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4

       

       

       

       

       나와 아르는 실비아의 도움을 받아 몰래 호텔에서 나왔다. 

       

       사실 VVIP손님으로서 실내복을 입고 나가는 것 자체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아르가 인간인 채로 방에 들어간 적이 없는데 나오면 누군가가 수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길거리로 나왔다. 

       

       “어머, 저기 좀 봐.”

       “딸애가 너무 예쁘다.”

       “우리 집에도 저런 예쁜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부부구만.”

       

       길거리로 나오자마자 우리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후후. 우리 아르가 귀엽고 예쁘긴 하지. 역시 나만 콩깍지가 씌인 게 아니라니까.’

       

       가끔 뉴튜브의 동물 채널 댓글을 보면 ‘으아악! 세상 사람들 모두 냥냥이 귀여움 다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댓글이 보이고는 하는데, 아르를 보는 내가 딱 그 심정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세상 사람들이 우릴 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아르를 보며 귀엽다는 눈으로 쳐다볼 때마다 마치 내가 칭찬을 받는 것처럼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딸이 엄마를 닮았나 봐. 엄마도 엄청 미인이네.”

       “그러게 말이야. 딸은 아빠를 닮는다던데, 아주 운이 좋았던 모양이야.”

       “부럽구만, 부러워.”

       

       ‘…….’

       

       그래, 막상 내 칭찬은 없긴 하지만….

       

       아르는 나와 실비아의 사이에 서서 양손으로 각각 우리의 손을 잡았다.

       

       “헤헤헤…. 아빠 엄마 손 동시에 잡을 수 있어 너무 좋아!”

       

       그 말에 주위가 한 번 더 술렁였다. 

       

       “세상에나, 이 나이가 되도록 부모가 떨어져 살았나 봐.”

       “이제야 가족끼리 만난 모양이야.”

       “어쩜…. 짠하다, 짠해.”

       “지금부터라도 행복했음 좋겠네.”

       

       뭔가 의도치 않은 오해도 생기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리.’

       

       나는 지금 아르와 이렇게 당당하게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꽤나 큰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나중에야 아르의 귀여움으로 철판 깔고 어깨에 얹고 다닌 적이 많았지만, 아르랑 같이 다니던 초반만 해도 혹시나 테이머와 사역마에게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봐 노심초사했었다. 

       

       그래서 아르가 쏙 들어갈 만한 가방을 구매해서 사람 많은 곳을 다닐 때에는 그 안에 들어가 있도록 했었고 말이다.

       

       ‘근데 이젠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씀!’

       

       이젠 누가 물어보더라도 당당하게 딸내미라고 소개하면 그만이다. 

       

       실비아는 아르를 내려다보며 활짝 웃었다. 

       

       “그렇게 좋아, 아르?”

       “우응! 너무 좋아!”

       

       아르가 마주 눈웃음까지 지으며 대답하자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웃는 것도 어쩜 너무 예쁘다.”

       “아르가 애칭인가 봐.”

       “귀여운 이름이네.”

       

       아르를 부르는 이름은 여전히 아르로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드래곤일 때 이름을 불러도 되나 고민했었지.’

       

       여기서야 상관없지만, 만약 구면인 사람을 만난다면 사역마 이름도 아르, 딸내미 이름도 아르인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아르는 아르가 좋아! 다른 이름은 싫어! 레온이 아르라고 불러 줬으면 좋겠어. 힝.

       

       아르가 이렇게까지 말했기도 하고.

       

       -레온 씨, 걱정하시는 부분은 알겠지만 아마 괜찮을 거예요. 어차피 아르는 진명이 아니라 애칭이잖아요? 그걸 이용하는 거죠.

       -누군가 물어보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딸을 떠올리며 딸의 애칭을 사역마에게 이름으로 붙여 줬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걸 들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으면 받았지 수상하다고 여기진 않을걸요?

       

       실비아도 만약 누군가가 이상하게 생각할 때를 대비한 꽤나 훌륭한 해결책을 내 주었다. 

       

       그리고….

       

       “아빠, 나 저거 먹고 싶어!”

       “그래. 사 줄게. 안녕하세요, 이거 하나만 주시겠어요?”

       “아유, 너무 예쁜 딸이네요. 얘야, 너는 이름이 뭐니?”

       “아르예요!”

       “아르? 이름이 아르니?”

       

       이럴 때를 대비해서는 또 미리 준비해 둔 게 있다.

       

       “아르베나르망프론디네예요!”

       “아르라고 불러야겠구나. 여기 있단다. 맛있게 먹으렴.”

       “고맙습니다!”

       

       바로 아르에게 사람일 때의 풀 네임을 길게 지어 주는 것.

       

       -아르야, 아르 진명은 나랑 실비아 씨만 아는 우리끼리의 비밀로 하고 싶은데, 어때?

       -비밀! 좋아, 레온이랑 언니랑만 통하는 비밀!

       

       아르에게는 대충 이렇게 설득했다. 

       

       ‘아르의 진명까지 알려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그래서 인간폼일 때의 풀 네임은 아르베나르망프론디네로 하기로 했다. 

       

       똑똑한 아르는 단번에 그 이름을 외웠고, 방금도 말 한 번 더듬지 않고 정확하고 빠르게 말했다. 

       

       이러면 사람들은 외우는 걸 포기하고 아르라고 부르는 걸 단번에 이해하리라 생각했고, 역시나 맞아 떨어졌다. 

       

       “헤헤, 맛있어! 고마워, 아빠!”

       “맛있게 먹어, 아르.”

       

       아르는 꿀호떡을 받아 들고 호호 불어 가며 맛있게 먹었다. 

       

       “냠.”

       “입술 옆에 꿀 묻었네, 아르야.”

       

       실비아는 아르의 입가에 묻어 있던 꿀을 손가락으로 쓱 닦아 핥아 먹었다. 

       

       “정말 단란한 가족이네.”

       “그러게 말이야. 부부 사이도 좋아 보이고….”

       “하긴, 저렇게 예쁜 딸이 있는데 잉꼬부부가 아닐 수가 있겠는가. 허허허.”

       

       우리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길거리를 지나갔다. 

       

       그리고, 대망의 옷가게에 도착했다. 

       

       “우아아아! 아빠, 여기 예쁜 옷 엄청 많아!”

       

       옷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르는 나와 실비아의 손을 놓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달려가 예쁜 옷들을 구경했다. 

       

       “아르야, 뛰지 말고 조심히 다니렴. 아무 옷이나 막 만지지 말고.”

       

       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옆에서 주인이 나타났다. 

       

       “허허, 괜찮습니다. 마음껏 만지면서 구경하셔도 됩니다. 옷을 만져 보지 못하게 하는 곳은 옷감에 자신이 없는 곳뿐이니까요.”

       

       주인은 나이가 지긋해 보였는데, 흐뭇한 얼굴로 아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딱 저 나이만 한 손녀딸이 있었지요.”

       

       있었다니….

       

       어쩐지 아련해 보이는 주인장의 표정에, 나는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아, 물론 지금도 있습니다. 아들내미가 따로 사업 한다고 가족끼리 로멜드를 떠나서 한 말입니다. 허허허.”

       “…….”

       “크흠. 어쨌든, 마음껏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시면 언제든 탈의실에 가셔서 입어 보고 구매하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를 하고 옷 구경 삼매경에 빠진 아르와, 그 뒤를 버겁게 쫓아다니며 아르가 사고를 치지 않게 봐 주고 있는 실비아 쪽으로 갔다. 

       

       “아빠! 여기는 나한테 딱 맞을 거 같은 옷이 있어!”

       “응, 아르야. 거기부터 아동복 코너니까.”

       “앗! 그러네? 헤헤헤.”

       

       아르는 높은 곳에 걸려 있는 팻말을 고개를 쭈욱 젖혀 확인하고는 꺄르르 웃었다. 

       

       “아빠, 나 이거 맘에 들어!”

       “그래? 그럼 한번 입어 볼래?”

       “응! 아, 이것도 입어 보고 싶어!”

       

       아동복 코너에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옷을 본 아르는 맘에 드는 옷을 이것저것 고른 후, 기분 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실비아와 함께 탈의실로 들어갔다. 

       

       “우리 아르, 너무 예쁘네.”

       “아빠도 예쁘다고 해 줄까?”

       “그러엄. 나보다 더 호들갑일걸?”

       

       실비아는 탈의실에서 웃으며 아르의 옷을 갈아입혀 주었고.

       

       “와….”

       

       탈의실에서 나온 아르를 본 내 입은 저절로 떡 벌어졌다. 

       

       아르가 입은 건 연하늘 베이스에 군데 군데 짙은 파랑, 그리고 남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가 있고, 하늘거리는 프릴이 소매와 치맛단에 달려 있는 원피스였다. 

       

       부드러운 아르의 은발과 잘 어울리는 색감인 데다가, 붉은 눈 색과 묘하게 대비되어 강조되는 면이 있어 그야말로 아르와 찰떡이라고 할 수 있는 옷이었다. 

       

       “너무 잘 어울려, 아르야.”

       “진짜? 야호! 아빠가 칭찬해 줬다! 헤헤.”

       

       이후에도 아르는 여러 가지 맘에 드는 옷들을 갈아 입어 보았다. 

       

       아예 붉은색이 베이스인 옷, 그리고 아르의 순수함을 표현한 것 같은 순백색의 옷, 그리고 평소에도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을 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바지와 셔츠까지.

       

       “이거랑 이거, 이것까지 다 주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바로 포장해 드리겠습니다!”

       

       이런저런 옷을 입어 본 아르의 반응을 빅 데이터로 분석한 나는 아르가 맘에 들어했던 옷들을 전부 구입했다. 

       

       그중에서 맨 처음 입었던 연하늘색 옷을 마음에 들어한 아르는, 아예 그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나왔다. 

       

       “아르는 그게 제일 맘에 들었어?”

       “우응! 그리고 아빠가 이 옷 입은 아르를 제일 예쁘게 봐 줬어!”

       

       아르는 옷을 입은 채로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그러고는 이번엔 다시 아까의 성인복 코너로 도도도 달려갔다. 

       

       “아빠, 엄마! 내가 아까 보면서 어울릴 거 같은 옷들 봐 뒀는데, 아빠랑 엄마도 입어 보면 안 돼? 멋지게 차려입은 거 보고 싶어!”

       “아르야….”

       “아까 성인복 코너를 유심히 보던 게 그것 때문이었나 봐요. 감동이에요….”

       

       나와 실비아는 아르의 마음씨에 감동하며, 아르가 골라 준 옷을 하나씩 입어 보았다. 

       

       “우아아! 아빠 머시써!”

       “머, 멋있니?”

       

       나는 전신거울을 보며 어색한 포즈를 취했다. 

       

       “제가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데요, 여보?”

       

       마침 실비아도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와…. 실…아니, 여보도 정말 잘 어울려요.”

       

       그간 나와 실비아에게 옷이란 오로지 기능성이 전부였다. 

       그야 용병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실비아는 검사였기에 몸에 착용하는 장비는 편하고 신축성이 좋은 게 일순위였다.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의상실에서 옷을 차려 입고 나니 실비아의 엄청난 외모는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빛을 발했다. 

       

       “이것도 다 구입할게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 돈은 많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구아구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