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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4

   세실 솔라딘.

   

   이 캐릭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발암캐다.

   

   자신이 지닌 지위와 권력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다가 나중에 쓰러져서 상쾌함을 주는 녀석 말이다.

   

   왜냐?

   

   얘 성격이 더럽거든.

   

   1왕자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살아서 그런가 소유욕이 오지는데다가,

   

   자기 동생한테 만날 지성을 비교당하고 살아서 아닌 척 하지만 지식에 콤플렉스가 있고,

   

   거기에 더해서 무력만능주의는 또 얼마나 심한지 항상 문관보다는 무관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작자다.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내기도 하고.

   

   약강강약의 극한을 달리는 놈이기도 하지.

   

   평범한 귀족이면 몰라도 왕자라는 녀석이 이딴 짓거리를 당연하게 한단 말이다.

   

   이런 세실은 귀족 NPC의 개인 스토리를 타면 대부분 방해꾼으로 출현하고 3왕자나 1왕자 관련 개인 스토리를 타는 순간부터는 아예 주적이 되어버린다.

   

   이 놈의 개인스토리를 타서 개과천선을 시키면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이 되지만 그 전까지는 사람보단 짐승에 가까운 녀석이지.

   

   이 놈이 저지르는 무수한 병크 탓에 유저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이 병신 왕자였고.

   

   사실 뒤에 왕자라는 단어는 거의 붙이지도 않았다.

   

   ‘병신’이라는 단어의 제목 뒤에 세실의 사진을 올리면 게시판에서 추천을 받는 게 일상적일 지경이었다는 점에서 이 놈의 평가가 어땠는지 알 수 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그리 싫어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무력 하나는 끝장나거든.

   

   인성이 어떻고 패악질이 어떻고 알바야?

   

   유저의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성능이 전부였다고.

   

   하지만 게임이 현실이 되면 다르지.

   

   현실에서는 성능보다는 성격이 우선이라고.

   

   모니터 너머의 미친놈일 때야 그 안에서 얼마나 지랄을 하던 간에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이 새끼가 패악질을 부리면 그 영향이 직접 온다고.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았을 때 메스가키 스킬은 백퍼센트 세실을 병신 왕자라고 부를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세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은 반응은 아니겠지.

   

   그 소리를 듣고서 웃어넘길 대인배였다면 병신소리를 들었을 리가 없잖아!

   

   “내가 그대에게 말을 걸려는 이유는 내 그대의 재능을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세실이 자뻑을 하느라 주절거리는 동안에 생각을 해보자.

   

   일단 입을 여는 건 제외.

   

   내가 아무리 조심스럽게 말을 하더라도 메스가키 스킬은 분명 병신 소리를 내뱉을 거야.

   

   아서를 상대할 때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그래.

   

   “위대한 알른 가문의 핏줄을 이은 그대의 무재는 대륙을 호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고, 또한 자네의 두뇌는 본인의 동생을 뛰어넘을 수준이니 그 재능을 어찌 눈에 담지 않을 수 있을까.”

   

   칭찬해주시는 건 감사한데 저 당신이랑 조금도 연관되고 싶지 않거든요?

   

   당신을 옆에 뒀다가는 분명 병신 왕자로 부르게 될 테니까 그런 참사는 피하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너 내 동료가 되라!는 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그래서 권유하마. 혹시 본인의 아래에 올 생각이 있는가?”

   

   갸아아악!

   

   망했다! 망했어!

   

   <여아야. 왜 그러느냐?>

   

   내 눈동자가 돌아가는 걸 보고서 기이함을 느낀 걸까.

   

   할배가 슬며시 목소리를 냈다.

   

   아. 맞다! 할배가 있었지.

   

   ‘할아버지. 도움. 도움!’

   <무슨 일이기에.>

   ‘제 축복이 사람 이름을 안 불러주시는 거 알죠?! 지금 저 왕자님한테 병신소리를 내뱉을 거 같거든요?! 어떻게 하면 입 다물고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차라리 아그라가 억까를 한 거라면 내가 게임 지식으로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겠는데 이건 지금 제 입장에선 답이 안 나오거든요?!

   

   불경죄로 목이 날아가기는 싫단 말이에요!

   

   <그거 참 큰일이구나.>

   

   내가 다급히 묻자 할배는 다른 사람 일이라는 것처럼 느긋한 목소리를 냈다.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지금 저 엄청 급하다고요!

   

   대답!

   

   빨리!

   

   <여아야. 이 자에게 미움을 사도 괜찮으냐?>

   ‘문제없어요!’

   

   오히려 미움을 사면 좋죠.

   

   저한테 굳이 관련되지 않으려 할 거 아닙니까.

   

   병신 왕자라고 부르는 참사를 일으킬 바에야 미움을 사겠습니다!

   

   <그럼 그냥 입 다물고 인사한 후에 떠나가라. 뒤에서 붙잡아도 무시하고.>

   ‘그래도 되나요?’

   <괜찮다. 네가 그리 행동하면 네 의중을 저쪽에서 알아 곡해해 줄 것이다.>

   

   네? 그게 무슨?

   

   알아서 곡해를 해준다고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여태까지 할배가 한 말 중에서 틀린 건 없었으니까.

   

   손을 내미는 세실에게 목례를 건네고서 등을 돌렸다.

   

   이러면 단호하게 거절을 한 것처럼 보이려나?

   

   “이봐!”

   

   내가 발을 내딛기 무섭게 뒤편에서 세실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를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철벽 스킬이 위험을 고해주었으니 그를 피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뒤편에서 무어라무어라 소리치는 것을 무시한 나는 인파를 해치고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안 따라오겠지?

   

   제발 그냥 나 좀 포기해주라!

   

   굳이 성질 더러운 메스가키를 아래에 둬야겠냐? 이 마조 왕자야?!

   

   *

   

   “당돌하군.”

   

   여러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거절을 당한 세실은 자신의 빈손을 바라보다 주먹을 쥐었다.

   

   “응? 아주 당돌해.”

   

   거절을 당할 수 있단 생각은 진즉부터 하고 있었다.

   

   루시 알른의 성질머리에 대해서는 세실도 익히 알고 있는 바였으니까.

   

   그의 아버지 앞에서도 불경을 저질렀던 녀석이 어디 그의 눈치를 보기나 하겠는가.

   

   세상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하늘이라도 되는 것마냥 움직이는 녀석이다.

   

   남의 아래로 들어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겠지.

   

   그리 예상은 했다만 성이 나는 건 어찌할 수 없군.

   

   보통의 사람이 이런 식으로 거절을 했더라면 세실을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너 따위 녀석이 내 제안을 거부하냐면서.

   

   허나 루시 알른은 달랐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강함과 약함으로 구분하는 세실에게 경이로운 무재를 지닌 루시 알른이라는 존재는 마땅히 존중해야 할 대상이었으니.

   

   많은 이들의 앞에서 망신을 당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지라도 인내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홀든.”

   

   불쾌함에 이를 까득거리던 세실은 광장에서 빠져 나와 다른 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도착한 후에 부하의 이름을 불렀다.

   

   “예. 왕자님.”

   “루시 알른의 반응을 어찌 생각하는가.”

   

   세실의 부하 중에서 가장 드높은 전략안을 지닌 홀든은 세실의 물음에 쉬이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왜지? 본인은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만.”

   “상대가 루시 알른이니 말입니다.”

   

   보통 사람이 침묵으로써 거절의 말을 대신했다면 그는 단호함을 뜻하리라.

   

   하지만 루시 알른은 보통의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누가 있더라도 할 말을 내뱉는 인간이다.

   

   정말 세실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망설임 없이 독설을 내뱉었겠지.

   

   그런 그녀가 침묵을 지키며 예를 차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세실을 인정하고 있단 소리였다.

   

   “3왕자를 불쌍왕자라 부른 것만 봐도 드러나지 않습니까. 그녀는 불만을 입에 담아두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러한 추측을 설명하자 세실이 한 쪽 눈썹을 치떴다.

   

   “루시 알른이 그런 것을 고려했을까?”

   “과거 단순한 망나니이던 루시 알른이라면 모를까. 지성을 증명한 지금의 루시 알른이라면 능히 가능한 일입니다.”

   

   과연. 설득력이 있군.

   

   달콤한 부하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세실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에게 말을 촉구했다.

   

   “네 말이 사실이라 치자. 그럼 침묵으로 일관하며 떠난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의미가 아닐는지요. 거절이 아닌 유예를 바란 것입니다.”

   

   고민을 할 시간을 달라?

   

   본인을 저울 위에 올려 놓고서 다른 이와 겨누어 보겠다?

   

   실로 건방진 행위이다만 루시 알른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지.

   

   그녀가 지닌 재능은 별과 같으니 말이다.

   

   “좋다. 그렇다면 잠시 기다려 주어야겠구나.”

   

   허나 본인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을 터이니.

   

   루시 알른. 그대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이 사자가 그대를 먹잇감으로 삼기 위해 찾아갈 터이니 말이다.

   

   *

   

   다행히 세실은 그 뒤로 나를 추격하지 않았다.

   

   역시 할배에몽이야!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만능이라니까!

   

   평소에 잔소리만 좀 덜 하면 훨씬 좋았을 텐데!

   

   거대한 위기를 어떻게든 넘기는 데 성공한 나는 조이와 프레이를 찾아 수련장으로 향했지만 거기에는 프레이 밖에 없었다.

   

   뭐지? 조이도 나처럼 오늘 늦잠을 잔건가?

   

   그것이 기이해 프레이에게 물었더니 아서와 함께 이 곳에 왔다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험지를 맞춰본다고 이야기했어.”

   

   시험지?

   

   어차피 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그걸 맞춰 볼 이유가 있나?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는 걸까?

   

   있을 수도 있겠다.

   

   조이가 아카데미 시험에서 2등을 차지했으니까.

   

   내가 아는 얼빵 영애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러서 9등에서 10등을 일상적으로 하는 바보라고.

   

   2등을 차지할 만큼 철저한 인간이 아니란 말야.

   

   분명 아서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조이를 데려간 거겠지?

   

   안 그래도 조이가 어떻게 2등이 됐나 궁금했는데 잘 됐네.

   

   호기심이 동한 나는 프레이에게 작별을 고하고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몇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기를 대충 십 분쯤 했을까.

   

   “이 따위로 시험을 쳤는데 본인보다 점수가 높다고?!”

   

   나는 아서가 경악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것도 실수했고! 저것도 잘못했고! 이건 계산식 자체가 글러 먹었잖나!”

   “어. 그렇네요?”

   “그렇네요가 아니다! 얼빵 영애!”

   “그럼 어떻습니까. 점수의 총합에서 제가 이겼는데.”

   “으. 으으으!”

   

   아서가 왜 저렇게 열이 올라 있는 걸까?

   

   그를 의아해하며 다가갔더니 조이가 답지 않게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알른 영애. 보셨나요? 저 아카데미 시험에서 2등을 했답니다.”

   

   ‘봤어요. 놀랍던걸요?’

   “봤어. 얼빵한 얼빵 영애가 2등이라니.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허접한 거야?”

   

   메스가키 번역이 내뱉은 말에 반응한 것은 조이가 아닌 아서였다.

   

   그는 얼굴을 붉힌 채 이를 꽉 깨물며 자신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냈다.

   

   ‘아서.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불쌍 왕자님. 열등감 느끼는 건가요? 얼빵 영애한테 진 바보니까 그럴 만도 하네요. 후훗. 허접~ 찌질이~”

   

   “시끄럽다. 루시 알른! 나는 이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얼빵이가 얼마나 얼빵한 짓을 많이 저질렀는데 본인이 패해야 한단 말인가!”

   

   응? 뭐야.

   

   얼빵 영애가 얼빵한 짓을 덜 해서 2등을 차지한 게 아니었어?

   

   아니. 이상하네.

   

   얼빵 영애가 얼빵하게 굴었는데 어떻게 2등이 된 거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아서가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던 조이가 이렇게 말했다.

   

   “다 알른 영애 덕분입니다.”

   

   내 덕이라고?

   

   왜?

   

   나 좀 이해가게 이야기 해줄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빵영애가 얼빵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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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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