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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수도에서 돌아온 당일의 저녁.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난 뒤, 나는 침대에 공손히 누운 아가씨를 바라봤다. 양손을 배에 고스란히 모으고 하얀 수면 모자를 쓰고 있는 아가씨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천장에 붙은 야광 별을 세고 있었다.

         

         

       “별이 하나. 둘.. 셋… 배고파졌어.”

         

         

       -끔뻑끔뻑.

         

         

       “빨리 주무세요.”

       “안 자.”

       “시간이 늦었습니다.”

       “안 졸려.”

         

         

       아가씨는 자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 밤은 나를 재우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졸음과 절교를 선언한 아가씨.

         

         

       멍한 눈으로 별을 새고 있던 아가씨는 고개를 돌려 뻘쭘하게 서 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빠아아안히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못생겼어.”

         

         

       괘씸한 아가씨의 인신공격에 나는 아가씨의 하얀 이마를 ‘똑’소리가 날 정도의 미약한 딱밤을 때렸다.

         

         

       ‘으겍’하고 울리는 아가씨의 비명. 만족스러운 반응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나였다.

         

         

       이마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머리가 하나 더 늘은 거 같아!’라고 비명을 지르는 아가씨에게 나는 한숨을 뱉으며 조금 전의 발언에 대한 철회를 요청했다.

         

         

       “저처럼 잘생긴 집사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사과하세요.”

       “많아. 그러니까, 사과 안 해.”

       “허허. 오늘 이마가 유독 넓어 보이는군요. 때릴 곳이 많아서 좋습니다.”

         

         

       나는 아가씨의 눈앞에 딱밤이 장전된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상당히 위협적인 손짓에 눈을 질끈 감은 아가씨는 비명을 질렀다.

         

       

       “흐이이익! 살려줘!”

         

         

       다급하게 이불로 얼굴을 가리는 아가씨의 허둥거리는 모습에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풋…! 착한 집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마십쇼.”

         

         

       어릴 적 아가씨께서 늦게 자려고 하면 키가 요들처럼 작아질 거라는 협박을 해서 재웠지만, 성장판이라는 상품이 10대를 위한 한정판 제품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 아가씨에게 더 이상 성장판을 건 협박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빨리 재우고 싶은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쉬고 싶었고.

       수면의 불균형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나는 노곤한 목소리로 아가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빨리 자라고.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마차에서도 꾸벅꾸벅 조셨으면서.”

       “흠냐… 그거 나 아니야.”

       “제 어깨에 침을 흘리고 주무시던 사람은 누구시고요.”

       “귀신.”

       “계속 장난치면 오늘 꿈에서 처녀 귀신 나옵니다.”

       “히엑.”

         

         

       귀신은 무서운가 본 지, 아가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 위로 튀어나온 얼굴의 윤곽선을 보자, ‘피식’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까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려서 힘들었었는데, 아가씨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열이 조금은 내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는 이불을 빼꼼히 내리며 슬쩍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잠이 안 오는 걸 어떡해.”

       “밤중에 옷장이 천천히 열리면서 귀신이 나와도요?”

       “그건…”

         

         

       아가씨는 땀을 삐질 흘리며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그리고는 배시시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수줍게 말했다.

         

         

       “리카르도가 잡아줄 거잖아.”

       “저도 귀신은 무서워한답니다.”

       “이익… 리카르도 겁쟁이.”

       “푸하하…!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못 잡으면 저랑 같이 주무셔야죠.”

       “그건 싫어. 리카르도 코 골잖아.”

       “귀신보다 낫지 않습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복실 거리는 머리카락이 한올 한올 손가락 마디를 채우자 푹신한 느낌에 자상한 미소가 지어졌다.

         

         

       “으… 나 강아지 아니야.”

       “복슬복슬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이익! 하지마…!”

         

         

       아가씨는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휘둘렀다. 침대 옆에 곰탕이가 자고 있으니까, 곰이나 쓰다듬으라고 말하는 아가씨의 거센 저항이 있음에도 나는 장난스럽게 아가씨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흐에… 모자 괜히 썼어.”

         

         

       아가씨는 침대 아래로 떨어진 수면 모자를 측은한 눈으로 보며 한숨을 뱉었다.

         

       

       “그러니까. 주무셔야죠.”

       “흐음…”

         

         

       아가씨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자는 것을 거부했다. 오랜만에 식곤증이 찾아오지 않아서 기분이 좋은 모양.

         

         

       “안 졸려. 하루 종일 깨어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끔찍한 소리는 삼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왜?”

       “연장근무는 사회의 악이니까요.”

       “…”

         

         

       입술을 삐쭉 내민 아가씨는 투덜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얼굴을 보는 게 연장근무야?”

         

         

       악녀답게 뻔뻔한 말을 뱉는 아가씨.

         

       하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기에 입을 꾹 다무는 나였다.

         

         

       아가씨가 예쁜 건 사실이니까.

         

         

       콩깍지가 씌인 것을 빼더라도 아가씨는 엄청난 미인이었으니까. 품격있는 미모도 그렇고 보물 주머니가 아가씨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으니. 자기 입으로 저런 뻔뻔한 소리를 하는 것이 재수가 없었지만, 당연한 말을 하는 거라서 수긍됐다.

         

         

       하지만.

         

         

       “저도 잘생겼답니다. 얼굴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요.”

       “풉.”

       “뭡니까. 기분 나쁜 그 웃음은.”

         

         

       아가씨는 악녀다운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호호’거리며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을 뜨는 아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카르도.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아.”

       “그런 고급진 어휘는 어디서 배워오셨습니까.”

       “‘아버님 이러시면 안 돼요!’에서 함락된 며느리가 버림받은 시어머니한테 이렇게 말했었어.”

       “…?”

       “왜? 건전한 철학책이잖아.”

       “…?”

         

         

       올해 생일사건 이후, 철저하게 검열을 했었는데, 아직까지 불건전한 내용이 남아있는 애독서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가씨의 침대 옆 탁상에 있는 금서를 꺼내 들었다.

         

         

       “이건 압수입니다.”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아가씨는 손을 활짝 펼치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내 스승님이란 말이야!”

       “이런 요망한 스승은 없어도 됩니다.”

       “이이익… 줬다 뺏는 건 세상에서 제일 나쁘다고 그랬어.”

       “그 말도 이 책에서 배웠습니까?”

       “응.”

       “오케이. 소각.”

         

         

       아가씨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시무룩한 한숨을 뱉었다.

         

         

       “태우지 마…. 소중한 거란 말이야.”

       “다른 책도 있지 않습니까.”

       “리카르도가 준 책이잖아.”

         

         

       와… 저건 반칙이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아가씨의 달콤한 속삭임에 그만 입가에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아니… 하.”

         

         

       안 그래도 감기 기운 때문에 열이 나는 것 같았는데, 아가씨의 수줍은 고백을 들은 지금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화끈거렸다. 전생에서 ‘하와와….’ 거리는 한숨이 생각나는 지금.

         

         

       나는 입꼬리를 주체못하고 바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대신에 지금 주무시는 겁니다.”

       “웅.”

       “약속하세요.”

       “약속할게.”

         

         

       약속과 동시에 눈을 질끈 감고 누워버리는 아가씨는 삐지기라도 한 듯이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

         

         

       “화나셨습니까?”

       “몰라.”

       “삐지지 마세요. 저도 삐지는 건 잘합니다.”

       “흥!”

         

         

       삐졌다는 것을 동네방네 소문낼 모양인지, 기세등등하게 ‘흥흥’거리는 아가씨의 틀어진 모습에 나는 아가씨의 아쉬운 마음을 풀어주고자, 살며시 침대 옆에 앉아서 작게 속삭였다.

         

         

       “내일은 저택 구경을 시켜드리겠습니다.”

       “나 삐졌어.”

       “리모델링 된 저택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아가씨께서 좋아하실 만한 것들을 모아놓은 방도 만들었습니다.”

       “뭔데?”

         

         

       나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비밀.”

       “으…”

       “지금 안 주무시면 일주일 뒤에 구경시켜드릴 겁니다.”

       “비겁해.”

       “원래 못생긴 사람은 비겁한 법이랍니다.”

       “이이… 그건 맞으니까. 용서해줄게.”

         

         

       이제야 대화할 마음이 생긴 아가씨의 호기심 어린 표정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어내렷다.

         

         

       “그럼 저는 퇴근해보겠습니다.”

       “응. 잘 가.”

       “좋은 꿈 꾸세요. 아가씨.”

         

         

       ‘읏샤’하는 기합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덥석.

         

         

       갑자기 소매를 잡은 아가씨의 손길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리카르도.”

       “네?”

         

         

       아가씨는 이불로 반쯤 눈을 가린 상태로 내게 말했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네?”

       “얼굴이 엄청나게 빨게.”

         

         

       나는 화끈거리는 볼을 만지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가씨를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장난스러운 대꾸에 웃음을 지은 아가씨는 다시 한번 내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진짜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눈이 조금 아픈 것 같습니다.”

       “왜?”

       “아가씨의 후광이 너무 빛나서 말이죠.”

       “히힛…”

         

         

       아가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줬다.

         

         

       “아프면 안 돼.”

       “저는 아가씨처럼 편식을 안 해서 항상 건강하답니다.”

       “이이익!”

       “좋은 꿈 꾸세요.”

         

         

       방의 불을 끄고 난 뒤, 나는 화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방으로 걸어갔다.

         

         

       “어지럽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터덜터덜 힘겨운 발걸음을 움직였다.

         

         

       ***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았을 때.

         

         

       올리비아는 오늘도 어김없이 허공을 향해 기상나팔을 불었다. 옆방에서 자고 있을 리카르도가 빨리 찾아오라는 바람을 담아서.

         

         

       그리고 오늘 아침 메뉴가 궁금한 자신의 호기심을 빨리 채워주길 바라는 바람을 담아서.

         

         

       올리비아는 아침의 햇살을 맞이하는 동시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저택의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공습경보!!!

         

         

       벙벙하게 저택을 울리는 올리비아의 목소리.

         

         

       이제 1분 정도 참으면 리카르도가 방문을 열어주겠지.

         

         

       올리비아는 움찔거리는 입꼬리를 숨기며 방문을 바라봤다.

         

         

       ‘언제 오지…?’

         

         

       1분이 지나도.

       3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당황한 올리비아는 중얼거렸다.

         

         

       “얼레?”

         

         

       올리비아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추신)
    이번 파트는 너무 어둡지 않을 겁니다!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닷!

    [후원 감사]
    에르시얀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피폐랑 작가가 맛있다고 해주시다니!
    이 요정 더욱 맛있는 요정이 되기 위해, 그리고 맛있는 피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압도적인 감사를 올려드리며!

    가끔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 도움을 주는 요정 꼬인 이어폰 줄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연달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에에엑!
    두 차례나 요정에게 사랑을 표현해준 독자님…!
    이 요정 요즘 늦게 연재하는 일이 있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워지는 날씨를 대비하며 때로는 미끄러운 인생의 비탈길을 오르기 위한 동반자의 요정! 복주모니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SUNHYUK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너무 재미있다는 극찬을 해주시다니!
    이 요정 요즘 번아웃이라는 괴물이 찾아오고 있어 심란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독자님들이 있어서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의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열정의 요정! 열정국밥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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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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