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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지금부터 마법학부 1학년 2학기 학기말 종합 실기 평가 세 번째, 대련 평가를 시작하겠다.”

        

        

       대련장.

        

       마법학부 1학년 학생들은 관중석 쪽에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아카데미 측에서 1학년을 네 개의 조로 나누었으니, 다른 조는 각각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경기장 중앙에선 시험 감독관과 심사관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시험 진행자는 은발의 미남 교수, 페르난도 프로스트였다. 그가 확성기를 들고 미성을 뽐내자, 여학생들은 사랑에 빠진 얼굴로 하악, 거리며 신음성을 내뱉었다.

        

        

       어느덧 1학년 2학기를 마무리 지을 학기말 평가 실기 시험 날이 되었다.

        

       총 세 가지 시험을 3일 동안 진행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시험은 원소 공예, 두 번째 시험은 마력 벽 깨부수기였고.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은 대련이었다.

        

       1학기 때보다 규모가 조촐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부유섬의 공격으로 지면 일부가 갈라지고 건물이 반파되었는데, 하필 그곳이 2학기 학기말 평가가 준비되고 있던 핵심 장소였기 때문.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도 이랬다. 본래의 시나리오와 다른 게 없는 거 보면, 갈라진 지점이 유독 지반이 약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필기시험은 마법 단련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 덕분에 꽤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실기 시험만 적당히 잘 치른다면 ‘자기발전 우수’ 장학금은 무조건 내 차지겠지.

        

        

       ‘다행히 마력도 제법 돌아왔고.’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일정 궤도에 올라 마력 고갈 상태에서 벗어난 것임이 분명했다.

        

       학기말 평가 직전에 회복돼서 천만다행이었다, 진짜.

        

        

       이내, 페르난도 교수는 2학기 학기말 평가 실기 시험인 대련 평가의 룰을 설명했다.

        

       1학기 때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두 가지.

        

       첫째, 즉석 피드백이 없다는 점. 이건 딱히 관심 없고.

       

       둘째, 이번 대련 상대는 아카데미 측에서 직접 정해줬다는 점.

       

       학기말 평가 차원에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즉, 호명될 때까지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제까지의 평가를 바탕으로 성적이 가장 비슷한 학생들끼리 붙여줬을 것이었다.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고려해 대진표 편성은 신중하게 이루어졌으리라.

       

       

       ‘루체랑 카야도 한판 겨루겠네.’

       

       

       굉장히 치열하겠지. 얼마나 살벌한 승부가 벌어질지 짐작도 안 간다.

       

       참고로 A 클래스는 그들끼리만 따로 분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드넓은 벌판이다.

       

       아카데미에선 그들의 뛰어난 역량을 고려해, 장소를 그리 선정한 것이었다.

       

       여담이지만, 전교 5등인 케리드나 화이트클락은 B 클래스 최상위권 학생과 겨루게 될 테지.

        

       

       이윽고, 페르난도 교수의 호명에 따라 학생들이 경기장 쪽으로 나가 대련을 펼치기 시작했다.

        

       성적이 비슷한 녀석들끼리 맞붙으니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상당히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웬만한 놈들은 나보다 약하네.’

        

        

       대련을 펼치는 학생들에게서 마력을 느끼면 느낄 수록, 내 마력량이 마법학부 1학년 중 상위권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이 여실히 체감되었다.

        

       한때 위협적으로 보였던 녀석들도, 이제는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옛날이여.’

        

        

       정년 1학기 때 마력량 E급이라고 폄하 받던 내가 맞는 것인가.

       

       찐따 같았던 아이작 코인은 어느덧 예정됐던 대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안뇽, 친구!”

       “오, 안녕.”

        

        

       별안간 검은 토끼 귀 리본을 단 하얀 단발머리 여학생이 발랄하게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이안 페어리테일의 소꿉친구이자 연인, 에이미 할로웨이였다.

       

       틈을 봐서 인사나 할까 했는데, 알아서 와줬네.

        

        

       “이안은?”

       “걔 다른 조라. 근데 아이작, 너 왜 저번에 나한테 인사 안 하고 그냥 지나쳤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필기 끝나고 우울해 보이길래 시험 오지게 망쳤구나, 했지. 얼마 전까지 스스로 네 미래가 암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렇게 예리하면 인기 없다?”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비 온 뒤엔 무지개가 뜨는 법이지.”

       “이제 종강이라서?”

       “물론~. 오늘 시험 끝나면 2학기는 끝, 곧 방학식이라구. 우울해 할 틈 따윈 없다는 거야! 아이작, 넌 방학 때 뭐 할 거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물론 구라다.

        

       나는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여정에 놓여 있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놓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

        

       단련 계획과 마족 처치 계획을 제하자면, 이번 겨울방학 동안 빅 이벤트라 할 만한 건.

        

        

       ‘고르모스의 대검.’

        

        

       나는 신화 속 마수, ‘암갑귀-고르모스’를 만나 사암의 시련을 받고 ‘고르모스의 대검’을 손에 넣을 작정이었다. 바위 속성 전설 무기다.

        

       이번에도 서리의 시련 때처럼 목숨을 걸어야겠지만.

        

       여느 때와 같았다. 나는 기어이 사암의 시련을 뛰어넘을 작정이었다.

        

        

       “하!”

        

        

       갑자기 오만방자한 실소 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나보다 두 칸 앞 자리에 앉아 있는 허영심 많은 금발 귀족, 트리스탄 험프레이의 목소리였다.

        

       마치 나와 에이미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틈을 봐서 끼어든 듯한 느낌.

        

       트리스탄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자세로 씨익 웃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뒤쪽으로 돌리고 있어서 그 웃고 있는 입가가 보였다.

        

        

       “이제 곧 겨울방학인데 구체적인 방학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단 말인가! 이 몸은 이미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특훈 계획을 전부 세세하게, 구체적으로 짜놨는데 말이지!”

       “…….”

       “무르구나, 평민! 그렇게 넋 빠진 채로 있다간 내 발끝도 따라잡지 못할 거다!”

        

        

       ‘크흐흐흐!’하고 웃다가 사레들렸는지 콜록콜록 헛기침하는 트리스탄.

        

        

       ‘아무것도 안 물었는데…?’

        

        

       쟨 왜 급발진이냐.

        

       뭐라 반응해야 할지 애매해서 그냥 무시했다.

        

        

       “다음! B 클래스 잭 슈나이더, C 클래스 아이작! 앞으로!”

        

        

       심판의 호명. 내 차례구나.

        

        

       “나 먼저 갈게.”

       “응, 잘하고 와~.”

        

        

       에이미의 인사를 받으며, 관중석에서 빠져나가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내 맞은편에선 한쪽 앞머리가 길어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는 남학생이 올라왔다.

        

       키가 크고 날렵해 보이는 몸매. 나쁘게 말하자면 멸치 몸매.

        

       기분 나쁘게 키킥, 웃어대는 꼴은 어떤 의미론 반갑기도 했다.

        

        

       “키킥…! 이봐아, 이거 대진운이 너무 나쁜 거 아닌가?”

        

        

       잭 슈나이더.

        

       녀석은 1학기 학기말 평가 때 나와 시엘을 막아섰던 B 클래스 상위권 학생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 잭 슈나이더 ]

        

       Lv : 88

       종족 : 인간

       속성 : 번개, 바람

       위험도 : 하

       심리 : [ 당신을 우습게 여기고 있습니다. ]

        

        

       “C 클래스 녀석이, 그것도 한때 E급으로 유명했던 네 녀석이 내 상대라니이…! 키킥…! 운이 너무 나쁘잖아아.”

        

       ‘오우, 씹….’

        

        

       저 새끼, 진심 말투 못 들어 주겠다….

        

       물론 녀석 말대로 겉보기엔 대진운이 나빠 보인다. 일반적으로 C 클래스 상위권 학생과 B 클래스 상위권 학생의 격차는 굉장히 크니까.

        

       하지만 대진표는 2학기 동안 보여 왔던 성적을 토대로 정해진 것.

        

       즉, 아카데미 측에서 판단하기에도 지금 내 실력이 최소 B 클래스 상위권 못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뭐, 그러네.”

        

        

       나는 가볍게 어깨를 돌리면서 몸을 풀며 대답했다.

        

        

       “그래도 적당히 봐주진 마라.”

        

        

       시험도 시험이지만, 내게 필요한 건 전투력 측정기.

        

       대련 상대, 잭 슈나이더는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주리라.

        

       잭은 다시금 ‘키킥’하고 웃기 시작했다. 비웃음이었다.

        

        

       “그 여유로운 태도는 뭐냐아? 밑바닥에 있던 놈이, 실력 조금 길렀다고 앞뒤도 분간할 줄 모르게 된 거냐? 키킥! 흑호의 정예 멤버도 그냥 그 선배가 맞아줘서 이긴 거라며? 이봐아, 아직 나보다 한참 약하면서 사리분별도 할 줄 모르면 어떡해애? 여긴 저번 학기말 평가 때처럼 수석이 널 지켜 주지 않는다고!”

        

        

       그놈의 ‘약하다’, ‘약하다’…. 귀에 딱지 붙겠다.

        

        

       ‘그래도.’

        

        

       오늘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할 븅신은 적어도 마법학부 1학년 내에선 사라지게 될 터.

        

        

       “수단은 무제한! 1분 동안은 항복 금지다. 그럼, 상대에게 예를 갖추고 대련에 임하도록. 준비, 대련 시작!”

        

        

       드드드득!

        

        

       4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벽].

        

       얼음의 벽이 지면에서 솟아올라 잭 슈나이더를 감싸자, 그는 강한 천둥번개를 내뿜어 빙벽을 와르르 박살 냈다.

       

       

       우르르르.

       

       콰앙!!

        

        

       “키킥…! 이따위 얼음으로 내 번개를 막을 순…, 없…?”

        

        

       퍼억!

        

        

       “으헉!”

       

       

       [빙벽]은 일부러 부숴 달라고 약하게 끌어올린 것.

        

       나는 심판이 ‘대련 시작’이라고 외치자마자 약한 수준의 [빙벽]을 시전했고.

       

       동시에 땅을 박차고 짓쳐들어 단숨에 잭에게 이르러 있었다.

        

       속도, 운동 신경.

        

        

       ‘그때랑 차원이 달라.’

        

        

       지금의 나는, 1학기에 트리스탄과 대련했을 때보다 아득히 강해져 있었다.

        

       나는 주먹으로 놈의 복부를 가격해 몸을 붕 띄우고.

        

       단숨에 오른손 안으로 얼음 마력을 밀도 높게 응집시켰다. [빙결 폭발]의 마법진이 그 위로 허공에 새겨졌다.

        

       이제는 [빙결 폭발]을 시전하기 위해 마력을 응집시키던 사전 준비 동작도, 마력을 모으는 수 초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깜짝 놀란 잭은 가까스로 의식을 부여잡고, 얼른 번개 마력을 끌어모아 마법진을 전개하여 반격하려 들었으나.

        

       나는 거세게 오른팔을 휘둘러 응집된 얼음 마력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아아!!

        

        

       찬 바람이 폭풍처럼 매섭게 몰아쳤다.

        

       퍼져나가는 냉기 마력 폭발이 놈의 육체에 큰 타격을 입히고, 번개 마법을 몰아냈으며.

        

       순식간에 일어난 빙결이 큼직한 빙괴의 형상이 되어 놈을 가두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놈은 고통스러워하는 얼굴로 빙괴 속에 갇혀 있었다.

          

        

       휘우우우우.

        

        

       “후우.”

        

        

       [빙결 폭발]의 여파로 휘몰아치는 한기 속, 내 숨결에서 희뿌연 냉기가 흘러나왔다.

        

       더 볼 것도 없이 승부의 결과는 명확했다. 나는 빙결 해제로 빙괴를 풀었다.

        

        

       “꺼헉….”

        

        

       연푸른빛 마력이 꽃가루처럼 흩날리고, 그 사이에서 잭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경기장에 쓰러졌다.

        

       녀석의 뜬 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흰 자위가 눈에 띄었다. 눈을 채 감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경기는 순식간에 종료. 심판은 당황한 얼굴로 내 쪽을 향해 팔을 뻗었다.

        

        

       “C 클래스 아이작, 승!”

        

        

       학생들의 오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에이미도 놀란 얼굴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지금의 나는, 아무리 못해도 B 클래스 상위권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사실이 막 입증되었으니까.

        

        

       “한 수 배웠다.”

        

        

       털끝만큼도 배운 게 없었지만, 쓰러져 있는 잭에게 예의상 그리 말하고서 등을 돌리고 경기장을 내려갔다.

        

        

       “흠흠.”

        

        

       이거, 괜히 어깨가 으쓱거린다.

        

        

        

       * * *

        

        

        

       “잭 슈나이더가 졌어…? 아이작한테?”

       “아이작이 그냥 압도했는데…?”

       “1학기 때 마력량 E급이었던 거 맞지, 쟤?”

        

        

       관중석에 있었던 학생들은 아이작에게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이 수군거렸다.

        

       에이미 할로웨이는 아이작이 돌아오자마자 어떻게 한 거냐며 호들갑을 떨었고,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굉장해, 아이작!”하고 활짝 웃어댔다.

        

        

       “…….”

        

        

       트리스탄 험프레이의 휘둥그레진 두 눈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작이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전, 아이작이 보였던 운동 신경은… 트리스탄 자신과 대련했던 1학기 때하고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잭 슈나이더는 아이작에게 그저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반격하려 했고, 번개 마법이 분명 튀어나오고 있었다.

       

       나름 속도감 있게 대처한 것.

        

       마법 간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잭의 번개 마법은 아이작의 얼음 마법에 무력하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야말로 아이작은, 모든 면에서 잭을 압도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째서…, 저 평민 녀석이 이 몸보다…?’

        

        

       트리스탄 험프레이는 고개를 돌려, 에이미와 한창 떠들고 있던 아이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B 클래스 상위권 학생, 잭 슈나이더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부를 벌인 건 둘째 치고.

        

       방금 전 아이작에게서 느껴졌던 마력량은 대체 뭐였는가.

       

       놈의 수준은, 이미 트리스탄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있었다.

        

        

       ‘대체, 어째서…?’

        

        

       트리스탄은, 그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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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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