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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 ***

         

       여일예는 호천안의 말을 떠올렸다.

         

       [개명부는 황금선이나 유지경과는 다릅니다. 황금선이나 유지경이나 힘의 근간이 사천성에 있으니 도망쳐 봐야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개명부의 힘은 본신의 무공에서 나옵니다. 잠봉문을 버리더라도 본인만 무사하면 어디에서든지 재기할 수 있겠죠.]

         

       여일예는 개명부의 뒤를 쫒으며 생각했다. 이미 사천성을 벗어나 한참을 달리는 중. 그럼에도 뒤 한번 돌아보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건 도망이라기보다는…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뭐 그쪽은 굳이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유인인가.”

         

       여일예는 천천히 경공을 늦추었다. 개명부가 검을 뽑아들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황금선의 계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십오 년 전. 무력한 어린 계집 하나 잡아내지 못한 자의 계획을 어찌 믿을까.”

         

       여일예 역시 말없이 검을 뽑았다.

         

       “점창파의 보복만 없다면 너 따위 어린 계집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었다. 초절정에 올랐다고 세상에 네 것이라고 되는 줄 알았나? 네가 지금 믿고 설치는 그 경지를 이룩한지도 벌써 십 년이나 지났다.”

         

       개명부의 말을 한귀로 흘리며 여일예는 생각을 이어갔다.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고작해야 산적 두령 따위를 잡았다고 이 개명부마저 이길 수 있다 여기는 그 오만 오늘 이 자리에서….”

         

       “혓바닥이 길구나.”

         

       개명부의 말에 단서가 있었다.

         

       “네 말대로 나는 작은 어린 계집에 불과했지. 그런 어린 계집에게 질까 겁이라도 집어먹었느냐.”

         

       “네이년!”

         

       딱히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무공에 저리 자부심이 있다면 그걸 산산이 부수어 주면 될 일이었다.

         

       노호성을 터트리며 거리를 좁혀오는 개명부를 보며 여일예는 생각했다. 확실히 개명부는 초절정 말미에 달한 사람이었다. 점창파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준수한 문파에서 준수한 무공을 오래 동안 익힌 자.

         

       안정된 보법. 묵직함을 풍기는 경력. 그리고 검에 형성된 검강의 밀도까지.

         

       여일예가 상대한 이들 중 가장 강적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자.

         

       그럼에도 여일예는 평온한 자신의 내면을 관조했다. 인생 최대 난적을 맞이했음에도 그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군.’

         

       그로 인해 여일예는 확신을 얻었다.

         

       ‘내가 더 강해.’

         

       쿠웅.

         

       여일예의 전신에서 내공이 방출되며 흙먼지가 일었다. 한 순간 방출되는가 싶었던 내공은 단번에 검에 수렴되었다.

         

       개명부는 안색을 굳혔다. 내공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이건 숫제 괴물이 아닌가. 여력을 남긴 공격을 뻗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검에 더욱더 내공을 더했다.

         

       이 먼 거리에서부터 전신의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의 경력.

         

       개명부는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어느 때보다 교활하게 눈을 빛냈다.

         

       ‘상성은 이쪽이 위다.’

         

       분노하여 이성을 잃은 척 공격하러 들어가는 척을 하고 있지만 개명부는 처음부터 사일검법을 받아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대를 짓누르고 움직일 수 없도록 봉하는 것이 잠봉문의 검식. 강맹한 위력만큼이나 그 일격이 먹혀들지 않았을 때 빈틈이 크게 드러나는 사일검법을 봉쇄하기에 딱이다.

         

       무시무시한 내공과 그로 인해 몰아치는 경력을 피부로 맛보고 있자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여일예가 사일검법의 기수식을 취하는 것을 보며 개명부는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노려야 하는 것은 찰나. 그야말로 단 한순간에 찔러 들어올 사일검법의 찌르기를 피하고 그 검을 옭아매야 한다.

         

       거리는 10장.

         

       초절정이 마음만 먹는다면 단 한호흡에 좁힐 수 있는 거리에 개명부는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렸다.

         

       9장. 8장. 7장.

         

       여일예의 내공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가슴 앞에 수평으로 놓여진 검이 언제 사출될 것인가.

         

       5장.

         

       화아아악!

         

       돌풍이 불었다. 여일예가 응축한 내공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증거. 개명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린 나이 치고는 내공 운용이 상당하긴 하지만 아무리 운용이 좋아도 지닌 바 내공이 너무나 막대하다.

       

       막대한 내공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 징조가 뚜렷이 드러난다.

         

       개명부는 사일검법이 온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내공수발이 뛰어나도 이렇게 응축된 내공을 발산하지 않는다면 여일예의 오장육부가 뒤틀릴 일이었다.

         

       3장.

         

       초절정 고수들 사이에서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만큼이나 가까운 거리. 개명부는 발을 멈추고 먼저 초식을 전개했다.

         

       검극만개(劍蕀滿開).

         

       개명부의 검이 그림자를 그리고 그 그림자를 타고 가시와 같은 강기가 공간을 점유한다. 성긴 가시나무가 얇은 몸으로도 사람의 출입을 불허하듯 공간에 뿌려진 강기가 침입자를 휘감고 붙잡아 쓰러트리는 초식.

         

       초식을 완벽하게 펼친 개명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여일예의 내공이 막대하더라도, 사일검법이 신공절학이라고 할지라도 이 검극만개에 휘말려들어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명부는 보았다.

         

       여일예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모습을.

         

       커지는 개명부의 눈을 응시하며 여일예는 생각했다. 어떻게 강호일절이라 불리우는 사일검법이 단 하나의 단면만을 가질 수 있겠는가.

         

       후예는 태양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떨어뜨렸다.

         

       사일검법. 제팔초. 낙성(落星).

         

       여일예의 검은 별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혹여나 막여부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일말의 승산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개명부는 이를 아득 깨물었다. 지금의 그는 전신으로 낙성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박살낼 수 있는 강기와 경력을 품은 검이 자신을 통째로 짓누르고 있었다.

         

       여일예는 일그러지는 개명부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수가 틀렸기에 졌다 여기는 것일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점창파의 화살은 고작해야 이딴 가시나무 따위 앞에서 막히지 않는다.

         

       찔리고 상처입었을지 모르나 결코 막히는 일 없이 모든 것을 뚫고 나아갔을 것이다.

         

       빠드드드득!!

         

       개명부가 만든 가시나무 강기들이 맥없이 부러진다. 검은 붙잡을 수 있었던 초식일지는 모르나 세상 모든 것을 뭉갤 기세로 떨어지는 별은 막을 수 없었기에.

         

       촤아악!

         

       그 별의 궤적은 그대로 개명부의 오른팔을 잘랐다.

         

       “내 검술을 보여 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것이 경력에 휩쓸려 의식을 잃기 전 개명부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 ***

         

       영지후열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낭인객잔으로 돌아왔다.

         

       제법 긴 하루였다.

         

       동일한 경지의 무인과 합을 주고 받은 뒤에는 잠봉문 수색에까지 동원되었으니까.

         

       잠봉문도들을 모두 제압한 후 낭인들은 잠봉문을 이 잡듯이 뒤지며 여러 증거들을 모았다.

         

       영지후열은 잠봉문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사연이 탕수문의 생존자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문주의 방 비밀금고에서 개명부가 구악검 독영찬과 월야도 야적을 고용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비리를 긁어모아 문파를 고발한 준비를 했던 개명부나 십오 년 전 개명부가 벌였던 일의 물증을 쥐고 있던 장문이나..

         

       “음…?”

         

       영지후열은 문을 열자 바닥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가 문 아래 틈새로 밀어 넣는 듯한 편지.

         

       누구일까.

         

       영지후열은 말없이 봉투를 찢고 그 내용물을 읽었다. 편지를 모두 읽은 영지후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마무리를 지을 때인가.”

         

       영지후열은 잠시 벗었던 흑립을 다시 머리에 올렸다.

         

       *** ***

         

       “협조 고맙소.”

         

       “흐하하하! 황금선! 네놈의 몰락도 머지 않았구나. 으하하하하!”

         

       여일예는 오른팔이 잘려나간 개명부를 데리고 돌아왔다. 의식을 회복하고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개명부는 미쳐버린 듯했다.

         

       뭐 개명부의 재기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지. 왼 손이 잘린 것도 아니고 오른손이 잘린 것은 무인으로서의 생명이 잘린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증오에 삼켜져 버린 모양.

         

       여가산장의 혈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범인들은 물론이고 잠봉문의 비사. 그리고 그 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들의 약점까지. 개명부는 자신의 머릿속에 담긴 모든 지식을 풀어내며 본인이 아는 모든 사람들이 파멸해버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무튼 개명부의 악의는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증거들은 하나같이 결정적인 것들이었다.

         

       여가산장의 일. 잠봉문이 저지른 일. 그 외에 일어났는지도 모를 수많은 악행에 대한 증거가 개명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황금선과 개명부가 저지른 악행들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개명부의 증언을 받아 적기 위한 종이가 부족할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지.

         

       나와 함께 내용을 정리했던 혁기린은 당장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안색이었다.

         

       개명부는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이몸 호천안도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악의를 여과 없이 뿜어냈고 그런 악의에 내성이 없었던 혁기린은 정신적으로 꽤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나는 혁기린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괜찮습니다. 다 끝났어요”

         

       “…어째서일까요.”

         

       혁기린은 창백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어째서…저들은 저런 식으로 살아가는 걸까요. 본인의 상처는 저렇게 아파하면서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입히고, 그걸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걸까요.”

         

       “세상에는 저런 자들도 있는 법입니다.”

         

       나는 담담히 말했다. 세상에는 온갖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개명부 같은 놈들도 존재하는 법이었다.

         

       “…호 낭인께서는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하하,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요. 그렇지만 털어내 버렸습니다.”

         

       혁기린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야, 저 녀석은 이제 죗값을 치를 일만이 남았으니까요. 불쾌함에 잡혀 있어봐야 저만 손해지요.”

         

       “…맞는 말입니다. 이미 호 낭인께서 모든 일을 처리하셨지요.”

         

       “제가 처리했다기보다는 모두가 힘쓴 결과지요.”

         

       뭐 내가 뭐 했나. 사실 제대로 된 활약이라고는 잠봉문의 절정고수 하나 쓰러트린 것 밖에는 없었다. 작전상 성락루라도 무너뜨리려고 했는데…유지경이 도주하다가 흑묘에게 잡혀버리는 바람에 그 공도 다 흑묘에게 넘어갔지.

         

       여일예를 말리거나 잠봉문의 문서를 뒤지거나 유지경의 증언을 취합하거나…잡일 담당이네.

         

       딱 일류 수준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우리는 사마염과 여일예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사마염은 취합한 서류를 받아들고 읽으며 허허 웃었다.

         

       “….이 사마염의 눈을 피해 잘도 이렇게 저질러 주었군요.”

         

       사마염은 평소와 같이 웃었지만 그 미소에 살기가 어린 것은 착각이 아니겠지.

         

       “처음에 약조한 것을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물론입니다.”

         

       사마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황금선, 유지경, 개명부는 여일예 소저의 뜻에 따라 처리한다.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저. 저들을 어찌 처리하실 예정이십니까?”

         

       “…잘 모르겠군요.”

         

       여일예는 담담히 말했다.

         

       “그들을 죽이고 싶은 것인지 복수만 하고 싶은 것인지. 황금선을 마주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사마염은 더 이상의 푸념 대신 공문서 전용 용지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단숨에 적어내린 그 문서에는 황금선이 저지른 모든 악행이 낱낱이 적혀 있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늘 관군을 보내 황금가에 이 포고문을 살포할 것입니다.”

         

       황금가의 식솔들, 그리고 황보세가와 아미 종남 청성파의 대표들은 포고문을 받아보고는 놀라 나자빠지겠지.

         

       포고문은 현대로 따지면 범죄사건의 용의자 지목과 비슷한 느낌이지만….출두요청서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힘을 가지고 있다.

         

       포고문을 고지받은 대상이 만약 행방이 묘연해지거나 종적을 감추면 곧바로 범죄자로 수배된다.

         

       이 무림천하는 현대가 아니다. 사건 하나 해결하기 위해서 몇 달이고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곳. 그럼 그 기간동안 용의자를 억류하거나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도망치면 곧바로 범죄자가 된다는 포고문을 때려 발을 묶어 놓는다.

         

       이 포고문을 본 황금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말만 포고문이지, 여가산장을 불태운 혐의. 산적과 내통한 혐의. 그리고 황금가를 성장시키며 벌인 온갖 악행의 증거가 낱낱이 적힌 고발장이나 마찬가지.

         

       저 포고문을 보고도 과연 가주가 결백하다 여길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내일 황금가의 저택을 방문해 보면 알 수 있을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신화]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냠! 옴뇸뇸.

    후원 감사합니다.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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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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