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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폴리모프.

       

       드래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능력 중 하나다. 

       

       흔히 거대한 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걸 가리켜 폴리모프라고 하는데, 사실 폴리모프 자체는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변신 마법인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와 뭐가 다른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폴리모프가 다른 변신 마법이랑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육체의 본질 자체까지 바뀐다는 점이지.’

       

       다른 변신 마법은 눈에 보이는 모습을 일시적으로 변형시켜 보일 수는 있어도, 대상의 본질까지 바꿀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옆집 강아지가 어쩌다 변신 마법을 습득해서 근육질의 메가 보어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 봤자 몸통 박치기로 벽돌 하나 부수기 힘들 것이다. 본질은 여전히 강아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폴리모프 능력은 마치 처음부터 그 변신한 대상이었던 것처럼, 육체를 구성하는 본질마저 자연스럽게 변형시킨다. 

       

       물론 그만큼 변신하려는 대상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겠지만, 제대로 성공만 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변신을 할 수 있는 것이 폴리모프다. 

       

       ‘게다가 폴리모프는 드래곤 고유 능력 같은 거라 마나도 따로 안 들지.’

       

       메타모포시스를 포함한 변신 관련 마법들의 공통점은 전부 변신 및 유지에 엄청난 마나가 소모된다는 것. 

       

       심지어 기존 모습과 변신한 모습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마나는 더 많이 소모된다. 

       

       게다가 이미 마법을 쓰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변신을 한 상태에서 따로 마법을 쓰는 건 더블 캐스팅 능력을 필요로 하고, 당연히 그만큼 위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폴리모프는 그럴 걱정이 없다는 거지.’

       

       아르가 만약 폴리모프를 성공하기만 한다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편하게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차하면 작은 버전의 아르로 폴리모프를 해서 와이번인 척을 할 수도 있을 거고.

       

       ‘어쨌거나 난 용병 길드에 테이머로 기록이 되어 있으니까 말이지.’

       

       혹시 누군가가 테이머인데 사역마는 어디 갔어요? 하면 아르가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면 되는 거다. 

       

       어쨌든, 아르가 폴리모프를 할 수만 있다면 내가 하는 걱정의 많은 부분이 단번에 쑥 해소가 될 터. 

       

       지금까지 아르랑 단 둘이 있을 때 폴리모프란 걸 알려주고 시도해 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항상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이제 외모는 미니 망X뇽 수준까지 올라왔고, 비행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으니 드래곤의 고유 능력인 폴리모프도 쓸 수 있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폴리모쁘? 저번에 레온이 알려 줘떤 변신하는 거 말하는 고야?”

       “응. 이제는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르가 인간 모습으로 변하면 이제 밖에서 나랑 실비아 씨랑 아르랑 다닐 때 단란한 가족으로 볼 거고, 더 이상 모습을 숨길 필요도 전혀 없어질 거야.”

       

       아르는 가족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가족! 레온이랑 온니랑 아르랑 가족 되는 고야?”

       “그렇지.”

       “그럼 레온이랑 온니랑 드디어 겨론하는 고야?”

       “…그게 그렇게 되니?”

       “일단 아르 해 보께! 왠지 할 수 이쓸 거 가타!”

       

       아르는 딱히 근거는 없는 자신감을 뿜어내며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눈을 꼭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뀨웅….”

       

       집중을 넘어 용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너무 무리하진 않아도 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자마자, 아르의 몸에서 빛이 났다. 

       

       천 년의 힘을 사용해 커졌던 때와는 조금 다른, 따뜻한 느낌의 빛이 아르를 감쌌고.

       

       “와아….”

       

       잠시 후, 아르가 눈을 떴을 때.

       

       “아르야…!”

       

       아르는 눈처럼 부드러운 은발과 보석을 박아 놓은 것 같은 붉은 눈동자를 가진 여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레온…! 아르 성공했어!”

       

       아르가 감동 받은 얼굴로 외치자, 나도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그래! 아르야! 일단 옷부터 입자!”

       

       ***

       

       아르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실내복을 입었다. 

       

       VVIP실답게 사이즈별, 색상별로 이미 실내복이 쫘르륵 구비되어 있었기에 사이즈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때, 레온? 아르 이뻐?”

       

       실비아의 지도로 실내복을 입은 아르는 맨발로 도도도 뛰어와 내 앞에 서서 빙글 돌아 보였다. 

       

       “응, 아주 귀엽고 예뻐.”

       “헤헤헤…. 레온 좋아!”

       

       아르는 드래곤일 때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달려와 폴싹 안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몸통에 팔을 두르며 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

       짧뚱했던 팔이 이제는 여리여리한 아이의 길쭉한 팔로 변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인체 구조가 완전히 인간이 되어서인지 발음도 이제는 꽤나 정확했다. 

       

       이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젊은 아빠한테 안긴 딸아이처럼 보일 것이다. 

       

       “부녀지간이 보기 좋네요. 후후.”

       

       나에게 안긴 아르를 보며 실비아도 미소를 지었다. 

       

       “부녀지간?”

       

       실비아의 말에 아르는 돌아서서 내 무릎에 앉으며 물었다. 

       

       “응. 아르야. 레온 씨한테 아빠, 한번 해 볼래? 사람들 앞에서 가족으로 보이려면 앞으로 아빠라고 부르는 게 좋거든.”

       “응!”

       

       아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한 뒤,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넋을 잃었다.

       

       ‘이게…. 귀여운 딸을 가진 아빠의 시점?’

       

       가끔 TV프로그램이나 인터넷에서 딸바보인 아버지를 보거나 딸바보 아빠 썰을 들을 때마다 ‘저럴 정도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 같아도 이런 예쁘고 귀여운 딸래미가 어디서 굴러먹다 온 뼉다구인지도 모를 양아치 남자애를 데려오면 바로 샷건을 들 것이다.

       

       “푸흡.”

       

       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있자, 실비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르는 아빠라는 단어가 입에 착착 붙는지, 몇 번 더 말하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실비아에게 달려가 안기며 말했다. 

       

       “엄마!”

       “어, 엄마?!”

       “우응! 레온이 아빠면, 실비아 온니는 엄마야!”

       

       하지만 막상 자신도 엄마라는 소리를 들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운 듯, 실비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헤헤, 엄마!”

       

       하지만 곧 실비아도 익숙해진 듯,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은 쑥스럽고 반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 우리 아르.”

       

       실비아는 아르를 안아 주며, 품이 허전해진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아르가 폴리모프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 놓고 외출도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쵸, 여보?”

       

       여, 여보…?!

       

       ***

       

       “그, 그래요. 여…보.”

       “좀 더 자연스럽게 해야죠. 지금은 누가 봐도 억지로 한 거잖아요. 다른 사람이 보면 의심한다니까요?”

       “의심까지 할까요…?”

       “그럼요. 이미 열 살은 넘어 보이는 딸이 있는데 여보라는 칭호가 어색하면 수상하게 보이지 않겠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크, 크흠. 알았어요, 여보.”

       “좋아요! 바로 그거예요.”

       

       다행히 이로써 우리의 외출 문제는 해결됐다. 

       

       만약 아르가 폴리모프를 하는 데에 실패했다면, 최악의 경우 우리는 간단한 외출을 할 때에는 아르를 두고 갔다 와야 할 수도 있었다. 

       

       혼자 남은 아르가 얼마나 외로워할지 생각하면 못 할 짓이었다. 

       

       ‘그리고 멀리 갈 때에는 더 크고 숨 막히는 가방에 넣어서 숨겨야 했겠지. 그렇게 하기엔 아르가 너무 불쌍하잖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되어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럼 이제 제 계획을 마저 설명하면….”

       

       나는 아르 변신 전에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기 위해 가방에서 레드 드래곤의 유물인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꺼냈다. 

       

       “이거 기억나시죠?”

       “아르가 찾은 팔찌!”

       “그래, 아르가 찾은 거. 음, 여기 보시면 문양이 있는데 이게 레드 드래곤을 상징하는 문양이라….”

       

       나는 아마 헤카르테교 놈들이 이걸 찾으려 했던 건, 이걸 이용해서 인간과 드래곤을 대립 관계에 놓이게 만들려는 속셈이었을 거라고 설명했다. 

       

       “오호….”

       “오호!”

       

       아르가 실비아를 따라했다. 

       

       “레온 씨.”

       “네?”

       

       실비아는 손을 들며 질문했다.

       

       “근데 이번에도 궁금한 게 있는데…. 레온 씨는 그걸 어떻게 아신 거예요?”

       

       이런. 내가 이건 설명을 안 했었구나.

       

       ***

       

       나는 결국 내가 원래 다른 세계 사람이었으며, 어쩌다 보니 이 세계에 대한 것을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실비아도 자신의 비밀을 이미 다 털어 놓은 만큼, 이제는 얘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페룬 대륙이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에서 오셨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마계처럼?”

       “다른 차원이라….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마계보다도 멀지 않을까요.”

       “마계보다도 먼 곳이라…. 상상이 잘 안 가네요.”

       “레온 대단해! 다른 차원에서 왔어!”

       

       아르는 눈을 빛내며 내 이야기에 몰입했다. 

       

       “뭐, 아무튼 저도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에요. 그땐 마왕이 바할라크밖에 없는 줄 알았으니까요. 지금은 계속 적응하고, 새로 얻은 정보를 통해 앞으로의 일을 짐작하면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죠.”

       “그렇군요….”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걸 다 털어놓고 나니 발가벗겨진 기분이라, 나는 얼른 화제를 다시 돌렸다. 

       

       “헤카르테교는 곧 유물을 다른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걸 눈치챌 거예요. 아마 이걸 레드 드래곤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헤카르테교는 그대로 레드 드래곤에게 가서 인간이 유물을 도굴해 갔다며 이간질을 하려 하겠죠. 저희는 그전에 이걸 돌려줘야 해요.”

       “그래서 정보 길드 얘기를 꺼내신 거였군요. 레어의 위치를 알아내야 하니까요.”

       “네. 물론 정보 길드에서 레어의 위치를 알고 있진 않겠지만, 단서를 찾을 수는 있을 거예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자 실비아도 일어났고.

       

       “엄마 아빠랑 단서 찾으러 간다!”

       

       자연스럽게 아르도 일어나며 외쳤다. 

       아르가 입은 실내복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며 실비아가 말했다. 

       

       “일단 아르 옷부터 사 입혀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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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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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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