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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4

       신룡조가 당가에서 머문지도 어언 열흘째 되던 날.

         

       전서응을 통해 급보를 전달받은 무림맹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당가에 도착했다.

         

       정파 중요 세력 중 하나인 당가에 사달이 난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맹에서는 무력으로 따지면 맹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강력한 현무단의 이 개 대대와 함께 그들을 이끌 지휘관으로 참모인 제갈상과 그 휘하 참모부 소속 인원들을 함께 파견했다.

         

       이미 끝난 사태의 뒤처리를 위해 파견된 인원이라기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사였으나, 사천을 중심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마물들이 등장했다는, 성도 지부장 고명한의 보고 또한 일거에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당 가주님.”

       “걱정해주어 고맙네.”

       “시급한 사안인 만큼 곧장 조사에 착수할까 합니다만….”

       “부탁함세. 감히 당가를 좀먹은 해충들을 모조리 잡아주게.”

       “예.”

         

       당가의 가주 당연신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무단을 앞세운 참모부의 인원들의 눈부신 활약이 시작되었다.

         

       “삼 장로! 뇌물수수 및 불법 청탁으로 아주 많이도 해드셨구려!”

       “아, 아니 난 놈들이 마교도라는 걸 몰랐소! 진짜요!”

       “그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듣겠소.”

         

       포박하라!

         

       마교도의 감언이설에 속아 제 잇속을 챙기고, 방계와 직계의 혈족들을 선동하여 분란을 조장한 이들이 하나둘씩 붙잡혔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끔찍한 실험에 동참한 일부 연구원들이었다.

         

       “이, 이 마교도보다 잔인한 놈들!”

         

       진미연과 함께 독을 개발하던 연구원들 중 일부는 그녀가 마교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적 탐구라는 미명으로 제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실험에 참여했음이 밝혀졌고, 그들은 딱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은 뒤 임시로 세운 옥사에 처박아두었다.

         

       “슬슬 끝이 보이네.”

         

       새벽부터 밤까지 열정적으로 당가를 들쑤시는 현무단의 단원들을 보며 백우진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당선영은 기쁜 건지, 우울한 건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죄를 지은 자들 대부분이 그녀와 마찬가지로 당씨 성을 가진 이들이었다. 같은 성씨를 한 혈족들 사이에서도 이토록 이기주의와 분란이 판을 치는 판국에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들은 오죽할까 생각하면 없던 인간 불신이 생길 것만 같았다.

         

       “뭐…, 세상에 저런 인간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판타지 세계에서는 이보다 더한 인간들도 많이 만나보았다. 제 이익을 위해 인류의 희망이라 불리는 용사를 뒤통수치는 이들도 있었고, 제 지위를 보장받고 마족에게 투신한 또라이들도 있었다.

         

       덕분에 한동안 인간 불신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다. 모든 인간을 불신하는 대신, 초면인 사람들을 불신하는 수준인 채로 말이다.

         

       “그렇겠지. 세상엔 자기 같은 사람도 있으니.”

         

       그녀가 살며시 팔짱을 껴왔다. 뭉클한 가슴이 팔을 지그시 짓눌렀다.

         

       최근 이런 식의 신체적 접촉이 많아졌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지금껏 겪어본 적 없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당선영의 행동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허, 낮부터 이러면 곤란해요.”

       “으흥…? 내가 뭘 했다고.”

         

       시치미를 떼는 그녀의 귀에다 대고 백우진이 속삭였다.

         

       “당 소저가 자꾸 딱딱하게 만들고 있잖아.”

         

       부끄러움도 모르는 그녀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노골적인 말을 한 번 날려주면.

         

       “어머, 그러면 내가 부드럽게 만들어 줘야겠네.”

       “…….”

         

       반격기에 당해 나가떨어지는 쪽은 언제나 백우진이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장삼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조장.”

       “왜?”

       “조장만 과도하게 행복한 것 같지 않소?”

       “그래서 불만?”

         

       백우진 대신 옆에 있던 당선영이 눈을 부라렸다.

         

       “아, 아니 뭐…, 행복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난 그저 조장이 한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 그런 얘기를….”

         

       황급히 말을 덧붙이는 장삼.

         

       “무슨 약속?”

         

       백우진이 되묻자, 그는 눈썹을 바짝 치켜세우더니 당선영의 눈치를 한 번 살핀 뒤, 그의 귀에다 대고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금양루 말이오, 금양루.”

       “아.”

         

       생각났다. 마물을 찾기 위해 야간 수색을 결정할 때 그런 보상을 내걸었던 기억이.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바빴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야 하겠지만, 하루쯤 금양루에 들르지 못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었으니 온전히 자신의 실책이었다.

         

       “그럼 돌아가는 대로 가도록 하자고.”

         

       장삼의 얼굴이 단숨에 밝아졌다.

         

       “그 약속, 이번에는 절대 잊지 마시오!”

       “그래그래.”

         

       백우진이 약속하자 장삼은 곧장 구왕수에게 달려갔다. 금양루에 대한 약속을 얘기했는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뛰는 모습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헤에…, 금양루에 가는구나.”

       “아.”

         

       날카로운 시선이 얼굴 옆면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고 있다.

         

       “자기.”

         

       팔짱을 끼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피가 안 통한다.

         

       “두 사람에게 돈만 쥐여주면 알아서 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괴,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어째선지 자유를 잃은 듯한 기분이 들고 있을 때,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후후, 장난이야. 다녀오도록 해.”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금양루의 출입을 허락하는 당선영. 이게 소위 말하는 여자어인가 싶어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라, 진짜네.’

         

       그녀의 얼굴에는 거짓 한 점 묻어나오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나를 맛본 이상 나 아닌 다른 여자들은 시시하게 느껴질 테니까.”

         

       어마어마한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 * *

         

         

       백우진을 비롯한 신룡조 조원들은 떠날 채비를 마쳤다.

         

       “드디어 복귀구나.”

       “진짜 길었네.”

         

       첫 번째 마물 토벌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밖에 머물러 있었다.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서인지, 장삼과 구왕수는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 보였다.

         

       “흐흐, 복귀하면 곧장 금양루로….”

       “온갖 산해진미에 명주에…, 크흐흐!”

         

       음침한 웃음을 흘리는 두 사람이 점점 서로를 닮아가고 있음을, 녀석들은 알까.

         

       “준비 다 끝났어요….”

         

       작은 등짐을 멘 제갈연지가 들어왔다.

         

       현무단을 이끌고 이곳에 파견 나온 참모 제갈상은 현재 제갈세가의 가주직을 맡고 있는 제갈승의 아우다.

         

       바꿔 말하면 제갈연지의 숙부라는 뜻.

         

       “지금이라도 잠깐 만나 뵙고 오는 건 어때?”

         

       제갈상이 도착한지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갈연지는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백우진의 제안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니에요. 공무로 바쁘신데 제가 방해할 수는 없어요….”

         

       그런 핑계를 대며 그녀는 만나기를 극구 거부해왔다. 무언가 꺼리는 사연이 있는 듯한데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 알 수 없었다.

         

       “그럼…, 갈까.”

       “네에.”

         

       짐을 모두 챙긴 조원들은 객당을 나섰다.

         

       여전히 이곳저곳 바쁘게 오가는 현무단원들 때문에 어수선한 내당과 외당을 지나 대문 앞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제법 많은 이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제 가는가.”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당연신이 백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영 아쉽군, 그래.”

         

       그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원철저라는 당가의 좌우명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보였다.

         

       “다음에 또 찾아오면 되지요.”

         

       어차피 이곳은 백우진에게 외가가 될 곳이 아닌가.

         

       그의 생각을 읽은 건지, 당연신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은인 대접이야 얼마든지 해주겠지만, 사위 대접은 바라지도 말게.”

         

       떠나는 날까지도 사위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버지, 그만하셔요.”

         

       내 딸에게 다시는 손대지 말라는 듯이 으르렁대는 당연신을 막아선 이는 당선영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가문에 남기로 했다. 십수 년 만에 본 진짜 아버지와 짧게나마 정을 쌓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녀는 백우진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제갈연지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나 없는 동안 잘 지키고 있어.”

       “그, 그렇게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할 거예요.”

         

       제갈연지가 제법 똑부러지게 대답하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당선영.

         

       “아.”

         

       짧은 탄식과 함께 그녀는 백우진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곤 가슴어림에 코를 묻고 그의 몸에서 나는 진한 체취를 빨아들였다.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싫다….”

         

       투정부리듯 말하는 그녀의 음성이 잘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너머로 야차로 변해가는 당연신이 이쪽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몰라.’

         

       그만큼 위협적인 눈빛이었다.

         

       황급히 그녀를 떼어놓은 백우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무리되는 대로 빨리 돌아와.”

       “후후…, 그래.”

         

       몇몇 안면을 트고 있던 이들과도 인사를 나눈 뒤, 백우진은 당가를 나섰다.

         

       급하게 올 때와는 달리, 돌아갈 때에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었기에 일정 자체를 아주 넉넉하게 잡았다.

         

       마을과 마을 위주로 여로를 정한 덕분에 각 지역의 진미도 맛보고, 객잔에서 말끔하게 씻으며 여행을 즐긴 덕분에 제법 깔끔한 모습으로 학관의 앞까지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오, 드디어 보인다.”

       “이제는 학관이 집처럼 느껴져.”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정무학관의 대문을 보고, 장삼과 구왕수가 호들갑을 떨며 나누는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을 무렵.

         

       울창한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숲속의 소음은 정확하게 이쪽을 향해 있었다. 백우진은 제 옆에 있던 제갈연지를 뒤에 두고, 허리춤에 매고 있는 검병 위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돌렸다.

         

       ‘습격?’

         

       웬 새까만 물체 하나가 이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산속을 헤매던 멧돼지인가 싶어 기절만 시킬 요령으로 검집에서 검을 뽑지 않은 채로 휘두르려던 찰나, 보고야 말았다.

         

       제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 검은 물체가 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영웅니이이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본래 오늘 연참을 하려 했습니다만 하루 이틀 정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글이 밤에만 써지는 바람에 밤낮을 아예 뒤바꾼 채로 생활을 해왔는데, 이게 문제가 됐는지 오늘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끼니마다 타이레놀을 으적으적 먹고 있는데 여전히 두통이 좀 남아 있어서 집필에 여러 애로사항이 생겼습니다.

    부디 양해바라며, 연참은 내일 내지 모레에 꼭,,,!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_ _)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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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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