군용 광학미채의 재료가 되기도 하니까.

    유니콘이 멸종위기가 된 이유도 그런 이유다. 

    가죽을 얻기 위해서 행한 무분별한 남획.

    “정확한 위치는 알겠어?”

    “감각이 둔해져서 그것까지는 좀…….”

    “여기있군.”

    “응?”

    루크의 말에 다이튼과 예르나가 놀라서 그쪽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루크가 유니콘의 몸 위에 손을 올린 채,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어느틈에?’

    아니, 루크는 마력시를 갖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보이고 있었던건가.

    아니, 잠깐만. 

    그런데, 유니콘은 비처녀가 손을 대면 분명……!

    “야, 너! 네가 그러면 위험……!”

    루크가 그의 말을 끊는다.

    “……하지 않아보이는군, 그렇지 않나.”

    그렇다.

    유니콘이 마치 조아리듯 루크의 앞에 앉아 아주 얌전하게 루크의 손길을 느끼는 중이었다.

    “……뭐야?”

    “루, 너……?”

    당황한 것은 예르나도 마찬가지였다.

    루크가 손을 댔는데도 가만히 있는 유니콘이라니……?

    “…….”

    예르나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그냥 저 유니콘이 순한걸까? 아니면…….

    예르나는 살짝 희망을 품고 다이튼에게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

    “다이튼, 가서 한번 만져봐.”

    “내, 내가?”

    다이튼의 멍청한 표정에, 예르나가 표정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나, 나는 만져봤자 의미가 없을테니까…….”

    “……어, 어?”

    ‘잠깐, 그거 무슨 의미?’

    다이튼의 얼굴도 예르나를 따라서 달아오르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아, 알았어! 나, 나도 만져볼게.”

    “응.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고.”

    “조, 조심해, 오빠!”

    “그래, 알겠어.”

    예르나의 응원을 받으며, 다이튼도 유니콘의 몸 위에 손을 대려 다가가는 순간…….

    히이이잉-!

    “으아, 역시……!”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듯 푸레질까지 하며 경계하는통에 도저히 다가가지도 못할 수준.

    그런데 어떻게 루크는 저렇게 유니콘을 얌전히 길들일 수 있는걸까.

    ‘이건, 그렇지? 그렇게 생각해도 문제가 없는 거겠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건 스스로도 잘 몰랐던 모양이야, 그렇지?

    “정말 다행이다…….”

    예르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주 환하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는 사실은 순수했던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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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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