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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4

    <114 – 효과는 뛰어났다>

     

    빨간이빨버섯 불법양식 경영자협회 회원 <페이퍼콤포니>는 등굣길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더욱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3학년들이 자이언트킹크랩을 독점하는 사이, 자신들은 1학년들이 노릴 먹잇감인 어패류를 독점하기 시작한 것!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포인트를 내고 사가라! 낚시는 허락하지 않는다!”

    “거기 낚싯대 안 빼? 당장 안 치우면 마법으로 낚싯줄 잘라버리는 수가 있어!”

     

    당연히 1학년들은 반발했다.

     

    “너희가 먼데 물고기를 독점하냐! 죽고 싶냐! 냥냥펀치 때린다냐!!”

     

    방방 뛰며 화를 내는 고양이수인 제냐와 그녀만 믿고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1학년 새내기들의 귀여운 저항에 페이퍼콤포니는 잔혹하게 응수했다.

     

    “얘들아, 우리 신입들이 매운 맛이 보고 싶단다. 한 방 먹여줘라!”

    “파도여, 일어나라!”

    “물이여, 몰아쳐라!”

     

    20인승 어선 양옆으로 일어난 파도가 제냐와 새내기들이 고개를 내민 창문으로 들이쳤다.

     

    “으아악! 파도가 덮친다!”

    “창턱 꽉 잡아!! 썰물에 끌려가면 물에 빠져!!”

    “으엣퉤퉤! 너무 짜다냐!!”

     

    페이퍼콤포니와 그를 따르는 양식업자들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와하하하! 이맘때 1학년은 물 주문은커녕 마나패턴을 외우고 마력패스를 긋는 과정에 허덕이고 있을 때지. 2학년과 싸우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주제파악이 됐으면 순순히 포인트를 바치고 물고기를 사가라. 그리고 빙결술사가 누구인지 말해!”

    “내 버섯을 볶아먹은 철판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말해라! 그러면 물고기 한 마리는 공짜로 주마!”

     

    물에 잔뜩 젖은 몸이 된 새내기들이 울상을 지으면서도 애써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말하란다고 우리가 말할 것 같아?”

    “이 나쁜 녀석들. 1학년에도 강자는 있어. 우리가 걔네한테 다 이를 거야!”

    “철판을 쓰는 놈은 레프 철판숯불갈비라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놈이다냐.”

     

    하급반 학생들이 어떻게 동급생의 신원을 선배한테 팔아치울 수가 있냐며 비난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놈은 제국 놈이다냐! 변방출신인 제냐를 미개한 고양이라고 자기 집에서 지르는 숫고양이랑 어울리면 딱이라고 했다냐!”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한 세기도 전에 끝난 인종차별적인 소리를!”

    “역시 제국 놈들은 재수 없어.”

    “걘 신원이 팔려도 싸.”

    “그래서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아직 1살밖에 안 된 애기를 보여줬다냐! 제냐를 페도 취급하는 녀석은 용서할 수 없다냐!”

    “…그런 문제였어?”

     

    심사가 복잡해진 1학년들이야 어쨌건 제냐는 당당하게 레프의 신변정보를 흘렸고, 물고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간 있었던 일의 설명을 끝마친 다음에 이사벨에게 생선을 내밀었다.

     

    “그래서 그런데 가기 전에 한 마리만 조리 해주면 안 되냐? 이사벨 요리 잘한다냐.”

     

    제냐의 감동실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은 이사벨은 뚱한 얼굴로 대답했다.

     

    “싫어. 오크노디 도우러 갈 거야.”

     

     

    * *

     

     

    <어패류어획권을 쟁취하라 이벤트>

    못된 2학년 선배들이 해산물을 독점하려고 합니다.

    낚시존의 양아치.

    바다 위의 깡패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시간입니다.

    1학년의 생존권을 걸고 맞서 싸우세요!

     

    싸움을 부추기는 이벤트 알림이 아니더라도 저들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돌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의 선배들을 혼쭐 내주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싸울 필요가 있다.

    쉬는 시간과 이동시간에 잠깐 투닥거리는 정도로는 끝을 낼 수 없거든.

    그래서 남은 강의일정을 소화하면서 저녁시간이 되기만을 벼렸다.

     

    “오크노디, 준비 다 됐어!”

    “2학년이랑 한 판 뜬다면서? 우리도 도와줄게!”

    “3학년 선배들이 재밌겠다고 충차를 빌려줬어! 여차할 땐 우리가 충차로 밀어버릴게!”

     

    3교시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에서 사정을 전해들은 도로시가 다른 강의를 듣는 선배들에게서 빌려온 충차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우리 수상전 하는데?”

    “그래도 충차가 있으면 위협적이지 않을까?”

    “그렇긴 하겠네!”

     

    머 없는 것보단 낫겠지!

     

    “우리도 도와주마. 2학년 선배를 쏘아죽여도 된다는 규정이 있다면 사격지원을 해주지. 조교로 일하던 3학년 선배 한 명이 발리스타도 조달해줬다.”

     

    4교시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를 같이 듣는 신궁의 후예 스콜라도 커다란 발리스타 한 대를 가져왔다.

     

    “…도와줘서 고맙긴 한데 선배를 발리스타로 쏘아죽이면 징계를 받게 될 거야!”

    “화살은?”

    “영구적 상해만 입히지 않으면 가벼운 징계로 끝?”

    “그럼 활만 쏴야겠군.”

    “근데 너흰 B그룹 아니야? 우릴 왜 도와줘?”

    “변방과 제국의 악연을 떠나 1학년의 식량수급권에 손을 대는 2학년은 용서할 수 없어. 레프 철판숯불갈비가 습격을 당하기도 했고.”

     

    제냐의 비겁한 신상정보판매가 제국진영의 합류를 이끌어낸 모양이다.

    …진상을 알게 되면 저 무시무시한 궁수부대가 이쪽을 노릴까 무서우니까 절대 들키면 안 되겠다!

     

    “그래서. 보복은 어떻게 할 셈이지? 물 위에 배를 띄워서 매복해 있다가 일제사격을 하는 건가?”

    “아니야!”

    “충차 가져온 게 아까우니까 창가 근처까지 유인해다가 창문 너머로 충차를 돌격시켜서 배 위에 떨어뜨리는 유인 후 충차돌격작전은 어때?”

    “그럼 선배들이 죽을지도 몰라!”

    “너무 무르군.”

    “맞아.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러면 뭘 하자는 거야?”

     

    스콜라와 도로시가 불만을 드러냈다.

    둘 다 활 쓰는 애들 아니랄까봐 성정이 아주 독하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2학년들은 눈에 띄면 활로 쏴 죽여야 할 사냥감이 된 걸까?

    이래서 원딜러들이 무서워.

    매 회차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나중에 파티 짜면 궁수 포지션만큼은 인성검사를 잊으면 안 되겠다.

     

    “암살작전은 어때? 몰래 배 밑으로 들어가서 구멍을 뚫고 수장시키는 거야.”

    “호위는 나한테 맡겨줘. 배에 구멍을 뚫다가 들키면 내가 목숨을 걸고 막을게!”

    “마음은 고맙지만 참아줘!”

     

    즈앙과 모브처럼 덩달아 열의에 차오르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

     

    “일단 대화로 해볼게!”

     

    그렇게 배를 띄워서 2학년 선배들이 몰고 다니는 20인승 어선 근처로 접근했다.

     

    “선배님들! 우리 얘기 좀 해요!”

    “단체구매 희망이니? 많이는 무리고 10%는 할인해줄게!”

    “물고기 사러 온 거 아니에요!”

     

    종이로 만든 선장모를 쓴 선배가 아니꼬운 표정을 지으며 톡 쏘아붙였다.

     

    “그럼 왜 왔는데?”

    “1학년들을 상대로 한 어패류어획권 독점행위를 즉시 멈춰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학생회를 찾아가 선배들이 오늘 한 짓을 전부 이르겠어요!”

    “오. 1학년 주제에 학생회도 알아? 기특하기는 한데 이거 어쩌나.”

     

    선배는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우린 제대로 대가를 받고 매매를 했어. 가격도 합리적인 선에서 측정했고. 학생회에 이른다고 너희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타협의 여지는 없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쪽도 다 생각이 있어서 대화로 해결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럼 선배들이 빨간이빨버섯을 불법양식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문제없어요?”

    “너 이 자식. 너도 우리 양식장을 습격한 1학년 중에 한 명이구나.”

     

    선배들의 표정이 갑자기 사나워졌다.

    근육덩치일 때에도 종종 일어나는 이벤트여서 별 생각없이 협상을 하러 나섰는데, 잔뜩 쫄아서 알아서 굽혀주던 때랑 다르게 선배들이 엄청 강하게 나온다.

     

    “아니에요! 전 다른 친구들이 했던 말을 듣고 중재를 하러 나온 거예요.”

    “중재?”

    “빨간이빨버섯을 불법양식하던 사실을 비밀로 해줄 테니 1학년을 괴롭히는 행위는 그만둬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입은 손해는. 마력포자낭을 만들려고 애지중지 키우던 빨간이빨버섯이 무참히 납치되고 잡아먹힌 피해는?”

    “귀여운 후배들 얼굴 봐서 한 번만 봐주기?”

    “그런다고 봐주겠냐!!”

     

    종이선장모를 쓴 선배 뒤로 2학년생 몇 명이 중얼거렸다.

     

    “귀엽긴 하네.”

    “애가 작은데 말은 또박또박 잘하네.”

    “얘, 육포 만든 거 있는데 하나 먹을래?”

    “무슨 육포에요?”

    “청설모 육포.”

    “이미 먹은 거라 됐어요.”

     

    흥.

    나 의외로 입맛 고급이야!

     

    “에이잇! 다들 빠져가지고는. 뭘 애랑 놀아주고 있는 거야? 저놈들은 우리 사업에 피해를 입혔어. 그 피해보상을 해주기 전에는 타협 따윈 없어!”

     

    선배가 배에 올라탄 나를 손바닥으로 밀쳤다.

    그래, 이거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것이었다.

    세상에는 폭력을 끝내는 여러 방법이 있다.

    더 강한 힘으로 찍어누르거나.

    교수나 학생회에 도움을 호소하거나.

     

    “아야앗!”

     

    가볍게 툭 쳐도 빙그르르 360도 회전을 하며 쓰러지는 오버액션을 하거나.

     

    “너, 너!! 내가 언제 그렇게 세게 쳤다고 그래! 엄살 떨지 말고 빨리 일어나!”

     

    거칠게 일으키려는 손짓에 발로 땅을 박차며 10m를 뒤로 붕 날아가 큰 소리를 내며 물에 빠진다.

    그 상태로 한 3초쯤 지나자 급히 수면에 뛰어든 즈앙과 모브가 나를 구명보트 위로 올려주었다.

     

    “오크노디가 습격을 당했어!!”

    “저런 비겁한 녀석들! 평화협상을 하러 간 애한테 폭력을 행사하다니!”

     

    근육떡대 시절에도 애용했던 사건해결책.

    바로 자해공갈 전략이다.

    귀한 포인트로 쌍방폭행죄로 학생회나 아카데미에 벌금을 내는 일 없이 상대만 욕을 먹고 만사가 순탄하게 해결되는 지름길!

    …의도는 일단 그랬었는데.

    근육떡대가 아닌 가녀린 아이의 몸으로 펼쳐서 그런지 효과가 예상 이상으로 너무 뛰어났다.

     

    “이 쓰레기들이!!”

    “저 작은 애한테 때릴 구석이 어디가 있다고!!”

    “오크노디의 원수를 갚자!!”

    “선배고 뭐고 없어. 다 때려눕혀!!”

     

    갑자기 격분해서 선배들의 20인승 중형어선을 향해 달려드는 동기들.

    상급반과 하급반, 변방과 제국을 나눌 것 없이 모두가 단단히 격노해서 달려들었다.

    …패싸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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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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