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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시간이 흐르고 다음 날.

         

       드디어 중간점검의 날이 찾아왔다.

         

       사실 중간점검은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트레이너들에게도 상당히 신경 쓰이는 행사였다.

         

       중간점검 때만 되면 참가자들을 심사하는 트레이너들의 분량이 확 올라갔으니까.

         

       특히 극적인 그림을 원하는 제작진들은 중간점검 때마다 트레이너들에게 참가자들을 더욱 모질게 대할 것은 요구했기에 트레이너들은 중간점검이 더욱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간점검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즐기며 기대하는 이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바로….

         

       “흐흥~.”

         

       …한시우였다.

         

       한시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잠시 뒤 있을 중간점검에 갈 준비를 마쳤다.

         

       그가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중간점검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의 중간점검 담당이 바로 하예린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예린의 이번 상대는 무려 유 설이다.

         

       여러모로 객관적인 지표로 봤을 때 아직까지 하예린은 유 설에게 밀린다.

         

       하지만 하예린은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일을 눈앞에 둘 때마다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며 그를 놀라게 하곤 했다.

         

       ‘이번에 예린 양은 또 어떻게 나를 놀라게 할까?’

         

       그렇게 한시우는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방을 나섰다.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저아먈로요.”

         

       그의 방 앞에서는 담당 VJ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러면 출발해 보실까요?”

         

       “아…, 저 잠시….”

         

       얼른 하예린을 보고 싶은 한시우가 서둘러 출발하자 하니 VJ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혹시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는 없을까요?”

         

       “아, 혹시 카메라에 무슨 문제라도…?”

         

       “…아뇨, 그게 아니라 신PD님이 한시우님에게 긴밀히 할 말이 있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아, 신PD님이요.”

         

       신PD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시우가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지금은 나아아 흥행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나 다름없지만…, 사실 한시우는 신PD같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이돌 출신인 한시우 입장에서 아이돌 연습생들을 땔감으로 삼는 신PD가 좋아 보일 리 없었다.

         

       하지만 한시우는 일적인 부분 빼고 사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신PD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나아아 안에서는 신PD가 한시우보다 위였기에 한시우는 지금 당장 하예린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신PD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린 지 몇 분 되지 않아 신PD가 등장했다.

         

       “아이고 시우 씨.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아뇨, 몇 분 안 기다렸습니다. 그것보다 하실 말이 무엇인지?”

         

       “아, 그게 말이죠…. 시우 씨랑 단둘이 얘기하게 자네 잠시 빠져줘.”

         

       “아, 넵.”

         

       VJ를 떨어뜨려 놓는 신PD의 모습에 한시우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 별 이야기 아니긴 한데…, 시우 씨 지금 하예린, 유 설 중간점검하러 가시죠?”

         

       “네, 맞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댓글 중에서 시우 씨가 하예린한테만 너무 편애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많아서요.”

         

       “아….”

         

       한시우도 가끔씩 나아아 속 분량을 모니터링하면서 자신을 향한 댓글들을 체크한다.

         

       하예린을 편애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은…, 분명히 있었다.

         

       “…저는 편애가 아니라 그냥 예린 양이 잘해서 그런 건데.”

         

       “그…, 호칭 문제도 말입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유 설 참가자, 서유진 참가자 이렇게 부르면서 하예린만 예린 양이라고 부르시는 거 혹시 아십니까?”

         

       “…….”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

         

       딱히 차별을 하기 위해 호칭을 다르게 부르는 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샌가부터 한시우는 하예린만 예린 양이라는 특별한 호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시우가 아무런 말없이 표정을 굳히고 있으니 신PD가 머뭇거리면서 한시우에게 물었다.

         

       “저…, 시우 씨.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으세요. 혹시….”

         

       “……?”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하려고 하기에 신PD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걸까.

         

       그리고 이내 신PD가 한시우에게 한 질문은 지금껏 탑아이돌로 살면서 그가 받은 질문 중 가장 황당한 것이었다.

         

       “하예린…, 그니까 시우 씨는 하예린 참가자를 좋아하십니까?”

         

       “……물론 좋아하는 참가자긴 합니다. 그런데 혹시 지금 질문하신 의도가…?”

         

       “예, 그 혹시 참가자로서가 아니라 연애 대상으로서 좋아하시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늘 냉철한 이성을 중요시하는 한시우가 그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흥분하며 소리쳤다.

         

       “다, 다, 당연히 참가자로서 좋아하는 겁니다! 여, 연애 대상은 무슨…!!”

         

       “알고 있습니다. 저도 혹시 해서 물어본 거였으니 일단 진정을….”

         

       “애, 애초에 저희 나이 차이가 얼만지 아십니까?! 예린 양이 19살이고 제가 올해 33살입니다! 14살 차이라고요! 14살 차이!”

         

       “확실히 14살 차이면 양심 없는 도둑놈이긴 하죠.”

         

       “…….”

         

       …그래도 양심 없는 도둑놈은 말이 좀 심한 것 아닌가?

         

       한시우는 왠지 모를 울컥함에 신PD를 노려봤지만 그런 시선을 못 느낀 건지 신PD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시우 씨의 마음을 확실히 알겠습니다. 단순히 참가자로서 하예린을 좋아하셨다는 거죠?”

         

       “……예, 맞습니다.”

         

       “그래도 지금 말이 나오기 시작하니 조금 주의를 해주세요. 말 나온 김에 이번 중간점검에서 조금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하예린에게 차가운 태도로 대하라니….

         

       내키지 않았지만 제작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한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괜히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예.”

         

       한시우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중간점검을 하러 하예린과 유 설의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신PD는 그런 한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애매하다.’

         

       한시우가 하예린을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그게 재능 있는 아이돌 후배를 보는 눈인지 아니면 좋아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눈인지 모르겠다.

         

       ‘에이 그래도 한시우가 도둑놈 새끼도 아니고 서른 넘은 아저씨가 설마 아직 성인도 안 된 애를 좋아하겠어.’

         

       신PD는 한시우가 하예린을 그냥 후배 아이돌로서 좋아하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신PD가 한시우의 속마음을 파악하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제 곧…, 하예린을 MS기획에 넘기기 위한 절차를 밟을 생각이었으니까.

         

       MS기획은 대기업이지만 소속 연예인을 혹독하게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MS기획 안 대표의 문란한 사생활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한시우는 이 바닥에서 굉장히 파워가 세다. 그런 한시우가…, 하예린이 MS기획에 팔려가는걸 그냥 지켜보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일처리 해야겠네….’

         

       그렇게 신PD는 속으로 음습한 계략들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

         

         

         

       ‘예린 양한테 차갑게 대하기 싫은데….’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데 어떻게 차갑게 대하겠는가.

         

       이에 한시우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냉정한 표정을 연기하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프로그램을 꾸미고 다듬어서 대중들에게 보이는 것은 제작진들이니까.

         

       그런 제작진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존중하는 것이 한시우 본인의 철칙이었기 때문이었다.

         

       “…준비는 다 마쳤나요?”

         

       “한시우 프로듀서님…!”

         

       “…넵, 다 마쳤습니다.”

         

       “…그러면 얼른 보여주시죠.”

         

       한시우는 하예린과 유 설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표정, 말투와 함께 본인의 자리에 앉았다.

         

       한 참가자를 향한 편애.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독이었다.

         

       대중들이 한시우가 하예린을 편애한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프로그램에게도 하예린에게도 한시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이에 한시우는 이번 중간점검에서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하예린을 향해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뭘 꾸물거리세요? 프로듀서를 기다리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니면 준비가 덜 된 건가요?”

         

       “아, 아뇨! 아닙니다.”

         

       평소 다정하던 한시우가 시작 전부터 싸늘하게 나오자 하예린과 유 설이 당황하며 빠르게 무대를 준비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잠깐.”

         

       “…예?”

         

       “…예린 양. 지금 당장 연습실 끝까지 한 번 걸어갔다가 여기로 와 보세요.”

         

       “…? 아, 네.”

         

       갑작스런 요구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하예린은 그의 말대로 연습실 끝으로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확신을 얻은 한시우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평소보다 걸음걸이가 미세하게 굼뜹니다. 혹시 발목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 평상시 걸음걸이를 어떻게.”

         

       “어서요.”

         

       “…….”

         

       한시우의 단호한 말에 하예린이 입술을 꾹 물고 그녀의 바짓단을 조금 올렸다.

         

       그러자 심하지는 않지만 조금 부어 있는 그녀의 발목이 드러났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것을 보자마자 터져 나오는 걱정에 한시우는 차갑게 대하기로 한 것도 잊고 하예린의 발치에 무릎 꿇고 발목을 면밀히 살폈다.

         

       “발목이 부었잖아요…! 접지르기라도 한 겁니까?”

         

       “…하하, 네. 그렇게 됐어요.”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하…, 이걸 어찌해야….”

         

       물론 심각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관절은 댄서들에게 생명이다.

         

       하필이면 중요한 경연을 앞두고 다친 하예린의 모습에 한시우는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제가 내일까지 몸에 아주 잘 듣는 약과 파스를 구해다 드릴 테니 앞으로 매일 바르고 붙이세요.”

         

       “그럴 필요까지는….”

         

       “꼭 그렇게 하세요. 제가 매일 검사할 겁니다.”

         

       “네에….”

         

       한시우의 거듭된 강요에 하예린이 얼떨떨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한시우는 하예린을 차갑게 대하겠다던 자신의 태도가 벌써 허물어진 것을 느꼈다.

         

       이에 당황한 그는….

         

       “…나중에 작가님들한테 얘기해서 이 장면은 꼭 잘라달라고 해주십쇼.”

         

       “넵.”

         

       VJ에게 추후 편집을 정중하게 부탁하고 다시 차가운 표정을 연기하며 자리에 앉았다.

         

       “몸 관리도 실력입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다친 점은 확실히 실망스럽군요.”

         

       “……?”

         

       “…준비 마쳤으면 얼른 시작해주세요.”

         

       “…아, 넵.”

         

       하예린과 유 설은 시시각각 바뀌는 한시우의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빠르게 무대 준비를 마쳤다.

         

       그 사이 한시우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무조건 차갑게 간다. 잘해도 잘했다 말하지 말고 무조건 실망스럽다 먼저 말하는 거야.’

         

       아이돌 선후배 사이에서는 냉철하다, 냉혹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한시우였다.

         

       그리고 이번에 한시우는…, 자신의 그런 냉혹한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 줄 생각이었다.

         

       ‘미안합니다, 예린 양. 제 냉철한 심사평을 듣고 울어 버릴 지도 몰라요.’

         

       그렇게 한시우가 독한 마음을 품은 것과 동시에 곡이 시작되고….

         

       ♪♬♬-!!

         

       “푸핫!”

         

       …익숙한 인트로가 흐르자 한시우는 1초 만에 무장해제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Young boy story – 시우&태영]

         

       지금 이 곡…, 한시우가 유닛 활동 시절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불렀던 노래였다.

         

       그리고 하예린은 현역 시절 한시우의 포지션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이 최애하고 가장 기대하는 후배가 자신의 현역 시절 무대를 그대로 따라한다.

         

       이것은 아무리 마음의 벽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아도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소설 속 유 설과 이름이 같으셔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게 운명이 아닌가 싶네요, 하하.

    지금 당장 연참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12시간 뒤에 한 편이 더 올라갑니다!

    12시간 후에 올라갈 화에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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