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14

       [화산의 매화는 피어났으나 한 사람의 손에 저물었습니다.]

       

       [매화 검법 비급서가 지급됩니다.]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내 손 위로 서적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이게 매화검이 담긴 서적인가.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고 어떤 검인지를 확인해봐야겠구나.

       

       [본래라면 수많은 희생을 낳았을 재앙을 단신으로 막아냈습니다. 보상이 추가적으로 지급됩니다.]

       

       [격전을 거치며 내공의 양이 상승했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무림에 알려집니다. 몇몇 호사가들이 당신의 이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를 구경하다가 무림에 나의 이름이 알려진단 메시지를 보고 멈칫했다.

       

       화산에서 일어난 재앙을 막은 무인 정도로 알려지는 것이겠지?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는 이름이 무림 전역으로 퍼지는 것은 아닐 테지? 부디 그렇다고 말해 다오.

       

       [퀘스트 : ‘혈교’ 가 개방되었습니다.]

       [퀘스트 : ‘화산재건’이 개방되었습니다.]

       [퀘스트…]

       

       그닥 관심이 가지도 않는 것들이 연이어 떠오르기에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어 채팅창을 살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채팅창은 광란에 빠져 있었다.

       

       – 천마펀치! 천마펀치! 천마펀치!

       – 매화 떨어트렸다고…! 매화 떨어트렸다고…!

       

       – 로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 눈나 나죽어! 천마 눈나 나죽어! 천마 눈나 나죽어!]

       

       – 화산 풍경 진짜 이쁘다.

       

       – 좋은채찍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복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낮에 채팅창을 불태울 때도 그렇고 이 놈들은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내려올 줄은 모르는 구나.

       

       “좀 천천히 말을 하면 안 되겠느냐? 대답을 해줄 수가 없잖느냐.”

       

       내 엔리에게 방송에 관해 배울 적에 내가 좋아서 무언가를 선물해 주는 이들에게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했거늘 이래서야 대답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생각을 해보면 내 화산문주와 싸우는 동안에도 선물을 보낸 이들이 있겠구나.

       

       기록을 올려 내게 선물을 해 준 이들이 얼마나 되나 살펴보았다. 그 기록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길었다.

       

       여기에 일일이 대답을 건네주기만 해도 하루가 지나가게 생겼구나. 더 놀라운 점은 이러는 와중에도 아래로 내려가는 스크롤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 천마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님이 곤란해 하는 거 못 참지. 바로 충전했다.]

       

       – 마교도1호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기다가 성금 내면 되는 거 맞죠?]

       

       – 매화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보다 매화검법 빨리 읽어 주면 안 됨?]

       

       본인이 곤란해하는 것을 보기 위해 돈을 내던지는 그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내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으면 화가 나는 쪽은 그대들이지 않나. 이렇게 흐름을 타는 것보다 조용할 때 던지는 편이 낫지 않으냐?

       

       속으로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후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엔리! 엔리 없느냐?! 후원 기능을 꺼다오!”

       

       – 공겜하다졸도한엔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는 지금 방송 중이다! 널 도와줄 사람은 없어!]

       

       벌써 그런 시간이 된 건가. 내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송을 킨 후로 반나절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니 엔리가 방송을 할 때가 되긴 했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내 직접 시도를 해보는 수밖에.”

       

       엔리에게 따로 배운 적은 없으나 이전과는 달리 방송을 하는 데 익숙해진 나다.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터.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그 손 멈춰!]

       

       – 도네하지 마. 미친놈아.

       – 지금 화령님을 흥분시켜서는 안 돼!

       – 자기 방송을 걸고 협박하는 사람이 어딨냐!

       

       가열차게 올라오는 채팅창을 무시하고서 방송의 기능을 살폈다. 분명 이 쪽이 후원과 관계된 기능이었으니까.

       

       – 좆 된 거 같은데?

       – 엔리 방에 뻐꾸기 보내?

       – 밴 당할 각오로 다녀 옴.

       

       제길. 쓸데없이 글자가 많은데다 왜 중간중간에 영어가 끼어들어 있는 것인가.

       

       방송의 설정과 끙끙대며 씨름을 하고 있을 무렵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향이 좋구나.”

       

       바루가 거기에 서 있었다.

       

       “일을 거하게 벌이더구나. 저 멀리서 구경을 하다 죽는 줄 알았다.”

       “그랬느냐?”

       “덕분에 여러모로 구르다 왔거늘 멀쩡해 보이는 그대를 보니 열불이 나는 구나.”

       

       말을 듣고 바루의 옷을 살펴보니 이곳저곳에 고생한 흔적이 묻어나 있었다.

       

       고생을 한 것 같긴 하다만 내게 무어라 해도 곤란하다. 마구잡이로 사기를 뿌려 댄 쪽은 화산문주였으니까.

       

       – 바루야. 네가 방송을 구하는 구나!

       – 오늘부터 바루는 방송의 수호신령이다!

       

       바루가 나타난 탓에 내가 방송 설정에서 손을 떼니 채팅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고 보자 이 녀석들아. 본인이 방송을 킬 날은 앞으로도 수도 없이 많다. 나의 시도가 오늘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

       

       언젠가 그대들이 내 능숙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내가 채팅창을 보며 다짐을 하는 동안 바루가 품을 뒤적거리더니 두루마리를 하나 꺼냈다.

       

       “약속했던 물건이다. 바라는 것을 찾는 두루마리지.

       사용법은 간단하다. 이를 펼치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럼 두루마리에 그것의 위치가 비칠 것이야.

       주의할 점은 이것은 단 세 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용처를 잘 생각하고 쓰도록 하거라.“

       

       바라는 것이라.

       

       당장에 생각나는 건 마땅치 않았다.

       

       본인은 이미 이 때의 무림을 한 번 뒤엎었던 전적이 있다. 때문에 대개의 것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설령 헷갈릴 일이 생긴다 하여도 내게는 시청자들이라는 훌륭한 안내자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일단 보상이니 받기는 하겠다만 당분간은 창고에 처박혀 있을 것 같구나.

       

       두루마리를 받아 들었더니 바루가 웃음을 지었다.

       

       “본인의 억지스러운 의뢰에 어울리느라 수고했다.”

       “수고라기엔 내가 해낸 것이 없다만.”

       

       첫 시작은 화산을 구해달라는 것이었으나 그 화산을 내 손으로 직접 파괴를 해버렸고.

       

       거기에 화산의 신령을 돕기 위해 온 것이었으나 신령을 구하긴 커녕 그 명줄을 내가 끊어버렸으니.

       

       감사인사를 받기가 좀 껄끄럽구나.

       

       “무어냐. 설마 화산의 신령을 구하지 못한 걸 마음에 담고 있느냐?”

       

       바루의 어투가 기이했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꼭 신령이 쓰러진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리잖나.

       

       신령이 혈교주의 손에 놀아났을 적에 가장 분노했던 것이 바루 그대일 터인데.

       

       “과연. 그대에게도 모르는 것이 있는 게로군.”

       “쓸데없이 돌려 말하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라.”

       “알겠네. 그리 할 테니 표정 좀 풀게. 자네가 얼굴을 찡그리면 무섭다네.”

       

       내 얼굴이 뭐 어떻다고 그러는 게냐.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바루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신령은 생명보다는 개념적인 무언가라네.

       그래서 말일세. 산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죽지 않는다네. 육체를 잃어도 시간만 지나면 다시 형태를 갖출 수 있지.

       지금은 산 전체가 황폐화 되는 바람에 다시 부활하려면 시간이 걸릴 터이다만 나율은 언젠가 돌아올 걸세.”

       

       그것은 몰랐구나. 내 이전에 신령을 박살 낸 적은 있다만 그 후에 다시 찾아간 적은 없는지라.

       

       “그러니 신경 쓰지 말게. 그대는 내 처음 요청했던 대로 화산에서 재앙을 없애는 데 성공했으니까.”

       

       결과만 따지고 보면 그러한가.

       

       화산파가 멸문되기는 했으나 그건 산의 신령이 신경 쓸 바는 아니고, 황폐화된 자연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터이니. 재앙을 없앴다는 사실만 남겠구나.

       

       “일을 제대로 끝낸 것인가.”

       “그렇지.”

       “흠. 그럼 우리의 짧은 동행도 이로써 마무리 되겠구나.”

       

       바루는 본래 산에 머물려야 하는 신령.

       

       이번 일 때문에 잠시 화산에서 빠져나왔지만 그녀가 있어야 할 장소는 돌산이다.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을 순 없다.

       

       기껏 내 마음대로 쓰다듬을 수 있는 동물을 만났는데 바로 헤어져야 한다니 아쉽지만 그렇다고 내 그녀를 억지로 데리고 다닐 수도 없잖은가.

       

       “민가야. 그에 대해서 말이다만 혹여 계속 그대를 따라 다녀도 되겠느냐?”

       “…허?”

       “아니. 어차피 돌산은 내가 잠시 사라진다 해서 무슨 변고가 생기는 장소도 아니잖으냐. 그러니 기왕 외출을 나온 김에 좀 더 돌아다녀 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바루는 그리 말을 하면서 쭈뼛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민폐가 아니라면 그대의 여행길에 동반하고 싶다만 그래도 되느냐?”

       

       이런 부탁을 듣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오히려 내 쪽에서 부탁하고 싶었던 일이다.”

       “그리 대답할 줄 알았다!”

       

       바루가 환히 웃으며 내게 뛰어든 순간 나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령 바루가 동료로 영입되었습니다.]

       [동료 기능이 개방됩니다.]

       [동료 기능이란…]

       

       내 무복에다가 자신의 귀를 부비는 바루를 쓰다듬어 주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중에는 내가 하던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것도 있었다.

       

       [동료 소환]

       [동료가 어디에 있더라도 상대가 동의만 한다면 동료를 옆에 불러낼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할 때 동료는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게 있다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 내가 없을 땐 돌산에 머무르면 되는 것이고, 내가 게임에 접속하면 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 되는 거니까.

       

       이에 관해 알려주자 바루가 반색을 했다. 신령으로써의 의무도 지키면서 여행도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 모양이었다.

       

       “일단 다시 돌산으로 돌아가야겠구나.”

       

       바루를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보내야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내가 그리 말을 하자 바루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우로 변신을 해선 내 목 위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그리 업히기 싫다더니 이제는 편한가 보구나.

       

       “무엇 하느냐. 어서 가자꾸나.”

       “그래. 가야지.”

       

       화음 쪽으로 걸어가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터이니 그 동안 후원을 해 준 이들에게 감사나 전하고 있을까.

       

       *

       

       혈교주는 화산파 부지에서 신령과 잡담을 나누는 여류무인을 가만 바라보았다.

       

       대체 당신은 무얼 하는 사람입니까. 어떻게 이제 갓 일류를 넘어선 몸으로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겁니까.

       

       옛 무림의 절대고수가 환생하기라도 한 건가요? 천마신공을 다루시는 걸 보면 과거의 천마가 새 몸을 얻었다던가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한 건 하나 뿐이겠죠. 당신이 보는 경치는 아득할 정도로 높다는 것.

       

       혈교주는 이전에 저 여류무인과 주먹을 맞대었을 때를 떠올렸다.

       

       강시의 몸으로 펼쳤던 수라쌍극패를 가볍게 분쇄해 버리던 천마신권을.

       

       그 주먹을 감싸던 섬뜩하다 싶을 정도로 진득한 내기를.

       

       이제 일류가 되었을 뿐인데도 그 정도인데 저 사람이 절정을 넘어 화경. 그리고 그 너머에 도달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금도 화산을 매화 향기로 뒤덮어 버린 저 사람이 자신이 도달한 경지에 걸맞는 육신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위업을 벌일 수 있을까.

       

       “저 분이 현 무림의 천마와 맞붙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저 사람이야 알아서 경지를 되찾을 게 분명하니까 거북이마냥 신교에 틀어박혀 있는 천마를 끌어낼 방법을 생각해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

    지젼님 15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독자님에게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많은 소장을 해주신 어느 독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