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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악마 사냥꾼이 팔짱을 낀 채 암주에게 물었다. 그녀는 올리비아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착잡한 눈으로 푹 꺼진 지반을 바라보았다.

         

       “나라면 따라 들어가지 않을거다. 저 밑에는 마경이 있거든.”

        “……마경?”

       

       화의 마경은 마계에 반쯤 침식된 장소다. 평범한 일반인은 마경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불타 죽어버리고, 어중간한 강자들은 마기에 침식되어 돌아버린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예전에, 올리비아가 해줬던 말이다.

         

       “악마 사냥꾼이 언제부터 그런걸 두려워했지?”

        “악마들은 문제가 안 된다. 들어간 사람이 올리비아라는 게 문제지.”

       

       안에 있는 악마들은 숫자만 많을 뿐, 특출나게 강한 녀석은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기억하기로는 그러했다.

       하지만 사방이 심연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렵고, 몸을 숨길 만한 지형지물 또한 없었다.

         

       탁 트인 지형. 전적으로 마법사에게 유리한 지형이었다.

         

       “……지형이 바뀐다고?”

        “마경에 들어가본 적이 없나보군. 저 아래는 단순히 지하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이지.”

         

       섣불리 들어갈 수는 없었다. 올리비아에게 기습이라도 당했다간, 복수를 해보기도 전에 죽을테니까.

         

       일단 혁명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악마 사냥꾼은 드레이크의 힘줄로 만들어진 활시위를 풀었다.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닳지 않았던 시위가, 방금 전투로 헐거워졌다.

         

       ‘……왜냐.’

         

       올리비아는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하면 그때서야 막으려 들었을 뿐, 뒤에 있는 아이들을 지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생에 그녀에게 제자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너는 이번에도 똑같구나.’

         

       올리비아의 수법은 잔혹하다. 그녀는 웃음으로 무장하여 단번에 마음의 빗장을 열고 들어온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녀는 어느새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인연으로 자리잡아버린다.

         

       지금도, 고작 몇 분만에 변치 않을 것만 같았던 부동심을 흔들어버리지 않는가.

         

       악마사냥꾼은 가볍게 숨을 내쉰 다음, 예비 시위를 꺼내 활대에 걸었다. 그 순간 떠오르는 기억.

         

       – 내가 걸어줄게. 이리 줘.

         

       ‘……빌어먹을.‘

       

       악마는 인간을 홀린다. 그들은 인간이 원하는 것을 건네어, 단번에 환심을 산다.

       올리비아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녀는 필요한 것을 준다.

       결여된 것을 채워준다.

         

       그리고 버린다.

         

       소중한 사람에게 버림받아 절망하는 모습을, 올리비아는 즐긴다.

         

       그 순간.

         

       “오랜만이군.”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깔끔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미소와, 정돈된 수염, 이목을 한데 끌어모으는 목소리.

         

       혁명가였다.

         

       그는 성큼 다가와 악마사냥꾼에게 손을 내밀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

         

       악마 사냥꾼은 허공에 내민 손을 힐긋 보았다.

       ‘그날’ 이후로 첫 만남이었다.

         

       전생에 혁명가와의 관계는 썩 나쁘지 않았다.

         

       악마 사냥꾼이 악마들의 머리통을 가져오면, 혁명가는 현상금을 내주었다.

       올리비아와 인연을 맺은 이후로는 간간히 함께 다니고는 했다. 그는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였으며, 전우였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회귀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사실, 딱 한 번 만나기는 했다.

       회귀하고 일주일쯤 됐던 날.

         

       – ……변했군.

        – 아니, 나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너도, 변하지 않았지.

         

       혁명가는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 우린 처음부터 이런 관계였던 거다. 올리비아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어색했다.

       그의 말대로, 둘은 처음부터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였다.

       성격도, 가치관도, 취향도,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었으니까.

       

       올리비아가 은연 중에 중재자 역할을 도맡았기에, 알지 못했을 뿐.

         

       악마사냥꾼은 악수하는 대신, 그림자 말을 소환해 올라탔다. 그녀는 혁명가를 쳐다도 보지 않고 암주에게 말했다.

         

       “슬슬 가도 될 것 같다만?”

         

       암주는 물끄러미 그들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모였으니 돌입한다.”

         

         

       *****

         

         

       “내 말 잘 들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제자들에게, 올리비아가 말했다.

         

       “곧 놈들이 쫓아올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돌아가.”

       “돌아가라뇨? 그럼 스승님은요?”

       

       올리비아가 스승다운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여기 마무리하고 돌아가야지.”

         

       이런 상황에 훈련을 시킬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제자들부터 돌려보낸 다음, 재빨리 화의 마경을 클리어해 열쇠를 얻고 빠지는 것이 올리비아의 계획이었다.

         

       “받아.”

       

       올리비아가 아공간에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건넸다.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한들, 남부에서 북부까지 단번에 이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중간에 제국을 몇 번 경유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같이 따라갈 수는 없으니, 스크롤을 쥐어주는 편이 나았다.

         

       “멜리나 님을 불러오겠습니다.”

       “하지마.”

       “이런 상황이 오면, 반드시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오기 전에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이런 거였나?

       역시 시간을 다루는 대마법사답게 감이 좋다.

         

       “안 돼. 그래도 하지마. 말해도 내가 말해.”

       “하지만…….”

        “그러면 하루만 기다려.”

         

       올리비아는 인상을 쓰며 아라미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딱 하루만 기다려. 그래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 멜리나에게 말해. 무슨 일이 일어났고, 내가 어디서 돌아오지 못하는지.”

       

       – 그 아이는 고집쟁이란다.

         

       “……알겠습니다.”

       

       아라미스는 한 발 물러났다. 멜리나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다.

       그는 이제 둘의 관계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멜리나가 올리비아에게 대하는 행동과, 올리비아가 자신들을 대하는 행동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심증에 불과했다. 사실 상 확정이나 다름 없는 심증.

       

       “이제 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 하루야.”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무언가 살갗을 파고드는 감각이 들었다. 마치 관절 마디마디에 얇고 가는 실이 연결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뭐지?’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무거운 존재감.

         

       그리고 낯선 시선.

         

       올리비아는 재빨리 온 몸에 마력을 둘렀다.

         

       더 이상 이질적인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이라곤,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악마들의 기척뿐.

         

       올리비아는 아무도 없는 허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분명, 방금까지 저 곳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암주일리는 없다. 마경에 들어온 순간부터, 누군가 다가온다면 곧바로 눈치챌 수 있도록 마력을 사방에 흩뿌려 두었으니까.

         

       그렇다면 두 가지다.

         

       착각이었거나, 아니면 올리비아보다 강하거나.

         

       ‘착각일 리가 없어.’

         

       그렇다고 이 대륙에서 올리비아보다 강한 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마왕이 강림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마신.’

         

       분명, 예카테리나가 죽기 전에 그런 말을 했었다.

         

       – 이 땅에 곧 마신의 잔재가 강림할거라고 했습니다.

         

       올리비아는 조금 침묵했다.

         

       “……스승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일단 해야할 일부터 한다.

         

       파앗!

         

       환한 빛이 점멸하며 제자들의 신형이 사라졌다. 올리비아는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양 손에 마력을 충전했다.

         

       올리비아는 주먹을 확 쥐었다가 터뜨리듯 펼쳤다.

         

       츠츠츠츳!

         

       꽃이 피어나듯 무수한 섬광이 재빠르게 표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악마들은 온 몸이 낙엽처럼 꿰뚫렸다. 혈액과 맞닿은 바닥이 밀랍처럼 녹아내리며 악마들이 내뿜는 악취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회귀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한 마리라도 더 잡아놔야 해.’

         

       화의 마경의 클리어 조건은 모든 악마를 처치하는 것.

         

       [현재 정화율 : 45.53%]

         

       화의 마경은 다른 마경들에 비하여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굳이 어려운 점을 꼽자면 악마의 물량 뿐.

         

       ‘……오기 전에 끝내기는 힘들겠는데.’

         

       올리비아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몬스터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대부분은 악마들에게 사역당한 놈들이었다.

         

       ‘조금 무리를 해야 하나.’

         

       콰아아아아아!

       

       올리비아가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리쳤다. 뇌전은 지면을 깨부수며 사방에 얇은 번개 줄기를 퍼뜨렸다. 거대한 괴물들이 뇌전에 닿기 무섭게 몸이 산산히 부서지며 시커먼 체액을 쏟아냈다

         

       [현재 정화율 : 94.47%]

         

       시선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인기척.’

         

       올리비아는 등 뒤를 의식하며 손을 꿈틀거렸다.

         

       “혼자 있군. 듣기로는 셋이라고 했는데.”

         

       나지막한 목소리가 나타났다. 올리비아는 마력 운용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짧게 자른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올리비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혁명가.’

         

       올리비아는 그의 손을 힐끗 보았다. 몸집만큼이나 큰 방패가 들려 있었다.

         

       혁명가는 방패를 든 채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번처럼 당하지는 않을거다.”

       “……뭐?”

       “참, 모르는 척 연기한다고 했었나?”

       

       혁명가가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어디,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보자꾸나.”

         

       올리비아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오른쪽에 하나, 왼쪽에도 하나.’

         

       둘러싸였다.

         

       “하나만 묻자.”

       

       냉기와 뇌기가 뒤섞이며 유리창처럼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너도 나한테 죽었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악마들의 시체가 터지고, 얼어붙기를 반복했다.

         

       “근데 왜 그렇게 여유로워?”

       “당연히…….”

         

       길게 말하지 않는다.

         

       “왜, 셋으로는 될 것 같았어?”

         

       쏘아오는 화살.

         

       급소를 노리고 달려드는 그림자.

         

       그 순간, 세계가 쪼개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애쉬, 탈론, 브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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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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