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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그만!”

     

    게일의 우레같은 목소리가 광산에 메아리친다.

     

    그 소리에 우두머리 조 모두가 검을 낮추었다.

     

    그는 대열 뒤편에서부터 내게까지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도 내 앞에 있던 마물의 숨통만을 끊어내고, 그런 게일을 바라보았다.

     

     

    게일은 처음보는 표정으로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분노했다는게 여실히 느껴진다.

     

    “아까부터 이게 무슨 짓인가…! 베르그!”

     

    그가 소리쳤다. 나는 이어지는 그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거죠?”

     

    “지금 죽으려고 환장하지 않았나!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거야!”

     

     

    나는 침음성을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

     

    “…이게 원래 우리의 방식입니다.”

     

    “원래 자네가 모든 위험을 부담한다는 소리인가? 여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대원들은 저를 보조해주는 겁니다. 그 동안 이런 방식이 잘 들어 맞아왔고요.”

     

     

    게일은 우두머리조 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 자네의 대원들이 자네를 잘 보조한다는 것만큼은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 방식이 옳다는 건 아니야! 자네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이지 않나!”

     

    “제가 있지 않습니까.”

     

    “궤변을 늘어놓지 말게! 나는 지금 왜 이렇게나 위험한 방식을 택했는지 묻고 있는거야!”

     

    -콱!

     

    게일이 방금 내가 죽여놓았던 마물을 강하게 짓밟으며 말했다.

     

    “우두머리 토벌수도 이러니 이해가 가는구만…! 이전부터 홀로 위험을 부담하며, 이토록 아슬아슬하게 행동해 왔겠지…!”

     

     

    이내 그는 내 대원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대원들이라는 놈들이, 부단장이 위험을 이렇게나 홀로 부담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만 있어!”

     

     

    나는 그런 게일에게 말했다.

     

     

    “제가 이러라고 명령했습니다. 제 대원들은 빼두시죠.”

     

     

    그 동안 대원들도 내게 여러번 했던 말이다. 자신들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바란이 특히나 그랬던만큼, 그도 할말이 분명 있었겠으나…그는 죄책감 넘치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미 게일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내가 말했다.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은 위험을 부담하는게 뭐가 그렇게 나쁩니까.”

     

    “그게 도를 지나치니까 하는 말이네…!”

     

    “제 대원들을 흔들지 마시죠. 괜히 당신의 호통으로 인해 익숙했던 호흡이 깨질까 두려우니까.”

     

    진심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슬아슬할지 모르겠으나, 그 아슬아슬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다.

     

    정석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훈수를 두는 꼴은 보고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게일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선은 분명 있는 법이었다.

     

    이건 그가 넘기에는 너무나 깊은 선이었다.

     

     

    또한…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더라도 그건 지금 나눌 대화가 아니었다.

     

    전략을 바꾸고 싶다면, 그건 훈련장에서 꺼내야하는 이야기다.

     

    전투가 끝나지 않은 지금 할게 아니었다.

     

    괜한 위험만 커질 뿐이다.

     

     

    게일이 말했다.

     

    “지켜본 결과, 실력이 부족한 대원은 없어. 호흡이 달라지더라도 다들 충분히 적응 할 수 있어! 자네 또한 그 사실을 알텐-”

     

    “-그만.”

     

    짧은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게일 뒤편에서부터 다가오는 새로운 마물들이 보였다.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나는 검을 들어올렸다. 우두머리 조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내가 대원들에게 명령한다.

     

     

    “아무것도 바꾸지 마! 지금은 하던대로 간다!”

     

     

    게일이 그 말에 답답하다는 듯 목을 풀었다.

     

    그러더니 말한다.

     

    “…앞으로는 내가 옆에 서겠네.”

     

    그가 말했다.

     

    나는 게일을 바라보다…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보았다.

     

     

    ****

     

     

     

    네르는 몽롱한 아침을 보냈다.

     

    자꾸만 제 뺨을 만져본다.

     

    비현실적인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애정표현이, 이렇게나 행복한것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사랑이 좋다고, 아름답다고 이곳저곳에서 이야기해도… 그 기쁨은 예상 가능한 범위가 아닐까 싶었다.

     

    든든하고, 산뜻한 기분이 드는. 또 잠깐은 굉장히 행복한.

     

    그런 수준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쾌락이 머리를 타고 흐른다.

     

    심장이 터질 듯 뛴다. 꼬리가 붕붕 흔들린다.

     

    몸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었다.

     

     

    “…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이런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베르그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이후부터…마음이 계속해서 커간다.

     

    당장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길을 왔는지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몸이 닿는 것조차 싫었다.

     

    꼬리는 절대 그에게 닿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제는 꼬리로 그를 만지고 싶을 정도다.

     

    곁에 있으면 그에게 꼬리를 무조건 둘렀다.

     

    깨물고 싶었고, 껴안고 싶었다.

     

     

    그 이후의 애정행각들은 아직 상상조차 하지 못해봤다.

     

    볼에 닿은 입술만으로도 이렇게나 떨리는데, 어떻게 그 이후를 상상할까.

     

     

    -톡.

     

    네르는 다시금 제 볼을 만졌다.

     

     

    “…하.”

     

    그리고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쉰다.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표현을 생각하던 네르가 이내 피식 웃었다.

     

    이런 생각을 할거라고는,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형제들의 괴롭힘조차 어느 정도 이해될 정도였다.

     

    사랑을 알고 나니 그 반대의 마음도 이해가 될 듯 하다.

     

    왜 그렇게 적대감을 가졌는지,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도.

     

     

    이조차도 어쩌면 베르그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토록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런만큼 용서할 수 없었던 형제들을…이제는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의 테라스로 나서며,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마을들과 달리, 드워프 마을은 무기를 팔아 충분히 부유해서 그럴까.

     

    밝은 분위기가 온 마을에 깔려있었다.

     

     

    웃음과 미소가 만개해 있다.

     

    “…”

     

    과거에는 부럽기만 했던 그런 미소들이었는데, 네르도 이제는 그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일원이었다.

     

     

    “여보, 먹어봐.”

     

    “자기부터 먹어!”

     

     

    한 리자드맨 부부가 길거리에서 깨를 볶고 있었다.

     

     

    네르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요새는 더더욱 그랬다.

     

     

    사이좋은 부부를 본다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으니까.

     

     

    “…하.”

     

    그녀는 또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기분이 좋아보이네.”

     

    그 순간, 뒤에서부터 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네르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자, 아르윈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네르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르윈을 보며 눈을 깜빡였고, 아르윈이 그런 제 자신을 설명했다.

     

     

    “…문을 두드렸는데 듣지 못했나봐.”

     

    “아, 그러셨구나. 죄송해요. 잠시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아니야, 괜찮아.”

     

     

    아르윈은 천천히 거리를 좁히더니, 네르의 옆에 자리한다.

     

    그녀 또한 길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평온하게 시간을 보내던 아르윈이 묻는다.

     

    “그래서?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

     

    “네?”

     

    “들어오는데 꼬리를 흔들고 있길래.”

     

     

    “…아.”

     

    네르가 다시금 그 뽀뽀를 떠올리는 동안…아르윈이 속삭인다.

     

     

    “…오랜만에 돌아온 자유라서 그래?”

     

    네르는 고개를 돌려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

     

    자유. 아르윈은 베르그가 떠나면 그렇게 느끼는 걸까.

     

    네르는 굳이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네. 그렇네요.”

     

    일전에도 그랬지만, 아르윈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 지금 그녀와 척을 질 순 없었다.

     

    가까이 둬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두는게 나았다.

     

    친구보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적을 더 가깝게 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베르그를 좋아하게 된 이후부터 아르윈과 심리적인 거리감이 점차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르윈과 함께하는 베르그를 보면 자꾸만 적대감이 피어오른다.

     

    지난번 드워프 마을로 오던길에 베르그와 아르윈이 초원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던 모습은…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때 느꼈던 분노도.

     

     

    네르는 그때의 찝찝함을 곱씹다…그 순간을 깔끔히 넘어가기 위해 말했다.

     

    “…지난번에는 힘드셨겠어요, 아르윈님.”

     

     

    아르윈이 네르를 보았다.

     

    “어떤 거?”

     

    “…왜, 지난번에 베르그랑 들판에서 껴안고 있었을때요.”

     

    “…아.”

     

    아르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네. 힘들…었지.”

     

     

    네르는 아르윈의 긍정에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생겨난 여유로 그녀가 말했다.

     

    “베르그한테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전해둘게요. 가끔은 베르그가 아르윈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아요.”

     

    아르윈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굳이 그런말은 하지 않아도 돼. 네가 베르그에게 그런걸 강요할 수 있을만큼 친한것도 아니잖아.”

     

    “…”

     

    “거기다 더해, 너야말로 베르그를 사랑할 수 없는 입장 아니야? 그러니까 내 걱정은 됐어.”

     

    “…”

     

    네르는 아주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윈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그러다 알량한 자존심이 또 꿈틀댔다.

     

    아르윈은 아무 생각도, 감흥도 없겠지만…괜히 포옹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끝나니 베르그가 아르윈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아르윈은 신경도 안쓴다고 한들, 네르에게 남은 찝찝함은 분명 곁에 있었다.

     

    다 떠나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밀려버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나도 사실은 이렇게 사랑받는다고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르윈님은 그래도 편하게 넘어가시는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르윈이 궁금하다는 듯 되물어왔다.

     

     

    언제나 입을 다물고 있는게 가장 힘든 듯 했다.

     

    네르는 간지러웠던 자랑을 아르윈에게 전한다.

     

    아르윈에게는 악몽과도 같아보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이었다.

     

     

    “…오늘 베르그가 제 볼에 뽀뽀를 했거든요.”

     

    “…………….”

     

     

    네르는 혹여나 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까, 고개를 돌려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르윈에게서는 오랜시간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괴로웠겠네.”

     

    아르윈이 끝내 위로한다.

     

    네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 위로를 흘려넘겼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자유니까요.”

     

    한숨과 함께 분위기를 풀어내며 말했다.

     

    편안해진 공기에, 네르는 숨겨왔던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아르윈님. 혹여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제게 이야기해주세요. 도와드릴게요.”

     

    그리고는 어렴풋이 아르윈을 떠보았다.

     

    혹시라도 그 약병에 대한 정체를 말해주지는 않을까 하고.

     

     

    “…그럴게.”

     

    하지만 아르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

     

     

     

    -부우우우우…! 부우우우우….!

     

     

    “뭐야?”

     

    아크란은 나면 안될 위치에서부터 울려오는 나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펠릭스도 말을 몰며 나팔소리가 울려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전쟁이 한창이었다.

     

    오늘 어제만 해서 토벌한 우두머리의 숫자가 벌써 네 마리째였다.

     

    드리커스의 지원을 받아, 오늘 우두머리 한 마리를 마저 토벌했다.

     

     

    우두머리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여전히 한창이었다.

     

    마기가 깊이 침식한 땅이라 그런지…마물들이 흩어지지를 않았다.

     

    우두머리가 토벌 된 이후로도 제각기 날뛰기 시작했다.

     

    아마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체된 게 원인일지도 몰랐다.

     

     

    성녀가 용사일행의 호위를 받으며 땅을 정화하고 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은 병사들을 이용해 마물 무리를 전부 청소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마물들을 처리하던 중, 저 나팔 소리가 울려온 것이다.

     

     

    “…이상한데…”

     

    아크란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펠릭스와 실프리엔, 성녀 모두가 그런 아크란의 감을 믿는 동안, 언덕 너머에서부터 수백개의 검은 점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어?”

     

    “성녀님!!”

     

    아크란이 순식간에 성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성녀는 뒤늦게 그 검은 점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화살이었다.

     

     

    수백개의 화살이 용사일행과, 드리커스의 군대, 그리고 같이 섞인 마물 무리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용사는 실프리엔의 곁에 붙어 방패를 높이 들어올렸고, 아크란도 성녀의 곁에서 방패를 들었다.

     

    -콰과과과과각!

     

     

    그렇게 한참동안 이어진 화살세례가 지나간다.

     

     

    성녀도 자신의 앞을 지켜낸 아크란을 바라보았다.

     

    “아, 아크란…!”

     

    아크란은 미쳐 막지 못한 화살 두어발을 제 하반신에서 뽑아내며 말한다.

     

    “저는 괜찮습니다…! 성녀님은…!”

     

    “저, 저도 괜찮아요.”

     

    “펠릭스! 실프리엔!”

     

     

    실프리엔이 앞에서 답한다.

     

    “저희도 괜찮아요!”

     

     

    성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 쏟아진 화살세례에 수많은 아군과, 수많은 마물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지원사격이라고는 절대 부르지 못할 공격.

     

     

    펠릭스는 언덕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이내, 한 남성이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잭슨 가문, 세 번째 부인의 장남.

     

     

    “이…인족 새끼들이…!”

     

    그 모습에 펠릭스가 끝내 욕을 내뱉었다.

     

     

    그러는 동안 쏟아지는 마물들이 용사일행과 드리커스의 군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앞서가던 선봉대의 속도는 늦춰졌고, 뒤늦게 따라오던 본대는 이미 쓰러져있는 아군의 시체에 걸려 엉키고 넘어졌다.

     

    뒤에서부터 들어온 일격은 치명적이었다.

     

    희망이 한순간 사라진다.

     

     

    “줄줄이…! 이렇게 끝까지 욕심에 눈이 멀어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펠릭스를 실프리엔이 깨운다.

     

    “펠릭스! 지금은 앞에 놓인 문제부터…!”

     

     

    펠릭스는 이를 악물다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빛나던 성검을 휘둘러 다가오던 마물을 반으로 갈랐다.

     

     

    그가 외친다.

     

    “눈 앞의 적부터 섬멸하라!”

     

    희망이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 상황속에서 그는 병사들의 용기부터 북돋았다.

     

    하지만 말로는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을 듯 했다.

     

     

    벗어날 틈이 없어보였다.

     

     

    그러는 동안 성녀는 다시 언덕을 올려다보았다.

     

    공격한 이들도 마찬가지로 끝났다고 생각을 한건지…언덕에는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다른 세력을 견제하려 또 이동한걸지도 몰랐다.

     

     

    펠릭스와 아크란이 좁혀져오는 마물의 포위망을 밀어내는 동안, 성녀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려 했다.

     

    이내 그녀가 실프리엔에게 다가서서 말했다.

     

    “실프리엔…!”

     

    “알아요, 성녀님…!”

     

    눈이 푸르게 빛나고 있는 엘프 마법사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성녀도 위를 바라보니, 그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던 한 붉은 매가 빠른 속도로 멀리 날아가기 시작한다.

     

     

    “…게일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성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녀가 할 일이라고는 하나였다.

     

    지금 땅에 기적을 행하는 것.

     

     

    성녀는 말에서 어렵게 하마해,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았다.

     

    질퍽한 진흙이 그녀의 옷을 더럽힌다.

     

    하지만 성녀는 그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도를 행함에 있어 마음을 다스려야만 했다.

     

    어떠한 잡념도 없애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 평정을 유지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두려웠다.

     

    무서웠다.

     

     

    …그게 다가오는 마물들 때문은 아니었다.

     

    목숨을 잃을까봐도 아니었다.

     

     

    ….두 번 다시, 베르그를 보지 못할까봐. 그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성녀는 머릿속으로 베르그를 떠올렸다.

     

    “용기를 줘, 벨…”

     

    그녀가 속삭인다.

     

    그를 생각하니…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내, 흰 빛이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ts백합조아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표현이 예쁘시네요.

    하꼬쟈까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회차를 말씀드리기에는 저도 알 수 없는만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제 스토리상 초중반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량으로 생각하시면 안되고, 스토리상이요!

    얌못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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